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부 사이에는 칼 한 자루도 놓지 않았다.
수현은 빈 탁자를 보고 잠깐 손을 멈췄다. 같은 제칠차라는 이름으로 검과 쐐기, 스승의 쇠자를 이어 온 날들이었다. 오늘 필요한 것은 쇠의 안쪽이 아니라 숫자가 적힌 두 종이가 실제로 어디에서 왔는지였다.
사건 스물닷새째 낮, 합의회 안마당에 낮은 탁자 둘이 놓였다. 한쪽에는 갈흔골 관리인과 모연이 앉았고 다른 쪽에는 북쪽 별고 보관인 둘과 상단 회계 담당이 앉았다. 장명 측 반론인도 왔다. 도문결은 관아 사람이 있는 문 가까이에 자리를 받았다.
주변에는 허담과 유란, 나루에서 열람에 참여했던 일꾼, 당사자에게서 허락받은 참관인이 있었다. 아무나 장부 전체를 들여다보는 장날은 아니었다. 비가 들면 실내로 옮기되 도중에 페이지가 바뀌지 않게 탁자 순서를 먼저 정했다.
조일은 수현의 자리에 물과 낮은 의자를 뒀다. 오른손이 덜 떨리는 아침이었으나 수현은 정밀 감정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 어제 화살이 나무를 때린 소리가 귀에서 가끔 되살아났다. 다른 사람도 읽을 숫자가 오늘 자기 역할을 줄여 주었다.
모연이 제철장 함을 열었다. 젖었다가 지지해 말린 장부의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울었다. 처음 갈흔골에서 보았을 때와 같은 접힌 귀퉁이가 있었다. 수현은 반가운 흠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가, 그 흠만으로 같은 물건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함의 수량과 봉함, 보관 경위를 확인한 뒤 관리인이 관련 장을 폈다. 붙은 부분은 여전히 억지로 떼지 않았다. 오늘 읽을 수 없는 칸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읽을 수 없는 칸이었다.
별고의 장부는 천으로 싼 큰 판 사이에 들어 있었다. 둑길로 운반하느라 시간이 더 들었고 보관인 하나의 손등에 밧줄 자국이 붉었다. 상단 회계 담당은 그 판을 치우면 쓰기 편하다고 했다. 보관인은 고개를 저었다.
“받침까지 목록입니다. 내려놓을 곳이 마른지도 아직 안 봤소.”
수현은 옆에서 천천히 물기를 확인했다. 어제 협곡을 피해 온 길이 이 판의 무게에도 남아 있었다. 그는 길이 안전했다고 오늘 숫자까지 옳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처음 대조한 번호는 맞지 않았다.
모연의 장부에는 되돌림 묶음 번호가 있었고 상단의 면에는 제칠차 비용 집행 번호가 있었다. 수현은 끝의 세 글자가 닮은 것을 보고 같은 줄로 옮기려다가 서린의 붓이 멎는 것을 봤다.
“서로 다른 번호입니다. 이어 주는 부속 면부터 보겠습니다.”
상단 반론인이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모연은 자기 장부가 잘못됐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서린은 아직 숫자를 비교할 자리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현은 자기가 방금 시작을 앞당겼다고 직접 말했다.
상단 회계 담당이 작은 묶음을 꺼냈다. 장부 뒤에 끼워 둔 품목별 집행 부표였다. 그중 하나에 제철장 되돌림 번호와 상단 인수 번호가 나란히 있었다. 수현은 손을 뻗는 대신 관리인과 모연이 먼저 읽게 했다. 두 사람은 자기들 원본의 번호를 소리 내 맞췄다.
줄이 이어졌다.
그다음부터 숫자가 어긋났다. 갈흔골 기록에는 되돌림 뒤 추가 검사 인원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적혔다. 상단 부표에는 추가 검사 완료에 따른 집행금이 있었다. 날짜는 평강의 새 표지를 붙인 다음 날이었다.
장명 반론인은 두 장부가 같은 일을 적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제철장에서 새로 검사하지 않아도 보급소에서 검사할 수 있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론은 두겸과 만식의 말만으로 지울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모든 밤과 모든 공정을 본 증인이 아니었다.
