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17화

물길을 거슬러

본문 5,244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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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은 가게 열쇠를 받기 전에 값을 물었다.

“평소 품삯 그대로 받고 문까지 지키는 거예요?”

수현은 매듭을 묶던 손을 멈췄다. 사건 열사흘째 아침이었다. 문턱에는 작은 여행 보따리가 있었고, 탁자에는 두 사람이 먹을 보리밥이 놓였다. 가게를 맡긴다는 말이 어른이 됐다는 칭찬으로 끝나서는 안 됐다.

그는 남은 현금 안에서 추가 기록 관리 품삯을 정했다. 이웃 목수가 저녁 문단속을 함께 보는 비용도 따로 넣었다. 조일이 맡는 것은 받은 물건의 상태 확인, 기록 사본 보관, 약속한 연락이었다.

혼자 불을 크게 피우거나 위험한 날붙이 수리를 새로 받지 않았다. 감정품 원본은 애초 가게에 없었다. 합의회 보관물은 서린이 떠난 동안 다른 담당 서기가 목록대로 관리했다.

수현은 자기 수리점의 새 운영 장부를 놓고 갔다. 사건 사본은 필요한 항목만 따로 묶었다. 조일은 여행 보자기에 검사표 원본이 들어 있지 않은지 한 번 더 확인했다.

“제가 기록 맡는 거지 형 누명까지 보관하는 건 아니죠?”

“그건 네 몫 아니야.”

수현이 답하자 조일은 열쇠를 받았다. 작은 쇠가 소년의 손바닥에 들어갔다. 수현은 문 밖으로 나간 뒤에도 한 번 돌아왔다. 여행 중 가게를 닫아야 하면 누구에게 먼저 알릴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조일은 짜증내지 않고 순서를 적었다. 목수, 합의회 연락 담당, 맡긴 손님. 장명 심부름이 왔다고 기록을 건네지는 않았다. 수현의 이름으로 누가 요청하면 돌아오는 정식 연락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이제 가세요. 계단에서 계속 돌아오면 운임만 날려요.”

수현은 마지막 보리밥을 입에 넣었다. 밥을 급히 삼키다 기침했다. 견습은 물을 주면서도 보따리를 다시 풀어 주지는 않았다.

나루에는 윤초가 먼저 와 있었다. 허리는 비어 있었고 오른손목에는 얇아진 붕대가 남았다. 그녀 옆에는 관아 호송인 둘이 섰다. 한 사람은 갈흔골까지, 다른 한 사람은 첫 중간 나루까지 동행할 예정이었다.

관아는 윤초를 풀어준 것이 아니었다. 출고 경로를 확인하는 제한 출장에 당사자 입회를 허가했다. 지정한 배와 숙소, 면담 장소를 벗어나지 않으며 날마다 소재를 확인했다. 사건 열여드레째까지 하안성에 돌아와 재출석해야 했다.

범위를 바꾸려면 호송인이 관아에 요청해야 했다. 서린이나 수현의 약속으로 늘릴 수 없었다. 윤초는 허가문을 읽어 들은 뒤 확인했다. 표국의 정식 호위 업무를 맡은 것도, 가게의 경호원이 된 것도 아니었다.

“검은 안 돌려주더군.” 그녀가 말했다.

“여행에 꼭 필요합니까?”

“습관에는 필요하지.”

수현은 오른손을 보았다. 자기도 망치 없이 가게 문을 나오면 주머니가 비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그 빈자리마다 물건을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합의회에서 승인한 출장비 쪽지를 선주에게 보였다. 왕복 운임과 정해진 숙박, 증거 열람의 한도가 있었다. 별도 인원을 고용하거나 배를 하루 더 붙잡는 비용은 남은 한도 안에서 다시 협의해야 했다.

곽두는 나루를 떠나지 않았다. 상류 길을 아는 선주와 일행을 연결한 뒤 오늘 짐부터 돌보러 갔다. 공짜로 배 한 척을 내주며 하안성 전체를 뒤따라오게 할 사람은 아니었다.

“물 거슬러 가는 값이 왜 내려오는 값과 같겠소. 밧줄 잡아 끄는 날은 다르니 중간에서 다시 물으시오.”

그 말을 남기고 곽두는 일꾼을 불렀다. 수현은 그가 비워 준 길로 내려갔다. 배는 모험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말린 콩자루와 소금 항아리가 먼저 실려 있었다.

