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14화

세 번째 납품처

본문 5,299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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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 창고에는 검보다 삽이 많았다.

수현은 문밖에 선 채 그 사실부터 셌다. 긴 자루들이 처마 밑에 기대 있었다. 끝이 닳은 삽날, 운반 수레의 쇠고리, 제방에 박는 쐐기. 사람을 베지 않는 쇠도 사람의 무게를 받았다.

사건 열흘째 아침이었다. 전날에는 가게로 돌아가 밥을 먹고 잤다. 손바닥 상처가 밤새 붙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탁자에서 졸며 남의 말을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서린은 관아가 내준 열람 쪽지를 문지기에게 보였다. 오늘 허락된 것은 출납 기록의 특정 번호와 그에 딸린 보관품이었다. 관아의 모든 장부를 뒤질 권리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출납 담당은 쉰쯤 된 여자였다. 소매 끝이 닳았고 왼손 검지에는 먹이 들었다. 그녀는 수현이 가져온 사본을 받고도 창고 문을 열지 않았다.

“이 인장이 우리 것이라는 말을 들으셨습니까?”

“확인할 곳이 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잘 들으셨군요. 네모난 도장은 여기 말고도 많습니다.”

그녀는 자기 이름을 채령이라고 밝혔다. 서린은 면담 시각과 직책을 적었다. 수현은 어제 비워 둔 수령지 이름을 오늘도 먼저 채우지 않았다.

채령은 자기가 쓰는 현행 인장을 꺼냈다. 모서리에 작은 이가 빠져 있었다. 표국 부표 사본의 인장과는 온전한 획의 길이가 달랐다. 조일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와서 틀렸냐고 물었을 것이다.

“지난달에 바꿨습니다. 전에 쓰던 것도 보관해 놨지요.”

옛 인장은 다른 서기가 열쇠를 가져와야 꺼낼 수 있었다. 채령은 기다리는 동안 번호를 대조하자고 했다. 도장을 보는 것과 짐을 받았는지 보는 것은 따로 할 일이었다.

수현이 사본을 펼쳤다. 칠목표국 계약 뒤에 꿰맨 부표의 추가 인계 번호. 채령은 큰 장부가 아니라 그날의 접수 쪽지를 먼저 찾았다. 손가락으로 종이 묶음의 옆면을 훑다가 중간에서 멈췄다.

“검사 물품 두 묶음. 하나는 합의회 보관용, 하나는 여기서 쓰는 쐐기용이군요.”

“같이 실렸습니까?”

“여기에는 같이 접수했다고 적혔습니다. 같이 실었는지는 내보낸 곳에 물으셔야지요.”

수현은 대답을 고쳐 적었다. 한 장의 문서 안에서도 길은 나뉘었다. 받는 사람이 아는 길과 보내는 사람이 아는 길이 같지 않았다.

접수 쪽지에는 장명 보급소의 출고 번호, 칠목의 중간 확인, 관아 창고의 인수 표시가 이어졌다. 마지막 수령지 칸에는 하안성 수방 창고라고 적혔다. 제방과 나룻길을 고칠 자재를 맡는 곳이었다.

서린이 표국에 재열람 요청을 보내기로 했다. 가린 이름을 오늘 문서와 대조해야 했다. 수현은 같은 번호가 있다는 이유로 가림 아래 글자를 봤다고 말하지 않았다.

옛 인장이 나왔다. 모서리가 온전했고 아래 획 하나가 비스듬했다. 담당 서기는 그 인장을 쓰던 기간과 보관을 넘긴 날짜를 장부에서 확인했다. 표국 사본의 반쪽 도장과 겹치는 부분은 맞았다.

채령은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찬 흙 냄새가 났다. 벽 아래 선반 한쪽이 젖어 있었다. 밤비가 지붕 틈으로 들어와 빈 상자들을 적셨다고 했다. 맨 아래에 놓인 나무표 두 개는 모서리가 검게 변했다.

수현은 앞으로 나갔다가 오른손을 멈췄다. 젖은 상자를 당겨 내는 일은 자기 몫이 아니었다. 무엇을 건드릴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먼저였다.

“표가 더 젖으면 글씨부터 없어집니다. 보관 담당께서 옮기실 수 있습니까?”

