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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전체 이용가 150화

문 앞에 남는 아침

본문 5,104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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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이백일흔사흘째 유리와 세온은 뜰에서 가까이 앉고 각자 책을 읽었으며 에다가 직접 고른 짧은 원고를 함께 들었다.

세온이 짐을 살피며 다음 날 귀환 계획을 전하자 유리는 숙소 문까지 배웅하고 싶다고 말했고 밤에는 왼손 끝을 잠깐 그의 손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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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흔나흘째 아침, 유리는 책보다 먼저 손수건을 골랐다. 세온에게 줄 물건은 아니었다. 숙소 문 앞까지 나갈 때 오른손을 받칠 천이 필요했다. 좋은 이별을 하려면 아무것도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밤새 옮겨진 받침을 고쳐 놓고 조금 기다렸다. 어깨가 편해진 뒤에야 방문을 열었다.

세온은 짐을 자기 방 문 앞에 모아 둔 상태였다. 복도를 막지 않는 자리에 가방 하나가 있었다. 유리는 그 가방을 처음 본 날의 먼지를 떠올렸다. 지금은 먼지가 털려 있었고 옆끈이 다르게 묶여 있었다. 며칠 같은 건물에 있었던 시간이 물건의 작은 모서리를 바꿔 놓았다. 그녀는 가방을 들려고 하지 않고 아침 인사를 했다.

그는 현재 길과 이동할 자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길에서도 정한 곳에서 하룻밤 쉬고 이어 갈 생각이었다. 유리는 그 계획을 지금 이미 도착한 경과처럼 듣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인사는 그가 이 문을 나가는 때까지였다. 돌아간 뒤에는 도착했다는 짧은 말을 보내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세온은 보내겠다고 답했다.

식탁에는 어제와 같은 잔이 놓였다. 유리는 손잡이가 왼쪽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오늘 이 작은 습관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가 말을 고쳤다. 지금 방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었다. 다시 못 만날 사람처럼 접시마다 뜻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가 빵 조각을 하나 남기는 이유를 물었다. 세온은 길에서 먹을 것으로 챙기려 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 접시에 있는 것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몫을 골랐고 남길 것도 정했다. 유리는 아침을 마저 먹었다. 내일은 빈 의자만 보게 될까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는 다른 손님이 앉을 수도 있었다. 숙소는 두 사람의 방문만을 위해 마련된 집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조금 서운하면서도 마음을 덜 무겁게 했다.

관리인은 세온에게 방을 확인한 뒤 열쇠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물건을 챙기러 갔다. 유리는 식탁에 앉아 잔을 돌렸다. 자기가 물을 더 마시지 않아도 그가 늦게 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손잡이의 모양을 오래 보는 대신 남은 물을 마셨다. 컵 바닥이 빈 접시와 닿으며 낮은 소리가 났다.

세온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자기 방에 두었던 책을 들고 있었다. 빌려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의자를 다른 집에 주는 장면의 바로 다음 줄을 읽어 주고 싶었다. 지금 시간이 되는지 묻자 그는 짐을 내려놓고 앉았다. 유리는 길지 않다고 덧붙이지 않았다. 실제로 읽을 분량을 보여 줬고 세온은 그 범위로 듣겠다고 했다.

인물은 의자가 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빈 곳을 닦다가 저녁이 됐고 그제야 자기 앉을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리는 읽고 나서 웃었다. 세온도 웃었다. 좋은 뜻으로 무언가를 보내 줬다고 집이 곧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사람이 다음에는 의자를 하나 빌려야겠다고 말했다.

유리는 그 대답이 조금 고마웠다. 책 속 사람이 잘 보냈으니 외로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됐다. 그녀는 자기도 오늘 그가 가고 나면 앉을 자리를 잠깐 못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온은 그녀의 방을 한 번 보았다. 의자를 가져가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유리는 목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 농담을 할 사람이 아직 문 안에 있었다.

