수현은 포목점 문턱 앞에서 자기가 어디로 갈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 처음 들어오는 사람의 대답을 대신할 수 없었다.
백여든나흘째, 두 번째 방문은 늦은 오전으로 정했다. 전날 귀의 피로가 오래 남아 있었다면 미룰 생각이었고 아침의 현재 상태를 보고서야 짧게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조일은 수현이 외출하는 동안 자기 연습을 하겠다고 했다.
같이 가서 물건을 들어 달라는 부탁은 없었다. 견습을 부르면 오늘 품의 값과 역할부터 다시 정해야 했다.
연수는 어제 마지막 손님이 섰던 자리를 보여 줬다. 큰 종이가 보이는 앞쪽이 아니라 상 가운데의 좁은 틈이었다. 거기서 오른팔을 뻗으면 가장 가까운 꾸러미에 손이 닿았다.
담주인은 자기가 거기로 먼저 오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래 쓰던 손짓이 입에서 바뀐 안내보다 먼저 나갔던 것이다. 수현은 그 말을 현재 설명에 남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담주인은 허락했다. 잘못 건넨 물건은 없었지만 잘못 짚게 하는 손짓은 있었다. 연수도 손님을 불러 놓고 다른 쪽으로 비켜 달라고 한 때가 있다고 말했다.
수현은 종이를 큰 글씨로 다시 쓰는 것으로 끝내기 어렵겠다고 했다. 주인은 전날의 품이 소용없었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어제는 글을 가리던 물건을 찾았고 오늘은 글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을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수현은 두 번 돈을 받으려고 같은 문제를 잘게 나눈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늘 시작 전에 정한 범위를 다시 짧게 읽었다.
어제 품은 이미 지급됐고 오늘은 현재 시도한 안내를 실제 점포에서 받는 확인이었다. 더 필요한 고침이 나와도 끝없이 자신의 다음 방문으로 잇지 않겠다고 했다. 점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말을 남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면 손님을 보고도 아무 말 안 해 봅니까?”
담주인이 물었다. 연수는 그러다 물건을 가져가면 어쩌느냐고 했다. 수현은 필요한 확인을 멈추자는 뜻이 아니라고 답했다.
시험하려고 실제 주인 확인을 빼면 안 됐다. 다만 처음 사람을 받을 때 쓰는 문장을 하나로 정하고 실제로 어느 자리에서 듣는지 보자는 것이었다. 담주인이 평소 손짓부터 천천히 해 보았다.
그의 손은 정말 상 가운데를 향했다. 짐을 내리는 사람에게 쓰던 손짓과 물건을 찾으러 온 사람에게 쓰던 손짓이 같았다. 연수는 두 사람이 들어오면 주인이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부르고 자신은 안쪽의 꾸러미를 받았다고 했다.
상의 앞면을 종이로 둘로 나눠도 사람을 부르는 팔은 여전히 한 곳을 향했다. 수현은 그 말에서 오늘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았다.
물건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는 먼저 점원이 서 있는 자리를 보여 주기로 했다. 이름표를 향해 고르라고 손짓하지 않았다. 담주인은 손님이 어떤 일로 왔는지 묻고, 새로 맡길 물건이면 바구니가 있는 자기 쪽에서 받았다.
연수는 돌려받을 물건의 주인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일을 바꿀 때에는 서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 알려야 했다. 자리만 보고 누가 무엇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첫 손님이 왔다. 수현은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보지 않고 자기 종이를 봤다. 담주인의 질문이 들렸고 손님은 맡긴 천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연수가 자기 자리를 알렸다. 손님이 상 가운데에 손을 올리려다가 연수 쪽을 보았다.
확인이 끝난 뒤 물건을 받았다. 이번에는 뒤쪽 이름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꾸러미를 들어 보지 않았다.
담주인은 사람이 나가자 곧바로 수현을 봤다. 수현은 지금 한 사람이 이 안내를 따라 받았다고 답했다. 주인은 성공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모양인지 웃다가 어깨를 내렸다.
수현도 그 마음을 알았다. 그러나 손님 하나의 손이 모든 다음 손님의 손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오늘 마칠 때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둘째 손님은 문 밖에서 자기 이름부터 불렀다. 담주인은 습관대로 상 가운데를 가리키려다가 손을 멈췄다. 연수가 그 이름의 물건을 맡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손님은 자기 물건이 앞에 안 보인다며 천 모서리를 짚었다. 연수는 아직 주인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리고 안쪽에서 필요한 말을 물었다.