채령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물건을 바꿨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서린은 현재 위치와 상태를 먼저 적자고 했다. 담당 둘이 함께 들어와 상자와 표의 번호를 읽었다. 수현은 문 가까이에서 보이는 방향을 그림으로 남겼다. 바닥의 물 자국도 그렸다.

그다음에야 상자는 마른 받침 위로 옮겨졌다. 젖은 표는 뜯지 않고 붙은 판자째 두었다. 수현은 불로 말리자는 창고 일꾼의 제안을 말렸다. 빨리 마른 종이가 먼저 갈라질 수 있었다.

“삽도 못 들면서 잔소리는 무겁군요.” 채령이 말했다.

“오늘은 그걸 들고 왔습니다.”

채령은 웃지 않았다. 그러나 젖은 곳에 새 물건을 올리지는 않았다. 수현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확인할 묶음은 둘 중 하나만 남아 있었다. 쐐기 열두 개 가운데 네 개는 이미 북쪽 제방 보수에 나갔다. 여덟 개는 기름종이에 싸여 있었다. 수현은 사용한 네 개를 지금 당장 뽑아 오자고 하지 않았다.

제방의 어느 자리에 쓰였는지, 하중을 받는지, 당장 위험한지는 담당 기술자가 볼 일이었다. 결함이 의심된다고 빼 버리면 물길을 받치는 나무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었다.

채령은 현장 담당에게 사용 위치 확인을 보냈다. 남은 여덟 개는 추가 반출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 관아가 정한 보존 조치였다. 수현의 말 한마디가 창고 전체를 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봉인을 풀기 전 무게 기록을 봤다. 쐐기 열두 개의 총량과 포장 무게가 따로 적혀 있었다. 나루 무게표의 보조 짐 구성과 연결할 단서였지만 그날 사용한 저울과 단위는 달랐다.

“빼서 맞는 숫자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서린에게 말하자 그녀는 이미 빈칸을 남겨 두고 있었다. 수현은 견습 없는 자리에서도 누군가 자기 손을 잡아 주는 것 같았다.

상자를 열자 납작한 쇠들이 나타났다. 검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끝은 두꺼웠고 옆면에는 세 점 표식이 있었다. 수현의 목이 잠깐 말랐다. 숙부의 쇠자와 윤초의 검에서 본 표식이었다.

하지만 세 점이 같은 납품 배치를 뜻하는지는 아직 몰랐다. 장명의 물건 전부에 찍는 표시일 수도 있었다. 그는 깊게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채령은 한 개를 집게로 들어 받침에 놓았다. 수현은 눈에 보이는 이음 선과 두께부터 봤다. 결청을 쓰려고 손끝을 대지는 않았다. 표면에 어두운 선이 있어도 안쪽까지 같은 금이 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불량입니까?” 채령이 물었다.

“검과 닮은 표식과 이음 흔적이 있습니다. 검사를 더 해야 합니다.”

“우리 제방에 박은 것도요?”

“그 네 개가 어떤 상태인지는 여기서 모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수현은 모른다는 대답이 늘 사람을 안심시키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모르면서 괜찮다고 말하면 다음 비가 대답을 대신할 터였다.

채령은 점심 교대가 늦어진 일꾼에게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 빈자리는 자기가 지켰다. 서린이 열람 시간을 늘리는 비용을 묻자 관아 업무로 접수된 시간과 별도 보조 일을 나눠 알려 줬다.

수현은 젖은 종이 하나를 살리는 데에도 누군가 밥시간을 내줘야 한다는 사실을 장부 옆에 적었다. 오늘 증거가 생겼다고 그 비용이 저절로 정산되지는 않았다.

낮이 기울 무렵 표국의 회답이 왔다. 허락된 입회인 둘이 추가 인계 부표를 다시 보고 가림 아래 이름을 대조했다. 하안성 수방 창고. 오늘 본 접수 번호와 같았다.

그제야 서린은 세 번째 납품처 이름을 기록했다. 검이 칠목표국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검사 물품 일부가 다른 용도의 쇠와 함께 관아 보관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

전체가 같은 화로에서 나왔는지, 중간에서 섞였는지, 검의 결함이 쐐기에도 있는지는 남았다. 그러나 그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모른다고 할 이유는 없어졌다.

