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본에서 숙부의 이름이 빠졌다.
수현은 그 자리를 짚고 붓을 내려놓았다. 유란이 가져온 기록에는 어제까지 확인한 인수 구분과 비용 차이가 정확히 옮겨져 있었다. 그러나 백진석의 특정 부실 판정은 다음 면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수현에게 유리하게 만든 종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도 넣어 주십시오.”
유란은 종이를 뒤집었다. 모욕을 피하려고 뺀 것이 아니라 복사할 범위를 좁히려던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이유는 그럴 수 있었다. 수현은 까닭을 의심하는 대신 빠진 결과가 무엇인지 말했다. 이 사본만 본 사람은 백가의 잘못은 확인되지 않은 채 상단 문제만 드러났다고 읽을 터였다.
사건 스물여드레째, 합의회 대조방의 탁자는 가게 것보다 길었다. 원본 장부는 보관인들이 지킨 안쪽 받침에 있었다. 가게에 보존 표지가 붙은 사본 묶음은 옮기지 않았다. 오늘 새로 만드는 것은 원본 보관처에서 대조한 제한 공개 사본이었다.
서린은 배포해도 되는 항목부터 읽었다. 이미 문답에서 동의받은 기록과 물건 번호, 관측한 수치, 반론과 판정 범위. 석문 가족의 연락처, 다른 화주의 이름, 개인 임금 전체는 들어가지 않았다. 공개하지 않는 곳에는 빠진 이유와 원본의 어느 면인지 남겼다.
“틀린 칸만 빼면 빠르겠습니다.”
멀리서 온 장인 하나가 말했다. 들샘진에서 농기구 날을 만드는 정목이었다. 오전에 가게를 닫고 왔고 오후에는 돌아가야 했다. 수현은 그를 설득하려고 자기 손부터 보여 주지 않았다. 대신 서로 다른 자로 잰 숫자 두 개를 탁자 위에 놓았다.
“틀렸는지 다시 보려면 틀렸다고 한 이유도 있어야 합니다. 숫자 하나만 가져가시면 우리 말을 믿는 일밖에 안 남습니다.”
정목은 그 말에 종이 분량부터 셌다. 전부 두 부씩 쓰면 오늘 못 끝난다고 했다. 서린은 대상 목록과 핵심 대조 면을 먼저 나누고, 더 긴 부속은 보관처로 청구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원본을 소유해야 같은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첫 묶음은 세 갈래로 만들었다. 들샘진의 정목, 강 건너 버드리 장인의 공동 작업방, 하안성의 유란 공방이었다. 지역 이름만 다르고 한 상단의 함에 다시 모이는 경로는 피했다. 각각 실제 보관할 사람과 마른 함, 읽을 수 있는 시간, 사고가 나면 연락할 길을 물었다.
버드리에서 온 장인은 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게 위층이 새어 종이를 두지 못한다고 했다. 수현은 벌써 표시해 둔 세 번째 점을 지웠다. 종이를 받아 줄 사람이 있다고 기록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었다.
장인은 강 건너 공동 작업방의 마른 안쪽 선반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다른 두 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서린은 오늘은 그쪽 묶음을 맡기지 않았다. 허락을 확인한 뒤 다음 날 보내기로 했다. 종이 위의 분산과 실제 분산은 하루 차이가 났다.
조일은 사본의 맨 앞에 원본이라고 썼다가 스스로 검게 줄을 그었다. 확인 사본이라고 고쳤다. 그 옆에 누가 언제 어떤 원본과 대조했는지 적었다. 검게 남은 첫 단어를 보는 수현의 귀가 뜨거워졌다. 자기들도 정답을 옮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제일 중요한 이름부터 잘못 붙일 수 있었다.
허담과 정목은 서로의 종이를 나눠 읽었다. 먼저 쓴 사람이 불러 주는 대로 듣지 않고 원본의 숫자와 각자 대조했다. 두 번째 묶음에서 날짜 하나가 달랐다. 조일이 하루 빠르게 옮긴 값이었다. 그는 자기 탓이라고 했지만 허담은 빠른 것보다 읽는 위치를 보자고 했다.
