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가 만나겠다는 동료는 검을 차고 오지 않았다.
관아 연락소 문 앞에서 칼집까지 맡겼다고 했다. 허리띠 한쪽만 눌려 색이 달랐다. 수현은 그 흔적을 보고도 먼저 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건 칠일째 아침이었다. 면담방에는 탁자 둘을 떨어뜨려 놓았다. 윤초는 안쪽, 동료는 바깥쪽에 앉았다. 서린이 먼저 각각의 말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다친 오른손을 무릎에 얹었다.
“진오다. 칠목에서 짐 호위를 맡았지.”
남자는 자기 이름을 말하고 윤초를 보았다. 윤초는 고개만 끄덕였다. 둘 사이에 반가운 말이 없었다. 검을 안 찼다고 빈손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여기 와서 무슨 말을 들었습니까?” 서린이 물었다.
“윤초가 검을 맡겼다는 것. 검사표가 나왔다는 것. 그 이상은 안 들었소.”
서린은 면담을 둘로 나눴다. 윤초는 관아 사람이 지키는 옆방으로 옮겼다. 문은 닫혔다. 남자가 의자를 당기자 바닥에 짧은 소리가 났다.
수현은 빈 종이를 펴 놓았다. 어젯밤 챙긴 감정 그림은 보자기 안에 뒀다. 자기가 본 금을 먼저 보여 주면 이 사람도 같은 금을 기억하게 될지 몰랐다.
진오는 표국의 검 보관방부터 그렸다. 선반 넷, 자물쇠 하나, 검을 내줄 때 거는 나무표. 윤초가 들고 온 검의 손잡이에 있던 납품 표식은 알았으나, 깨진 면은 본 적 없다고 했다.
“그 검은 윤초 것이오?”
수현이 묻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쓰는 사람은 윤초지. 돈을 내고 산 건 표국이오. 근무가 끝나면 돌려줘야 했소.”
“사건 전에 돌려줬습니까?”
“정비할 때. 나도 같은 날 냈지. 돌려받은 날은 달랐고.”
수현은 주인이라는 글자 옆에 사용자를 따로 적었다. 윤초가 자기 검이라고 부른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을 맡기고, 바꾸고, 값을 정한 손까지 전부 윤초의 손은 아니었다.
진오는 반환할 때 칼집에 묶는 나무표의 모양을 그렸다. 자기 것은 모서리가 깨졌고 윤초 것은 길게 두 줄이 패였다고 했다. 그가 직접 칼집을 받아 선반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기억한다고 했다.
“검을 뽑아 확인했습니까?”
“아니. 칼집째 받았소. 안의 검이 같았는지는 말 못 하겠군.”
수현은 그 문장을 지우지 않고 적었다. 남자는 불만스러운 듯 눈을 좁혔다. 도움이 되려고 왔는데 자꾸 못 본 것만 남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적으면 윤초한테 좋은 겁니까?”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진오 표사께서 보신 것부터 남는 겁니다.”
“말을 맡기는 데도 값이 드는군.”
“못 돌려드릴 값은 받지 않으려고요.”
수현은 검의 그림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검을 가져온 사람이 누구였는지 물었다. 진오는 장명상단 수레와 함께 온 하급 검수인 석문이라고 답했다. 표국 정비장에 여러 번 드나든 사람이었다.
그 이름을 수현은 처음 들었다. 서린도 미리 준비한 이름표를 내놓지 않았다. 남자가 이름을 쓰려다 획을 틀리자 소리로 먼저 남기고 글자는 본인에게 확인하기로 했다.
진오는 주머니에서 반쪽 나무표를 꺼냈다. 보관방을 정리하다 찾았으며, 윤초가 물어 왔을 때 바로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임의로 건네면 자신이 무엇을 빼냈는지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표면에는 두 줄이 있었다. 끝은 검게 때가 탔다. 칼집에 묶었다는 끈은 없었다.
수현은 받으려던 손을 거뒀다.
“가져오신 경위를 먼저 적어 주십시오. 어느 선반인지도요.”
진오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훔쳤다는 말이오?”
서린이 고개를 저었다.
“표국 소유라면 반출 허가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부터의 보관은 따로 남깁니다.”