수현은 그 대화를 적지 않았다. 오늘 확인할 것은 어느 단계에서 물건을 손에 쥐는가였다.
실제 주인 확인 뒤에야 연수가 묶음을 들어 건넸다. 손님이 기다린 시간에 대해 불평하자 담주인이 자기가 먼저 부른 점을 설명했다. 수현에게 대신 답해 달라고 돌아보지 않았다.
사람이 나간 뒤 연수는 손님이 화를 내면 자꾸 빨리 들어 보여 주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담주인도 그랬다고 했다. 수현은 글자 몇 장으로 그 부담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상 위에서 자꾸 들게 되던 꾸러미 하나를 가리켜도 되는지 물었다. 점포가 허락하자 연수가 들어 보였다. 천의 접힌 모서리 안쪽에 작은 표가 묻혀 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괜찮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점원도 손가락을 넣어 벌려야 읽을 수 있었다. 연수는 물건마다 같은 이름표를 바깥에 새로 달자는 말을 꺼냈다.
담주인은 맡은 끈을 풀어야 한다면 일감을 늘릴 뿐이라고 답했다. 둘은 처음으로 상의 높이가 아니라 물건을 받은 직후에 하는 일을 이야기했다. 수현은 기다렸다.
자신이 답을 낼 때까지 서로 묻지 않는 장면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연수는 끈을 풀지 않고 접수 쪽지의 보관 위치를 바꾸면 되겠다고 했다. 물건의 실제 확인이 끝난 뒤 현재 위치를 같은 쪽지에 짧게 적는 방법이었다.
그 쪽지는 손님 앞에 이름을 펼쳐 놓는 표가 아니었다. 점포가 안쪽에서 확인하는 종이였다. 담주인은 그것을 상 위에 붙이면 남이 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수는 원래 쪽지를 두던 서랍 안에서 순서를 맞추면 된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제야 지금까지 점원 손이 물건뿐 아니라 쪽지를 찾으러도 계속 움직였음을 알았다. 천이 놓인 곳과 글이 돌아가는 곳이 떨어져 있었다.
오늘 실제 받아 둔 한 건을 연수가 정리했다. 수현에게 손님 이름을 보여 주지 않았고 그도 볼 필요가 없었다. 연수는 현재 물건이 놓인 자리를 자기 말로 읽고 쪽지를 정한 곳에 넣었다.
담주인은 그 쪽지를 꺼낼 때 어디서 찾을지 자기 쪽에서 답했다. 두 사람이 같은 설명을 했지만 수현은 그 한 번을 영원히 틀리지 않는 정리로 적지 않았다.
“이제 선반은 안 사도 되겠습니까?”
주인이 물었다. 수현은 새 선반의 값과 점포의 앞으로 받을 양을 자기 눈으로 다 본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오늘 상에서 들어 올리지 않아도 찾을 수 있었던 물건이 한 건 있었다.
그 사실은 말할 수 있었다. 주인은 생각보다 짧은 대답이라고 했다. 연수가 짧으니 자기가 기억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그 말에 웃었다. 복잡한 문안이 있어야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읽는 사람의 시간을 무료로 쓰게 될 수 있었다. 그는 오늘 본 순서만 한 장에 적었다.
누가 처음 물어보는지, 맡길 물건과 돌려줄 물건이 처음 어디서 갈리는지, 주인 확인 전에는 건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름과 천의 값은 넣지 않았다. 그것은 점포가 계속 다룰 실제 물건마다 달랐다.
마칠 때가 가까워졌을 무렵 사람이 두 명 한꺼번에 들어왔다. 한 사람은 빈손이었고 다른 사람은 꾸러미를 들었다. 담주인은 꾸러미 든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먼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물건을 찾으러 왔다가 다른 점포에서 산 천도 함께 들고 온 사람이었다. 담주인이 자기 판단을 고치고 연수 쪽으로 안내했다. 수현은 짐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을 나누려던 습관이 오늘도 남아 있음을 보았다.
