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초안에는 모두가 같은 거리에 앉는다고 적혀 있었다.
서른셋째 아침 합의회 마당에 놓인 탁자는 같지 않았다. 상단 쪽에서는 시편의 위가 보였고 수현 쪽에서는 받침판의 옆만 보였다. 높은 단 아래에 앉는 증인들은 어느 쪽에서도 쇠의 끝을 볼 수 없었다. 수현은 글자를 고치기 전에 실제 앉을 자리에 앉아 보자고 했다.
위원 하나가 의자 이야기로 아침을 다 쓸 것이냐고 물었다. 서린은 시편 번호를 읽을 수 없는 자리에서 동의부터 받으면 다시 아침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조일이 빈 나무막대에 번호를 달아 탁자에 놓았다. 뒷자리에서는 끈에 매단 표지의 뒷면만 보였다.
그들은 안쪽의 낮은 대조대와 바깥 열람 자리를 나눴다. 가까운 자리에서 각각 읽은 값은 두 사람이 따로 적고 바깥에서 들을 수 있게 읽었다. 모든 구경꾼이 증거 가까이 와 만지는 방식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조 기록을 나중에 읽을 창구도 있어야 했다.
상단 반론인은 수현이 감정 자격도 없이 기구를 고르려 한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말에 자꾸 주먹을 쥐고 싶어졌다. 오늘 자신에게 필요한 자리는 다시 증서를 내는 자리보다 좁았다. 그는 정지 통지와 지금까지 작성한 대조 목록을 나란히 놓았다.
“제가 읽은 숫자에 질문을 받겠습니다. 새 공식 감정은 자격이 있는 다른 분들이 해 주십시오. 그분이 쓸 물건을 한쪽만 고르지 말자는 요청입니다.”
상단은 자기 비용으로 데려올 전문가의 이름을 밝혔다. 적수진에서 검과 창을 검사해 온 장인 여문택이었다. 수현은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가 실제 어떤 시험을 했는지는 몰랐다. 이름만으로 믿거나 상단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거짓말쟁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문택은 아직 오지 않았다. 대신 낸 조건에는 자기 소견을 상단의 문구로 고치지 못하며 실패 결과도 모두 기록한다는 항목이 있었다. 허담은 그 줄을 보고 자기 조건에도 넣겠다고 했다. 반론인은 두 사람의 조건을 같은 종이에서 검토하자고 답했다.
첫 다툼은 돈이었다. 공동 장인이 상단의 여비를 받으면 상단 편이고 합의회 돈을 받으면 합의회 편이 되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서린은 돈을 내는 곳을 숨기지 않되 결론을 대가 조건으로 삼지 못하게 하자고 했다. 품삯과 소견의 일치를 서로 다른 칸으로 두었다.
수현은 자기 가게가 독립 비용을 전부 내겠다고 할 뻔했다. 어제 남은 동전으로는 그런 약속을 할 수 없었다. 그는 허담의 반나절, 유란의 측정 시간, 새 시편 재료값과 보관비를 따로 읽었다. 누군가 한꺼번에 대신 내면 설명은 짧아졌겠지만,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더 길게 남겨야 했다.
합의회는 공통 검증에 필요한 승인 시간과 보관을 부담하고 양측이 따로 요청하는 추가 감정은 각자 비용을 밝히기로 했다. 형편 때문에 필요한 반대 질문을 아예 못 하는 경우에는 별도 지원을 심리 담당에게 요청할 수 있었다. 승인되지 않은 비용을 이미 받을 돈처럼 적지 않았다.
원본 문제는 더 느렸다. 상단은 파검을 자기 장인 공방에 가져가 하루를 보고 싶다고 했다. 회랑 창고 보관인은 양쪽 입회와 봉인 없이 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수현은 자기에게 유리한 말이라고 곧바로 그 뒤에 숨지 않았다. 창고 안에서 가능한 관찰과 불가능한 작업부터 물었다.
긴 파검과 짧은 파편은 처음 목록 그대로였다. 주 장인이 앞서 절단한 합의회 보관 시편의 절편과 남은 검, 가루는 그 파검의 일부가 아니었다. 조일은 초안의 ‘파검 절편’이라는 짧은 말을 보다가 실제 물건 번호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대로 읽으면 처음 검을 잘랐다고 들릴 겁니다.”
