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30화

증서가 멎는 밤

본문 5,263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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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의 장부는 쌀값부터 열렸다.

수현은 사건 기록을 찾으러 온 사람 앞에 그 장을 펼쳤다. 종이 위에는 쌀 두 되, 약 한 봉, 예약한 경첩 세 개가 있었다. 합의회에서 온 집행인은 잠깐 얼굴을 굳혔다. 반출 대상이라는 말은 넓었으나, 실제로 안아야 할 장부에는 남의 하루가 섞여 있었다.

사건 스물일곱째 아침이었다. 집행인 둘은 합의회 심의 통지와 물품 목록을 가져왔다. 수현은 먼저 발급 주체와 받은 시각을 적었다. 서린은 심의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합의회로 갔고, 가게 앞에는 이웃 목수가 부탁받은 한 시간만 서 있었다.

“기록은 모두 같은 함에 넣으시오. 자세한 분류는 나중에 하겠소.”

집행인이 말했다. 수현은 조일에게 함을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다. 사건 증거 원본은 이미 지정 보관처에 있었다. 가게의 문서 중 무엇을 어느 권한으로 가져가는지 먼저 나눠야 했다. 거절하는 이유가 숨길 것이 있어서라는 말로 바뀔까 두려웠지만, 두려움으로 고객의 이름을 건넬 수는 없었다.

그는 통지의 해당 줄을 읽어 달라고 했다. 자격 심의 전 관련 기록의 훼손을 막으라는 내용이었다. 고객 접수 전체의 소유를 넘기라는 말은 없었다. 집행인은 어제 별첨에 전부 적혀 있었다고 했다. 수현은 바로 그 별첨의 범위를 심의 자리에서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문 앞에 두 사람이 더 모였다. 한 명은 검을 맡겼다가 돌려받은 소유자였고, 다른 한 명은 그를 따라온 행상이었다. 자기 이름도 압수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 무엇이 정해졌는지 모르는 동안에는 모른다는 말이 가장 싫게 들렸다.

조일이 접수 면을 가리켰다. 관찰번호는 바깥쪽에, 이름과 구매 내역은 안쪽에 있었다. 수현은 사건과 연결되는 번호 목록을 따로 뽑고 그 범위의 보존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했다. 전체 장부를 뜯어서 줄 수는 없었다. 엮인 순서도 기록의 일부였다.

집행인 하나가 빈 함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쇠테가 바닥을 울리자 수현은 짧게 눈을 감았다. 몸이 굳는 것을 본 조일이 그릇 밑에 깔던 천을 함 아래 밀어 넣었다. 집행인은 그 행동을 방해로 여기지 않았으나 함을 거두지도 않았다.

“결청도 못 쓰면서 무슨 감정을 계속하겠다는 거요?”

수현은 말한 사람의 얼굴을 봤다. 어제 자기에게 가장 무서웠던 질문이었다. 오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회복됐다는 말을 하지 않고, 손끝을 쓰지 않는 치수 기록과 사건 감정 증서의 차이를 설명했다. 어느 쪽까지 멈추는지는 심의에서 정해야 했다.

“그 전에는 새 증서를 내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그릇받침까지 범죄 증거로 만들지는 마십시오.”

목수가 문 옆에서 헛기침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웃는 사람은 없었다. 조일은 오늘 예약을 작은 종이에 옮겼다. 손님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오전 일을 미룬다는 전갈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을 집행인과 실랑이하는 값으로 청구하지 않았다.

합의회에는 낮기 전에 도착했다. 수현이 앉을 자리와 판단할 사람들의 자리는 높이가 달랐다. 서린은 감정 서기로서 문서를 읽는 자리에 있었고 수현을 대신 변호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관아 담당도 별도 보관 요청의 범위를 확인하려고 왔다.