원본 면을 받친 판이 어두운 줄을 가리고 있었다. 조일은 위아래 숫자의 머리를 이어 읽었다. 받침 위치를 바꾸고 같은 줄을 다시 읽자 원인이 보였다. 서린은 사본에 틀린 날짜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교정 위치를 함께 적었다.
수현은 자기가 하던 정밀 결청보다 일이 느리다고 생각했다. 곧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손끝으로는 날짜를 들을 수 없었다. 이 일은 느린 대체품이 아니라 다른 질문을 푸는 일이었다. 그는 서두르라는 말 대신 점심 시간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원본을 덮고 번갈아 밥을 먹었다. 정목은 오늘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내일 물건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수현은 자기 사건이 급하다는 이유로 그의 내일을 가져오지 않았다. 들샘진 묶음은 점심 뒤 먼저 끝내기로 했다. 빠진 부속의 목록은 감추지 않고 다음 청구 항목으로 남겼다.
점심상에서 유란이 낮게 물었다.
“당신 자격 정지도 첫머리에 넣겠어요?”
수현은 그 말을 예상했는데도 숟가락을 멈췄다. 자기 손에서 멀어진 종이에 그 말이 따라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수현의 자격으로 보증한 문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려면 현재 상태도 필요했다. 그는 정지 사실과 그 범위를 함께 넣자고 했다.
유란은 그러면 사람들이 읽기도 전에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사람을 속여서라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 오늘의 목적은 아니었다. 다만 독립 장인의 확인까지 수현 이름 하나에 묶지 않도록 각자 역할을 앞에 두었다.
완성된 첫 묶음을 정목이 읽었다. 백진석 오류와 수현 정지, 허담과 유란의 실제 측정, 관아의 별도 보존 경로가 서로 다른 줄에 있었다. 정목은 자기 공방에서 이 문서를 안전 증서처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런 말이 필요 없는 종이를 만들고 싶었으나 아직 그럴 수 없었다.
“들고 가는 값은 어느 쪽이 냅니까?”
정목이 물었다. 조일은 대조 품삯은 합의회가 승인한 실제 시간, 본인 귀로 운임은 원래 예정과 겹치는 범위, 추가 보관함과 종이 비용은 신청한 공동 대조 장인들이 나눌 금액으로 적었다. 수현 가게가 전부 내겠다는 줄은 없었다.
허담은 자기 몫의 동전을 내고도 내일은 못 온다고 했다. 유란도 다음 열람일은 보름 뒤 오후로 한정했다. 수현은 그 제한이 싫지 않았다. 도와주는 사람이 자기 가게로 돌아갈 수 있어야 그곳의 함도 실제 보관처가 될 터였다.
짐을 싸는 데서도 한 번 멎었다. 조일은 새로 말린 종이를 얇은 판 사이에 끼웠는데 묶임줄이 모서리를 눌러 첫 장이 접혔다. 그는 줄을 더 세게 묶으려다 수현을 봤다. 수현은 힘을 보태지 않고 빈 종이로 같은 묶음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박완이 잘라 놓은 작은 모서리 받침을 대니 줄이 글자를 피했다. 정목은 비가 오면 겉천만 믿지 않고 처마 안에서 다시 싸겠다고 했다. 좋은 글씨를 더하는 것보다 그것을 마른 채 도착시키는 손이 먼저 필요했다.
조일은 남은 빈 종이 묶음을 풀어 자기 접수 장부 옆에 뒀다. 같은 모양을 다음 운반인에게도 보여 줄 수 있었다. 수현은 오늘 만든 방법이 자의 눈금에서 종이 모서리까지 이어진 것이 조금 우스웠다. 자기 이름이 빠진 다음에야 손을 놓을 곳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정목이 떠날 때 보관인이 함의 끈을 확인했다. 봉함은 내용을 영원히 읽지 못하게 하는 봉인이 아니었다. 도중에 열었는지 다음 인수자가 알 수 있게 만든 표지였다. 인수 목록의 한 부는 보관처에 남고 한 부는 정목의 주머니에 갔다. 수현이 모든 수신자를 외워야 하는 체계로 만들지 않았다.
오후에는 상단 측의 반론이 도착했다. 사본을 여러 지역에 보내면 아직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사실처럼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그 우려를 종이에 함께 남겼다. 이어 실제로 확인된 대조와 미확정 항목을 나눠, 반론인이 자기 확인 문장을 붙일 자리를 줬다.
