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결의 이름 아래 첫 획은 비뚤어졌다.
붓을 든 사람은 서린이었다. 먹을 너무 묽게 갈아 획이 갈라졌다. 그녀는 종이를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옆에 시작 시각을 적었다. 도문결은 그 흔적을 보며 자기 진술도 그렇게 남길 것이냐고 물었다.
“고치실 곳을 남겨 두겠습니다. 처음 하신 말도 지우지는 않습니다.”
사건 스물셋째 아침이었다. 합의회 앞방에는 관아 문답 담당이 새로 입회했다. 서린은 요청과 물건 대조의 기록을 맡았다. 누가 체포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는 관아의 일이었다. 수현은 의자 뒤에 등받이를 대고 앉았다. 귀 안의 날카로움은 어제보다 덜했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도문결은 어제 종이를 다시 꺼냈다. 접힌 모서리에 손때가 묻어 있었다. 서린이 같은 종이인지 묻자 그는 그렇다고 했다. 원본 장부는 북쪽 별고의 양쪽 보관 아래 이동을 멈췄고, 아직 일행의 손에 온 것은 없었다.
“제 이름을 남기면 상단은 제가 혼자 했다고 할 겁니다.”
“그 주장을 확인할 자료도 함께 받겠습니다.”
관아 담당이 답했다. 도문결은 그 대답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자기 죄가 아니라 누구에게서 보복받을지 묻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수현은 그제야 상대가 같은 문장을 왜 자꾸 고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책임을 피하려는 요구와 위험을 피하려는 요구는 한 입에서 나왔다.
서린은 가족의 상세 주소를 수현 앞에서 말하지 말자고 했다. 위험 접수는 별도 담당과 하고 이 방에는 필요한 조치의 범위만 남겼다. 도문결은 마른 입술을 눌렀다. 수현은 그가 가족 이야기를 거래에서 빼 버릴까 싶어 말을 꺼냈다.
“진술이 저희에게 유리하지 않아도 보호 요청은 남아야 합니다.”
“백 수리공께 유리하지 않은 말부터 해도?”
“예.”
대답한 뒤 수현은 오른손의 천을 만졌다. 말은 한 글자였으나 가게가 감당할 내일은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스승 이름이 나오면 자기가 방금 한 말을 버티게 할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그는 서린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진술은 규격표였다. 도문결은 평강 인수 구분을 바꾼 전달 쪽지를 보급소에 보냈다고 말했다. 본인이 최종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바뀐 구분을 그대로 쓰도록 확인했다고 했다. 수현은 붓 끝이 움직이는 동안 말을 보태지 않았다.
이어 새 검 광고에 관해서는 직접 인쇄를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자기 부서가 백가의 관찰 항목을 참고 자료로 넘긴 사실은 인정했다. 그때 새 검 전부의 결청 감정이 없었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어느 문구를 누가 더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그럼 틀린 줄 알면서 멈추지 않았습니까?” 수현이 물었다.
도문결이 잠깐 그를 봤다.
“정정하면 이미 판 물건이 돌아옵니다. 책임질 곳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현은 검을 사 들고 왔던 운송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책임질 곳을 기다리는 동안 그 사람은 자기 하루를 잃었다. 분노가 올라왔지만 오늘 질문은 상대를 혼내는 데 쓸 수 없었다. 그는 정정을 논의한 날짜와 들은 사람을 물었다.
도문결은 한 사람의 직책과 회의 날짜를 말했다. 그 사람이 모든 지시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관아 담당은 다음 확인 대상에 적었다. 그 작은 칸을 채우는 동안 도문결의 손이 자꾸 종이 가장자리를 접었다.
서린은 그 손을 내려 달라고 했다. 접히는 곳에는 아직 읽어야 할 줄이 있었다. 도문결이 손을 거두자 마른 먹 자국이 보였다. 수현은 그 손을 모으고 봉인 앞에서 반론하던 얼굴을 떠올렸다. 사람을 약하게 보았다고 지난 손의 무게까지 줄일 수는 없었다.
