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새가 르네아의 머리 위에서 세 배로 무거워졌을 때, 르네아는 오늘도 남의 박수 때문에 죽을 뻔하겠다고 생각했다.
“박수치지 마세요.”
객석의 아이가 웃었다. 여섯 살쯤 된 아이였다. 무대 위의 새가 정말 날 수 있다고 믿는 눈. 옆자리의 아버지가 기특하다는 듯 손뼉을 두 번 더 쳤다. 새의 날개 끝이 천장에서 한 뼘 내려왔다. 아름다운 것은 대체로 곤란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곤란했고.
르네아는 오른손 약지의 구리실을 풀었다. 한 바퀴, 두 바퀴. 여덟 박자에 걸쳐 천천히 풀어야 하는 매듭이었다. 서두르면 새는 사라지는 대신 무게를 고정대로 쏟을 터였다. 등 뒤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낮은종 극장이 마지막으로 돈을 들여 고친 것이 언제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펜. 객석을 뒤로.”
조수는 웃음을 거두고 앞줄 손님들을 일으켰다. 새는 여전히 눈부셨다. 공작의 깃과 제비의 꼬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곡선. 르네아는 사흘 밤에 걸쳐 그 곡선을 엮었다. 그 때문에 이 극장의 작은 개장 시연을 맡았고, 그 때문에 지금 팔꿈치가 빠질 것 같았다. 그녀가 만든 것은 살아 있는 새가 아니었다. 무대의 구리실 위에 올라간 빛의 주형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것을 보면 바닥이 견뎌야 할 무게가 생겼다.
주인이 오늘 손님을 여섯 명만 데려오겠다고 했던 말도 살아 있는 새만큼이나 믿을 수 없었다. 르네아는 눈만 돌려 세었다. 스물셋. 문가의 모자까지 치면 스물넷.
“아가씨, 좋은 일부터 말씀드리면 새는 아주 훌륭해.”
이브론이 막 뒤에서 말했다.
“나쁜 일부터 들었어야 했네요.”
그 순간 고정대가 기울었다. 그녀는 약지에 걸린 실을 놓지 못했다. 관객들은 이제 새보다 그녀를 보고 있었다. 다행인 동시에 불운이었다. 관심이 나뉘어도 이미 생긴 하중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았다. 르네아의 구두 뒤축이 바닥을 긁었다. 새의 가슴이 눈앞까지 내려오고, 그 아래로 누군가의 손이 들어왔다.
낯선 남자가 은빛 배를 받치고 있었다.
“이건 어디를 잡으면 됩니까.”
검은 셔츠의 소매가 팔꿈치까지 접혀 있었다. 팔에 얇은 대팻밥이 붙어 있었다. 땀에 젖은 나무 냄새가 가까웠다. 르네아는 그의 얼굴보다 발을 먼저 봤다. 왼발을 반 보 뒤로 두고, 무릎을 잠그지 않고 서 있었다. 무거운 것을 받쳐 본 사람이었다.
“잡지 말고 받쳐요. 밀면 반대쪽으로 쏠려요.”
“네. 밀지 않겠습니다.”
“친절한 목공인가 봐요.”
“그건 목공들에게 물어봐야 압니다.”
농담을 할 때도 남자는 새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시선은 르네아의 손에 머물렀다. 그게 이상하게 도움이 됐다. 그녀는 자기 손이 떨리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화부터 내곤 했다. 지금은 화낼 틈이 없었다. 오른손의 매듭을 왼손으로 옮기려니 실이 살을 파고들었다.
“손 바꿀게요. 세 박자만 버텨요.”
“얼마나 무겁습니까.”
“방금 질문하기 전보다 조금 가벼워졌어요.”
그가 입을 다물었다. 르네아는 뜻밖에도 웃을 뻔했다. 눈을 맞추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순간은 드물었다. 그녀는 뒤축을 다시 디디고 구리실의 장력을 어깨로 받았다. 남자의 턱이 굳었다. 팔이 조금씩 낮아졌다. 누구든 영웅처럼 보일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했다.
