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는 손님에게 거꾸로 보였다. 포목점 주인은 자신에게 똑바로 보이는 글자를 짚으며 여기까지 읽어 줬는데도 틀린 꾸러미를 찾는다고 했다.
백여든사흘째 낮, 수현은 점포 안쪽의 의자에 앉았다. 아침에 정한 짧은 외출을 받을 수 있겠다고 답한 뒤였다. 손과 귀의 피로는 남아 있었고 감정대는 열지 않았다.
포목점의 담주인은 의자 옆 물건을 비워 둔 것을 보여 줬다. 수현은 그 자리가 손님이 들어서는 방향과 달라, 먼저 문간에서 보이는 글자를 말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담주인은 직접 문간으로 나갔다. 손님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자리에 선 사람이 무엇을 읽을 수 있는지 보는 일이었다. 수현에게는 탁자 앞면이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몸을 굽히더니 첫 꾸러미의 이름은 읽히는데 둘째는 접힌 천에 가린다고 했다. 옆의 점원 연수가 가린 천을 치울지 물었다. 수현은 치우기 전에 그 상태를 짧게 남겨도 좋겠다고 답했다.
점포의 천은 전부 새 상품이 아니었다. 새로 판 천과 수선집에 보내기 위해 잠깐 맡은 옷감이 같은 상을 썼다. 그중 두 묶음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물건이었다.
담주인은 물건이 많지 않아 한 상으로 충분할 줄 알았다고 했다. 수현은 양이 적어도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값을 받았다는 쪽지와 받아 가도 된다는 표시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연수는 어제 손님이 잘못 가리켰을 때 내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남의 물건이 나간 일은 없었다. 수현은 그 사실을 들은 뒤 ‘틀린 물건을 내준 자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실제 문제는 잘못 가리키는 일이 반복돼 점원이 매번 이름을 되묻고 꾸러미를 들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수는 손목보다 목이 먼저 피곤해진다고 했다. 설명하는 동안 손님은 천을 또 펴고 있었다.
“천도 자기가 어느 집 건지 대답하면 좋겠네요.”
담주인이 말했다. 수현은 그렇다면 제일 말 많은 천부터 비쌀 것 같다고 답했다. 연수가 웃다가 자기 앞의 꾸러미를 톡 가리켰다.
그 묶음은 이미 세 번이나 주인 이야기를 했다는 뜻이었다. 손님 잘못만 늘어놓는 웃음은 아니었다. 점포 안의 사람들도 같은 물건을 찾을 때마다 헷갈린 적이 있었다.
오늘 수현이 받기로 한 품은 상과 이름표의 보이는 순서를 짧게 살피고 현재 안내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천의 재질이나 수선 품질은 판단하지 않았다. 무거운 상을 옮길 필요가 생기면 점포가 따로 맡을 것이었다.
담주인은 새 선반을 사기 전에 볼 수 있는 범위가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실제 값과 이동 비용, 마칠 때도 문 앞에서 이미 맞췄다.
그는 연수에게 평소 물건을 받을 때 어디에 서는지 물었다. 점원은 상 안쪽의 오른편을 짚었다. 담주인은 왼쪽이었다.
두 사람이 각자 쓰기 편한 곳에 쪽지를 넣어서 같은 상의 글씨가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수현은 이름표를 전부 같은 방향으로 돌리자는 답을 곧장 내지 않았다.
누구를 향하게 할지 먼저 정해야 했다. 손님과 점원이 모두 같은 자리로 서라는 안내는 가게를 더 좁게 만들 수 있었다.
문간에 기다리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 새 손님이었다. 담주인이 짧게 양해를 구하고 평소처럼 물건을 받았다.
수현은 손님 이름과 의뢰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가 보는 것은 손이 가는 순서였다.
손님은 안내를 듣기 전에 상 앞의 큰 글자를 보고 오른편 꾸러미를 짚었다. 그 글자는 재고용 천의 이름이었고 맡은 천의 주인을 표시한 것이 아니었다.
연수가 실제 주인 확인을 마친 뒤 다른 묶음을 꺼냈다. 손님은 자기가 틀렸다고 웃었고 담주인도 괜찮다고 답했다. 거래가 끝나고 나서 수현은 큰 글자가 먼저 물건의 이름으로 읽혔다고 말했다.
