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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전체 이용가 111화

마지막이 아닌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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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유리는 이백나흘째 두 차례의 유급 종자 설명을 마쳤고, 그림이 떨어질 때 오른손으로 붙잡지 않고 정한 쉼을 지켰다.

그날 저녁 만날 수 있다고 세온에게 답한 뒤 이백엿새째 출발 준비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받고 아쉬운 마음도 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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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오늘이 마지막 저녁인 것처럼 고르지 않으려고, 오히려 너무 오래 음식 이름을 읽었다.

이백닷새째 해가 낮아질 무렵이었다. 아침에는 오른손을 쉬게 했고 새 노동은 받지 않았다. 세온은 자기 숙소의 현재 인수와 길의 조건을 확인한 뒤 만남을 물었다. 내일 출발은 실제로 준비되고 있었다. 유리는 가까운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먹겠다고 답했다. 그 말을 쓰는 것과 식탁 앞에 앉는 것 사이에 하루가 조금 길었다.

그는 먼저 와 있었지만 음식을 시키지 않았다. 유리가 들어오자 같은 자리를 가리켜도 괜찮은지 물었다. 그녀는 창 쪽보다는 안쪽이 편하다고 했다. 의자가 바뀌었다. 세온은 자기 컵을 옮겼고 유리는 오른손을 받칠 자리를 골랐다. 함께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아끼겠다고 불편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의 음식은 늘 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유리는 내일은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것을 고르려 했다. 그러다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이 따뜻한 수프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온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는 자기도 오늘 저녁을 고르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입맛까지 바뀌는 것이냐고 그가 조심스럽게 농담했다.

“제 입맛은 그렇게 성실하지 않아요.”

유리가 말했다. 그가 웃었다. 두 사람은 수프와 각자 먹을 빵을 골랐다. 같이 나눌 것은 먼저 물었다. 큰 접시 하나를 사이에 두면 가까워질 것 같던 마음은 있었지만 실제 손을 뻗기 편한 것은 작은 접시였다. 유리는 자기 앞에 놓인 그릇을 보고 이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오늘 있었던 평범한 말을 나눴다. 세온이 숙소에서 길을 잘못 들어 짐을 맡길 곳보다 부엌에 먼저 갔다고 했다. 유리는 이 마을에서 먼저 배운 것이 빵 냄새를 따라가면 길이 더 길어진다는 사실이었다고 답했다. 그가 그럼 오늘 자기가 아주 잘 배웠다고 했다. 식탁의 한쪽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 뒤 잠깐 말이 멎었다. 유리는 그 침묵에 내일을 놓고 싶지 않아 어제 종자 자리를 설명하려 했다. 이미 들려준 이야기였다. 세온이 천천히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말을 멈췄다. 듣고 싶은 것을 묻지 않고 자꾸 오늘 있었던 일만 펼치고 있었다. 그가 떠나는 것을 서운해할 자격까지 서로의 직업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내일 가시는 게 아쉬워요.”

이번에는 바로 말했다. 세온은 컵을 내려놓았다. 자신도 그렇다고 답했다. 유리는 그가 일을 조금 더 미룰 수 없느냐는 뜻으로 알아듣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그 말도 함께 했다. 그가 이해했다고 답했지만 그녀는 그가 실제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까지 알지는 못했다. 듣고 난 표정은 전보다 조용했다.

그는 아쉬운 말을 들으면 먼저 해결할 방법부터 찾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더 머물면 되는지, 다음 약속을 바로 고르면 되는지. 그런데 오늘은 자기에게도 아쉽다고 말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유리는 숟가락을 잡지 않은 왼손을 탁자 위에 뒀다. 그가 손을 올려도 되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프가 식기 전에 손은 다시 떨어졌다. 두 사람은 먹는 동안 서로를 계속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 유리는 짧게 닿은 손의 무게가 남았다고 느꼈다. 환영이나 계절로 만든 온기는 아니었다. 떠날 사람의 손이라고 지금보다 더 오래 붙들면 내일이 늦춰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따뜻한 것을 한 숟갈 먹었다.