르네아는 속으로 세지 않고 소리를 냈다. 하나, 둘. 여덟까지. 일곱에서 새의 날개가 접혔고 여덟에서 은빛이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쏟아진 것은 금속 깃털이 아니라 빛이었다. 구리실 틈에서 작은 먼지가 일었다. 남자는 마지막까지 빈 손바닥을 들고 있다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팔을 내렸다.
르네아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관객석 맨 뒤에서 아이가 물었다.
“새가 집에 간 거예요?”
“네. 오늘은 좀 일찍요.”
그녀가 답했다. 남자는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얼굴을 제대로 봤다. 곧은 코나 어두운 눈보다 웃기 전에 잠깐 벌어진 입술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숨을 참았던 사람이 숨을 돌리는 얼굴이었다. 잘생겼다고 생각하기에는 팔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도 생각이 났다. 그 사실이 부당했다.
이브론이 손님들을 휴게실로 안내했다. 생강 과자와 시연 취소의 사과가 필요했다. 펜은 바닥의 실에 사람이 걸리지 않도록 붉은 띠를 쳤다. 무대가 비고 나자 벽시계 소리가 들렸다. 르네아는 머리카락에 걸린 구리 가루를 털었다. 그중 반은 바닥으로, 반은 치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게 욕했다.
“어디 다친 겁니까.”
남자가 물었다.
“존엄이요. 허락도 없이 치마 안으로 들어갔네요.”
그는 웃지 않고 옆에 있던 깨끗한 천을 건넸다. 그제야 그녀도 웃었다. 르네아는 천으로 손가락을 감았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피부에 붉은 선이 남았다. 남자의 손에도 같은 선이 있었다. 빛의 주형에 닿아 생긴 압박 자국이었다.
“손 좀 봐도 돼요?”
그가 손을 내밀었다. 르네아는 망설이다 손끝으로 그의 엄지 밑을 눌렀다. 그는 움찔했지만 빼지는 않았다. 손바닥에 오래된 굳은살이 있었다. 최근 목공 일을 해서 생긴 것과는 모양이 달랐다. 손에 힘을 실어 몸을 들어 올리는 사람의 자국이었다. 그녀는 그걸 알아봤다는 말 대신 물었다.
“아프죠.”
“새가 있을 때보다는 덜합니다.”
“그건 진단에 별로 도움이 안 돼요.”
“그럼 아픕니다.”
정직하게 고친 대답에 그녀의 손끝이 잠깐 멈췄다. 손을 놓는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았다. 르네아는 천의 남은 쪽을 찢어 그의 손바닥에 얹었다. 묶어 주지는 않았다. 남자는 스스로 천을 한 바퀴 감고 매듭을 지었다. 서툰 매듭이었다. 그녀는 그게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모든 일을 잘하는 남자였으면 오늘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르네아 바셀이에요. 새를 만든 범인이고요.”
“세르단 에브. 오늘은 고정대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오늘은, 이라는 말이 남았다. 르네아는 이름을 한 번 속으로 불러 봤다. 들어 본 것 같았지만 어디서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 이름보다 도료의 상품명을 잘 외웠다. 누군가가 실망하는 모습에도 꽤 익숙했다. 세르단은 그녀가 기억을 더듬는 동안 억지로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다음엔 고정대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세요.”
“다음에도 같은 새를 만듭니까.”
르네아는 무대 바닥을 봤다. 구리실 한쪽이 갈라져 있었다. 그 위에는 조그만 은빛 얼룩이 남았다. 자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 사람들에게도 아름답다는 걸 확인한 날이었다. 그 확인 때문에 공연이 망가졌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뇨. 다음엔 사람들이 덜 좋아하는 걸 만들려고요.”
“어려운 주문이군요.”
“왜요?”
“저라면 또 볼 것 같아서요.”
르네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무대가 있던 자리도, 사라진 새도 아니었다. 이런 종류의 말을 예의로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말을 빨리 되받아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박자가 하나 늦었다.
“취향이 이상하시네요.”
