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날보다 먼저 문고리가 움직였다.
이웃 여자는 바구니를 내려놓다가 가게 문을 닫아 보았다. 문이 끝에서 걸리자 손잡이를 위로 들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자기 가게 문부터 오래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사건 서른두째 아침, 다시 문을 연 수리점에 돌아온 첫 질문은 남의 물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조일은 문 아래 쐐기를 끼웠다. 손님이 나갈 때까지 열어 두되 바람에 닫히지 않게 했다. 수현은 오른손으로 문을 들려다 멈췄다. 손바닥 겉상처는 옅었지만 힘을 주면 가는 떨림이 생겼다. 자격 정지 통지는 안쪽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오늘은 고친다고만 답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봐도 되겠습니까?”
여자는 문고리 한 쌍을 내밀었다. 하나는 손잡이 목이 휘었고 다른 하나는 받침판 구멍이 길어졌다. 손잡이를 펴면 끝나는 줄 알았다는 말에 수현은 나무문 쪽의 자국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물건을 떼어 오면서 사라진 자리가 있었다.
삽날을 가져온 남자는 기다리다 웃었다. 손잡이 없는 삽도 가져왔으니 자기는 절반만 고쳐 달라는 것이냐고 했다. 조일은 반값을 적으려는 척하다가 아직 값은 듣지도 못했다고 답했다. 수현은 두 사람이 그 웃음에 함께 숨을 푸는 것을 보았다.
삽은 끝부분의 넓은 조각이 깨져 있었다. 수현은 갈라진 곳에 쇳가루가 박혔다고 단정하지 않고 붓으로 흙부터 털었다. 남자는 돌밭에서 지렛대처럼 썼다고 했다. 평소 땅을 파는 힘과 옆으로 비트는 힘은 달랐다. 지금 남은 폭을 그대로 날로 만들면 삽자루와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제 심리가 열린다더니 이제 이런 것은 안 받는 줄 알았소.”
“심리에서 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수현이 말하자 조일이 쌀독 쪽을 보았다. 너무 빨리 돌아본 탓에 오히려 웃음이 났다.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냈지만 수현은 아직 받지 않았다. 웃음을 대금 대신 받을 수는 없어도, 덜컥 받은 대금이 못 할 일을 시키게 둘 수도 없었다.
그는 맡을 일을 나눴다. 손잡이와 받침판의 치수, 새 부품을 맞출 여유는 자기가 본다. 곧게 펴고 구멍을 다시 뚫는 힘쓰는 일은 유란 공방에 부탁할 수 있는지 먼저 묻는다. 삽날은 허담에게 재단과 가열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오늘 점심까지 답을 못 받으면 물건을 그대로 돌려준다.
여자는 그럼 중간에서 값을 한 번 더 받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그렇다고 했다. 대신 어디에 쓰는 값인지 적어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전부 할 수 없다는 말 뒤에 무료로 하겠다는 말을 붙이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조일이 새 접수장을 폈다. 사건 사본은 보존 표지 아래 다른 선반에 있었고, 오늘 물건에는 새 수리 번호를 달았다. 여자는 이름을 적는 자리가 바깥에 드러나지 않게 접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물건표에는 번호만 두고 주인 이름은 안쪽 면에 적었다.
이웃 둘은 오전 장을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아직 수리 계약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수현은 세운 삽날을 보고 손이 근질거렸다. 이 정도는 자기도 모루 앞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날 같은 생각으로 세 번 오래 결청을 쓴 뒤 무엇이 멎었는지 기억했다.
유란은 오전에 한 차례만 가게를 오갈 수 있다고 답했다. 자기 예약을 미루면 되겠다는 제안을 수현이 하기도 전에 잘랐다. 조일이 물건의 그림과 구멍 간격을 가져가 먼저 보이고, 실제 가열 여부는 공방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허담은 삽을 짧게 고치는 일이 새 날을 붙이는 일보다 나을지 현물을 보겠다고 했다.
조일은 두 곳을 한 번에 돌려고 같은 바구니에 삽날과 문고리를 넣었다. 휘어진 손잡이가 삽의 깨진 끝에 닿았다. 수현이 손을 뻗기 전에 견습이 멈췄다. 그는 빈 헝겊을 사이에 끼우고 삽날을 판에 묶었다. 물건을 구별한 장부보다 먼저 물건이 서로를 긁지 않게 해야 했다.