그는 모든 항목에 동의하지 않았다. 비용 항목의 해석을 다투었고, 관리비와 운반비의 실제 지급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썼다. 수현은 그 줄을 빼지 않았다. 받는 사람이 어느 지점이 다투어지는지 알아야 자기 쪽 질문도 할 수 있었다.
해가 기울자 문서가 하나 더 왔다. 강 건너 공동 작업방의 세 주인이 마른 함 사용에 동의한 확인이었다. 세 사람의 이름과 읽을 시간을 따로 적었다. 내일 아침 기존 나룻배를 이용하는 운반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관아가 경로와 수신 확인 방법을 받고 허락했다.
그날 밤 수현은 가게에서 도착 회신을 기다리지 않았다. 들샘진은 배가 아니라 육로였고 해 지기 전 마지막 문을 통과해야 했다. 곽두에게 사람을 더 보내 알아보게 할 수도 있었지만, 급한 마음이 공짜 길을 만들지는 않았다. 조일과 정한 시각에 문을 닫았다.
누워서도 귀 안에는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남았다. 누가 사본을 잘못 읽으면 어쩌나, 숙부 이름만 떼어 퍼뜨리면 어쩌나 생각이 이어졌다. 손에 쥔 것이 없으니 통제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사본을 가게에 돌려놓으면 돌아갈 곳까지 다시 하나가 됐다.
다음 날 아침, 들샘진에서 첫 인수 확인이 왔다. 정목의 공방 마른 함에 묶음이 들어갔고, 목록 수가 맞았다. 수현은 한 번 더 내용이 맞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정한 대조 절차가 있었다. 수신한 사람이 첫 열람 뒤 다른 점을 발견하면 그 위치와 원문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강 건너 묶음은 낮 나룻배로 나갔다. 곽두는 운반인 한 사람의 시간과 젖지 않게 싸는 천 값을 읽었다. 예전부터 도왔으니 무료라고 하지 않았다. 조일은 가게 돈에서 낼 부분과 공동 부담금을 나눠 내었다. 수현은 그 작은 셈이 분산된 기록의 진짜 밑받침이라고 느꼈다.
버드리 공동 작업방의 인수 확인은 오후에 돌아왔다. 탁자 앞에 세 묶음이 실제로 도착한 곳의 표지가 모였다. 사본이 존재하는 곳과 존재하기로 한 곳이 이제 같아졌다. 수현은 지도처럼 점 세 개를 찍지 않았다. 사람 이름과 함 위치가 적힌 접수 면을 묶었다.
“이러면 불을 내도 안 없어집니까?”
조일이 물었다. 수현은 화재가 모든 곳을 피해 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한 곳을 잃어도 다른 목록으로 다시 찾을 수 있고, 어느 사본을 고쳤는지 서로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소년은 불을 막는 돈도 다음 달에 따로 필요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때 유란이 첫 질문을 보내왔다. 자기 사본의 결재 인장이 개인 이름인지 부서 이름인지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같은 종이를 받은 사람들이 같은 결론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수현은 그 질문을 다음 대조 목록의 맨 앞에 올렸다.
저녁 무렵 관아 사람이 가게에 왔다. 사본을 거두러 온 줄 알고 조일이 먼저 일어났다. 담당은 도문결에 대한 추가 문답과 신병 확보 절차가 시작됐다고 알렸다. 오늘 목록과 원본 대조 경위가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수현은 문턱 밖으로 나갔다. 먼 길로 흩어진 사본들이 처음 하는 일은 자기 억울함을 대신 외치는 것이 아니었다. 체포될 사람에게 무엇을 물을지, 그 사람이 한 일과 남의 결재를 어디서 나눌지 정하는 것이었다.
담당이 낮게 덧붙였다. 장명 본부가 먼저 문서를 냈다고 했다. 변경은 도문결의 단독 집행이며 상단의 정식 방침이 아니었다는 해명이었다.
수현은 유란이 묻던 인장을 떠올렸다. 그 인장의 이름을 끝까지 읽기 전에, 상단은 한 사람의 이름으로 모든 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