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검은 너무 오래 울렸다.
수현은 손끝을 뗀 뒤에도 같은 자리를 듣고 있었다. 실제로는 검에서 손이 떨어졌고, 울림도 끊겼다. 그런데 손톱 밑에 걸린 가는 감각은 다음 숨까지 남았다. 그는 그걸 다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였다.
사건 스무째 아침, 가게의 화로는 꺼져 있었다. 첫 정밀 결청을 시작한 때는 여덟 시 마흔 분에 해당하는 물시계 눈금이었다. 서린은 합의회에서 빌린 물시계를 읽고, 조일은 시작과 끝을 따로 적었다. 원래보다 긴 감정이라는 표시가 첫 줄부터 붙었다.
검은 어제 찾아온 운송인의 물건이었다. 사용을 보류한 채 가져왔고 새로 닦거나 갈지 않았다. 소유자가 허락한 것은 비파괴 관찰뿐이었다. 수현은 자루를 쥐지 않고 받침 위에 놓인 검의 넓은 면에 손끝을 가볍게 댔다.
상처는 깊이 누르지 않으면 당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지 않은 것과 내력을 오래 흘려도 된다는 것은 달랐다. 수현은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말이 자기 손을 자동으로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첫 물건에서는 칼등 가까이 울림이 둔해졌다. 그는 위치를 좁혀 보려다가 한 번 더 길게 힘을 보냈다. 파검처럼 어두운 파단면이 드러난 물건이 아니었다. 표면의 작은 결만으로 내부를 설명할 수도 없었다.
손을 뗐을 때 물시계는 여러 눈금을 지나 있었다. 수현은 확인한 범위를 그림에 표시하고, 둔한 반응이 있다는 개인 소견을 남겼다. 내부 결함 확정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운송인은 기대보다 작은 답을 받고도 그 그림을 조심히 접었다.
“오늘 안 써야 하는 것은 같지요?”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강한 힘을 걸지 말아 주십시오. 대체 물건을 구하는 일도 함께 상의하셔야 합니다.”
손님이 나간 뒤 조일은 물과 빵을 내놨다. 수현은 먹으면서 첫 그림을 고쳤다. 견습이 빵 위에 종이를 덮었다.
“먹는 시간을 검사 시간으로 쓰면, 쉬는 칸은 왜 만들었어요?”
수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는 종이를 밀고 빵을 먹었다. 창밖에서 수레 바퀴가 돌바닥을 긁었다. 평소보다 그 소리가 조금 날카롭게 들렸다. 밤잠이 모자랐나 생각했지만 전날에는 제때 누웠다.
둘째 검은 아홉 시 오십 분 눈금에 시작했다. 다른 구매자가 가져온 것으로, 길이와 중량은 첫 검과 비슷했다. 소유자는 동료의 추천으로 샀다고 했다. 수현은 앞선 결과를 보여 주지 않고 사용 경위를 먼저 들었다.
이번에는 자루 쪽이 다르게 울렸다. 두께가 달라서인지 단련 이음 때문인지 분리해야 했다. 그는 손 위치를 옮기며 같은 구간을 오래 들었다. 가벼운 접촉으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긴 사용을 허락하는 핑계가 됐다.
밖에서 누가 쇠통을 떨어뜨렸다. 짧은 소리가 귀 안에서 길게 갈라졌다. 수현의 손끝이 순간 튀었고, 그는 놀라서 숨을 멈췄다. 서린이 시작 시각을 가리켰다.
“예정한 시간을 넘겼습니다.”
수현은 손을 뗐다. 둘째 그림에 위치를 표시하려는데 붓끝이 가는 선을 두 번 만들었다. 손바닥 상처가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조일은 붓을 가져가고 자신이 받아 적겠다고 했다.
“위치를 잘못 들었을 수 있어. 조금 뒤 다시 보면……”
수현은 말끝을 접었다. 셋째 감정 전에는 쉬기로 했다. 한도를 세 차례라고 정한 것이 세 번을 반드시 채우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그 말을 손님에게도 읽어 줬다.