“그러면 어디에서 어떤 검사를 했는지 근거를 함께 보겠습니다.”
서린이 요청했다. 회계 담당은 집행 근거 번호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그 번호의 면을 펼치자 겉모양과 중량 인수 확인이라는 문장이 나왔다. 절단이나 내부 이음 확인의 수와 결과는 없었다.
수현은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도 안쪽을 안 봤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나 적히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음이 전부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는 근거 면에 실제 적힌 범위만 읽었다.
“평강을 인수한 확인과, 불완전한 이음이 검에 적합한지 확인한 것은 다릅니다. 이 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앞쪽입니다.”
회계 담당은 비용 항목 이름을 자기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문결이 고개를 들었다. 서린은 둘의 말을 섞지 않고 각자 어느 단계에서 문장을 받았는지 물었다. 바람이 불어 천 모서리가 들렸고 조일은 원본 대신 빈 종이 덮개를 눌렀다.
도문결은 비용 요청을 검사 완료로 올린 부서가 자기 아래였다고 말했다. 내용에 어떤 확인만 붙어 있었는지는 원본을 보고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아 담당이 제한 열람을 허락했다. 그는 자리에서 나와 자기 이름이 적힌 면 앞에 섰다.
수현은 그 손이 어디로 갈지 보았다. 도문결은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한참 읽은 뒤 실제 한 확인보다 넓은 항목으로 비용을 청구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가 그 항목을 승인했는지, 그 돈을 최종 누가 가져갔는지는 이어진 지급 기록을 봐야 했다.
모연은 자기 품삯 부표를 펼쳤다. 검사 보조로 사람을 뺀 시간과 식비 공제가 같은 날 적혔다. 회계 면의 총액을 전부 그들의 임금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수현은 두 숫자를 빼서 미지급 임금 합계라고 쓰려던 조일의 손을 가볍게 막았다.
견습은 붓을 내려놓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이 큰돈하고 못 받은 밥값은 아직 한 줄이 아니네요.”
“연결할 근거가 더 필요해. 큰돈이 있다는 것만으로 누구 몫인지 정하면 안 돼.”
모연은 그 대답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이 일한 기록은 별도 청구에 남아 있었다. 오늘 다른 부서의 돈을 찾았다고 이미 받을 돈을 받았다고 찍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미지급 칸에 덮개를 씌우지 않았다.
점심 때 탁자 둘은 원본 덮개를 씌운 채 보관인들이 지켰다. 서로 자리를 번갈아 비우기로 했다. 수현은 모연과 그늘에서 국을 먹었다. 그녀는 이곳 그릇이 제철장보다 크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 그릇으로 셈하면 사람들 밥도 넉넉했겠지요.”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끝은 웃지 않았다. 수현은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크기가 다른 그릇을 같은 한 끼라고 적으면 늘 한쪽이 덜 먹었다. 그는 자기 국을 남의 그릇에 몰래 붓지 않고, 더 필요한지 물었다. 모연은 자기 값으로 반 그릇 더 사겠다고 했다.
오후에는 처음 기록한 검사 계획을 꺼냈다. 검사인 둘이 이틀을 보는 요청과 변경 뒤 한 사람 하루의 방문표였다. 비용 예산의 원래 줄은 상단 장부에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급 면에서는 다른 이름의 관리비와 운반비가 함께 묶여 있었다.
누군가 예산을 전부 훔쳤다는 쉬운 말이 마당 밖에서 났다.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관아 담당은 문밖 사람이 이 안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들은 말만으로 오늘 결론을 퍼뜨리지 말라고 안내했다. 수현은 큰소리로 반박하지 않고 대조를 계속했다.
관리비에는 실제 숙소와 문서 운반 비용이 있을 수 있었다. 회계 담당은 그 점을 짚었다. 서린은 각 지급의 수령 확인과 근거를 요청했다. 들어갈 수 있는 비용이 있다는 말과 이 돈이 거기에 쓰였다는 말은 달랐다.
