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자는 종이를 가져오지 않았다. 백수현은 빈손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가, 그 안심부터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다. 백가 수리점의 문을 넘었다고 모든 물건이 감정대에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백일흔하루째 낮이었다. 함서린이 먼저 전한 문의는 회랑 창고의 공개 설명을 읽고 생긴 것이었다. 자기 보관 사본도 같은 줄 배치를 썼는지 듣고 싶다는 말이었다. 수현은 물건을 받지 않고 내용부터 듣는 짧은 자리를 고를 수 있다고 답했다.
남자는 자기를 심우라고 소개했다. 버들나루 안쪽에서 종이를 잘라 팔고 짧은 안내를 대신 쓰는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아버지 때부터 보관한 사본이 하나 있었고, 그 사본의 오른쪽 두 칸 때문에 이웃과 말이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이웃의 이름부터 묻지 않았다. 오늘 확인할 질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심우는 두 칸에 자국이 있으니 받침 둘을 받은 증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수현은 손바닥을 탁자 위에 얹었다. 자기 사본에서 아직 모르는 이름과 비슷한 말이었다.
그러나 같은 물건이라고 할 근거는 없었다. 공개 설명에 쓰인 받침이라는 말도 완전히 읽힌 이름은 아니었다. 수현은 그 부분을 먼저 말했다. 심우는 그래서 그 말을 옮겨 쓴 것은 아니며 자기 사본에도 두 줄이 있다고 답했다.
“두 줄이 있다는 것과 둘을 받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수현이 말했다. 심우는 바로 그 답을 종이에 써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의 종이를 본 적도 없었다. 지금 말한 것은 확인의 가능성이었지 그 사본에 붙일 결론이 아니었다.
남자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빈손으로 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수현은 물건을 들고 오지 않은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오늘은 어디에 보관돼 있고 누가 볼 수 있게 할 권한을 갖는지부터 듣기로 한 자리였다.
심우는 가게 뒤 높은 함에 보관했다고 했다. 함은 자기 것이지만 사본은 아버지가 다른 가게와 주고받은 묶음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함께 묶인 다른 종이에는 남의 거래 내역이 있었다. 수현은 그 전체를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다.
함서린이 미리 정해 준 범위는 문의자가 현재 허용할 수 있는 면과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 거래의 진위나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 판정하는 일은 아니었다. 수현은 그 범위를 자기 말로 한 번 더 읽었다. 심우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조일이 물을 내려놓았다. 그는 곧 자기 안내의 글을 쓰러 가야 했다. 심우는 견습의 손에 묻은 먹을 보고 자기 가게에서도 젊은 필경사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조일은 현재 맡은 일이 먼저 있다고 답했다. 수현은 대신 약속하지 않았다.
심우는 잔을 두 손으로 잡았다. 이웃이 공개 설명을 보고 두 칸은 늘 물건 둘을 뜻하느냐고 물었는데, 자기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수현은 그 말을 처음 듣고 남자를 봤다. 단순히 남에게 오해받은 사람이 온 것은 아니었다.
“제가 먼저 아는 척했습니다. 그러니 틀렸다는 글을 받으면 끝날 줄 알았어요.”
남자가 말했다. 수현은 자기 사본의 이름을 알아야 할 것 같았던 어제 마음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비슷한 마음이 현재 종이를 읽어 주지는 않았다. 그는 남자가 무엇을 고칠 수 있는지부터 나눠 말했다.
두 칸이 늘 수량 둘을 뜻한다고 말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지금 정정할 수 있었다. 자기 사본의 실제 칸이 무슨 용도인지, 자국을 누가 언제 남겼는지는 다른 질문이었다. 수현이 글 한 장으로 그 둘을 한꺼번에 끝낼 수는 없었다.