수현이 일어서는데 다리가 조금 저렸다. 채령이 의자를 가리켰다. 창고 바닥에 오래 웅크린 탓이었다. 그는 멋쩍게 다시 앉아 다리를 폈다. 쇠의 금을 보느라 자기 무릎의 소리를 놓쳤다.

“윤 표사 이름이 적힌 것도 있더군요.”

채령이 마지막 쪽지를 내밀었다. 검사 물품 일부를 반환했다는 지급 근거의 열람 사본이었다. 그녀가 숨긴 말이 더 있다는 뜻일까 봐 목 뒤가 먼저 굳었다.

그런데 그 줄은 달랐다. 보조 짐을 관아 쪽으로 분리할 때 확인한 운반인 칸이었다. 윤초의 이름 옆에 작은 획이 있었다.

윤초는 검사표의 대행 확인란에는 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종이는 검사표가 아니었다. 다른 장소, 다른 용도의 확인지였다. 그렇다고 이름 옆 획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본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서린이 말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숨긴 사실이 또 생긴 것인지, 다른 사람이 쓰고 돌아다닌 이름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일 물어야 할 질문을 알고 가야 했다.

창고를 나서기 전에 제방 담당의 회답이 도착했다. 이미 쓴 쐐기 네 개는 물에 잠긴 널을 받치는 곳이 아니라, 자재를 임시로 묶는 바깥 받침에 박혀 있다고 했다. 본인이 현장에 가서 확인한 뒤 사용을 멈추고 다른 묶음으로 바꾸겠다는 답이었다.

수현은 종이만 보고 위험이 없어졌다고 적지 않았다. 확인하러 간다는 말과 확인했다는 말 사이에는 강둑까지의 거리가 있었다. 채령은 돌아온 사람의 이름과 시각을 추가로 남기겠다고 했다.

“대신 쓸 것은 같은 상단 물건입니까?”

그가 묻자 채령이 잠깐 멈췄다. 새 자재라고 다 다른 쇠는 아니었다. 담당은 다른 공급처의 보관 묶음을 먼저 대조하고, 적합한 것이 없으면 받침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목수에게 묻기로 했다.

수현은 그 일에 자기 감정값을 붙이지 않았다. 창고의 대체 공법을 정해 줄 지식도 권한도 없었다. 다만 같은 상자에서 하나 꺼내 바꾸면 오늘 멈춘 이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채령이 현행 장부에 반출 중지 표시를 붙였다. 잘못된 표를 떼는 대신 그 옆에 새 표를 달았다. 원래 어느 이름으로 내주려 했는지 남겨 두기 위해서였다.

문밖에는 삽을 찾으러 온 일꾼이 기다렸다. 그는 물건을 못 받게 됐느냐고 물었다. 채령은 중지된 묶음과 무관한 삽을 꺼내 줬다. 창고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일꾼이 삽을 어깨에 메고 가는 모습을 봤다. 의심을 넓히는 일이 모든 일을 멈추는 일과 같아서는 안 됐다. 어디까지 막고 어디를 열지 적어 두지 않으면, 다음 사람은 안전 대신 소문을 받아 갈 터였다.

가게에 돌아오니 조일이 불 꺼진 화로 앞에서 부품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받은 품삯은 장부 위에 있었고 저녁은 작은 냄비에 있었다. 수현은 사본 보자기를 밥상에서 먼 작업대에 놓았다.

“세 번째가 있었어요?”

“있었어. 관아 제방 자재를 받는 창고였어.”

조일은 상자 속 경첩을 내려다봤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쇠가 사람의 검에만 들어가는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수현은 손을 씻었다. 오른손 상처에는 물이 닿지 않게 했다. 따뜻한 밥 냄새가 났지만 숟가락을 들기 전 오늘 얻은 말을 한 번 더 줄였다. 관아로 간 길 확인. 실제 배치 대조는 아직. 윤초 이름의 획은 본인 확인 전.

그때 문밖에서 관아 전갈이 왔다. 윤초가 다음 날 정식 진술을 하겠다고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받은 사본을 그녀에게 아직 보여 준 사람은 없었다.

수현은 쪽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막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길을 내준 때도 쓰겠습니다.’

조일이 불을 줄였다. 수현은 내일의 빈 종이를 꺼냈다. 오늘 찾아낸 세 번째 길 위로, 윤초가 처음 쓰겠다는 손의 자리가 겹쳐지고 있었다.

1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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