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녹이던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수현은 웅덩이를 건너지 않고 돌아갔다. 물 아래로 굳은 찌꺼기가 뾰족했다. 불이 꺼졌다고 해서 발을 디딜 곳까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관리인은 그 모습을 보고 안쪽 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건 보름째 아침이었다. 전날 도착해 문 앞에서 받은 설명 뒤, 일행은 허락된 나루 숙소로 돌아가 잤다. 밤에 빈 제철장을 뒤질 수는 없었다. 오늘 열람에는 관리인과 노동자 쪽 보관인이 함께 입회했다.
품삯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시 모여 있었다. 서린은 일행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할 권한이 없다고 먼저 밝혔다. 합의회에서 승인한 것은 제칠차 강재의 출고와 검사 경위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누군가 낮게 욕을 했다. 수현은 그 말을 자기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일행에게도 밥값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일한 사람은 자기 밥값을 아직 받지 못했다.
“장부만 보고 가면 우린 또 기다리라는 거요?”
수현보다 키가 작은 중년 여자가 물었다. 오른팔에 오래된 데인 자국이 있었다. 관리인은 풀무 일을 맡았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여자는 자기가 맡은 일부터 말하지 말라며 손을 들었다.
“기록을 보관한 사람으로 왔소. 우리 이름이 품삯 칸에서 빠지는지 보러.”
서린은 그 직책으로 적었다. 이름은 본인이 허락한 뒤 들었다. 여자는 모연이라고 했다. 수현은 자기 성을 말했지만 스승의 조카라는 말을 먼저 붙이지 않았다.
모연은 나무함을 내려놓았다. 관리인이 장부를 밖으로 가져갔다고 말한 것은 이 함이었다. 제철장 폐쇄 때 물이 새는 사무방에서 옮겼고, 노동자 셋이 물건 수를 확인했다. 현재는 돌아가며 보관했다고 했다.
“상단 허락은 받았습니까?” 호송인이 물었다.
“없소. 그래서 우리가 훔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 옮겼으면 저기서 다 썩었소.”
수현은 함을 열기 전에 사무방을 봤다. 창 아래 진흙물이 마른 자국이 있었다. 서가의 아랫단이 휘었다. 그러나 그 흔적이 있다고 모연의 보관 경위 전부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관리인의 진술을 따로 받았다. 폐쇄 당일 함을 들고 나가는 것을 봤고, 막지는 않았다고 했다. 모연이 가져간 것이 어떤 장부인지 그때는 세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관리인에게 불리한 대답이었다. 모연은 그 말이 끝날 때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수현은 이곳에서도 누군가의 좋은 뜻만으로 물건의 길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함 안에는 생산 장부 한 권과 품삯 부표 묶음, 숯 수령 쪽지가 있었다. 숙부의 이름은 생산 장부 뒤쪽 작은 칸에 적혔다. 검사인 방문 예정. 그 아래 실제 방문 표시가 있었지만 서명 부분은 젖어 붙어 있었다.
수현은 손을 뻗지 않았다.
모연도 자기 손으로 떼려다 멈췄다. 종이 두 장 사이가 풀처럼 붙었다. 힘을 주면 한 장이 두 장을 데리고 찢어질 터였다. 서린은 지금 억지로 펴지 말자고 했다.
“그럼 또 아무것도 못 보고 가겠네요.”
모연의 입가가 굳었다. 수현은 대답 대신 마른 받침과 깨끗한 천이 있는지 물었다. 물기를 새로 더하거나 불에 굽지 않고, 펼 수 있는 데까지만 지지해 말려야 했다. 글씨를 살리는 전문가는 아니라는 말도 함께 했다.
관리인은 화로를 피우면 빠르다고 했다. 수현이 젖은 먹이 번질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밖의 바람부터 살폈다. 모연은 창 두 개를 열고 문가에 가림판을 세웠다. 바람이 직접 종이를 넘기지 않게 했다.
네 사람은 함을 마른 탁자로 옮겼다. 수현은 상처 난 손으로 무게를 받지 않았다. 받침의 방향과 물건 목록을 확인하는 일을 맡았다. 배에서 밧줄을 잡지 않은 때와 비슷했다. 자기 손이 못 하는 일 때문에 입회 전체가 멈춰서는 안 됐다.
