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자의 이름은 맨 아래에 없었다.
수현은 장부의 마지막 인장을 보다가 처음 면으로 돌아갔다. 어제까지 결재라고 읽은 표지는 비용을 옮긴 부서의 확인이었다. 실제 승인자는 별첨의 시행 조건 옆에 있었다. 줄 끝의 작은 획 하나 때문에 이름이 약자로 줄어 보였다.
사건 서른한째 아침, 지정 보관실에서 옮긴 원본은 보관인 둘 앞에 놓였다. 본부 결재 담당은 장부보다 먼저 자기 권한의 범위를 말했다. 자신은 당시 서류를 접수하고 돌려보낸 사람이며 총주의 생각을 대신 답할 수 없었다. 서린은 그 말부터 적었다.
장명상단 총주 문태겸. 그는 그 자리에 오지 않았다. 상단 반론인이 위임받아 앉았으나 확인하지 않은 일을 대신 인정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수현은 빈 의자를 보고 불참 자체를 잘못의 증거로 쓰고 싶어졌다. 아직 부른 절차와 응답 시한도 따로 판단해야 했다.
오늘 먼저 물을 것은 종이였다. 서린은 승인 요청의 접수번호와 첨부 목록을 읽었다. 기존의 검사 인원과 기간, 바뀐 대표물 대조, 겉모양 인수 뒤 추가 내부 검토 여부가 항목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느 것이 결재자에게 전달됐는지 먼저 확인했다.
담당은 이 목록이 자기가 받은 것이라고 했다. 접수 때 눌러 찍은 표지가 장부의 이어진 면과 맞았다. 그러나 목록이 맞는다는 말만으로 안에 같은 문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현은 묶임구멍과 면수를 봤다. 보관인이 원래 연결 상태를 설명했다.
첫 장 뒤에 한 면이 빠진 듯 보였다. 수현의 가슴이 뛰었다. 상단 반론인이 곧바로 끼워 넣은 자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린은 양쪽 말을 멈추고 목록의 접힌 안쪽을 받침 위에서 폈다. 빈 면은 떼어 낸 흔적이 아니라 서류를 다시 묶을 때 세어 넣은 표지였다.
수현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빠진 종이를 찾았다는 답도, 누군가 새로 넣었다는 답도 오늘 제일 쉬운 방향이었다. 둘 다 첫 확인 앞에서 멎었다. 조일은 빈 표지에도 면수가 있었다고 따로 적었다.
담당은 요청 묶음의 표지를 자기가 썼다고 진술했다. 검사 공정은 몰랐지만 변경 전후의 인원과 청구 예산이 같이 있다는 것은 읽었다고 했다. 그 말과 승인 면의 첨부 지시가 이어졌다. 모연은 자기가 가져온 생산 장부의 날짜와 방문 인원을 읽었다. 두 기록은 다른 곳에서 같은 축소를 가리켰다.
“총주는 숫자가 줄었다는 것만 본 겁니다. 그게 안전 검사를 안 한다는 뜻인지 알았다는 증거는 없지요.”
상단 반론인이 말했다. 수현은 그 말의 남은 자리를 보았다. 일을 줄였다는 것과 부적합한 물건을 알면서 내보냈다는 것은 다르다. 그는 혀끝에 걸린 성급한 단정을 삼키고, 어떤 위험이 보고됐는지를 물었다.
승인 면에는 조건이 있었다. 되돌림 물건을 새 인수 구분으로 받되, 추가 내부 확인은 보급소의 겉모양 확인으로 갈음한다는 요청을 승인했다. 수현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추가 확인이 다른 곳에서 따로 시행되는 것으로 믿었다는 해명과는 맞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기존 검사비 항목을 유지한다는 별도 승인이 있었다. 문태겸의 이름 옆에는 시행 조건을 보고 허가한다는 짧은 확인이 붙었다. 결재 담당은 당시 총주의 확인 표지를 기록한 대장과 대조했고, 같은 날 돌려보낸 회신 사본의 목록도 맞았다.
상단 반론인은 인장만으로 본인이 읽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린은 누가 직접 결재 장면을 보았는지 물었다. 담당은 본인이 방 안에서 읽어 드리고 그 자리에서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그 진술은 장부와 별도였다. 반론인은 그때 동석한 다른 사람을 확인할 기회를 요청했다.