남자는 표를 탁자에 세워 놓았다. 반쪽이어서 서지 못했다. 그는 두 번 시도하고 눕혀 놓았다. 수현은 그 짧은 몸짓을 지켜봤다. 남의 편을 들러 온 사람이 자기가 서야 할 바닥을 찾는 것 같았다.
결국 표는 임시 인도품으로 접수됐다. 진오는 표국에 반출 경위를 알리겠다고 했다. 서린은 수현에게 그것을 만지게 하지 않았다. 두 줄이 윤초의 검과 같은 표였다는 것은 아직 진오의 기억이었다.
윤초와의 면담은 그 뒤였다. 진오는 밖에서 기다렸다. 수현은 방금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고 정비 때 무엇을 돌려줬는지 물었다.
윤초는 칼집과 검을 함께 맡겼다고 했다. 자기 손목은 그때 다치지 않았다. 돌려받은 뒤 연습한 날과 닦은 날, 사건 때 부러진 순서를 말했다. 나무표는 보관방에서 끊어 냈고 모양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가져왔지?”
“그 질문을 드리려던 참입니다.”
“나는 받기만 했어. 안쪽 선반에서. 운반하는 사람은 못 봤고.”
수현은 두 사람 진술을 나란히 놓지 않았다. 서린이 먼저 각각 읽어 주고 확인받았다. 공통점은 표국 소유의 지급 검이라는 것, 정비를 위해 반환했다는 것뿐이었다. 운반인을 본 사람은 진오였다.
윤초가 다친 손목을 내려다봤다.
“내가 쓰는 동안 내 검이라 했지. 다른 손을 거친 건 알고 있었으면서.”
“그러면 그 손을 한 사람씩 확인해야 합니다.”
“내 손이 빠지는 건 아니고.”
“네.”
윤초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대답을 듣고도 의뢰를 거두지 않았다. 수현은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물건을 얻는 일보다 그게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앉는 시간은 마지막에 잠깐만 허락됐다. 진오는 윤초의 얼굴을 보더니 표국 숙소에서 챙겨 온 마른 옷을 내밀었다. 관아 사람이 보따리를 확인했다. 칼도, 쪽지도 없었다.
윤초는 왼손으로 옷깃을 펴 봤다.
“내 옷 아니네.”
“네 것은 세탁 맡겼어. 내 걸 입어.”
“값은?”
“돌아오면 빨아 줘.”
돌아온다는 말에 방이 조용해졌다. 진오는 말을 거두지 않았고 윤초도 대답을 약속하지 않았다. 수현은 붓을 내려놓았다. 남겨야 할 말과 둘이 가져가도 되는 말이 달랐다.
그날 낮 수리점에는 맡긴 경첩을 찾는 손님이 왔다. 조일은 다른 공방에서 받은 작업표를 펼쳤다. 경첩은 제대로 맞았으나 운반한 시간이 따로 적혀 있었다. 손님은 어제와 오늘의 값이 왜 다르냐고 물었다.
“고친 사람이 바뀌었어요. 미리 말씀드린 운반값은 여기 있고요.”
조일은 서로 다른 두 줄을 보여 줬다. 수현은 견습의 설명을 대신하지 않았다. 손님이 납득한 뒤 남긴 동전은 경첩 수리비를 제하면 조금이었다. 그래도 오늘 받을 돈이 오늘 들어왔다.
“말만 맞교환하고 온 줄 알았는데요.” 조일이 말했다.
“옷도 오갔어.”
“옷은 쌀집에서 안 받아요.”
수현은 웃다가 손바닥이 당겨 얼굴을 찡그렸다. 의원은 상처가 깨끗해졌지만 깊이 쥐는 일은 아직 피하라고 했다. 수현은 망치 옆 의자에 앉지 않고 창가로 옮겼다. 가까이 두면 또 잡을 것 같았다.
점심은 조일이 남겨 둔 보리밥이었다. 수현은 아침 면담에서 들은 이름을 적으려다 종이를 덮었다. 식탁 위까지 사람 이름을 가져오면 밥 먹는 동안에도 같은 질문을 되풀이할 것 같았다.
조일이 자기 그릇을 당겼다.
“그 표사도 형 편이에요?”
“윤초 편이라고 했어.”
“그럼 비슷하네.”
“우리가 보고 싶은 걸 봤다고 말해 주는 편은 아니야.”