서린이 초안에 정정선을 남겼다. 이미 공개한 대조 목록에도 잘못 옮긴 곳이 있는지 확인 항목을 붙였다. 수현은 그 실수 때문에 시작이 늦어지는 것이 불편했다. 곧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은 짧은 파편부터 종이에서 바뀔 뻔했다는 것을 알았다.
증거품에는 새 가열과 연마를 하지 않기로 했다. 더 나은 단면을 보겠다고 원래 금을 갈아 버리면 다음 사람이 처음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파괴가 필요한 시험은 출처와 만드는 과정을 공개한 별도 재현 시편에 한정하고, 시험 뒤 남은 조각과 가루도 버리지 않기로 했다.
상단은 재현 시편이 실제 납품품과 다르면 결과가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다. 허담은 같다고 가정할 조건과 같지 못한 조건을 먼저 적어야 한다고 답했다. 새 쇠가 옛 밤을 그대로 돌아오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특정 설명이 실제로 가능한지 가려 볼 수는 있었다.
점심을 앞두고 비가 왔다. 마당 가장자리에서 기다리던 화주들이 처마 안으로 몰렸다. 조일이 종이함을 안쪽으로 당기자 표지의 먹이 소매에 조금 묻었다. 수현은 젖은 글자를 문지르지 말라고 했다. 복사한 표지였고 원본은 안쪽의 마른 받침에 있었지만, 어느 글자가 변했는지는 남겨야 했다.
비를 피해 들어온 삽 주인이 어제 맡긴 물건은 오늘 받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심리 협의가 길어진다는 이유로 손님을 기다리게 했음을 그제야 떠올렸다. 조일이 허담 공방에 들러 작업 시각을 확인하고 가게 안내를 바꾸기로 했다. 수현은 그 시간을 심리 사본 작성 시간에 함께 넣지 않았다.
잠깐 늦게 돌아온 견습은 삽날이 아직 뜨겁다고 했다. 허담은 자기 공방 작업자에게 정한 범위를 인계했고 식힌 뒤 맞춤을 확인할 참이었다. 손님은 오늘 해 지기 전이면 된다고 답했다. 사건의 이름을 빌려 손님이 당연히 기다릴 사람처럼 남겨 두지 않을 수 있었다.
서린은 수현에게 밥을 가져오라고 했다. 손을 오래 떨며 붓을 잡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새 결청을 하지 않았으나 글자를 따라가는 귀에도 피로가 쌓였다. 마당에서 고함이 울리면 가는 쇳소리처럼 머리 안에 남았다.
“제가 빠져 있을 때 정해지면요?”
“당사자가 의견을 말할 항목은 표시해 두겠습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의견은 아닙니다.”
수현은 그 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처마 끝에 앉았다. 조일이 국그릇을 앞에 놓았다. 견습은 반대 감정이라는 말이 자기 답을 미리 틀렸다고 정해 놓고 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숟가락을 든 채 잠깐 생각했다.
“다른 쪽에서 내가 놓친 것을 찾아보게 하는 거야. 찾은 것이 있으면 내 말이 작아지겠지.”
“없으면요?”
“없었다고 남기고. 그래도 다음 질문은 할 수 있어야지.”
소년은 국에 뜬 얇은 채소를 건졌다. 그럼 자기는 오늘 삽 주인이 언제 오느냐고 세 번 물은 것도 반대 감정이냐고 했다. 수현은 그건 예약표에 자기가 답을 안 적은 탓이라고 했다. 조일은 그렇게라도 답이 하나 나왔다며 남은 국을 마셨다.
오후에는 증인에게 질문하는 순서를 정했다. 한 방에 모아 같은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면 서로의 기억이 섞일 수 있었다. 사전에 서린이 받은 문답은 작성 경위와 허용 공개 범위를 확인하고, 새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도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양측이 질문할 수 있되 상대 가족의 주소를 공개 마당에서 읽지 못했다.
윤초의 참여는 관아와 별도 협의해야 했다. 그녀가 심리에 오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출입 통제가 사라지지 않았다. 손목을 써야 하는 동작 재현은 오늘 조건에 넣지 않았다. 그가 전달하도록 허락받은 문장은 준비 담당에게만 읽혔다.