수현은 요청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늘 직접 볼 수 있는 기록과 한 사람의 목격이 생겼다. 그렇다고 반대 질문을 닫으면 자기가 숙부의 숫자 아래에서 했던 일을 버리게 됐다. 그는 확인된 연결과 추가 검증 대상을 같은 면에 남겨 달라고 했다.
다음은 돈이었다. 청구 예산과 실제 공정 지출의 차이를 전부 이익이라고 쓸 수 없었다. 숙소, 운송, 종이와 관리 인건비가 따로 있었다. 회계 담당이 실제 지급표를 꺼내자 수현은 처음으로 큰 숫자를 작게 나눠 보는 일이 반가웠다.
그들은 이름만 관리비인 칸과 수령 확인이 있는 칸을 갈랐다. 실제로 지급된 운송비는 원래 비용으로 남았다. 아직 수령인을 확인하지 못한 항목은 이익 합계에 넣지도, 정당한 비용으로 확정하지도 않았다. 남은 줄을 좋은 답에 맞춰 빼는 계산은 하지 않았다.
확인된 정산 잔액의 일부는 본부의 총주 귀속 유보금으로 옮겨졌다. 이어진 지급 면에는 문태겸 명의의 정산 수령이 있었다. 수현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연결하지 않았다. 앞에서 보던 검사비 집행번호가 이체의 근거 부표에 남아 있는지 회계 담당에게 읽게 했다.
번호는 이어졌다. 다만 한 번에 그 돈 전부가 검사비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른 거래의 정산도 섞여 있었다. 서린은 해당 집행에서 이 계정으로 넘어간 금액까지만 분리하고, 수령 총액 전체를 문제 납품 이익으로 부르지 않았다.
모연이 손가락으로 자기 임금 쪽지를 눌렀다. 조일은 그 모습을 보고 체불 몫이 이제 잡혔다고 말할 뻔했다. 수현은 먼저 모연을 봤다. 그녀는 오늘 확인된 이익과 자기들이 못 받은 품삯은 별도 청구라고 말했다. 큰돈을 찾은 기쁨이 작은 채권의 주인을 삼키게 두지 않았다.
점심을 앞두고 첫 결론이 읽혔다. 문태겸의 이름으로 축소된 검사 공정과 기존 청구 항목 유지가 승인됐고, 그 집행번호와 연결된 정산 잔액의 일부가 본인의 귀속 계정과 실제 수령에 이어졌다. 도문결 혼자 기준과 청구를 만들어 사익을 얻었다는 해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였다.
수현은 빈 의자를 다시 봤다. 처음에 그 자리에 앉힐 사람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그 사람이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 줄이 필요했다. 누군가 대신 앉으면 대신 답이 되는 심리가 되어서는 안 됐다.
모연은 정한 낮 배를 타러 나갔다. 수현과 서린은 나루까지 가지 못했고 보관인이 짐을 확인해 동행했다. 그녀는 출발 전에 자기 청구 확인 사본을 받았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종이였다.
“백 선생 이름은 제가 돌아가서도 말하겠소.”
모연이 말했다. 수현은 숙부의 이름인지 자기 이름인지 잠깐 몰랐다. 그녀는 둘 다라고 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누가 무엇을 고쳤는지 한 사람의 이름으로 줄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수현은 고맙다는 답을 늦게 했다.
그녀가 돌아선 뒤 조일은 모연이 앉았던 의자를 밀어 넣었다. 다리 밑에서 동전 하나가 나왔다. 소년은 대조 품삯에서 흘렸을지 모른다고 했고, 수현은 급히 사람을 불러 세우려다 보관인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모연은 오늘 산 반 그릇의 잔돈이라고 답을 보내왔다. 조일은 돌려드릴 봉투에 본인 돈이라고 적었다. 방금 큰 정산을 읽던 손으로 작은 동전 하나의 주인을 다시 쓰는 일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수현은 다음 배 편에 보내는 운임이 동전보다 비싸다 해도, 자기 가게 수입으로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
오후에는 합의회가 공개 심리 개최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내려진 자격 정지는 유지됐다. 수현은 사건 감정인 자리에 바로 돌아갈 수 없었고, 오늘 확인한 자료에 대한 당사자 설명과 반대 질문 요청의 권리는 별도로 검토됐다. 자격 회복을 심리의 조건으로 걸지 않았다.
