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그린 사람은 창을 보지 않았다.
르네아는 연필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시 봤다. 눈은 작은 의자를 향해 있었다. 먼 풍경을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오래 서 있다가 잠깐 앉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가 앉으면 큰 창의 절반은 등을 향하게 됐다.
마이라의 연습방에 다녀온 다음 날이었다. 그녀는 아침부터 그 의자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창 쪽으로 돌리면 보기에는 훨씬 좋았다. 그러나 몸을 쉬게 하려고 들어온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부터 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기 욕심 같았다.
세르단은 자기 방에서 글을 썼다. 정한 조용한 시간이라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간혹 들렸다. 르네아는 그 소리에 답하려고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도 지금 종이 속의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 듣는 중이었다.
그녀는 사람을 다시 지우지 않았다. 대신 창의 중심을 조금 옮겼다. 사람이 앉은 동안 등 뒤에 있던 면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쪽으로 갈 때 드러나게 했다. 창을 보기 위해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라, 갈 데가 있어서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그 일을 종이에서 보려면 인형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평평한 사람은 밑판 위에서 자꾸 누웠다. 르네아는 발 아래에 종이 턱을 접었다가 너무 커져 의자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봤다. 그녀는 엉덩이를 조금 깎고서야 혼자 웃었다.
그럴듯한 사람을 그리는 일과 의자에 앉힐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일은 꽤 달랐다. 그녀는 작은 종이 머리를 손가락으로 세워 보고 자기가 서 있는 자세를 바꿨다. 한쪽 다리에 무게를 오래 두니 실제 허리가 먼저 불편해졌다.
몸을 고쳐 앉았을 때 세르단이 문을 두드렸다. 식탁을 써도 되는 시간이 됐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끝낼 선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남자는 잠깐 기다리겠다고 답하고 창가의 물컵을 채웠다.
그녀는 마지막 선을 마치고 밑판을 옮겼다. 세르단은 식탁에 접은 천을 펼쳤다. 푸른 천은 아니었다. 그가 자기 방에서 쓰던 남은 갈색 천이었고 한쪽에 모양이 다른 바느질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이건 오늘 고치려는 상자예요?”
르네아가 물었다. 남자는 상자를 쓰지 않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천을 두 번 접었다. 납작한 주머니가 됐다. 한쪽은 유난히 길고 다른 한쪽은 짧았다.
그녀는 한동안 물건을 알아보지 못했다. 세르단이 긴 쪽에 자를 넣어 보라고 말한 뒤에야 며칠 전 수선한 끈과 연필 주머니의 농담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기 방에서 긴 자를 가져왔다. 끝이 주머니 밖으로 손가락 하나만큼 튀어나왔다.
남자의 얼굴을 봤다. 그는 짧았느냐고 물었다. 르네아는 짧다고 답하고 웃었다. 자가 여행하고 돌아오려면 발이 좀 보여야 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세르단은 아주 멀리 가지는 않겠다고 받아쳤다.
주머니의 짧은 칸에는 연필이 들어갔다. 긴 자와 연필이 안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차이가 마음에 들었다. 덮개를 닫으려 하니 자 끝에 걸렸고, 한쪽 끈을 비스듬히 감아야 했다.
“가게에 내놓을 실력은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르네아는 자기 큰 방도 아직 가게에 내놓을 수 없다고 했다. 세르단은 그건 품목이 다르다고 웃었다. 그녀는 쓰면서 자가 빠지는지 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하자 남자가 잠깐 조용해졌다.
르네아는 선물을 평가받는 얼굴을 그에게서 봤다. 자기도 그림을 펼칠 때 저런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건을 식탁에 놓고, 정말 자기에게 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남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했다. 잘 쓸 수 있을지 보겠다는 말 뒤에 숨겨 두었던 기쁨을 따로 말해야 했다. 르네아는 이걸 생각하며 만들어 줬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남자는 오래 걸렸다고 했다. 바느질 자국은 그 말을 충분히 뒷받침했다.
그렇다고 바로 자기 주머니에서 물건을 모두 옮기지는 않았다. 기존 것의 끈은 가게에서 수선한 뒤 아직 잘 쓰고 있었다. 르네아는 짧게 외출하는 날에는 그쪽을, 도면을 함께 들고 나갈 때는 새것을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단은 두 가지를 경쟁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그녀는 안에서 자가 연필을 누르지 않는 것이 특히 좋다고 다시 말했다. 이번 칭찬은 막연한 다정함이 아니라 직접 넣어 보고 알게 된 것이었다.
그녀가 주머니를 접으려다 바느질에 손톱이 걸렸다. 실 끝 하나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남자는 그 부분을 잘라야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자르기 전에 어디 매듭인지 같이 보자고 말했다. 둘은 천의 안쪽을 뒤집었다.
안쪽은 겉보다 훨씬 복잡했다. 돌아간 실이 여러 번 겹쳐 있었고 길이를 잘못 잰 자리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르네아는 소멜의 푸른 안감을 떠올렸다. 잘 만든 옷의 안과 처음 만든 물건의 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르단은 그녀가 웃을까 봐 그쪽을 끝까지 보이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르네아는 벌써 웃었다고 답했다. 남자가 한숨을 흉내 내자, 그녀는 지금 기쁜 것과 웃은 것이 같이 있다고 덧붙였다. 선물이 감동만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풀리지 않을 매듭을 확인하고 불필요하게 긴 실만 정리했다. 주머니를 다시 뒤집자 천이 처음보다 조금 평평해졌다. 르네아는 그것을 선반에 두지 않고 자기 도면 묶음 옆에 놓았다. 실제로 들고 나갈 물건의 자리였다.
