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 밑의 덮개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수현은 백여든이틀째 아침에야 그 사실을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손가락 끝으로 천 모서리를 집어 올렸다. 잠깐이면 되는 동작을 도구를 보관하는 일로 따로 세지 않았다. 오늘은 의자에 앉아 손을 내려다보다가 조일에게 덮개를 열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견습은 지금은 밥을 뜨고 있으니 먹고 나서 하겠다고 답했다. 수현도 숟가락을 들었다. 검사 자는 반찬이 아니어서 식기 전에 꺼낼 필요가 없었다.
쌀자루 옆에 놓인 장부에는 어제 받은 품이 있었다. 빈 틀 두 차례의 시각 확인은 끝났고 새 감정은 받지 않았다. 가게 앞을 지나던 사람이 오늘은 문을 여느냐고 물었을 때 수현은 생활 공간의 문은 열지만 감정대는 닫혀 있다고 답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갔다. 그 짧은 대답을 문 전체에 써 붙이면 집에도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밥을 먹은 뒤 조일이 마른 손으로 천을 걷었다. 검사 자는 길쭉한 나무집 안에 있었다. 수현은 손을 넣지 않고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을 봤다.
눈금이 있는 면의 절반이 모루 그림자에 가렸다. 지금 어둡다는 사실을 자의 상처로 읽을 수는 없었다. 그는 나무집을 들어 달라고 하기 전에 빈 탁자 한쪽을 치웠다.
조일이 옮길 수 있는 무게인지 먼저 보고 자기가 옮기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가 두 손으로 집을 드는 동안 밑에서 받치려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래 같이 일한 몸에는 쓸데없이 빠른 동작이 남아 있었다.
그는 손을 무릎에 놓았다. 견습이 탁자에 집을 내려놓았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물건은 넘어지지 않았다.
“저를 볼 때마다 위험한 연장처럼 보지 마세요.”
“네가 아니라 내 손을 보고 있었어.”
조일은 그러면 좀 더 노골적으로 자기 손을 보라고 했다. 수현이 웃자 그도 웃었다. 괜찮다고만 말하는 것보다 움직이는 사람이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아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서로를 가르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집 뚜껑을 열고 같은 방향으로 의자를 돌렸다.
검사 자의 어두운 눈금은 햇빛에서 뚜렷해졌다. 중간쯤의 작은 흠은 여전했다. 수현은 숙부가 그 흠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를 가르치던 손이 떠오르는 것과 물건에 남은 자국의 원인을 아는 것은 달랐다. 백진석이 모든 검사를 옳게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를 보는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그 과거까지 닦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무집 안쪽 천에는 자의 모양대로 눌린 자리가 있었다. 한 끝이 접혀 위로 솟아 있었고 자를 넣으면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게 돼 있었다. 조일은 천이 작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현은 크기를 재지 않았으므로 원인은 더 봐야 한다고 답하려다가 멈췄다. 견습은 혼잣말로 짐작을 꺼낸 것이었다. 모든 말에 감정 문안을 달 필요는 없었다.
그는 접힌 부분 때문에 꺼낼 때 손끝이 안쪽에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조일도 실제로 자를 들지 않은 채 자기 손이 가던 길을 가리켰다. 두 사람이 같은 천에서 다른 불편을 봤다.
견습은 급할 때 눈금 면을 아래로 넣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건이 망가졌다는 고백은 아니었다. 처음 듣는 사용 습관이었다.
수현은 그 말을 듣고 당장 새 집을 사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몸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비싼 집보다, 어느 쪽으로 돌려 넣어도 되는 듯 보이는 현재 모양을 고치는 일이었다. 자의 금속 상태는 판단하지 않았다.
조일은 천을 빼서 다시 깔아도 되는지 물었다. 수현은 보관 천이며 증거품의 봉인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천 아래서 무언가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작은 나무 부스러기 하나와 먼지가 있었다. 조일이 마른 붓으로 그것을 모았고 수현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가벼운 소리였지만 오늘 귀에는 또렷했다. 그는 더 가까이 기울이지 않았다.