둘째 구매자는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일을 쉬고 왔으니 결론을 얻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현은 그 기다림을 자기 이름값처럼 느꼈다. 누군가 기다려 주면 더 잘해야 했고, 더 잘하려면 한 번만 더 들으면 될 것 같았다.
손님이 밖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수현은 평범한 치수를 쟀다. 조일이 받침을 옮기고 서린이 눈금의 시작을 확인했다. 오른손으로 자를 깊이 쥘 필요는 없었다. 검의 두께가 바뀌는 구간을 적는 일은 결청 없이도 가능했다.
그런데 수현은 숫자를 쓰며 계속 다음 감정을 생각했다. 쉬는 시간에 몸은 의자에 있었지만 귀는 벌써 쇠에 붙어 있었다. 그는 물을 마시다 잔 테를 살짝 쳤다. 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셋째 감정은 열한 시 이십 분 눈금에 시작했다. 판매점이 대조용으로 자발 제출한 새 검이었다. 다른 구매자의 마지막 한 자루는 오후에 보되, 상태가 안 좋으면 연기하기로 해 뒀다. 수현은 오늘 셋을 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조일이 물었다.
“셋까지는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아니야.”
수현은 대답했다. 그리고도 손끝을 댔다. 자기가 지금 멈추면 매장 쪽지는 살아 있고 자기 소견만 끊길 것 같았다.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부끄러워졌다.
울림은 처음에 맑았다. 그 맑음이 첫 두 물건을 나쁜 검으로 단정하게 만들까 봐 다시 다른 지점을 들었다. 비교하려는 순간 손가락이 잘게 떨렸다. 받침을 건드리지 않았는데 쇠가 아주 가볍게 부딪쳤다.
수현은 손을 뗐다.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았다. 거리의 망치와 창문의 경첩, 자기 숨소리가 같은 높이로 모였다. 셋째 물건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쓰려 했지만 문장이 나오지 않았다. 맑았다는 첫 인상조차 증거처럼 남길 수 없었다.
서린이 접촉 종료 눈금을 읽었다. 시작에서 두 눈금이 지났고, 이번 결과는 판정 불가였다. 조일은 아직 빈 넷째 칸에 미실시라고 썼다. 쉬었다가 오늘 다시 듣는 계획은 지웠다.
수현은 오른손을 탁자 아래로 내리려다 멈췄다. 손을 감추면 자기만 아는 실패가 될 것 같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천 위에 두고 구매자와 판매점 입회인에게 말했다.
“제 감각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오늘 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앞선 관찰도 다른 검사와 대조하기 전까지 범위를 넓히지 않겠습니다.”
판매점 입회인은 고개를 조금 들었다. 이제 백가 감정이 틀렸다고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가슴이 뜨거워졌지만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큰 소리가 지금 자기 귀를 더 아프게 했다.
“감정인이 멈춘 사실을 쓰십시오. 그 사실로 검이 안전하다는 결론은 안 나옵니다.”
서린이 첫 두 물건의 소견과 셋째의 미판정을 따로 읽었다. 어느 물건도 결청 하나로 내부 안전을 확정하지 않았고, 오늘 상태가 나빠졌으므로 교차 확인이 더 필요했다. 수현은 그 설명을 자기 방패로만 듣지 않으려 했다.
손님 둘은 화가 났다. 하나는 내일 또 쉬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약속한 범위를 못 마친 부분은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한 치수 대조와 기록의 값을 소유자에게 다시 설명하고, 계속 맡길지 돌려받을지 고르게 했다.
그러나 돈을 덜 받는 것으로 그들의 하루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수현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오후의 예약자에게 즉시 연기를 알렸다. 견습에게 사람을 붙잡고 자기 회복을 기다리게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점심을 먹는 동안 그는 숟가락을 왼손으로 썼다. 오른손의 떨림은 배가 찬다고 곧 멎지 않았다. 조일은 젓가락 소리가 덜 나게 그릇 밑에 천을 깔았다. 수현은 그 배려가 고마워서라도 오늘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셋은 안 넘었는데요.”
조일이 낮게 말했다. 탓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가게의 기준을 다시 물어보는 말이었다.
“횟수만 셌어. 한 번을 너무 길게 썼고, 둘째 뒤의 이상을 작게 봤지.”