심우는 이웃에게 가서 모른다고 말해야 하느냐고 했다. 수현은 자기가 본 것과 추측한 것을 나누면 된다고 답했다. 말하고 나니 너무 쉬운 훈계처럼 들렸다. 그는 자신도 이름 칸을 오래 보며 아는 이름을 넣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웃었다. 수현은 자기 과거를 새로운 친분의 보증으로 쓰지는 않았다. 오늘 남자가 물어야 할 면은 따로 있었다. 함을 여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른 종이를 가린 채 해당 면만 볼 수 있는지, 현재 보관 담당과 의논할 수 있는지였다.
심우는 자기가 혼자 함을 내리면 묶음이 꺾일까 봐 아직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수현은 잘했다고 말했다. 자기 손이 온전해 보였더라도 그 함을 대신 내리러 갈 일은 아니었다. 지금 손은 말이 길어지는 동안에도 작게 떨리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그 손에 잠깐 머물렀다. 수현은 천으로 손을 덮지 않았다. 현재 정밀 감정을 재개하지 않았으며, 오늘 가능했던 것은 짧은 문의를 듣는 일이었다. 사본의 배치를 보게 되더라도 같은 범위의 시각 확인과 별도 조건이 필요했다.
심우는 그럼 금속을 가져와도 안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그렇다고 답했다. 마침 종이를 보게 됐다는 사실이 새 검사 자격이나 몸의 회복을 뜻하지는 않았다. 남자는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과하게 맹세하지는 않았다.
가게 앞에서 수레가 지나갔다. 쇠바퀴가 돌에 부딪히자 수현의 귀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그는 말을 멈추고 물을 마셨다. 심우는 자기 설명을 서두르려다가 수현이 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조일은 문을 조금 닫아 소리를 줄였다.
수현은 오늘 더 들을 수 있는 때가 끝나 간다고 말했다. 남자는 마지막 질문만 하겠다며 그럼 백가가 사본을 봐 주는 일은 얼마인지 물었다. 수현은 오늘 듣는 범위에는 미리 정한 몫이 있고, 실제 비교는 자료와 시간을 확인한 뒤 따로 답하겠다고 했다.
모든 문의가 공짜로 길어지면 가게는 밥값을 잃었다. 그렇다고 아직 받지도 않은 일을 확정한 품으로 셀 수는 없었다. 수현은 남자가 지금 가져온 부탁과 이후 가능할 부탁을 서로 다른 줄로 남겼다. 심우도 그 차이를 읽었다.
그는 오늘의 정한 몫을 치르고 영수 기록을 받았다. 수현은 누가 옛 물건을 받았는지 밝혀 주겠다는 약속을 쓰지 않았다. 공개 설명의 일반화에 관한 문의를 듣고 현재 보관과 확인 범위를 나눈 자리라는 내용이었다.
심우는 떠나기 전에 이웃에게 먼저 고칠 말을 들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자기가 판정을 받았다는 식으로 쓰지 않는다면 오늘 본인이 근거 없이 일반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남자는 그 문장을 자기 말로 다시 해 봤다.
그것이면 충분히 짧았다. 아버지의 사본에 두 칸이 있는 것은 보았으나, 그것이 수량 둘이라는 근거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 심우가 말한 뒤 수현은 그가 오늘 자기 눈으로 본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자가 나간 뒤 조일이 빈 잔을 가져갔다. 견습은 오늘 종이를 하나도 안 봤는데도 일이 끝났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문의를 듣기로 한 일은 끝났다고 답했다. 실제 사본을 볼 일은 아직 생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일은 그 차이를 자기 장부에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오늘 받은 몫과 오늘 쓴 때를 남기면 된다고 답했다. 앞으로 받을지도 모를 돈은 빈칸이었다. 견습은 그 빈칸이 많아져도 쌀값까지 비우지는 말자고 했다.
수현이 웃었다. 그는 남은 쌀을 확인한 어제의 계산을 떠올렸다. 현재 먹을 양과 미래 기대는 달랐다. 오늘의 작은 수입이 가게를 구해 주지는 않았으나, 쓴 때를 모두 없던 것처럼 두지 않은 점은 실제로 남았다.