견습이 나간 동안 수현은 가게 문을 봤다. 쐐기를 빼면 아래 모서리가 바닥을 긁었다. 손잡이를 잡아 올리면 문 자체의 무게가 손목에 실렸다. 그는 힘으로 확인하지 않고 문과 문틀 사이에 얇은 종이를 넣어 어디서 끼는지 살폈다. 오래된 경첩의 핀과 새로 벌어진 나무 틈은 다른 문제였다.
숙부라면 소매를 걷고 바로 들어 올렸을 것 같았다. 그러다 수현은 기억 속의 숙부도 허리가 아픈 날에는 조수를 불렀다는 것을 떠올렸다. 죽은 사람의 힘은 살아 있는 제자의 부끄러움 때문에 자꾸 커졌다. 그는 문 아래에 접근하지 말라는 작은 받침을 놓고 목수 박완에게 가능한 시각을 물었다.
낮에 돌아온 손님들은 먼저 견적을 읽었다. 문고리의 휜 목을 펴는 값, 받침판을 바꾸는 재료값, 수현의 치수와 맞춤 확인, 공방 왕복을 맡은 조일의 시간. 여자는 받을 때까지 손잡이를 못 쓰면 문을 어떻게 닫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종이에 없는 시간을 발견했다. 유란은 먼저 한쪽을 고쳐 돌려주고 다음 것을 받으면 된다고 전갈했다. 왕복은 늘지만 집 문을 하루 종일 못 닫게 만들지는 않았다. 여자는 그것이면 된다며 한쪽만 맡겼다. 나머지 손잡이는 자기 보자기에 넣었다.
삽 주인은 새 삽을 사는 값과 비교했다. 허담은 깨진 부분을 정리해 폭을 줄이면 작은 밭고랑용으로 쓸 수 있으나 돌을 젖히는 용도는 못 맡겠다고 했다. 새 날을 붙여 처음과 같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남자는 자기가 가진 좁은 삽자루의 폭을 재 온 뒤 범위를 정하겠다고 했다.
여자는 선금을 내기 전에 작업이 중간에서 멎으면 어찌 되는지도 물었다. 수현은 이미 쓴 재료와 실제 한 일은 따로 설명하고, 아직 하지 않은 몫은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조일이 그 문장을 접수장 양쪽에 똑같이 옮겼다. 여자는 값이 싼지보다 자기 물건이 어느 공방에 언제 있는지를 알려 달라고 했다. 수현은 오늘 저녁 인수와 남은 부품 확인을 실제 연락 약속에 넣었다. 가게 문이 다시 열렸다고 주인이 하루 종일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빈 바구니가 다시 문턱에 놓였다. 수현은 이 첫 의뢰도 절반은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조일은 그럼 남은 절반의 접수 시각을 쓰겠다고 했다. 손님은 둘이고 돈은 아직 한 건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오전의 빈 예약판과는 달랐다.
여자는 문고리 재료비 일부만 먼저 냈다. 수현은 그 돈에서 쌀값을 꺼내려다가 별도 봉투에 넣었다. 작업을 못 하면 돌려줄 돈이 있었다. 조일의 오늘 운반 품삯은 자기 운영비에서 먼저 내야 했다. 물건이 돌아온다고 모든 돈이 쓰기 좋은 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후 유란이 완성한 첫 손잡이를 직접 가져왔다. 펴는 동안 휜 목 안쪽에 드러난 가는 자국은 다시 맞춰 쓰기 어렵다고 했다. 원래 견적의 펴기 작업은 멈췄고 주인에게 설명한 뒤 보유한 다른 손잡이와 맞는 교체 부품으로 바꿨다. 수현은 새 부품의 치수를 대조했다.
그녀는 가게 문을 보고 혀를 찼다. 고객 문고리를 맡은 집 문부터 위로 들어야 하느냐는 말이었다. 수현은 박완이 올 때까지 쐐기를 두겠다고 했다. 유란은 다른 약속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쇠를 펴는 손과 문 무게를 받치는 손이 꼭 같은 손일 필요는 없었다.