선주는 보따리를 배의 가운데에 놓으라고 했다. 수현이 문서 보자기를 품에 안자 물에 빠지면 같이 젖는다고 했다. 방수 덮개 안에 넣고 어느 짐 아래 있는지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나았다.

윤초는 갑판 가장자리를 밟지 않았다. 손목으로 난간을 잡을 수 없으므로 밧줄을 따라 안쪽 길을 골랐다. 수현도 그녀 뒤에서 발을 놓았다. 떠나는 배에서 두 사람의 걸음은 하안성 골목보다 더 느렸다.

강은 처음에 넓었다. 익숙한 짐터 지붕이 뒤로 물러나고 가게의 굴뚝은 다른 굴뚝들과 섞였다. 수현은 어느 것이 자기 집인지 끝까지 찾지 않았다. 조일에게 열쇠를 주고도 눈으로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한낮이 지나자 배가 느려졌다. 좁아진 물길을 맞바람이 거슬렀다. 선주는 예정한 쉬는 곳보다 아래에서 멈추겠다고 했다. 무리해서 올라가면 빈 배로 내려올 때 쓸 줄까지 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강둑의 낡은 말뚝은 반쯤 뽑혀 있었다. 밧줄을 걸던 선원이 욕을 했다. 물살이 배 옆을 밀 때마다 말뚝 밑 흙이 부풀었다. 수현은 그 흔들림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에 묶으면 안 됩니다.”

선원은 그도 안다고 대꾸했다.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 아는 사람에게 늦게 아는 척하는 목소리가 됐다. 문제는 다른 계류 지점까지 올라갈 힘이 남았느냐는 것이었다.

강둑 위에는 밧줄을 끌어 줄 인부 둘이 있었다. 선주는 그들에게 다음 굽이까지 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부들은 배의 무게와 거리를 보고 값을 불렀다. 예정 운임에 없는 일이었다.

서린이 비용 쪽지를 꺼냈다. 일행만 내리면 배가 가벼워지겠지만 화물은 그대로 남았다. 선주는 자기 화물을 위한 몫을 부담하고, 승객은 우회 하선 비용을 더하는 것으로 나누자고 했다.

수현은 방금 물길을 아는 사람에게 말을 보탠 입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먼저 물었다. 선주는 강둑에 내려 표류물을 치우는 일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 상처 난 손으로 줄을 잡으면 의원 하나를 더 찾아야 했다.

대신 수현은 갑판 안쪽의 작은 짐들을 옮기는 순서를 적었다. 무거운 것을 직접 들지는 않았다. 뚜껑이 헐거운 소금 항아리는 선원이 다시 묶고, 문서 덮개는 젖는 쪽과 멀리 뒀다.

호송인 하나가 먼저 안전한 발판으로 내려갔다. 윤초는 두 번째였다. 선원이 넓은 판을 놓고 양끝을 고정한 뒤 건너게 했다. 물 위에서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용감한 일은 아니었다.

수현은 강둑에 올라 돌아봤다. 자기들만 내려오자 배의 한쪽 기울기가 조금 줄었다. 인부들이 새 밧줄을 어깨에 걸었다. 배는 한 뼘 움직였다가 물살에 밀려 다시 반 뼘 돌아왔다.

그 작은 거리를 같은 사람들이 여러 번 되풀이했다. 수현은 올라가는 값을 깎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오르던 자신을 생각했다. 강은 은전의 액수만큼 힘을 줄여 주지 않았다.

다음 굽이에서 배를 다시 탔을 때 해는 낮았다. 예정한 나루에 닿는 것은 다음 날로 미뤄졌다. 서린은 갈흔골 연락처와 관아에 지연을 전할 정식 전갈을 맡겼다. 돌아갈 기한이 저절로 하루 늘지는 않았다.

윤초는 줄 견인비 일부를 내겠다고 했다. 선주는 승객 몫으로 정해진 금액만 받았다. 표사라는 이름으로 더 낼 까닭도, 피의자라는 까닭으로 더 받을 근거도 없다고 했다.

수현은 남은 비용을 셌다. 하안성에서 공급을 끊긴 가게로 돌아가면 쓸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연을 감춘 채 기록을 맞추는 쪽을 택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한도를 넘기기 전에 돌아갈 길도 함께 적었다.