붙은 장은 억지로 열지 않고 가장자리만 받쳤다. 오늘 읽을 수 있는 다른 쪽을 먼저 봤다. 생산 장부에는 제칠차 출고에 들어간 평강의 수량과 작업일이 있었다. 검 모양으로 완성되기 전 납작하게 만든 쇠였다.
갈흔골에서 만든 전부가 제칠차로 간 것은 아니었다. 같은 날 생산한 물건도 서로 다른 곳에 나갔다. 수현은 그 사실부터 표시했다. 하안성에서 입증한 출고 묶음을 이곳의 하루 생산 전체와 같다고 부를 수 없었다.
출고 목록에는 평강을 장명 보급소로 보낸 수레 두 대가 적혔다. 가운데 한 줄은 다시 넘긴 물건이었다. 되돌림이라는 글씨 옆에 새 번호가 붙었다. 왜 돌아왔는지는 별도 설명이 없었다.
수현은 모연에게 그것이 불량품이라는 뜻인지 묻고 싶었다. 대신 그 줄을 직접 작성했는지 물었다. 모연은 품삯 숫자만 적었고 생산 쪽 기록은 관리인이 썼다고 했다.
관리인은 되돌림이 길이와 수량을 조정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실무 담당은 지금 다른 마을에서 일했고, 본인은 전달받은 숫자만 옮겼다는 설명이었다. 자기 추측을 작업 사실로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린은 그렇게 했다. 수현은 더 먼 길이 하나 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여기 와서 모든 숫자의 주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점심 전에는 품삯 장부를 봤다. 모연이 직접 작성한 기록이었다. 이름 옆에 일수, 맡은 공정, 받은 돈, 남은 돈이 따로 적혔다. 그 아래에는 밥과 기숙방 비용을 제했다는 칸이 있었다.
“밥을 안 먹어도 제했소.”
모연이 말했다. 관리인은 공동 식량을 미리 산 몫이라고 했다. 어느 설명이 맞는지는 계약과 실제 지급을 봐야 했다. 수현은 음식값을 공제한 숫자를 보는 동안 가게에서 조일 품삯을 빼고 사흘을 셌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이 장부를 감정료 대신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열람하는 시간의 품삯은 승인된 범위에서 드리겠습니다. 내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값은 아닙니다.”
모연은 먼저 얼마인지 물었다. 그 숫자를 듣고 두 사람이 일을 쉬어야 한다며 범위를 줄였다. 한 사람은 남아 말린 숯을 옮기고, 모연만 정해진 시간 동안 대조했다. 밀린 품삯이 있다고 오늘 새 일까지 공짜가 될 수는 없었다.
서린은 개인 임금 이름을 전부 베끼지 않았다. 이번 물품을 만든 날짜와 공정에 연결되는 줄만,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옮겼다. 임금 청구를 원하는 사람은 자기 기록을 어디에 제출할 수 있는지 별도 안내를 받았다.
일행은 그 청구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관할과 원본 보관을 확인해 정식 요청을 보내는 것이 오늘 가능한 일이었다. 수현은 그 설명이 빈말처럼 들릴 때 모연의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봤다.
그녀는 밥 공제 칸을 가리지 않았다. 본인이 쓴 숫자였다. 왜 그대로 받아 적었는지 수현이 묻자, 모연은 그때는 그만큼이라도 받아야 했다고 답했다. 거기서 더 묻는 일이 오늘 허락된 면담인지 수현은 서린을 봤다.
모연은 스스로 말을 이었다.
“안 적으면 못 받은 몫도 없어지는 줄 알았소. 그래서 전부 적었지. 받은 것, 못 받은 것, 빼앗긴 거라 생각한 것.”
수현은 그 장부가 불평만 모은 종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표가 맞지 않는다고 지금 장부를 다 버리면, 누군가 실제로 일한 날도 함께 사라졌다.
밖에서 큰 소리가 났다. 한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오려 했다. 장명에서 보관품 회수 요청이 왔다고 했다. 관리인이 앞으로 나갔고 호송인은 문을 막는 대신 요청문부터 보자고 했다.