담주인은 그 글씨가 가격 협의 때부터 쓰던 낡은 판이라고 했다. 상 위에 무엇이 바뀌어도 판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나무판의 글자를 지우면 지난 가격까지 사라지므로 오늘 바로 긁어내지는 않았다.
수현은 판을 물건 앞으로 세우지 않고 점포 안쪽의 원래 가격 확인 자리에 돌려둘 수 있는지 물었다. 실제로 옮기는 것은 담주인이 했다. 작은 판 하나가 빠지자 앞에 있던 이름표 두 장이 더 잘 보였다.
그러나 뒤쪽 묶음은 여전히 가렸다. 담주인은 이제 글자를 더 크게 쓰면 되겠다고 했다. 연수는 큰 글자를 붙일 면 자체가 없다고 답했다.
그때 수현은 뒤의 꾸러미가 앞의 꾸러미와 같은 방향으로 누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았다. 천이 접힌 끝이 상 바깥을 향했다. 이름표는 접힌 끝 안쪽에 넣어 둔 것이었다.
연수가 손을 넣으면 꺼낼 수 있지만 손님은 빈 천만 보는 셈이었다. 수현은 천을 뒤집어 새 끈으로 묶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맡은 모양을 바꾸지 않고 앞의 안내를 따로 둘 수 있었다.
그들은 빈 종이 두 장으로 상 앞에 작은 영역을 나눠 봤다. 한쪽은 새 천의 값과 주문을 묻는 곳, 다른 쪽은 맡은 물건을 돌려받는 곳이었다. 이름표는 손님이 자기 물건을 직접 가져가라는 표시가 아니었다.
연수가 확인해서 건네는 순서를 앞에 썼다. 담주인은 이것만 읽으면 천 이름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래서 뒤에 원래 물건 이름표를 남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연수가 글을 읽다가 한 문장을 지웠다. ‘받을 물건을 고르세요’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고른다고 해서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담주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 종이에는 먼저 맡긴 일을 말해 달라는 짧은 부탁이 남았다.
수현은 글을 대신 다 쓰지 않았다. 점포에서 실제로 대답할 사람이 고른 문장이었다.
표시를 두었다고 곧 오늘의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점원은 물건이 들어오는 문과 손님이 서는 문이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앞쪽을 두 자리로 나누면 받아온 꾸러미를 내려놓을 곳이 줄었다.
담주인은 아침에 한꺼번에 받는 양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수현은 자기 앞의 빈 의자를 봤다. 지금 편하게 앉아 있다는 이유로 그 빈 곳까지 계속 자기 자리로 세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의자를 조금 뒤로 뺄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점포는 그 방향에 좁은 통로가 있어 오히려 사람이 지나가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대로 앉았다.
자기 몸을 옮기면 풀리는 문제처럼 행동하는 대신, 어떤 물건이 언제 들어오는지 물었다. 연수는 새로 받은 꾸러미를 대개 상 가운데에 먼저 놓는다고 했다. 글로 나눈 앞면이 그 물건에 가릴 수 있었다.
담주인은 빈 바구니를 다른 선반에서 가져왔다. 수현은 바구니의 버티는 무게를 검사하지 않았다. 현재 점포가 실제 쓰던 용도와 다르게 짐을 늘리는 결정도 하지 않았다.
담주인은 들어온 작은 꾸러미 한 건을 자기 손으로 바구니에 받고 물건마다 주인 확인을 마친 뒤 상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 범위에서 지금 통로가 덜 막히는지 연수가 걸어 봤다.
상 앞이 조금 넓어졌다. 수현은 그것을 보면서도 새 바구니를 사면 좋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있는 도구를 쓴 한 가지 배치였다.
담주인은 자기가 며칠 전 새 선반 값을 먼저 물었다고 했다. 연수는 선반을 들여놓으면 문턱 앞의 짐을 안쪽으로 더 들고 가야 해서 걱정됐다고 답했다.
주인이 처음 듣는 표정이었다. 물건을 사기 전에 들어야 할 사람이 같은 점포 안에 있었다.