상단 측은 비용 정산은 내부 상거래이며 밖에서 부분만 보면 오해한다고 주장했다. 허담은 밖에서 산 검이 안에서만 부러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방 안에서 잠깐 침묵이 생겼다. 그는 그 말 뒤에 물건별 검증과 반대 감정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린은 자료가 공개될 범위를 다시 읽었다. 가족과 개인 화주의 정보는 보호하고, 검사 기준과 승인·집행·정산의 연결은 당사자들이 서로 질문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지금까지의 제한 공개 대조만으로 거래망 전체의 책임을 판단할 수는 없었다.
결정은 저녁 전에 나왔다. 합의회는 관아가 진행하는 형사 조사와 구분하여 납품·검사·거래 책임을 다룰 공개 심리를 열기로 했다. 양측의 질의와 반대 감정권, 필요한 증인 보호와 원본 열람 절차를 먼저 정하고 일시를 통보하기로 했다.
수현은 그 결정을 듣고도 손을 펴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 자기 이름으로 다시 증서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남았다. 하지만 오늘 받은 것은 말할 자리였고, 다시 검사할 권한은 아니었다. 그는 정지 통지를 새 결정 밑으로 숨기지 않고 나란히 접었다.
장명 측 반론인은 총주의 직접 문답이 아직 남았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 말이 오늘 결론을 전부 없애지는 않으며, 다음 심리에서 반드시 물어야 할 자리라고 답했다. 살인과 방화의 지시자도 오늘 숫자에서 꺼내지 않았다. 윤초의 무혐의 판단 역시 미결이었다.
해 질 무렵 들샘진에서 답이 왔다. 정목은 새 결재 연결을 기존 사본 뒤에 붙이기 전에 교정 목록을 보내 달라고 했다. 먼저 받은 종이를 뜯거나 틀린 것처럼 태우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멀리 간 사본이 오늘 결과를 더 천천히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느림은 불편했지만 필요했다. 조일은 갱신 면을 새 번호로 만들고 이전 목록과 연결했다. 가게에 보존 표지가 붙은 묶음은 담당 입회 전까지 그대로 두었다. 오늘 새 기록은 합의회 보관처에서 대조된 뒤 각 수신자에게 보내기로 했다.
수현은 마지막으로 오른손을 보았다. 손바닥의 겉상처는 옅어졌으나 긴장하면 여전히 가늘게 떨렸다. 오늘도 새 정밀 결청은 없었다. 스승의 오류와 총주의 이익을 확인한 날에도 그 감각은 돌아와 모든 것을 대신 말해 주지 않았다.
“내일은 가게에 몇 시에 있을 거예요?”
조일이 물었다. 수현은 어제까지라면 관아의 연락부터 기다린다고 했을 것이다. 그는 정해진 연락 시각과 보존 입회 예정부터 확인했다. 비울 시간을 알리되 나머지 시간을 끝없는 대기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
“아침에는 문을 열자. 맡을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을 다시 써야겠어.”
“쌀독도 보고요.”
“그것부터.”
가게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루의 짧은 종이 울렸다. 모연이 탄 배가 이미 떠난 뒤였다. 수현은 지나간 배를 보려고 뛰지 않았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갔고 남은 사람의 일은 여전히 손이 닿는 곳에 있었다.
문 앞에는 오래된 삽날과 문고리 한 쌍이 놓인 바구니가 있었다. 물건만 두고 간 줄 알고 조일이 고개를 들었다. 처마 안쪽에 이웃 둘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검 이야기나 총주의 이름부터 묻지 않았다.
“내일 받을 수 있소? 공짜로 고쳐 달라는 건 아니고.”
수현은 바로 예라고 하지 않았다. 손으로 맡을 범위와 다른 장인에게 부탁할 힘쓰는 일을 먼저 세어야 했다. 바구니 위의 삽날은 부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실제로 받을 값을 묻는 사람이 있었다.
조일이 빈 예약판을 들고 왔다. 수현은 오늘 얻은 심리 통지를 안쪽에 내려놓고 문턱에 앉았다. 다시 일을 받는 첫 질문은 얼마나 억울했느냐가 아니라, 이 물건을 어디까지 고칠 수 있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