연수는 빈손인 사람이 주문하러 온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안내를 바꿔 들었지만 물건을 옮기기 전이었다. 담주인은 웃으며 자기가 천만 보고 손님을 골랐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문장을 오늘 마지막 설명에 남겼다. 겉에 보이는 짐은 질문을 대신할 수 없었다. 눈으로 하는 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모든 답을 눈에서 꺼낼 필요도 없었다.
그날 실제 두 번째 품은 거기서 끝났다. 상은 새것이 되지 않았고 점포의 물건도 늘지 않았다. 그러나 앞의 판을 물건 이름처럼 세우지 않게 됐고, 서랍의 쪽지와 실제 놓임을 확인하는 순서가 맞춰졌다.
담주인은 약속한 값을 지급했다. 수현은 받았다고 적은 뒤 앞으로 같은 안내를 쓰는 일은 점포가 맡는다고 말했다. 자기 이름을 모든 거래의 확인자로 붙이지 않았다.
연수는 수현이 쓰던 짧은 문장을 읽다가 마지막 빈 줄을 봤다. 그곳에 내일 틀리면 새로 적을 말이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그렇다고 했다.
자기 서명을 고쳐 붙일 자리로 쓰지 말고 바뀐 날짜와 실제 한 사람을 적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점원은 그 줄에 자기가 먼저 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오늘 품의 다음 손이 이미 방 안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수레가 골목을 막았다. 수현은 자리를 피해 기다렸다. 짐꾼은 천 묶음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등으로 수레를 받쳤고 다른 사람이 바퀴 앞의 나무 조각을 빼냈다.
수현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한 발 다가갔다가 멈췄다. 지금 자기 손으로 받칠 수 있는 무게인지 몰랐다. 대신 뒤에서 들어오는 사람에게 수레가 멎어 있다고 알렸다.
짐꾼이 길을 비워 줬을 때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누구의 큰 위험을 구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도 몸으로 붙들지 않았다고 그 사이에 아무 일도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백가에 돌아와 손을 씻고 잠깐 누웠다. 오늘의 두 번째 품은 수입이었고 지금 쉬어야 하는 몸은 여전히 비용이 들었다. 그 사실을 같은 줄로 지우지 않았다.
조일은 수현이 일어난 뒤 자기 계산판을 보여 줬다. 이번에는 글자가 아니라 종이를 세우는 받침이 궁금하다고 했다. 수현은 목재 강도를 볼 수 없다고 답하려다가 견습의 얼굴을 봤다.
조일은 자기가 한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모른다고 해 달라고 했다. 수현은 알겠다고 웃었다. 견습이 묻고 싶은 것은 종이를 세우면 뒤의 사람이 읽을 수 있는가였다.
두 사람은 계산판을 실제로 펼쳐 보았다. 수현 쪽에서는 잘 읽혔고 반대편에서는 글의 뒷면이었다. 조일은 그러면 자기가 글씨를 더 크게 써도 해결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포목점 이야기를 바로 강의하지 않았다. 대신 그 판을 누구와 함께 볼 생각인지 물었다. 견습은 아직 자기 연습이지만 언젠가 실제 맡는 값을 설명할 때 쓰고 싶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 언젠가를 자기 손에 붙잡아 두고 싶지 않았다. 견습이 꼭 백가에서 같은 일을 이어야 한다는 약속도 받지 않았다. 조일은 당장 떠난다는 뜻은 아니라고 먼저 말했다.
수현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조금 빠르게 나왔다.
두 사람은 잠깐 웃지 않고 앉아 있었다. 주인과 견습이 함께 살림을 꾸린 시간에는 월급 장부만으로 다 못 적는 두려움도 있었다.
해가 기울자 윤초가 약속한 짧은 방문을 왔다. 그녀는 수현의 얼굴을 보고 오늘 값은 받았느냐고 물었다. 받았다고 답하자 그럼 내일도 받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두 번 정한 일은 마쳤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남이 고친 물건을 자기 이름으로 붙들지 않은 덕에 내일 비워 둘 수 있는 낮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초는 그 낮을 같이 다 쓰자는 뜻은 아니지만 짧게 만날 수는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먼저 듣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강 건너가 아니라 성 안의 그늘에서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돌아갈 때를 먼저 정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오늘 처음 서는 사람을 기다렸듯, 내일의 자리를 지난 나루와 비교하지 않고 골라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