이어 붙은 지급표에서 도문결의 부서가 정산한 금액이 나왔다. 맨 아래 결재는 또 다른 부서의 인장이었고 개인 이름은 약자로 적혔다. 상단 반론인은 그 인장이 최종 수익자를 뜻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현도 오늘 그 인장을 보고 살인을 지시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확정할 수 있는 선은 작았다. 같은 되돌림 물건이 새 구분으로 인수됐고, 제한된 겉모양 확인이 더 넓은 검사 완료 항목의 근거로 쓰였다. 그 집행에는 도문결 부서의 요청과 별도 결재가 이어졌다. 제철장 노동과 비용 축소는 독립 기록에 남았다.
이 선들만으로 두겸과 만식의 밤을 채우거나, 윤초의 검이 누구를 벤 것인지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수현은 오래 빈손인 기분이 들지 않았다. 상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장부의 실제 면수와 날짜를 갖게 됐다.
서린이 결론을 읽었을 때 도문결은 한 가지를 요청했다. 자기 부서의 행위와 최종 결재를 같은 것으로 쓰지 말라는 말이었다. 모연도 검사비가 지급됐으니 노동자들이 받았을 것이라는 표현을 빼 달라고 했다. 두 요청은 반대쪽에서 나왔으나 같은 대조표에 남았다.
수현은 누구의 요구가 더 의롭다고 순서를 바꾸지 않았다. 틀린 줄을 고쳐야 하는 이유는 목소리의 편이 아니라 기록의 범위에 있었다. 조일은 그 문장들을 별도 주의 칸이 아니라 해당 숫자 바로 옆에 썼다. 다음 사람이 읽을 때 떨어지지 않을 자리였다.
윤초는 관아가 허락한 오후 참관 시간에 들어왔다. 오른손목에는 어제 갈아 감은 천이 있었다. 그녀는 바깥에서 무슨 말이 돌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자기 인계 표시가 어느 문서와 이어지는지만 보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오늘 새로 대조한 것은 비용 줄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과거 진술이 이 장부 하나로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윤초는 알겠다고 답하고, 도문결이 앉은 자리를 한 번 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았다.
대조를 마칠 무렵 바람이 서늘해졌다. 두 원본은 각자의 보관인 앞에서 함에 돌아갔다. 상단 장부를 제철장 함에 넣어 섞지 않았고, 관리인이 개인 임금 장부를 합의회에 전부 맡기지도 않았다. 관아가 보존 요청한 해당 권은 지정 임시 보관실에서 각각 보관하고 추후 원소유·환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사본은 공개 가능한 항목만 만들었다. 참관인이 자기 이름으로 읽고 확인한 대조 면도 따로 남았다. 장인들이 여러 지역에 사본을 나눠 보관하는 새 체계를 오늘 완성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처음으로 두 원본이 같은 질문에 답한 날이었다.
모연이 수현을 불렀다. 손에는 오늘 아직 정식 대조하지 않은 방문 장부의 얇은 면 하나를 받치는 판이 있었다. 새로 뜯은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말려 읽을 수 있게 된 해당 면을 원래 연결 상태로 지지해 온 것이었다.
“백 선생의 검사 표시도 이다음에 봐야겠소.”
수현은 글씨부터 읽지 않고 어느 물건의 기록인지 물었다. 모연은 대표 검사물의 번호와 실무자가 쓴 치수 줄을 가리켰다. 그 옆에 백진석의 확인이 있었다. 수현은 자신이 아는 스승의 획을 알아보았다.
그 아래 작은 수치 하나가 다른 면의 검사 한계와 맞지 않았다. 단위가 다른 것인지, 옮겨 적은 것인지, 실제로 적합하지 않은 물건을 통과시킨 것인지 아직 보아야 했다. 방금 남의 장부에서 했던 질문을 자기 스승의 이름 아래에도 해야 했다.
수현은 판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지 않았다. 내일 같은 보관인과 다른 장인 앞에서 보자고 했다. 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판을 다시 덮었다.
마당의 빈 탁자에 황동 막대 하나가 남았다. 허담이 다음 대조를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수현은 그것을 쥐지 않고 옆에 자기 자를 놓았다. 남의 눈금을 맞춘 다음에는, 자기가 배운 손의 오차를 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