먼지를 털기 위해 집을 세게 두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견습은 밖에서 천만 가볍게 털겠다고 답했다.
잠깐 혼자 남자 수현은 자를 만지고 싶었다. 검을 맡지 않아도 자기 도구 하나쯤은 들어 봐도 될 것 같았다. 손의 피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오늘 정한 보관 확인에 꼭 필요한 동작도 아니었다.
그는 자가 놓인 채로 눈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읽을 수 있었다. 그 작은 만족을 손으로 한 번 더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조일이 돌아왔을 때 그는 새 손잡이 대신 천에 넓은 끈을 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견습은 자를 들기 위한 끈으로 쓰면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그렇겠다고 답했다.
원하는 것은 자를 매달 장치가 아니라 빈 천을 펼쳐 넣을 때 잡을 부분이었다. 두 사람은 뚜껑 옆에 남아 있던 짧은 띠를 보았다.
그 띠를 곧장 잘라 쓰지는 않았다. 조일은 주인에게 묻는 체하다가 이 집 주인도 수현이라고 웃었다. 수현은 물건의 주인인 것과 손대기 좋은 방법을 아는 것은 다르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오늘은 천이 말리지 않게 다시 깔고 표시만 하자고 했다. 오래된 나무집을 개조하는 품은 오늘 아침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천을 펼친 뒤 자를 놓는 방향을 눈금 바깥에 작은 종이로 표시했다. 종이는 자에 붙이지 않았다. 뚜껑을 닫을 때 눌리는 곳에도 끼우지 않았다.
조일이 평소 앉는 자리에서 보니 글자가 거꾸로였다. 수현은 자기가 읽기 편한 방향이 보관하는 사람 모두에게 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견습이 두 방향에서 읽을 수 있는 짧은 표시를 골랐다.
“위아래를 쓰면 집을 돌렸을 때 또 바뀌어요.”
“그럼 눈금 쪽이라고 쓸까.”
조일은 눈금이 보이지 않게 들어간 경우에는 그 말을 먼저 못 읽겠다고 했다. 둘은 잠시 말없이 나무집을 봤다. 결국 종이에는 ‘이 면을 창 쪽에’ 대신 자의 놓인 모양을 작게 그렸다.
그림이 감정 결과는 아니었다. 자기 물건을 되돌릴 때 덜 헤매려는 표시였다.
수현은 이 작은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조금 짜증이 났다. 그를 보던 조일이 검사 자를 찾은 뒤에도 아직 아침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대단히 늦지 않았다.
수현은 오래라는 말이 자꾸 예전의 자기 손과 비교해서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견습은 자기 손으로는 원래 이만큼 걸렸다고 말했다.
수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을 오늘 처음 제대로 들었다.
모루 밑은 여전히 어두웠다. 보관집을 다시 같은 곳에 넣으면 다음번에도 누군가 숙여야 했다. 수현은 탁자 위에 계속 두자는 말을 꺼냈다가 조일의 계산판 자리를 봤다.
빈 곳처럼 보여도 견습이 오후에 쓰는 자리였다. 아픈 사람의 도구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매일 비켜야 할 곳을 늘릴 수는 없었다.
조일은 자기 계산판은 안쪽 선반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선반에는 물병도 있어 싫다고 했다. 수현은 싫다는 이유가 분명해서 좋다고 답했다. 견습은 자기 물건이 젖는 것은 아주 분명한 싫음이라고 했다.
둘은 웃고 탁자 가장자리의 물병부터 떨어뜨려 놓았다. 그 배치는 오늘 실제 손이 닿는 동안에만 쓰기로 했다.
점심 무렵 길모가 지나가다 문 앞에서 인사를 했다. 새 품을 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수현이 나무집을 보았다고 하자 그는 뚜껑을 새로 달 생각이면 여는 방향을 먼저 묻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오늘은 만들 일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길모는 알겠다고 했다. 자기 도구를 본 아침이 곧 목수에게 새 일을 맡기는 낮이 되지는 않았다.