점심 전에는 그녀가 종이 방을 식탁에 가져왔다. 어제 남의 상자를 계속 두고 가면 누가 치우느냐고 물었던 사람이 오늘은 자기 작은 의자를 놓고 있었다. 세르단은 앞의 인물이 전보다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잘 앉히려다 그랬어요. 제가 좀 깎았고요.”
그녀가 답했다. 남자는 무용수도 그런 방식으로 맞출 수 있으면 편하겠다고 했다가 종이 사람을 봤다. 르네아는 그것은 다시 붙일 수 있는 쪽에게만 하겠다고 말했다. 세르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인형을 의자에 앉혔다. 푸른 천은 등 뒤로 가려졌다. 인형이 한쪽으로 옮겨 앉으면 틈이 조금 드러났고, 자리에서 떠나면 창이 전부 남았다. 환영의 완성된 동작을 보여 준 것은 아니었다. 종이 모형의 사람과 천은 여전히 손으로 옮겨야 했다.
세르단은 처음보다 외로운 장면 같다고 말했다. 르네아가 왜 그렇게 보였는지 묻자 그는 사람이 떠난 뒤에도 의자가 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종이 의자를 가만히 봤다. 자신은 쉬고 나가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은 남은 자리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오해라고 고치지 않았다. 외롭게 보이는 것을 원했는지 스스로도 아직 몰랐다. 한 사람이 쉬었다 간 자리가 반가울 수도 있고, 다시 안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일 수도 있었다. 같은 의자에 두 가지 그림이 겹쳤다.
“당신이라면 다시 들어와요?”
그녀가 물었다. 세르단은 그 인물이 무얼 하러 나갔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르네아는 웃었다. 자기가 어제 다른 사람의 글에 던졌던 질문이 돌아왔다. 아름다운 창으로도 사람의 다음 일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종이 사람을 밑판 밖에 놓았다. 빈 의자를 한동안 두고 보다 다시 옆의 다른 자리에 세웠다. 돌아왔다고 꼭 같은 자리에 앉을 이유도 없었다. 새 자리에 두니 그의 등 뒤로 창이 가려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것을 함께 봤다. 르네아는 갑자기 종이 사람을 자꾸 움직이고 싶은 손을 멈췄다. 눈앞에 있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두어도 됐다. 세르단이 가장 편한 장면은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의 이유를 나중에 다시 듣고 싶어졌다.
점심의 채소는 조금 덜 익었다. 르네아가 모형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물에 넣을 때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식탁의 방이 실제 부엌을 이겼다고 했다. 그녀는 덜 익은 것을 도면으로 고칠 수는 없다고 답하고 냄비를 다시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 둘은 빵을 조금 나누어 먹었다. 르네아는 이 집에 처음 놓았던 두 책상의 간격을 떠올렸다. 가까우면 더 다정할 줄 알았고, 멀리 두면 각자 일만 하게 될까 걱정했다. 오늘도 두 책상은 다른 방에 있었지만 점심은 같은 식탁에서 식었다가 다시 데워지고 있었다.
오후에 심부름 편으로 짧은 소식이 왔다. 전에 두 장으로 보낸 제작 답장을 받았다는 알림이었다. 세부 질문에 대한 답과 실제 조건은 뒤에 오겠다고 했다. 르네아는 봉투를 세르단에게도 보여 주었다.
받았다는 말은 거절도 계약도 아니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마음이 전보다 덜 날카로운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창을 가려 보았고, 다른 사람의 상자가 탁자를 차지하는 소리를 들었고, 자기 종이 사람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세르단은 답을 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지금 끝내고 싶은 줄이 남아 있었다. 르네아는 저녁에 짧게 걸을 마음이 있는지는 그때 몸을 보고 다시 묻겠다고 말했다. 남자는 오늘은 집에서 먹고 쉬는 쪽이 좋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좋다고 했다. 대신 저녁을 먹은 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세르단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그때도 괜찮으면 문가에서 잠깐 안아 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남자는 웃으며 그 부탁은 저녁에 다시 듣고 싶다고 답했다.
저녁까지 르네아는 종이 의자 하나를 더 만들었다. 두 인물을 앉힐 것이라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자리에서 창을 보고 싶을 수도 있었고, 한 사람이 앉는 곳을 옮겨 볼 수도 있었다. 재료가 조금 더 생겼다는 것만 오늘 실제였다.
식탁을 치운 뒤 그녀는 먼저 종이 방을 선반으로 옮겼다. 새 주머니에 긴 자를 넣어 들어 보았다. 비스듬한 끈이 조금 돌아갔으나 자는 빠지지 않았다. 바깥에서 걸어 보는 것은 다음 일이었다. 그녀는 지금 확인한 것만 남자에게 말했다.
세르단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르네아는 저녁의 부탁을 아직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가 좋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문을 막지 않는 쪽으로 한 걸음 비킨 뒤 서로를 안았다. 그녀는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낮에 듣던 목소리가 여기서는 진동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제 줄이 이겼어요?”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아직 무슨 줄인지 못 들었다고 했다. 남자는 그러면 지금 말하겠다고 했다. 보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그녀가 웃자 그도 웃었다. 일하는 동안 다른 방에 있었던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기도 그랬다고 답하고 입을 맞췄다. 새 공연의 끝에 붙일 장면으로 고르지 않았다. 거창한 미래를 약속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늘의 일을 각자 마친 뒤 아직 같은 집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르네아는 작은 모형의 의자 하나를 문 쪽으로 돌려 두었다. 누가 올지 정해 놓지 않아도 사람이 드나들 길은 남겨 둘 수 있었다. 창은 푸른 천인 채 어두워졌고, 그 바깥에는 아직 그리지 않은 넓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