수현은 아침 기록을 짚었다. 첫째와 둘째는 예정한 길이를 넘겼다. 셋째는 이미 날카롭게 들리는 소리를 느끼고도 시작했다. 한 번 더 쓰지 않은 것이 세 번의 무리를 없애지는 않았다.
의원은 오후에 와서 손의 겉상처를 확인했다. 새로 벌어진 데는 없었다. 그러나 손이 떨리고 소리에 예민해진 동안은 정밀 결청을 하지 말고 상태를 다시 보자고 했다. 며칠이면 낫는다는 약속은 없었다.
수현은 검들을 다른 장인에게 넘길 수 있는지 서린과 의논했다. 물건 주인의 동의와 운반 기록이 필요했고, 각자의 일정도 있었다. 당장 올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시장에서 작은 농기구를 만드는 장인 하나였다.
그 장인은 해 질 무렵 왔다. 이름은 허담이었다. 그는 검 감정의 대가가 아니며 내부를 소리로 듣지도 못한다고 먼저 말했다. 대신 평평한 판과 직선자, 두께를 비교할 작은 틀을 가져왔다.
수현은 그 물건들이 자기 감각보다 느리고 작다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제일 먼저 막힌 것은 느린 도구가 아니라 빨리 증명하고 싶은 자기 손이었다.
두 사람은 소유자가 계속 맡기기로 한 첫 검을 받침에 놓았다. 허담이 판에 빛을 비추자 검 옆면과 직선자 사이에 가는 틈이 생겼다. 수현은 어둔 구간이 첫 감각 그림과 가까운 것을 보고 곧바로 같은 원인이라 말하려 했다.
“먼저 이쪽 판부터 뒤집어 보세.”
허담이 말했다. 판이 조금 휘어 있었다. 방향을 바꿔 재니 틈의 모양이 달라졌다. 수현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평범한 도구도 잘못 놓으면 자기 감각만큼 쉽게 사람을 속였다.
그들은 다른 받침과 자를 대조하고, 반복해서 남는 차이만 적었다. 칼날을 휘거나 세게 두드리지 않았다. 수현의 손은 종이를 가리키는 일에만 썼다. 조일이 측정을 읽고 허담은 자기 말로 결과를 남겼다.
한 번은 조일이 읽은 숫자가 달랐다. 소년은 자기가 잘못 읽었다고 먼저 말했다. 허담은 자리를 바꾸어 같은 눈금 높이에서 보게 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선이 옆으로 비껴 보인 것이었다.
수현은 견습에게 틀렸다는 이유만 적지 말고 어디서 읽었는지도 남기라고 했다. 조일은 종이에 작은 사람 둘을 그렸다. 하나는 서 있었고 하나는 앉아 있었다. 대단한 검사도구 사이에 우스운 그림이 생겼다.
“이렇게 그리면 다른 장인이 웃지 않을까요?”
“같은 데서 보면 같은 숫자가 나오는지 먼저 보겠지.”
수현은 대답하고 잠깐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듣는 감각을 다른 사람이 못 듣는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까지는 강점으로 여겼다. 지금은 견습의 작은 사람 그림이 자기 소견에 없던 길을 남기고 있었다.
해가 낮아질 때 첫 검의 겉모양과 치수 관찰 한 장이 완성됐다. 내부 결함의 정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자로 어디부터 재고 어떤 받침을 썼는지 다른 사람이 따라 볼 수 있었다.
수현은 귀를 막지 않은 채 창밖을 봤다. 망치 소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검사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기 손끝이 멎은 뒤에도 남이 읽어 준 숫자는 종이에 남았다.
허담이 짐을 싸며 수현의 그림을 달라고 했다. 자기 공방의 다른 자와 맞춰 보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허락된 사본 범위를 확인하고 한 장을 건넸다.
“그런데 백 수리공. 우리 자의 한 치와 자네 자의 한 치가 같은지는 봤나?”
수현은 탁자 위에 자 둘을 놓았다. 끝을 맞추자 멀어질수록 눈금이 조금씩 어긋났다. 오늘 얻은 숫자들 사이에서, 자기 손끝 없이도 풀어야 할 다음 틈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