심의에 앞장선 위원은 어제 백진석의 부실 판정과 수현의 손 상태를 같이 읽었다. 백가의 방법이 불확실하고 민간 갈등을 키웠으므로 사건 감정 자격을 정지해야 한다고 했다. 수현은 스승과 자기의 책임을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어제 특정 검사를 인정한 말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서명으로 낸 사후 검사표가 없다는 기존 진술과, 실제로 맡은 감정의 날짜를 제시했다. 의원이 즉시 재개를 허락한 적 없다는 말도 했다. 손의 이상은 사실이었고 정밀 결청의 중단은 계속돼야 했다. 그 사실 때문에 모든 독립 측정자의 기록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허담은 증인석 대신 짧은 탁자 앞으로 불렸다. 자기가 읽은 숫자가 수현의 귀에서 나온 것인지 질문받았다. 허담은 자기 눈과 자기 기구로 읽었다고 했다. 다만 그 방법이 모든 내부 결함을 검출한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백 수리공의 이름을 빼면 같은 결과가 나옵니까?”

“오늘도 해 보시오. 다만 제 반나절 일값은 누가 내는지 정하고.”

마당 쪽에서 작게 웃음이 났다. 허담은 웃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보여 줄 수 있다는 말이 남의 시간을 공짜로 쓰라는 뜻은 아니었다. 수현은 그 표정이 자기에게도 하는 말임을 알았다.

한 위원은 공동 시험안의 모든 사본을 합의회 한 곳에 넣자고 제안했다. 잘못된 방법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였다. 유란은 아직 허가하지 않은 범위까지 자기 공방 기록을 가져갈 수 있는지 물었다. 자기 손으로 쓴 반론도 그 종이에 있었다.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위원장은 합의회 증서와 개인 작업기록을 같은 제재로 다루면 안 된다는 의견도 받았다. 수현은 반대편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자기에게 불리한 문장을 읽은 사람이 다음 문장에서는 함 전체의 반출을 반대하고 있었다.

점심을 사이에 두고 결정이 미뤄졌다. 수현은 마당에서 빵을 뜯었다. 조일은 가게에 남아 있었고, 오늘 빈 가게를 대신 지켜 줄 목수의 시간도 끝났다. 장부를 지키는 일과 가게 문을 지키는 일에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자기 사건 때문에 모두가 붙들렸다는 마음에 빵을 내려놓았다. 허담은 반쪽만 먹을 거면 남기겠다고 먼저 말하라고 했다. 수현은 전부 먹겠다고 했다. 잘못된 자격을 다투는 자리에 앉아 있다고 배가 덜 고파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후에 내려진 결정은 넓고 좁았다. 수현의 합의회 사건 감정 자격을 정지하고, 심사하는 동안 그 이름으로 새 감정 증서를 발급하지 못하게 했다. 재개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기존 기록이 전부 허위라는 판정도, 살인 사건 유죄 판정도 아니었다.

수현은 정지 통지의 자기 이름을 오래 보았다. 열심히 설명하면 바로 돌아올 줄 알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실제 글자를 보니 목 안이 막혔다. 가게에서 작은 의견료 표를 붙일 때도 이 이름이 일할 수 있는 이름이라고 믿었었다.

허담이 물잔을 밀어 줬다. 수현은 받으려다 손이 떨려 잔을 건드렸다. 물이 탁자 모서리로 흘렀고 그는 서류부터 치웠다. 허담은 자기 소매로 물을 닦으려는 그의 왼손을 막고 마른 천을 불렀다. 자격이 멎은 사람에게도 쓸 천과 마실 물이 필요했다. 수현은 그 사소한 일을 남에게 맡긴 뒤에야 한 모금 삼켰다. 허담은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에 자기 반론을 읽을 때도 오늘 같은 물잔을 놓아 달라고 했다.

그는 결정의 이유와 이의 제출 기한을 받아 적었다. 손 상태와 실제 기록을 다시 검토할 길은 남았다. 그런데 그 길이 있다는 말로 오늘의 일을 가볍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내일 고객에게 보여 줄 증서는 멎었다.

기록 반출 요구는 별도로 좁혀졌다. 관아가 보존 요청한 사건 관련 사본과 대조표의 목록을 먼저 만들고, 원본 보관처에 있는 증거는 기존 봉인을 유지했다. 가게 고객의 사적 접수 전체와 장인 개인 기구 기록까지 합의회 내부 위원이 임의로 걷어 갈 수는 없었다.

