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29화

스승의 오차

본문 5,360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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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숙부의 이름을 천으로 가리고 싶었다.

가리면 숫자부터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백진석이라는 세 글자를 이미 읽은 사람은 자기였다. 남들 눈에서 이름을 치워도 자기 눈에 먼저 생긴 답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사건 스물엿새째 아침, 합의회 작은 대조방에는 어제의 두 보관인과 모연, 허담이 왔다. 서린은 방문 장부를 받침 위에 폈다. 오늘 볼 것은 대표 검사물 한 건의 기록이었다. 죽은 사람의 모든 일을 한꺼번에 재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방문 장부에는 대표 검사물의 두께가 적혀 있었다. 수현은 숫자를 읽다가 고개를 저었다. 생산지의 짧은 자로 잰 값일 수 있었다. 허담은 그럴 수 있다며 그 자의 기준을 먼저 찾자고 했다. 반박할 기회를 주는 말이 위로처럼 들려 수현은 더 부끄러웠다.

관리인이 당시 사용한 길이 환산표를 꺼냈다. 같은 권의 앞장에 접어 붙인 표였다. 서린은 종이의 연결과 방문 날짜를 확인한 뒤 각자가 값을 따로 옮겨 적게 했다. 수현은 왼손으로 느리게 썼다. 오른손은 어제보다 덜 떨렸으나 붓을 오래 쥘 수 없었다.

처음 계산은 맞지 않았다. 조일이 한 획을 작은 단위의 표시로 읽었고 허담은 가운데 눈금으로 읽었다. 모연이 당시 실무자의 다른 기록 세 곳을 짚었다. 같은 기호가 반복된 곳을 나란히 보니 작은 단위를 뜻했다. 좋은 쪽으로 읽을 여지도, 나쁜 쪽으로 읽을 여지도 그만큼 줄었다.

환산한 대표물의 두께는 당시 그 물건에 적용한 최소 한계보다 얇았다.

“현재 규격이 아니라 그날 규격으로 본 겁니까?”

수현이 물었다. 자기 목소리가 남의 질문처럼 차가웠다. 허담은 아직 그 확인이 남았다며 기준표의 발행일을 읽었다. 적용 기간과 물건 종류가 모두 맞았다. 뒤에 바뀐 평강 구분을 거슬러 적용한 결과가 아니었다.

수현은 종이 끝을 쳐다봤다. 방문 장부의 필적만으로 실제 물건까지 부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기록을 옮길 때 틀렸다면 어떨까.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자 모연이 두 번째 묶음을 폈다. 당시 작업자가 남긴 개별 치수 쪽지였다.

“이것만 따로 있으면 저도 믿으라 못 하오. 그래서 연결된 것을 가져왔소.”

묶음 끈에 달린 물건 번호, 방문표의 대표물 번호, 수량을 마감한 인계 면이 이어졌다. 개별 쪽지와 장부의 숫자는 같았다. 수현은 잘못 적은 값을 그대로 옮겼을 가능성을 물었다. 모연은 자기는 측정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대답은 빈틈이었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 벌릴 수 있는 빈틈은 아니었다. 백진석의 확인 줄에는 실무자의 값으로 대조하고 아래 한계를 확인했다는 말이 있었다. 적힌 값이 틀렸더라도, 그 값을 합격 근거로 삼은 검사에는 문제가 남았다.

상단 반론인이 가볍게 기침했다.

“그렇다면 그 쇠가 처음부터 검에 못 쓸 물건이었다는 겁니까?”

“아직 그 말은 아닙니다.”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오늘 대표물과 윤초의 파검은 같은 물건이 아니었다. 두께 기록의 부적합과 특정 파검의 내부 이음, 사람을 벤 경위는 각각 확인해야 했다. 상대가 답을 넓히려고 할 때에야 수현은 자기 답의 좁은 자리를 보았다.

그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특정 검사 한 건이었다. 당시 적용 기준을 밑돈다고 적힌 대표물을, 그 수치와 한계를 확인했다고 쓰고 통과시켰다. 백진석의 방문과 확인은 서로 독립된 기록에서도 이어졌다. 사후에 도장만 찍은 검사표와 달리, 살아 있던 숙부가 직접 다녀간 날의 잘못이었다.