한 위원은 상단의 해명을 듣는 날 모든 형사 문제도 같이 닫자고 했다. 심리를 오래 끌면 거래가 멎는다는 이유였다. 서린은 납품과 검사, 거래 대금의 책임을 다루는 합의회 심리와 관아의 살인·방화 조사는 별도라고 다시 읽었다. 마당의 박수로 형사 유죄를 정할 수 없었다.
상단 반론인도 그 구분에는 동의했다. 수현은 자기 편의 말만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던 오전을 돌아봤다. 다른 뜻으로 같은 조건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그 조건이 다음 질문까지 살려 두는지를 봐야 했다.
공개 심리의 첫날은 이틀 뒤로 잡혔다. 내일은 문택이 도착해 허담과 시험 조건 및 기구를 맞춘다. 첫날은 쟁점과 자료를 확인하고, 그다음 날은 합의한 범위의 재현 시험을 한다. 서둘러 한낮에 전부 결론 내리지 않기로 했다. 날씨나 준비가 어긋나면 바뀐 일정도 같은 창구에 알렸다.
수현은 종이 위의 이틀을 보았다. 그동안 가게를 닫을 것인지, 누가 물건을 받을 것인지 계산해야 했다. 조일은 오전과 저녁 접수만 열고 큰 수리 예약을 더 받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수현은 견습에게 혼자 큰 불과 연장을 맡기지 않는 범위에서 그 안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누가 첫 시편을 고를지가 남았다. 상단은 자기 납품품의 겉치수가 정상인 검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허담은 그 물건을 보되 공통 방법으로 뽑은 별도 시편과 비교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현은 겉치수가 정상이라는 말이 내부도 정상이라는 말로 흘러가지 않도록 대상 범위를 붙였다.
양측은 보관된 비교 대상 목록을 먼저 받기로 했다.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물건만 골라 조용히 바꾸지 못하게 번호와 선택 이유를 적는다. 반대편은 제외한 물건을 물을 수 있고, 보존 담당은 인계 전후 상태를 읽어 준다. 새 흠집이 있으면 시험 전에 멈춘다.
초안이 마지막으로 읽힐 때 수현은 자신의 이름이 감정인 칸에 없는 것을 보았다. 당사자 설명자, 기존 측정 기록 제출자. 그 작은 두 줄이었다. 손끝이 돌아오면 저절로 제자리에 갈 줄 알았던 이름은 여전히 다른 자리에 있었다.
그는 그 줄 아래 동의했다. 서린은 동의가 자격 정지 이의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읽었다. 수현은 자기 몫의 반대 질문을 남긴 채 남의 반대 질문도 받았다. 자격을 다시 얻기 위해 필요한 일과 오늘 결과를 틀리지 않게 만드는 일이 전부 같지는 않았다.
저녁 가게에서 삽 주인이 자루를 맞췄다. 짧아진 날은 처음 물건보다 작았지만 밭고랑 폭에는 맞았다. 그는 돌을 비틀 때는 쓰지 말라는 말을 다시 확인하고 잔금을 냈다. 수현은 새 안전 증서 대신 수리 범위와 사용 제한을 적은 접수표를 건넸다.
남자가 나간 뒤 조일은 오늘 받은 잔금과 내일 공방에 줄 돈을 나눴다. 수현은 심리장 탁자의 높이를 바꾸는 일보다 이 작은 셈에서 더 쉽게 방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돈이 전부 자기 돈이면 이야기의 끝도 빨라졌을 터였다. 그는 아직 치르지 않은 품삯을 먼저 봉투에 넣었다.
비가 그친 뒤 적수진에서 온 전갈이 닿았다. 문택은 내일 도착하겠다며 질문 하나를 미리 보냈다. 허용 규격을 낮춘 사실과, 그 때문에 최초 파검이 부러졌다는 주장을 같은 시험으로 입증하려는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수현은 첫 답을 적다가 붓을 세웠다. 그가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이음의 결함과 축소된 검사, 바뀐 청구였다. 검이 부러진 날의 보관과 힘까지 모두 같은 줄에 들어와 있지는 않았다. 내일 올 장인은 수현이 가장 길게 그어 온 선의 중간에 자를 댈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