열쇠를 돌려주는 동안 그녀는 문가의 의자에 앉았다. 관리인이 받은 것은 방을 실제로 비운 열쇠였다. 아직 쓸 사람이 있는 예약의 표지가 아니었다. 세온은 정한 숙박을 마쳤고 별도로 더 내야 할 물건이나 남긴 짐이 없는지 확인했다. 유리는 옆에서 자기 손수건을 접었다. 그가 직접 끝내는 일에 대신 답하지 않았다.

밖에는 이동할 마차가 와 있었다. 세온은 짐을 싣는 사람과 자기 가방을 맞추고 돌아왔다. 유리는 숙소 문 안쪽까지 걸었다. 길가로 한 번 더 나갈 수는 있었지만 돌아올 때의 몸을 생각했다. 오늘 정한 배웅은 여기까지였다. 도착한 사람을 멀리서 맞지 않았듯 떠나는 사람을 먼 길로 쫓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이 갑자기 많아졌다. 뜰에 있던 꽃의 이름을 결국 못 찾았다는 말, 자기 책의 맨 앞에 잘못 끼워 둔 종이가 있었다는 말, 어제 그의 소매가 잔에 닿을 뻔했다는 말이 뒤섞였다. 유리는 그중 하나를 급히 고르지 않았다. 세온도 문 앞에서 기다렸다. 침묵은 떠나는 시간을 전부 삼키지 않을 만큼만 길었다.

“와 주셔서 좋았어요.”

유리가 말했다. 더 잘 있었어야 했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세온은 자기도 실제로 같이 있어 좋았다고 답했다. 편지에서 생각한 것과 달랐지만 더 어색해서 좋았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유리는 그 말을 듣고 눈이 조금 뜨거워졌다. 자기가 웃는지 우는지 지금 정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왼손을 내밀자 세온은 받았다. 오른손은 천 위에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오래 흔들지 않았다. 그는 손을 놓은 뒤 내려가도 되겠느냐는 질문 대신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유리는 잘 다녀오라고 답했다. 에다의 원고 속 문장이 떠올랐지만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이야기의 인물에게 빌린 것이 아니었다.

세온이 돌아서서 길로 갔다. 유리는 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 서 있지 않았다. 현재 짐과 사람이 함께 출발하는 것을 봤고, 돌아와 문가 의자에 앉았다. 그가 창으로 손을 흔들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못 본 인사를 마음속에서 만들어 채우지 않았다. 자기 손바닥에 남은 온기는 실제로 받은 것이었다.

방으로 들어오자 의자가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책상 쪽으로 끌어오려다가 그대로 뒀다. 세온이 다시 올 때까지 비워 두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자기 몸에 편한 각도를 먼저 찾고 싶었다.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왼쪽으로 조금 돌렸다. 빈 방에서 낯선 소리가 났다. 나무 다리가 바닥을 짧게 스쳤다.

유리는 침대에 기대었다. 세온은 방에서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길을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어제 짐을 정리하러 간 때의 허전함과 달랐다. 그녀는 서운해하지 말자고 자기에게 말하지 않았다. 잠깐 눈을 감자 아침 식탁의 빵 접시가 먼저 떠올랐다. 다 먹은 접시도 오늘 한 식사의 끝으로 남을 수 있었다.

점심 때 에다가 문을 두드렸다. 친구는 혼자 있고 싶은지 물었다. 유리는 조금 같이 앉아도 좋겠다고 답했다. 에다는 원고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녀는 떠나는 사람이 실제로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니 어떤지 물었다. 유리는 자기가 생각보다 자잘한 말을 못 했다고 말했다. 에다는 다음에 글로 적어도 될 말인지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오늘 못 했다고 모두 기회를 잃은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길에 있는 사람에게 빨리 읽으라는 봉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유리는 종이 대신 잔을 들었다. 친구가 앉은 의자는 아까 조금 돌려 놓은 쪽이었다. 세온이 있던 자리가 다른 사람의 현재 자리로 바뀌는 것을 보며 가슴이 조금 풀렸다.