쉬는 시간, 도문결은 마당 끝 돌의자에 앉았다. 수현은 다른 쪽에서 물을 마셨다. 둘이 단둘이 말을 맞추지 않도록 관아 사람이 문 가까이에 서 있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처마의 작은 풍경이 울렸다.
도문결이 그 소리를 보더니 하인에게 천을 감아 달라고 부탁했다. 수현의 귀가 아픈 것을 아는 동작이었다. 수현은 고맙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그 고마움이 오늘 문답의 답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사람 하나를 살려 주는 말은 못 하시는군요.”
도문결이 말했다.
“안 한 일을 했다고 쓰지 않는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수현이 답했다. 상대는 한동안 웃지 않았다. 수현도 그것을 좋은 대답처럼 되풀이하지 않았다. 자기 이름이 사후 검사표에 적혔을 때 꼭 필요했던 범위였다. 그 범위는 싫은 사람 앞에서도 같아야 했다.
다시 방에 들어가자 서린은 석문 전출을 물었다. 도문결은 휴양이라는 명목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한 문서에 자기 이름을 넣었다고 했다. 진술 요청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문제를 줄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누구의 문제였습니까?”
서린의 질문에 도문결이 대답을 늦췄다. 수현은 물잔을 내려놓고 기다렸다. 이번에는 붓 소리까지 크게 들리지 않았다.
“상단의. 제 부서의 문제였습니다.”
가족이 따로 남을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방을 준비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실제 방과 동행자를 확인했는지는 못 했다고 했다. 수레길의 칼과 누가 한 첫 위협까지 자기가 아는 일로 말하지 않았다. 그 모름은 책임 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린이 방금 진술을 읽을 때 수현은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 불합격품 인계 자료에는 수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행란을 정리하게 했다고 했다. 직접 수현의 서명을 쓴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도문결은 작성자가 적힌 전달 장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현은 무릎을 눌렀다. 지금 대답을 강제로 끌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사람 하나를 잡으면 자기 이름이 깨끗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관아 담당은 그 장부의 보존을 따로 요청했다.
점심 전에 도문결은 일어나겠다고 했다. 더 말하면 자신을 묶을 줄만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었다. 서린은 그 줄 때문에 어디로 갈 수 없는지 관아의 현재 안내를 확인시켰다. 관아는 지정 연락처에서 당일 소재 확인을 받고 추가 문답에 응하도록 했다. 오늘 이 방에서 체포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도문결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책임을 없애 주지 않는데도 자기가 말한 줄이 남는 것을 오래 보는 듯했다. 수현은 그 마음을 단정하지 않고 식은 물을 새것으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물을 마시는 것은 자백의 상도 벌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위치 안내의 나머지가 나왔다. 북쪽 별고에 보관한 상단 회계 장부의 특정 권, 그 안에 붙인 규격 변경 비용 부속 면. 도문결은 언제 어느 보관인 앞에서 보았는지 말했다. 지시자의 이름은 부속 면의 결재와 자기가 받은 전달을 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서린은 자료를 내면 면책한다는 문장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협조 사실과 본인 진술, 구체적인 위협 우려는 각각 남았다. 도문결은 자기 이름이 들어간 마지막 장을 읽고 두 줄을 고쳤다. 책임에서 이름을 빼 달라는 요구를 철회한 사실도 함께 적혔다.
수현은 서명을 마친 그에게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자기 진술과 다른 자료가 충돌하면 어느 쪽이든 다시 듣겠다고 했다. 도문결은 그 말을 듣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오후에 북쪽 별고 담당이 합의회로 왔다. 회계 장부의 일부를 임의로 떼어 보낼 수 없으며 두 보관인이 함께 옮겨야 한다고 했다. 압류 명령으로 전부 가져오는 일과, 원본을 제한 공개 대조 자리에 옮기는 협의는 달랐다.