가게의 사건 사본 묶음에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보존 표지를 붙이고 다음 날 담당 입회 아래 필요한 부분을 대조하기로 했다. 수현 혼자 밤중에 옮기거나 고칠 수 없었다. 대신 목록과 반출 여부를 본인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제한은 승리의 포상도 아니었다.

집행인은 가게로 돌아와 아침의 함을 열었다. 아직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조일은 물건을 숨겼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그동안의 접수 시각을 적어 두었다. 수현은 견습에게 잘했다고 말하려다가, 그렇게까지 긴장하게 한 하루의 값부터 물었다.

“약속한 시간은 다 썼어요. 기록 말고 문만 본 시간도 있고요.”

“둘 다 적어. 네가 대신 버틴 시간을 없는 일로 안 할게.”

수현은 자기 의뢰 선금에서 꺼내려다 손을 멈췄다. 윤초가 맡긴 돈과 가게 운영비는 다른 칸이었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돈함이 되지는 않았다. 그는 남은 운영비에서 품삯을 정산했다. 종이를 더 사려면 다른 지출을 미뤄야 했다.

저녁에 한 손님이 경첩을 들고 왔다. 수현은 오늘 증서를 못 낸다고 설명했다. 손님은 경첩에도 증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멈춘 범위보다 더 넓게 자기 일을 닫으려 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오늘은 손 상태와 보존 입회 때문에 그 수리도 바로 맡지 못했다.

손님은 다른 공방으로 갔다. 수현은 붙잡지 않았다. 돈을 받을 기회가 왔다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도, 작은 수리가 내일 한꺼번에 돌아올 것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조일은 비어 있는 걸이에 종이를 다시 걸었다. ‘사건 감정 증서 발급 정지. 기존 기록 열람은 지정 절차로 안내.’ 글씨가 짧아 더 추웠다.

수현은 그 종이 아래에 새 안내를 더 붙이려 했다. 무죄라는 말을 쓰고 싶은 손이었다. 그러나 오늘 받은 것은 혐의에 대한 최종 판정이 아니었고, 감정 자격의 문제도 아직 다투는 중이었다. 그는 빈 종이를 접어 조일의 붓받침 밑에 뒀다.

어둑해진 가게에 유란이 찾아왔다. 낮 심의에서 자기 기록을 지키겠다고 말한 뒤, 공방으로 돌아가 살펴본 것을 가져왔다. 종이는 원래 약속한 열람 범위의 자기 작업 메모였다. 사건 원본을 몰래 빼낸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재서 쓴 것도 당신 이름이 들어가면 묶이더군요.”

그녀가 말했다. 허담도 다른 시장 장인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의 자격이 멎자 그 사람과 같은 숫자를 읽은 사람들의 손까지 멎는 모양이었다. 수현은 그 말을 자기 억울함으로만 듣지 않았다.

유란은 기록을 여러 곳에 둘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지금 가게의 보존 표지 붙은 묶음을 나눠 보내면 안 된다고 답했다. 허락 없는 반출은 자격 정지에 반대할 근거까지 흐릴 터였다. 서린에게 원본과 대조된 공개 사본의 배포 범위를 정식으로 요청해야 했다.

“허락받을 때까지 여기 문을 한 사람씩 지키자는 건가요?”

“아니요. 내일 각자 기록을 들고 와 주십시오. 제가 가진 답을 베끼는 자리 말고, 각자 본 것을 같은 목록으로 잇는 자리를 요청하겠습니다.”

유란은 공짜로 오는 사람 수부터 세지 말라고 했다. 수현은 대조 품삯과 우편 운임을 따로 적었다. 남을 나눠 쓰는 일은 무료가 아니었다. 다만 모든 손을 이 가게 안에 붙잡아 두는 값도 이미 너무 컸다.

밤의 마지막 전갈은 서린에게서 왔다. 서로 다른 고을 장인 셋이 공동 대조 기록의 확인 사본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반출 정지가 붙은 가게 묶음과 별개로, 보관처에서 적법하게 확인할 절차를 내일 논의할 수 있었다.

수현은 꺼진 화로 옆에 자 셋을 나란히 놓았다. 자격을 멈춘 종이는 오늘 한 장이었다. 그 종이 한 장이 내일 모든 눈금을 멈추게 둘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

30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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