길모는 대신 다른 공방에 전한 말이 어디까지인지 짧게 알렸다. 맡기기 전 가능한 때와 볼 범위를 먼저 정한다는 문장뿐이었다. 수현은 고맙다고 했다.
자신이 현재 배치 안내를 할 수 있었다는 소식이 모든 받침과 무기를 볼 수 있다는 소문이 되는 것은 싫었다. 길모는 상대가 물건을 가지고 백가로 오지 않고 먼저 글을 보내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일이 견습을 문간에서 손님 받는 사람으로 세우지는 말라고 끼어들었다. 길모가 웃으며 자기에게도 한 말이냐고 묻자 조일은 그렇다고 했다. 수현도 포함이라고 덧붙였다.
세 사람은 그 대답을 듣고 잠시 같이 웃었다. 일할 수 있는 범위에는 문 앞에서 끝없이 설명하지 않을 시간도 있어야 했다.
오후 수현은 나무집을 한동안 그대로 뒀다. 해가 움직여 그림자가 달라졌으나 그는 다시 눈금을 대조하지 않았다. 오늘 본 것은 현재 집의 덮개와 천, 꺼내는 자리였다.
그 정도를 적은 뒤 조일과 함께 실제로 어디에 되돌릴지 정했다. 당장 높이를 바꿀 선반은 없었다. 조일이 옮기는 일을 맡을 수 있는 날에는 지금 방식으로 하되 혼자 꺼내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은 자를 영원히 모루 밑에 묶는 뜻이 아니었다. 수현은 조금 아쉬웠지만 받았다. 조일이 뚜껑을 닫고 집을 되돌렸다.
수현은 덮개의 모서리만 제대로 놓였는지 눈으로 보았다. 물건 하나가 제자리로 돌아갔고 자기 몸이 그 전의 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둘을 같은 성공으로 적지 않아도 아침에 한 일이 남았다.
늦은 낮, 포목점에서 보낸 글이 왔다. 창고 앞의 빈 상과 묶음 이름표가 엉켜, 받으러 온 사람이 자꾸 다른 꾸러미를 먼저 가리킨다는 내용이었다. 검도 받침틀도 아니었다.
상대는 새 선반을 짜기 전에 사람이 서서 보는 자리를 짧게 설명받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그 글을 읽고 돈의 액수보다 어느 꾸러미를 누가 움직이는지 먼저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포목점의 글에는 천 이름이 셋 적혀 있었다. 수현은 이름을 안다고 그 꾸러미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백에 썼다. 새로 짠 천과 수선 맡긴 천, 이미 값을 받은 천이 같은 상에 놓이는지도 물었다.
조일은 천의 값부터 물으면 큰돈인지 빨리 알 수 있겠다고 했다. 수현은 큰돈이면 남의 꾸러미를 잘못 내줘도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견습은 그 말은 아주 비싸게 받겠다고 웃었다.
그는 글에 적힌 물건을 상상으로 배열하지 않았다. 실제 가게에서 손님이 보는 앞면과 주인이 보는 뒷면을 함께 알아야 했다. 오늘 자기 나무집의 표시 하나도 두 사람이 다르게 읽었다.
그 경험을 다른 가게에서 반드시 통하는 답으로 팔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무엇을 먼저 물으면 좋을지는 어제보다 구체적이었다. 수현은 자기 검사 자가 있는 어두운 곳을 한 번 보고, 여백에 앉을 자리가 있는지도 보탰다.
조일은 이번에도 일을 받으려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아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글을 접어 덮개 밑으로 넣지 않았다.
자기 도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날에 다른 사람의 물건을 다루는 방법을 묻는 문장이 왔다. 그는 내일의 몸과 점포에서 가능한 범위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답을 썼다. 자를 들지 않은 손으로도 받을 수 있는 질문인지, 그다음에 값을 정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