허담이 종이를 조금 돌렸다. 수현에게 서명할 곳을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빛을 옆에서 받게 한 것이었다. 창살의 그림자가 백진석 이름에서 물러났다. 수현은 그림자가 없으니 획이 더 작은 것을 알았다. 작은 이름 아래에 누군가 믿고 샀을 검이 있었다.

“그날 비용이 줄어서 이랬다고 쓰실 겁니까?”

모연이 물었다. 수현은 어제 들은 밥그릇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검사비가 줄고 사람이 줄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원인이 어려웠다는 설명으로, 하지 말았어야 할 확인을 했다는 표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경위에는 쓰겠습니다. 면책 이유로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는 말하고 잠깐 방을 나갔다. 문밖의 빈 의자에 앉으니 귀가 울렸다. 마당 끝에서 물통을 내려놓는 소리였다. 결청을 하지 않은 날에도 몸은 자기 뜻대로 조용해지지 않았다.

조일이 뒤따라 나왔다. 종이도 붓도 가져오지 않았다. 소년은 품에 싸 온 떡 두 개 중 하나를 내밀었다. 수현은 지금 먹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조일은 먹지 않아도 되지만 자기 것까지 식기 전에 답해 달라고 했다.

“숙부가 나한테 자를 가르쳐 줬지.”

“저한테는 형이 가르쳐 줬고요.”

수현은 떡의 갈라진 면을 봤다. 조일이 지금 자기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생각했다. 잘못한 스승을 버리면 좋은 제자가 되는 것인지, 잘못을 숨기면 끝까지 제자인 것인지 둘 다 너무 쉬운 답이었다.

“그 자로 사람을 속이지 말라고 했어.”

“그럼 오늘 그 말을 하면 되죠. 그분이 못 지킨 데까지 적고.”

조일은 떡을 반으로 나눠 작은 쪽을 수현에게 줬다. 수현은 처음으로 입에 넣었다. 달지 않았다. 부엌에서 쓸 소금도 세는 가게의 떡이었다. 숙부가 남긴 것은 좋은 말만도, 이 잘못 한 줄만도 아니었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지워 주지 않았다.

조일은 돌아가려다 주머니에서 짧은 자를 꺼냈다. 수현이 작년에 잘라 준 것이었다. 비 오는 날 물통의 뚜껑을 재다가 끝을 떨어뜨려 놓고도 멀쩡한 척했던 물건이었다. 소년은 닳은 끝을 손톱으로 짚었다.

“저 이거 끝이 깨진 줄 알고도 쓴 적 있어요. 형이 화낼까 봐.”

수현은 기억했다. 맞지 않는 뚜껑을 세 번 고쳤고 나무도 잃었다. 그때 그는 조일에게 잘못을 말하면 물건은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라진 나무값을 셀 때는 소년의 눈앞에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말과 다른 얼굴도 배울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네가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지.”

조일은 바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자를 빌려 달라는 사람에게도 깨진 끝을 안 알려 준 날이 있었다고 했다. 혼난 일이 없어져도 그 사람에게 한 일은 남는다는 말이었다. 수현은 자기 손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자의 깨진 끝과 온전한 눈금을 나눠 봤다. 틀린 부분을 잘라 없애면 새 자가 될 것 같았으나 어디가 먼저였는지 잃었다. 조일은 짧은 천을 묶어 당분간 그 끝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새 자를 사 주겠다는 말을 삼켰다. 지금 필요한 약속은 대신 갚아 주겠다는 말보다, 잘못을 말한 뒤에도 내일 함께 일하겠다는 말이었다.

“내일 오전도 같은 기록 시간으로 와 줘. 오늘 답이 마음에 안 든다고 네 품삯을 깎진 않을 거야.”

조일은 그제야 자를 주머니에 넣었다. 소년이 돌아간 뒤 수현은 떡을 싼 종이를 주웠다. 숙부에게 묻고 싶은 말은 돌아오지 않을 사람의 자리 쪽으로 남겨 두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할 답부터 들고 방으로 갔다.

방에 돌아가자 서린이 문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현이 없는 동안 결론을 먼저 쓰지 않았다. 그는 앉아서 자기가 확인한 범위를 다시 읽었다. 검사 원물은 현재 별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용 중 사고와 직접 이어지는지 미확인. 당시 기록에 기초한 합격 판정의 부실은 확인.

