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27화

협곡의 우회로

본문 5,439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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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는 부러진 바퀴를 보지 않았다.

그 뒤의 그늘부터 보았다. 짧은 돌허리 협곡 입구에 빈 수레 한 대가 비스듬히 섰다. 한쪽 바퀴는 빠져 있었으나, 수레를 고치러 왔다는 남자의 신에는 쇳가루도 기름도 없었다. 그것만으로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남자가 협곡 안쪽을 자꾸 보는 것은 수현에게도 보였다.

사건 스물나흘째 낮이었다. 하안성은 뒤쪽 언덕에 아직 보였다. 관아 호송인 둘이 앞뒤를 맡았고 별고의 길 안내인은 서쪽 짐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원본 장부는 이동 전이었다. 일행이 들고 온 것은 허가된 사본과 빈 인수 목록이었다.

수현은 귀를 찌르는 쇳소리를 피하려고 천을 더 단단히 싸 왔다. 검을 감싼 천이 아니라 자와 받침의 보자기였다. 새 결청을 쓰면 저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식의 기적은 없었다. 윤초의 오른손목도 여전히 천 안에 있었다.

“수리할 사람이면 지금 비킬 수 있소?”

앞선 호송인이 물었다. 남자는 해가 넘어가야 대장장이가 온다고 답했다. 그동안 지나갈 사람은 수레 옆으로 한 줄씩 가면 된다고 했다. 수현은 그 틈을 봤다. 한 사람은 가도 양옆에 선 사람을 피해 돌아설 폭은 없었다.

윤초는 멈춘 자리에서 뒤를 돌아봤다. 짐수레 둘과 물장수의 작은 통, 아이를 업은 행상 여자가 줄을 서 있었다. 일행이 길을 밀고 들어가면 그들까지 따라 들어갈 터였다.

“먼저 저 사람들을 들이지 마십시오.”

윤초가 낮게 말했다. 호송인은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앞쪽 좁은 틈과 뒤쪽 굽이를 짚었다. 두 곳이 동시에 막히면 수레를 돌릴 수 없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보다 갇힐 모양이 먼저였다.

수현은 골짜기 바닥의 작은 못을 보았다. 바퀴를 고치다 떨어진 것일 수 있었다. 그러나 못 하나를 주우러 허리를 굽히면 그때 뒤에서 오는 짐과 부딪칠 수 있었다. 그는 발앞을 표시하고 행상 여자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장부 가지러 온 분들 때문에 늦는 겁니까?”

여자가 물었다. 수현은 자기들한테만 필요한 위험인 줄 알고 입을 다물었다가 고쳤다.

“앞에서 돌아설 곳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할 때까지 같이 서 계셔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길을 아십니까?”

여자는 옆 언덕을 가리켰다. 목탄을 지고 다니는 오래된 샛길이었다. 사람은 가도 소수레는 좁은 턱에서 못 돈다고 했다. 수현은 그 길로 전부 빠져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접었다. 종이에 선 하나를 더하는 것보다 남의 바퀴가 컸다.

앞의 남자가 웃었다.

“백 수리공이 쇠는 못 보더니 길도 무서워졌나 보군.”

수현은 그가 자기 이름을 아는 사실만 기억했다. 장터 소문으로 들었을 수도 있었다. 윤초는 대꾸하지 않았다. 수현은 자기가 한마디 답하면 그 소리 때문에 다음 것을 놓칠까 봐 입을 다물었다.

협곡 위에서 돌 하나가 굴렀다.

아주 작은 돌이었다. 바람에 떨어진 것인지, 누군가 발을 디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윤초의 왼손이 수현의 팔꿈치 앞에서 멎었다. 붙잡아 끌지 않고 뒤로 가라는 방향만 보였다.

“돌아갑시다.”

그녀가 말했다. 호송인은 바로 일행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입구를 비우라고 했다. 수레를 세운 남자가 앞으로 걸어왔다. 길이 열렸다는데 왜 못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소리는 말이 아니었다.

짧은 화살 하나가 수레 위 빈 바구니를 뚫었다. 수현의 귀에는 그 소리가 모루를 코앞에서 때린 것처럼 울렸다. 몸이 굳는 동안 윤초가 그의 어깨를 낮췄다. 오른손을 쓰지 않고 자기 몸을 벽 쪽으로 돌려 자리를 비운 동작이었다.

호송인이 방패를 들었다. 뒤쪽 담당은 기다리던 짐꾼들에게 물러나라고 외쳤다. 누가 어디서 쏘았는지 수현은 못 봤다. 바구니가 흔들렸고, 앞의 남자는 수레 뒤로 사라졌다. 그 남자가 화살을 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이의 울음이 났다.