“새를 받치고 나니 정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농담이었다. 르네아는 못 들은 척 일어났다. 치마에 붙은 먼지를 터는 동안 귀가 뜨거워진 이유를 땀 탓으로 돌렸다. 세르단은 도와주려 손을 뻗었다가 그녀가 이미 섰다는 것을 보고 거뒀다. 아주 짧은 동작이었다. 르네아는 그것까지 봐 버렸다.
문이 열리고 이브론이 돌아왔다. 그의 외투에서 생강 냄새가 났다. 손님 스물넷에게 사과한 남자의 표정치고 지나치게 밝았다.
“좋은 소식이 있어. 셋은 사흘 뒤 개장 공연도 보겠대.”
“새를 또 떨어뜨리는지 보러요?”
“그건 묻지 않았지.”
르네아는 손에 감긴 천을 들었다. 이브론은 그제야 표정을 조금 거뒀다. 그녀는 다친 척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다치지 않았다고 무슨 일도 없었던 척하고 싶지도 않았다.
“한 회로에 새 하나예요. 오늘은 입구 반사판까지 열려 있었어요. 손님 수가 늘 거면 반사판부터 가렸어야 해요.”
“내가 열었어.”
세르단이 말했다. 뜻밖에 대답이 옆에서 나왔다. 그는 바닥의 은빛 얼룩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둡다고 해서요. 바깥 빛만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르네아는 그를 보았다. 자신의 실수와 남의 실수를 한꺼번에 숨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세르단은 이유를 말한 뒤 더 붙이지 않았다. 그녀는 잠깐 숨을 고르고 무대 전면의 낡은 거울을 가리켰다.
“저건 빛도 모으고 사람 눈도 모아요. 다음에는 열기 전에 물어봐요.”
“그러겠습니다.”
“오늘 다친 손은 고정대 일로 친다고 주인한테 꼭 말하고요.”
이브론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르네아는 그 의식 같은 몸짓을 무시했다. 세르단의 대답이 더 궁금했다. 그는 천을 감은 손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는 말을 또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것도 조금 마음에 들었다. 오늘 마음에 드는 것이 너무 많았다. 위험한 날이었다.
펜이 무대 창고에서 낡은 족자를 꺼내 왔다. 르네아의 장비 상자 위로 먼지가 떨어질까 봐 걷어 둔 것이라 했다. 종이가 절반 풀리며 한 남자의 얼굴이 나왔다. 금색 옷깃, 허공에 든 발끝, 웃기 직전의 입술. 아래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세르단 에브, 일곱 번째 회전.
삼 년 전 날짜였다. 르네아는 눈앞의 남자와 족자 속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대팻밥이 붙은 검은 소매와 금색 옷깃 사이에 설명되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펜이 당황해서 종이를 말려 하자 세르단이 먼저 손을 뻗었다. 그러나 종이를 붙잡지는 않았다. 손은 허공에 잠깐 머물다 내려갔다.
“그때 공연을 보셨습니까.”
그가 물었다. 르네아는 고개를 저었다.
“못 봤어요. 입장권 대신 구리실을 샀거든요.”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왔다. 안도인지 실망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을 대답으로 대신하고 싶지는 않았다. 르네아는 굴러다니던 연필을 집어 들고 자기 수첩을 폈다. 원래 적혀 있던 것은 새의 날개 길이였다. 그 아래에 직선 하나를 그었다.
“지금은요?”
“네?”
“지금 공연을 부탁하면 싫어요?”
이브론이 숨을 들이켰다. 펜도 종이를 말다 말았다. 르네아는 남자의 발끝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조금 전 그가 새를 받치던 자세만 떠올렸다. 두 사람이 눈을 맞추지 않아도 무게를 나눴던 짧은 시간.
“예전 공연 말고요. 아직 없는 공연.”
세르단이 그녀의 수첩을 보았다. 직선 하나가 무대를 가로질렀다. 르네아는 그 선 옆에 사람을 둘 그렸다. 한 명은 모자를 썼고 한 명은 못생긴 새를 들었다. 세르단은 한동안 그 그림을 보더니 물었다.
“박수가 필요한 공연입니까.”
그녀는 새가 사라진 바닥을 바라봤다. 남아 있던 은빛이 천천히 옅어지고 있었다.
“아뇨. 이번엔 박수 없이 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