해가 기울 때 여자와 함께 집으로 갔다. 수현은 작은 자와 종이만 들었고 조일이 공구함을 맡았다. 문은 가게에서 그린 것보다 아래쪽이 부풀어 있었다. 맞춰 만든 받침판을 그대로 조이면 손잡이가 다시 비틀릴 자리였다.
“쇠가 아니라 문이었네요.”
조일이 말했다. 여자는 그러면 어제 가져온 물건이 쓸데없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둘 다 봐야 했다고 답했다. 휜 쇠도 실제로 바뀌었고, 남은 나무 문제도 실제로 있었다. 하나를 찾았다고 다른 것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들은 억지로 구멍을 넓히지 않았다. 조일이 문이 닫히는 위치를 표시하고, 여자가 안에서 열고 밖에서 다시 닫아 보았다. 임시 맞춤으로 쓸 수 있는 범위와 목수에게 확인할 부분을 나눴다. 여자는 밤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뒤 오늘 몫의 값을 냈다.
수현은 완전히 고쳤다는 접수표 대신 오늘 바꾼 부품과 남은 작업을 읽어 주었다. 여자는 종이를 접어 문 옆 함에 넣었다. 심리에서 자격이 멎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자기 문에는 어디까지 했는지를 써 준 것이 필요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삽 주인이 자루를 들고 따라왔다. 좁은 자루의 맞춤이 허담이 제안한 폭에 들었다. 그는 작은 밭에 쓸 것이라며 작업 범위와 값을 받아들였다. 내일 가열을 맡길 시각까지 정한 뒤 선금을 냈다. 오늘 문을 열고 받은 일은 두 건이 되었지만 완료는 한 건의 한 부분이었다.
가게에는 박완이 와 있었다. 그는 문짝을 받침으로 떠받치고 조일과 경첩 핀의 마모를 확인했다. 수현은 옆에서 자를 대고 같은 틈을 읽었다. 자기 문을 고칠 때도 손을 빌렸고 값을 물었다. 박완은 다음 두 번의 큰 목재 운반까지 맡겠다는 제안은 거절했다.
“오늘 문 하나요. 내일은 내 문들이 기다리오.”
수현은 그 제한을 예약판에 적었다. 문짝이 아래를 긁지 않자 가게 안의 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문을 세게 닫지 않아도 닫혔다. 손이 아닌 경첩 하나를 고친 뒤 하루가 끝났다.
저녁 셈에서는 새 재료와 다른 공방 몫, 조일의 운반과 기록 시간이 빠졌다. 수현에게 남은 돈은 작았다. 상단 공급 중단을 풀거나 다음 달 쌀을 보장할 액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 실제로 한 일의 값이었고, 윤초 선금 봉투를 열지 않아도 되는 몫이었다.
그는 허락된 면담 시간에 윤초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삽을 고쳐 달라는 사람도 자기 검 이야기를 물었느냐고 했다. 수현은 묻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초가 왼손으로 옷소매를 정리했다. 오른손목의 천은 그대로였다.
“그런 날도 있어야겠지.”
수현은 그녀가 가게의 회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고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직 돌아갈 길이 따로 있었다. 그는 내일 심리 절차를 협의한다는 통지를 전하고, 본인에게 불리한 기록도 질문 대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윤초는 관아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자기 진술에 대한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다만 상대가 검을 쥐어 재현하라면 못 한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그 문장을 받아 적기 전에 밖에 전달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심리 준비 담당에게만 허락했다.
가게로 돌아오니 서린의 봉함 문서가 기다렸다. 합의회가 보내온 심리 초안이었다. 질문할 사람의 이름과 문서 열람 범위가 적혀 있었으나 반대편 전문가의 시편 선택은 상단 추천 물건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수현은 오늘 손님이 가져온 문고리를 떠올렸다. 자신이 편한 쪽의 쇠만 골라 보면 문은 계속 걸렸다. 공개 마당에서 같은 일을 하면 더 많은 손이 문 밖에 남을 터였다. 그는 내일 첫 질문 옆에 적었다. 누가 물건을 고르고, 누가 고른 물건에 반대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