행상 여자가 아이를 안고 언덕 쪽으로 뛰려 했다. 윤초가 짧게 불렀다. 그 길 첫 굽이에서는 위쪽 돌벽에 몸이 드러났다. 그녀는 낮은 흙둑의 안쪽을 가리켰다. 앞에 있던 농부가 빈 멍석을 들어 사람들 눈높이 아래로 길을 보였다.

수현은 무거운 짐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물장수의 통이 기울자 두 손을 뻗을 뻔했다가 왼쪽 어깨를 뒤로 뺐다. 통을 놓으라고 했다. 물장수는 하루 팔 물이라며 끈을 놓지 않았다.

“사람부터 가요. 통은 돌아와서 셉시다.”

말은 쉬웠다. 물장수는 이를 악물고 끈을 풀었다. 통 하나가 기울었지만 뚜껑은 묶인 채였다. 그는 낮은 흙턱에 통을 눕히고 손을 뗐다. 수현은 남의 하루를 거기 두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돌아온 뒤 물건과 지연을 함께 확인해야 했다.

두 번째 화살은 없었다. 대신 위에서 발소리가 겹쳤다. 수현은 몇 사람인지 세려다가 자기 뒤 사람부터 세었다. 행상 여자와 아이, 물장수, 수레 농부 둘. 호송인 하나가 마지막 농부를 흙둑 안으로 안내했다.

윤초는 수레를 돌릴 빈 땅을 찾았다. 입구 쪽에는 앞바퀴를 꺾을 만큼 넓은 마른 터가 있었다. 농부 둘이 소를 진정시키고 빈 수레부터 바깥으로 뺐다. 윤초는 줄을 당기지 않고 바퀴가 밟을 돌을 소리로 알려 줬다.

수현은 바퀴 밑에 놓인 둥근 나무쪽을 봤다. 전에는 빈 칼집이라도 넣어 멈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농부에게 손으로 받지 말고 자기 쐐기를 쓰라고 말했다. 농부는 자기가 알고 있다며 짧게 욕을 하고도 그대로 쐐기를 넣었다.

그 욕이 반가웠다. 사람은 아직 자기 일을 판단할 수 있었다. 무서워한다고 전부 일행의 짐이 된 것은 아니었다.

호송인이 낮은 호각을 불었다. 성문 쪽 순라에 정해진 위험 신호를 알리는 소리였다. 협곡 위에서 사람이 하나 달려 나오는 듯 보였다. 담당은 쫓아가지 않았다. 지금 여기 남은 사람을 열린 땅으로 빼는 것이 먼저였다.

수현의 눈앞에서 먼지가 길게 일었다. 잠깐 누가 쓰러진 것처럼 보였으나 빈 멍석이었다. 그는 사람이 넘어졌다고 외치려다 여자의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아이는 그녀 품에서 울고 있었다. 거짓 경고 하나가 사람들을 다시 막힌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흙둑 바깥에 모두 모인 뒤에야 윤초가 자기 손목을 감쌌다. 아까 몸을 낮출 때 돌벽에 스친 모양이었다. 새 피는 보이지 않았다. 호송인이 상태를 묻자 당기니 힘쓸 수 없다고 답했다. 괜찮다는 한마디로 다음 길의 짐을 늘리지 않았다.

“협곡으로 돌아가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농부 하나가 물었다. 자기가 실은 곡식 자루 몇 개가 입구에 남아 있었다. 담당은 지원이 온 뒤 현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금 다친 사람이 없는지부터 보고, 민간인은 마른 터에서 기다리거나 열린 원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윤초는 언덕 샛길의 끝이 어디로 닿는지 행상 여자에게 물었다. 북쪽 별고의 바깥 계량장으로 이어지되 수레는 마지막 턱을 못 넘는다는 답이었다. 사람만 통과하는 우회와 화물을 옮기는 우회가 다른 길이었다.

수현은 장부가 아직 별고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오늘 당장 원본을 가져오려면 그 턱에서 다시 짐을 들어야 했다. 서둘러 가서 길을 확보한 척하면 똑같은 덫이 될 수 있었다.

호송인은 새 길의 확인 범위를 관아에 전갈로 보냈다. 그동안 별고 담당에게 원본은 보관한 채 움직이지 말라고 알렸다. 허가된 목적지에 못 갔다고 소재와 동선까지 빈칸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한참 뒤 성문에서 지원이 왔다. 네 사람이 다친 곳을 묻고 입구를 막았다. 민간인들은 한 사람씩 대답했다. 행상 여자는 아이가 놀랐고, 물장수는 넘어지지 않고 손만 흙에 짚었다고 했다. 현장 담당이 손과 발을 확인했다. 다친 사람도, 칼이나 화살을 맞은 사람도 없었다.