오후에는 함서린에게 문의자의 질문과 현재 보관 상태를 전했다. 사본 내용은 보지 않았으며 두 칸의 용도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적었다. 다른 거래 면을 가리는 방법과 현재 열람 가능한 범위를 안내할 창구를 요청했다.
서기의 답은 늦은 낮에 왔다. 문의자가 원하면 현재 자기 보관 자료의 열람 범위를 먼저 정할 수 있고, 백가에 배정된 새 일은 아직 없다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답을 심우에게 옮겼다. 그가 가게 전체 묶음을 들고 오지 않도록 문장도 짧게 했다.
조일은 자기 안내의 끝 문장을 쓰고 있었다. 주문할 때와 찾아갈 때를 나눴지만, 글의 마지막 줄에서 다시 둘이 붙었다고 했다. 수현은 읽어 달라는 부탁을 받기 전에는 고쳐 주지 않았다. 견습은 짧게 소리로 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귀가 조금 피곤하니 오늘은 글로 두 줄만 보겠다고 답했다. 조일은 원하는 범위를 골라 보여 줬다. ‘찾는 날 전에 값을 정한다’는 문장은 주문 때인지 인수 때인지 모호했다. 수현은 그 부분을 가리키고 나머지는 읽지 않았다.
견습은 자기 질문을 적었다. 가게가 실제로 언제 값을 정하는지 다시 받아야 했다. 수현은 그가 문장을 더 멋있게 만드는 대신 현재 일을 묻는 쪽을 고르는 것을 봤다. 자기 말버릇이 견습에게 옮겨 간 것 같았지만 전부 자기 공은 아니었다.
조일은 안내를 말려 둘 빈 판을 찾다가 수현의 기록 곁에 놓으려 했다. 수현이 다른 쪽을 가리켰다. 먹이 옮으면 두 종이의 출처를 다시 설명해야 했다. 견습은 그렇겠다고 말하고 판을 따로 받쳤다.
잠깐 뒤 조일이 오늘은 남의 자국 뜻을 묻는 날인데 자기 자국을 더 만들 뻔했다고 웃었다. 수현도 웃었다. 대단한 증거 보존이 아니라 현재 책상 한쪽을 비우는 일이었다. 손이 덜 쓰이는 날에도 지킬 수 있는 순서가 있었다.
저녁에 윤초를 잠깐 만났다. 그녀는 오늘 같은 칸을 묻는 사람이 왔다는 말을 듣고 같은 답을 받았느냐고 했다. 수현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자기 말을 고칠 자리를 들었다고 답했다. 윤초는 그럼 싸우러 온 사람은 아니었냐고 물었다.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남자가 처음 자기 잘못을 숨기려 한 것인지 나중에 말할 때를 고른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실제로 말했고 그 뒤 할 수 있는 정정을 나눴다. 윤초는 자신이 아는 것은 거기까지라고 정리했다.
두 사람은 벽 쪽에 잠깐 앉았다. 윤초는 오늘 손목이 더 무거워 오래 기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녀의 아프지 않은 쪽 곁에 자기 손을 놓았다. 잡을지는 먼저 물었고 그녀는 오늘은 그냥 나란히 두자고 했다.
손이 닿지 않은 채 같은 돌 위에 있었다. 수현은 그 모습이 조금 좋았다. 힘을 써야만 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윤초는 그의 손끝이 아직 떤다고 직접 말했고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용한 저녁이 몸의 상태를 지우지는 않았다.
그녀가 떠난 뒤 수현은 가게로 돌아왔다. 심우의 새 전갈이 와 있었다. 이웃에게 일반화한 말을 고쳤고, 현재 사본의 해당 면만 볼 수 있게 하는 안내를 먼저 듣겠다는 답이었다. 수현은 그 말을 읽고 함을 열지 않았다.
오늘도 백가 사본의 이름은 모르는 채였다. 새 문의자의 사본 역시 아직 보지 않았다. 두 모름은 같은 함 안에 넣지 않았다. 수현은 각각의 제목을 달리 적고, 다음에 실제로 무엇을 볼 수 있는지가 올 때까지 자기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