조일은 밥알을 모으며 생각했다. 그러다 쌀장수도 자기 외상값을 받으려는 편이지만 날짜를 틀리게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마음을 지녔는지 묻기 전에 무엇을 직접 보았는지 묻는 일. 견습에게는 쌀집이 더 가까운 설명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 둘은 내일 가게를 지킬 시간을 나눴다. 조일을 심부름마다 데리고 나가면 기록은 편해져도 돈함이 비었다. 오전의 부품 기록 일은 조일이 남아 끝내기로 했다. 관아와 합의회 사이 서류 전달은 그쪽 정식 심부름을 요청했다. 비용이 들면 기록에 넣기로 했다.
수현은 선금 보자기를 다시 묶었다. 자기 사정을 증거품의 품삯에 몰래 얹지는 않겠다고, 말로만 하던 일을 돈함 앞에서 한 번 더 정했다.
오후에 서린이 나무표 사본을 가져왔다. 원본은 합의회에 뒀다. 진오의 표국 반출 경위도 접수됐으나 표국이 허락한 물건이라는 답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석문이라는 분에게 연락을 보냈습니다.”
“만날 수 있습니까?”
“본인이 응답해야 합니다. 가족 소재를 먼저 묻지는 않았습니다.”
수현은 검 운반인이라는 새 칸을 보았다. 상자를 옮긴 사람이 내용물을 알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검을 표국에 들인 경로가 생겼다. 범인을 좇는 길보다 작고, 지금 밟을 수 있는 길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진오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뒤에 장명상단의 심부름꾼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서로를 보지 않았다.
심부름꾼은 합의회 앞으로 온 회답을 내밀었다. 도문결의 이름이 찍힌 문서였다. 정비품의 소유는 칠목표국에 있고 상단은 운송만 맡았다는 설명. 수현의 요청에 답하는 듯하면서, 검을 바꿀 수 있었던 범위를 표국 쪽으로 밀었다.
서린은 배달 시각을 적고 근거 자료를 다시 요청했다. 심부름꾼이 떠나자 진오는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나무표를 가져온 뒤 보관방 일을 못 하게 됐소. 문답 끝날 때까지라고 하더군.”
수현은 잠깐 아무 말도 못 했다. 남의 기록을 얻고 돌아왔지만 그 기록을 건넨 사람의 내일은 가게에 함께 가져오지 못했다.
“오늘 품삯은요?”
“당직에서 빠진 날은 아직 셈을 안 했대.”
진오는 자기를 도와 달라는 말로 끝내지 않았다. 석문을 찾으면 약속 장소를 표국 앞마당으로 잡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은 공개된 곳보다 이름이 명단에 오르는 것을 더 무서워했다고 했다.
서린은 그 말을 전달 조건으로만 남겼다. 두려움의 원인을 짐작해 적지 않았다. 수현은 오늘 들어온 작은 수입을 떠올렸다. 자기 가게만 버티면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문을 닫기 직전 작은 쪽지가 왔다. 석문이 보낸 것이라고 전달자는 말했다. 서린이 아직 가게에 있어 그 경위부터 들을 수 있었다. 쪽지에는 이름 대신 운반한 검 함의 손잡이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수현은 그 그림을 보고도 본인이 맞다고 말하지 않았다. 확인하려면 석문을 만나야 했다. 그림 아래에 짧은 문장 두 개가 있었다.
‘내가 옮긴 건 칼집째였소. 안에 든 쇠는 내가 만든 게 아니오.’
그다음 줄은 더 눌러 쓴 글씨였다.
‘보관 검을 자를 거라면 먼저 줄눈을 보시오. 내가 찍었다고 적힌 눈금이 하나 있소.’
수현은 봉인된 시편을 떠올렸다. 그 눈금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누가 찍었다는 기록이 왜 석문을 겁내게 했는지도 아직 몰랐다.
서린은 쪽지를 별도 봉지에 넣었다. 내일은 도구를 댈 범위부터 다시 합의해야 했다. 쇠를 가르면 되돌릴 수 없었다. 말을 듣는 것과 다른 무게였다.
수현은 빈 감정지 맨 위에 썼다. 소유자, 사용자, 운반인. 세 이름 사이에 선을 긋지 않고 자리를 벌려 놓았다.
그 사이에 이제 쇠를 자를 값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