첫날 밤 숙소는 나루 창고 옆 좁은 방이었다. 서린은 다른 방을 썼고 호송인이 문밖 교대를 했다. 수현과 윤초는 저녁밥 때만 같은 처마 아래 앉았다. 잠자리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동행은 아니었다.

윤초가 왼손으로 젓가락을 쓰다 콩 하나를 떨어뜨렸다. 수현은 주우려다가 자기 무릎에 밥알이 붙은 것을 봤다. 둘은 서로를 보았다.

“실력은 비슷하군.”

“이건 합의회 감정에 넣지 마십시오.”

윤초가 처음으로 길게 웃었다. 웃음은 짧은 기침으로 끝났다. 수현은 그제야 그들도 밤의 잠과 하루의 밥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편해졌다. 사건의 이름으로만 묶인 동행보다 좁고 살아 있는 자리였다.

밥 뒤에는 약을 갈았다. 수현은 마른 천을 떼다가 상처 끝이 당겨 손을 멈췄다. 하안성 의원이 준 약을 새로 덧바르기 전, 방 주인에게 깨끗한 물을 부탁했다. 강물이 곧바로 상처 씻는 물이 되지는 않았다.

윤초는 처마 다른 끝에서 자기 붕대를 갈았다. 수현이 그녀의 손목을 보려고 고개를 들자 그녀가 천부터 가렸다. 서로 다쳤다는 이유로 남의 몸을 살필 권리까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아직 아픕니까?” 그가 물었다.

“힘주면. 잠잘 때는 덜해.”

“내일 길이 길면 말씀하십시오.”

“너도.”

그 말은 동행을 그만두자는 뜻이 아니었다. 수현은 처음으로 배가 늦어진 것을 꼭 손해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억지로 한 굽이 더 갔다면 내일은 손뿐 아니라 다리까지 말을 안 들었을지 몰랐다.

그는 방에 들어가 여행 기록을 덮었다. 잠들기 전 한 번 더 읽고 싶은 표식 그림은 보자기 안에 뒀다. 하안성에서 조일에게 쉰다고 약속할 때는 늘 내일의 일을 먼저 셌다. 오늘은 불을 끄고 눈을 감는 일부터 했다.

다음 날 아침 중간 나루에서 한 호송인이 돌아갔다. 본인 확인과 인계 기록을 다른 호송인이 받았다. 윤초는 그 절차가 끝날 때까지 배에 오르지 않았다. 수현도 서두르지 않았다.

하안성에서 보낸 첫 회답이 그 나루에 도착해 있었다. 조일의 글씨였다. 새 수리는 제한대로 받았고, 손님 셋에게 물건을 돌려줬으며, 기록 사본 요청 하나는 발신을 확인할 때까지 거절했다고 썼다.

그 아래에는 가게 쌀값만큼 구체적인 말이 있었다. 문을 지키는 목수가 늦게 왔으므로 추가 품삯은 그만큼 줄여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견습을 믿는다고만 말하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소년은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린은 읽을 범위가 끝나자 조일의 사적인 문장을 보지 않고 종이를 돌려줬다. 수현은 남은 한 줄을 혼자 읽었다.

‘오실 때 쇠보다 손 먼저 가져오세요. 모루는 도망 안 갑니다.’

배는 오후에 갈흔골 아래 나루에 닿았다. 굴뚝은 산자락 안쪽에 있었다. 수현은 연기부터 찾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는데 굴뚝 위 공기는 비어 있었다.

나루의 짐꾼은 제철장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서린이 면담 요청에 대한 회답을 보이자 그는 폐쇄문을 열 수 있는 관리인을 안내했다. 다만 길 위에서 만난 노동자들에게 관아가 밀린 품삯을 주러 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 먼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반나절 일을 놓고 모였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수현은 자기 보따리 속 출장비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제철장 문 앞에는 신발 여러 켤레가 나란했다. 일하러 온 사람의 신발이 아니었다. 장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처마 아래 앉아 있었다. 수현은 그들의 줄을 건너 문으로 가지 않았다.

관리인이 밖으로 나왔다. 서린의 이름을 확인한 뒤 문을 조금 열었다. 안쪽에는 붉은 빛 대신 젖은 숯 냄새가 있었다.

“검사 기록을 보러 오셨다지요.”

관리인은 수현의 성을 듣고 한 번 더 얼굴을 봤다.

“백 선생 기록은 사무방에 없습니다. 품삯 기다리는 분들이 먼저 가져갔습니다.”

17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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