잠시 후 수현의 귀가 피곤해졌다. 길 밖에서 나무통 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문을 닫아 소리를 줄일 수 있는지 물었다.
담주인은 손님 출입 때문에 계속 닫기는 어렵지만 지금 문간에 서서 물건을 받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 사람을 자기 귀의 문지기로 오래 세울 수는 없었다.
정한 남은 시간을 앞당겨 마치자고 말했다. 점포도 받았다.
마치기 전에 두 사람은 현재 놓임을 각자 말로 읽었다. 담주인은 새 천은 왼쪽이라고 했고 연수는 잠깐 멈췄다. 수현도 앞의 종이를 봤다.
주인이 안쪽에서 보는 왼쪽과 손님이 밖에서 보는 왼쪽이 달랐다. 종이에 들어 있던 작은 방향 말 하나가 아직 이전의 습관을 따라가고 있었다. 수현은 그 글자를 오늘 지우지 않으면 이름표만 뒤집힌 채 남겠다고 말했다.
연수가 방향 대신 각 자리에서 보이는 실제 간판을 기준으로 적었다. 그러나 수현은 그것도 간판을 못 읽는 사람에게는 같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담주인은 손님을 글로만 움직이게 하지 않고 앞에서 먼저 어느 일로 왔는지 묻겠다고 답했다.
표시의 몫과 사람의 몫이 나뉘었다. 글씨를 완벽하게 만들어 점원을 없애는 품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들은 오늘의 배치를 임시 사용으로 남겼다. 물건을 다룰 권한과 주인 확인은 점포가 맡았고, 수현은 현재 보이는 순서와 가리는 곳을 짧게 적어 줬다. 다음 확인이 필요하면 새 손님이 어디를 먼저 보는지 점포가 받은 뒤 정한 시간에 다시 물을 수 있었다.
담주인은 약속한 오늘의 값을 지급했다. 미래의 두 번째 품을 미리 낸 돈이 아니었다.
수현은 실제 받은 몫을 넣으며 계산을 되물었다. 담주인은 첫 글을 보낼 때는 돈을 주고 상 위의 종이 몇 장을 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왼쪽을 손님의 왼쪽으로 생각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자신도 자기 검사 자의 표시를 거꾸로 붙일 뻔했다고 말했다. 완벽한 눈을 빌려준다는 이름으로 돈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문을 나설 때 연수가 자기 손에 묻은 먹을 보여 줬다. 이름표를 고치느라 생긴 자국이었다. 그녀는 물건을 잘 찾으면 이 손도 덜 움직일 것 같다고 했다.
수현은 내일 몇 번 덜 들었는지 세라고 시키지 않았다. 점원은 손님을 받는 사람이었고 새 장부를 쓰는 사람으로 불려 온 것이 아니었다. 대신 오늘 가장 불편했던 물건 하나가 무엇인지 나중에 말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연수는 글자가 아니라 상 가운데에 늘 먼저 생기는 빈자리라고 답했다. 수현은 그 대답을 기억했다. 비어 보이는 곳마다 물건을 놓게 되는 습관이 오늘 종이보다 오래됐을 것이었다.
백가로 돌아온 뒤 그는 의자에 앉아 물부터 마셨다. 조일은 빈 종이만 들고 갔다 왔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받은 돈도 있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게 제일 중요한 종이라고 했다. 둘은 웃었지만 오늘 수입을 다음 달의 생활비처럼 세지는 않았다. 귀의 피로는 현재 쉬어야 할 이유로 남았고 새 감정 문의는 받지 않았다.
해 질 무렵 포목점에서 짧은 답이 왔다. 새 손님 한 사람이 맡긴 물건을 받는 쪽을 바로 찾았지만, 다른 사람은 종이를 읽지 않고 상 가운데로 갔다고 했다. 연수가 먼저 물었고 잘못 건넨 물건은 없었다.
담주인은 글씨를 더 고치기보다 사람을 처음 받는 순서부터 내일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오늘 성공했다는 도장을 찍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 품을 정한다면 종이를 모르는 사람이 실제로 서는 자리에서 시작하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