그 문장은 허담의 말과 같았고 모연이 가져온 연결 자료에도 맞았다. 수현은 숙부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문장을 끝에 붙이지 않았다. 틀린 숫자 뒤에서 인품이 버팀목처럼 서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백진석의 이름을 모든 비용 청구 옆에 옮기지도 않았다. 사후의 날인과 규격 변경, 도문결 부서의 집행은 별도였다. 상단 반론인이 백가의 검사 전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자 수현은 필요하다면 대상과 근거를 정해 보자고 답했다. 전부 잘못했다는 결론부터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점심 뒤에는 이 잘못을 어디에 알릴지가 남았다. 대표물의 최초 인수처와 이후 행방을 확인해야 했다. 알려진 치수 부적합을 이유로 같은 물건 전부가 이미 위험하다고 퍼뜨리면, 정작 물건을 가진 사람이 자기 번호를 숨길 수도 있었다.

서린은 보관 경로를 관아에 조회하고, 합의회에는 해당 번호의 사용 여부와 현황 확인을 요청했다. 수현은 자기 손으로 쓴 설명을 내겠다고 했다. 대필을 맡길 수 있었지만 첫 문장만큼은 쓰고 싶었다. 오래 쥐면 안 되므로 조일이 종이를 고정하고 짧게 쓸 때마다 쉬었다.

‘백진석 검사인의 해당 합격 판정은 당시 기록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글씨는 곧지 않았다. 수현은 반듯하게 다시 쓰려고 종이를 치우다가 멈췄다. 조일이 틀린 글자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 아래 확인 대상 번호와 검사 날짜를 적었다. 아픈 손을 드러내는 것과 틀린 책임을 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오후 늦게 대조 결과의 제한 공개 사본을 읽었다. 모연의 개인 임금과 노동자 주소는 들어 있지 않았다. 원본의 면수와 공개하지 않은 곳의 이유를 남겼다. 사본을 보는 사람이 빠진 칸을 증거가 없는 칸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했다.

상단 반론인은 수현이 스스로 백가 검사 신뢰를 부정했다고 적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자기가 쓴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 달라고 했다. 자기 말의 앞뒤를 지켜 달라는 요청을 상대에게도 할 수 있어야 했다.

밖에서는 벌써 백가가 불량 검을 팔았다는 말이 돌았다. 수현은 직접 본 적 없는 말의 출처를 쫓지 않았다. 조일과 가게로 돌아와 문에 오늘 설명의 열람 장소를 붙였다. 가게에 모든 사건 원본이 있다는 뜻으로 쓰지 않았다. 손님 물건과 사건 증거를 따로 보관한다는 문장도 그대로였다.

“내일은 아무도 안 올까요?”

조일이 빈 예약판을 보며 물었다.

수현은 온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견습에게 미룬 품삯이 없는지 먼저 셌다. 오늘까지 약속한 기록 시간의 값은 남겨 두었고 새 종이값을 쓰면 쌀독의 여유가 줄었다. 진실을 말했으니 누군가 밥을 줄 것이라는 약속은 없었다.

해 질 때 윤초의 전갈이 도착했다. 관아 연락소에서 들은 설명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허락된 저녁 면담 시간에 찾아갔다. 윤초는 그가 내민 사본을 왼손으로 받았다. 오른손목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내 검 이야기를 숙부 이야기로 덮지 않았군.”

“덮고 싶었습니다.”

“그러지는 않았고.”

그녀는 용서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럴 자리에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내일 자기 진술도 같은 방식으로 읽어 달라고 했다. 그 말은 위로보다 무거웠고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로 돌아왔을 때 합의회 봉함 통지가 문턱에 놓여 있었다. 오늘 인정한 부실 검사와 감각 이상을 이유로 수현의 사건 감정 자격을 긴급 심의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일 새 증서를 발급하지 말고 기록 목록을 준비하라고 했다.

별첨에는 반출 대상이라고 적힌 넓은 칸이 있었다. 수현의 사건 기록, 공동 대조표, 견습의 접수 장부까지 한 줄 아래 묶여 있었다.

조일이 자기 장부를 양손으로 안았다. 수현은 그 손을 보았다. 숙부의 이름을 숨기지 않은 값으로, 내일은 자기들 기록을 전부 내놓으라는 문이 열리고 있었다.

29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