갈흔골에도 서린의 앞선 원본 대조 요청이 도착해 있었다. 관리인과 모연은 관련 생산 장부와 부표를 자기들이 함께 가지고 와 설명하는 조건을 전했다. 개인 임금 전체를 사람들 앞에 펼치지 않고, 운송 중 보관과 비용을 확인해야 했다. 돌아갈 물건의 수와 날짜도 정해야 했다.
두 원본이 같은 탁자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수현은 기쁜 마음에 두 장부를 한 수레에 싣자고 말했다가 멈췄다. 하나는 상류에서 배로 내려오고 하나는 성밖 별고에서 육로로 왔다. 빠른 셈을 하느라 서로 다른 길을 지워 버렸다.
“둘 다 가게로 받는 것도 안 됩니다.” 조일이 말했다.
견습은 오후의 가게 기록을 전하러 왔다. 상단이 공급을 끊은 뒤 작은 가게에 위험 물건을 더 몰아놓을 수 없었다. 원본 대조 장소는 관아가 경계를 맡을 합의회 안마당으로 정해졌다. 실내 대체 방과 비가 올 때의 연기도 함께 확인했다.
문제는 별고에서 오는 길이었다. 짧은 돌허리 협곡길에는 일반 짐수레가 섞였다. 상대가 이동 날짜를 안다면 서류가 도착하기 전에 길을 막을 수 있었다. 수현은 무장을 늘려 밀고 들어가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그 길에 남의 쌀과 아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
관아 담당은 다음 날 낮의 제한 현장 확인을 제안했다. 별고와 성 사이의 지정 짐터, 호송인 동행, 일몰 전 귀환. 윤초가 운반 경로 당사자로 출석하려면 본인 의사와 새 외출 허가가 필요했다. 예전 조사 출장 기한을 다시 쓰는 일은 아니었다.
수현은 저녁에 연락소에서 윤초를 만났다. 그녀는 오른손목을 감은 채 허가문의 길을 읽었다. 검을 돌려받는다는 줄은 없었다. 정식 호위로 복귀한다는 말도 없었다.
“길을 봐 달라는 건가, 네 앞에서 칼을 맞아 달라는 건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이면 들어가지 말라고 해 주십시오.”
윤초는 그를 보았다. 수현은 자기 말을 더 용감하게 꾸미지 않았다. 그녀는 잠깐 웃고, 관아가 동선을 정하면 가겠다고 했다. 다만 손목으로 사람을 끌고 달릴 수 없다는 조건을 직접 덧붙였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먼저 멈춘다.”
“네.”
면담 뒤 수현은 가게에 돌아와 조일과 남은 돈을 셌다. 새 장인들의 대조 시간과 종이값이 빠졌다. 상단 회계의 큰 숫자가 들어온다고 자기 쌀독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 가게는 조일이 맡고 이웃 목수가 정해진 시간만 문을 봐 주기로 했다.
조일은 형이 돌아올 자리에 의자를 미리 뒀다. 수현은 검 대신 젖지 않게 싸 둔 사본을 여행 보자기에 넣었다. 손은 덜 떨렸지만 정밀 결청은 새로 쓰지 않았다. 허담이 만든 받침 그림은 가장 위에 있었다.
밤이 되기 전 윤초의 정식 외출 허가가 왔다. 이어 별고의 마지막 길 확인도 도착했다. 돌허리 협곡의 안쪽 짐터에 빈 수레 하나가 사흘째 서 있다는 말이었다. 고장 난 바퀴 때문이라고 주인은 설명했다.
수현은 그 수레를 공격자의 것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길 가운데 멎은 물건 하나가 지나갈 사람의 수보다 중요해질 수 있었다. 허가문 끝에는 윤초가 직접 덧붙인 요청이 있었다.
‘협곡에 들어가기 전에, 바퀴를 보는 곳에서 먼저 멈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