남자는 화가 난 얼굴로 문서를 펼쳤다. 상단 소유 생산 기록을 반환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물건 목록에는 오늘 본 함의 수량도 장부 이름도 없었다. 무엇을 인수할지 아직 합의된 요청이 아니었다.
수현은 함을 안고 숨기려는 모연의 팔을 봤다. 막 꺼낸 장부 한 장이 받침 밖으로 밀렸다. 그가 손을 들었다.
“그대로 두십시오. 들면 붙은 곳이 찢어집니다.”
모연의 팔이 멈췄다. 호송인은 남자와 관리인을 문밖 그늘로 안내했다. 양쪽의 소유 주장과 보관 경위를 서면으로 남기되 당장 강제로 함을 가져갈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린은 원본을 자기 보따리에 넣지도 않았다. 오늘 열람한 페이지와 현재 손상 상태를 목록으로 남기고, 양쪽이 동의할 보관 장소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합의되지 않으면 관할에 보존 요청부터 보내야 했다.
회수하러 온 남자는 곧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 말은 협박일 수도, 실제 일을 마치러 오겠다는 말일 수도 있었다. 수현은 그의 표정 대신 어느 인장과 이름으로 왔는지 기록했다.
모연은 함을 다시 탁자 위로 밀었다. 손등이 조금 떨렸다. 수현은 그것을 겁의 증거라고 적지 않았다. 방금 무거운 함을 들려다가 멈춘 팔일 수도 있었다.
오후 햇빛이 창 아래로 움직였다. 말리던 장부의 가장자리가 조금 벌어졌다. 저절로 떨어지는 부분만 관리인이 받침을 넣어 펼쳤다. 안쪽 먹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수현은 숙부의 성을 알아봤다. 백진석. 그 옆에는 방문한 날과 검사 비용이 적혔다. 비용 아래에는 새로 줄을 긋고 다른 금액을 쓴 흔적이 있었다. 누가 언제 고친 것인지는 옆의 확인란을 봐야 했다.
그는 눈을 가까이 대려다가 뒤로 물러났다. 반가운 글씨를 보면 손도 먼저 가는 버릇이 있었다. 서린이 모연에게 먼저 읽어 달라고 요청했다. 모연은 그 부분을 자기가 썼다고 했다.
검사인이 먹은 밥값. 머문 날의 숙박값. 생산품 검사를 위해 들어간 인원 수. 숫자는 숙부가 가게에서 받은 검사비보다 구체적이었다. 수현이 알고 있던 스승은 망치를 든 사람인데, 종이 속에서는 밥을 먹고 방을 빌린 사람이었다.
수현은 그 장을 자기만 보겠다고 하지 않았다. 관리인과 서린이 차례로 읽고 원문 그대로 대조했다. 그는 자기에게 불리한 줄이 있는지 먼저 찾는 마음과, 불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아직 결론은 없었다. 지워진 금액이 단순 정정인지, 검사 범위를 바꾸는 합의인지 모연의 설명과 다른 자료를 들어야 했다. 다음 날 면담 시간은 이미 오늘의 한도를 넘었다. 서린은 별도로 승인과 당사자 동의를 요청했다.
해가 낮아질 때 일행은 열람 사본에 확인을 받았다. 원본은 관리인과 노동자 보관인 양쪽이 잠금 상태를 확인한 마른 방에 두기로 합의했다. 누가 열 때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도 정했다. 상단 회수 요청은 그 합의와 별도 기록으로 남았다.
수현은 함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에 왔을 때보다 가벼운 소리가 아니었다. 안에서 찾은 것은 범인을 가리키는 칼이 아니라, 일하고도 돈을 못 받은 날들이었다.
모연이 그를 문밖으로 불렀다. 손에는 남은 밥을 싼 작은 보자기가 있었다. 수현이 받지 않으려 하자 그녀는 팔려던 것이니 값을 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몫의 식비에서 동전을 꺼냈다.
“백 선생도 늘 먼저 돈을 내려고 했소.”
그녀가 말했다. 수현은 고맙다는 말을 듣기 전처럼 목을 바로 세웠다.
모연은 그를 오래 보았다.
“내일은 그분이 얼마를 덜 받았는지부터 묻지 마시오. 그때 누구의 밥이 줄었는지부터 들어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