에다는 자기가 어제 읽은 문장을 아직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끈을 맨 뒤 서 있는 사람이 붙잡아 달라는 뜻인지 보내 달라는 뜻인지 둘 다 품어 보고 싶다고 했다. 유리는 자기 문 앞에서는 그 둘이 동시에 있었다고 답했다.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갈 수 있게 있고 싶었다. 친구는 그 말을 적어도 되느냐고 묻지 않았다. 오늘은 누군가의 원고가 아닌 그녀의 아침이었다.

잠깐 뒤 어깨가 무거워져 대화를 끝냈다. 에다는 자기 잔을 들고 나갔다. 유리는 눈을 감았다. 누군가 떠난 뒤에 잠드는 것이 그 사람을 덜 그리워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깨어났을 때 창문의 빛이 옮겨져 있었다. 방에는 책 두 권이 아니라 자기 책 한 권만 남았다. 하나로 줄어든 것이 잘못된 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멈춘 시계 옆의 보관 종이를 꺼냈다. 판과 병의 기한은 내일이었다. 오늘 일찍 연장하러 가면 마음이 편할 수 있었지만 몸이 아직 늘어져 있었다. 정한 창구가 내일 받는 시간과 현재 조건은 앞서 받은 종이에 있었다. 유리는 그 시간에 갈 수 있도록 자기 이동을 짧게 나눠 보기로 했다. 세온이 떠난 빈날을 보관 일로 가득 채우지 않았다.

저녁 식탁에서는 다른 손님이 세온의 자리에 앉았다. 그는 빵을 받으며 창문을 조금 열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지금 자신에게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 사람이 잔을 오른손 쪽에 놓는 것을 봤다. 같은 자리가 다른 몸을 받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잔을 왼쪽으로 돌렸다. 누군가가 기억해 주던 작은 일도 오늘은 자기 손으로 할 수 있었다.

숙소 사람은 뜰 화분을 살펴봤고 손상된 잎은 담당이 받았다고 전했다. 유리는 어떤 조치였는지 긴 설명을 요청하지 않았다. 자기가 본 위치를 전한 일이 해당 돌봄으로 이어졌다는 경과였다. 지금 방으로 돌아가 쉬어도 화분이 자기 눈길 밖에서 계속 살 수 있었다. 세온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웃었다. 사람을 화분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식탁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빈 컵을 현재 반납하는 자리에 놓았다. 세온의 것은 아침에 이미 돌아가 있었다. 같은 잔이었는지 알아볼 표시도 없었다. 유리는 함께 마신 기억이 그 물건 하나에만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내일 다른 사람이 그 잔을 받아도 오늘의 아침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다 잠깐 멈췄을 때 에다가 뒤에서 따라왔다. 친구는 기다릴지 먼저 갈지 물었다. 유리는 지금은 먼저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그가 발을 옮기고 나서 그녀는 난간 옆에 기대어 조금 쉬었다. 혼자 남는 일을 전부 이별로 읽을 필요는 없었다. 위층에서 열쇠가 도는 소리가 났고 그녀도 자기 문까지 남은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밤에 새 종이를 폈다. 세온에게 당장 보낼 편지가 아니라 오늘 못 한 말을 잊지 않으려는 메모였다. 꽃 이름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말 아래에, 가방이 가벼워 보였다는 말을 썼다. 그 말이 실제로 가방 무게를 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보였다'를 남겨 두었다. 손이 당기기 전에 펜을 놓고 종이를 접었다.

그녀는 자기 문 앞에서 한 번 더 숨을 골랐다. 안에는 아침에 두었던 책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자기 방이었다.

아침에 같이 읽은 소설을 다시 펴자 빈 곳을 닦던 사람이 마침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유리는 그 문장 뒤를 읽고 크게 웃었다. 그 사람은 의자가 오기 전에 저녁을 먹어 버렸다. 자기 방에도 아직 의자가 있었다. 그녀는 등받이에 기대어 자기 책을 받쳤다. 오늘 길을 떠난 사람의 밤을 대신 꾸미지 않고, 실제로 자기 앞에 있는 다음 줄을 읽었다.

1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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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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