수현은 자기 귀가 울리는 것도 말했다. 화살을 듣고 제때 움직이지 못했다. 윤초가 낮추라고 알려 준 뒤에야 움직였다는 진술을 덧붙였다. 공격자를 못 본 사람이 본 사람처럼 기록되면 다음 길을 잘못 고를 터였다.

관아는 협곡 안으로 다시 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확인된 행상 여자의 안내와 담당 동행으로 사람만 언덕길을 걸어 별고 바깥 계량장까지 갔다 돌아오는 범위를 승인했다. 원본 운송은 오늘 강행하지 않았다. 수레와 곡식은 지원 인원이 현장을 확보한 뒤 돌려받게 했다.

일행이 언덕을 오를 때 해는 아직 높았다. 수현은 소나무 뿌리 앞에서 숨을 골랐다. 달리지 않았는데 다리에 힘이 빠졌다. 윤초도 자기 손목을 들고 천천히 걸었다. 둘 중 누구도 오늘 서로를 구한 고수로 보이지 않았다.

“칼이 있었으면 달랐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윤초는 협곡 쪽을 돌아봤다.

“칼이 있으면 내가 먼저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그게 더 나았을지는 모르겠군.”

“저 사람이 제 이름을 불렀을 때 화가 났습니다.”

“나도. 화가 길을 넓혀 주진 않더군.”

수현은 손바닥에서 마른 흙을 털었다. 검이 없는 사람이 길을 골랐고, 장부가 없는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돌아왔다. 가져오지 않은 물건 덕에 아직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이 남았다.

계량장에서 기다리던 별고 보관인은 사색이었다. 장부를 이미 없앴느냐고 물을까 봐 겁났다고 했다. 수현은 아직 열지도 않은 보관함을 의심의 답으로 만들지 않았다. 담당 둘이 있는 자리에서 목록과 봉함 상태만 확인했다. 원본의 실제 대조는 다음 날 합의회에서 할 일이었다.

새 운송은 관아가 확보한 넓은 둑길을 쓰기로 했다. 협곡보다 길고 수레 한 대의 운임이 더 들었다. 합의회가 비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별고는 출발하지 않았다. 윤초는 그 우회로도 오늘 걸어 본 범위만 설명했다. 지도를 손으로 돌린다고 안전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안성으로 돌아올 때 수현은 남겨 온 통을 생각했다. 관아에 들러 민간인 소재와 손실 기록을 남겼다. 물장수의 하루 매출을 자기가 대신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길이 막혀 기다린 시간을 아무 일도 없던 반나절로 바꿀 수는 없었다.

지원 담당은 통 두 개와 곡식 자루를 회수했다고 했다. 물은 뚜껑 안에 남았고 곡식도 젖지 않았다. 공격받은 빈 수레의 바구니 하나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현장 물건은 증거로 남겼다. 도주한 사람들의 소속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장명의 습격이라고 가게 문에 붙일 말은 없었다.

일몰 전에 윤초의 귀환 확인이 끝났다. 그녀는 다시 연락소 안으로 들어갔다. 정식 호위를 해냈다는 증서도, 자유롭게 걸어 나갈 허가도 생기지 않았다. 다만 오늘 고른 길과 중지 판단이 자기 이름으로 남았다.

수현은 조일이 둔 의자에 앉아 약을 갈았다. 견습은 무슨 싸움을 했느냐고 묻지 않고 저녁을 얼마나 데울지 물었다. 수현은 따뜻하게 해 달라고 했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때 처음 밥의 모양이 됐다.

밤에 서린의 전갈이 왔다. 갈흔골의 두 보관인이 내려오는 배가 하안성 지정 나루에 닿았다. 원본은 관아가 확인한 임시 보관실에 함께 들어갔다. 북쪽 별고의 원본도 새 운임 합의가 끝나 내일 낮 도착할 예정이었다.

별첨에는 두 보관인이 따로 읽은 항목 하나가 있었다. 제철장에서는 되돌림 검사비가 비어 있었고, 상단 장부의 목록에는 그 되돌림과 연결됐다고 적힌 번호에 검사 완료 대금이 있었다.

수현은 두 장부의 번호를 옮긴 종이 사이에 자를 놓았다. 오늘 몸이 빠져나온 협곡보다, 내일 두 숫자 사이의 틈이 더 좁을 수도 있었다.

27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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