세온은 다음 만남에 대해 어떤 약속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유리는 오늘은 날을 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자기 다음 일과 보관 연장을 아직 모두 받지 않았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스스로 너무 냉정하게 들렸다. 그녀는 덧붙였다. 그래도 다음에 보고 싶다는 말은 지금 할 수 있다고.

그가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 실제 일정이 나오면 서로에게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누구 한쪽이 올 수 있다는 답을 얻은 뒤 다른 사람의 하루를 끼워 넣지 않았다. 유리는 그 약속을 자기 노트에 적지 않고 한 번 더 입으로 말했다. 세온도 되풀이했다. 잊지 말라는 시험이 아니라 지금 같은 뜻으로 들었는지 묻는 말이었다.

식사 중간에 가게 주인이 창을 조금 닫아도 되는지 물었다. 바람이 안쪽 자리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리는 괜찮다고 했다. 세온이 자기 외투를 그녀 어깨에 덮지 않았다. 그녀가 추운지 먼저 물었고 유리는 아직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가 원하면 그때 부탁할 수 있는 물건이 의자 등에 남았다.

그녀는 멈춘 시계를 꺼내 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늘 그 물건의 경과는 이미 짧게 들었다. 최종 반환 판정은 새로 없었다. 그 사실을 묻지 않고 모른 체한 저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반환의 시간을 식탁 가운데 놓고 둘이 먹을 자리를 모두 내줄 필요도 없었다.

유리는 세온에게 오늘은 시계 말고 그가 길에서 본 것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중간에 쉬었던 작은 다리 이야기를 했다. 물 위 그림자가 어긋나 보여 한동안 같은 자리를 봤다고 했다. 그녀는 그 그림자가 실제로 어땠는지 더 물었다. 그의 말만으로 자기가 그곳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 문장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가 유리에게도 이 마을에서 보여 주고 싶었으나 못 보여 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골목 끝의 좁은 가게라고 답했다. 안에 쓸 만한 종이 받침이 있었는데 오늘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러면 내일 출발 전에 가자는 말은 둘 다 하지 않았다. 문 닫힌 가게 하나를 남겨도 이번 방문이 실패하지는 않았다.

“다음에도 거기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은 그러면 그때 다른 것을 보여 달라고 답했다. 같은 풍경을 보관해 두어야 다시 만날 이유가 남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그가 떠나면 이 의자와 이 가게의 자리도 다시 자기 하루 안에서 달라질 것이었다.

음식값을 정할 때 유리는 자기 몫을 먼저 꺼냈다. 세온이 오늘은 자기가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이 싫지는 않았지만 떠나기 전 저녁이어서 받는 값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가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했고 그녀도 안다고 말했다. 뜻을 아는 것과 자기가 편한 방법을 고르는 것은 별개였다.

둘은 이번에는 각각 자기 몫을 내기로 했다. 그가 다음에는 자기가 차를 사도 되겠느냐고 묻자 유리는 그때 묻자고 했다. 말하고 나서 둘 다 웃었다. 다음 만남을 음식값 하나로 확정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이라는 단어를 작은 컵에 담아 볼 수는 있었다.

문을 나서기 전에 세온이 탁자 위를 확인했다. 유리의 천이 접시 옆에 있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집기 전에 그녀에게 가리켰다. 유리가 왼손으로 챙겼다. 오늘 자신이 놓친 것을 그가 봤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그녀도 그가 의자 등에 둔 외투를 보며 잊지 말라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두 사람에게 길이 춥다고 했다. 유리는 오늘 자기 숙소까지는 가깝다고 답했다. 세온의 내일 길은 더 길었다. 그 차이를 주인에게 길게 설명하지 않고 둘은 인사했다. 문밖으로 나오자 같은 바람이 외투 두 벌에 다르게 닿았다. 유리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추워졌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가까운 길만 걸었다. 세온은 내일 떠날 때 그녀가 숙소 앞까지 나오길 바라는지 물었다. 유리는 오고 싶지만 아침 몸을 보고 답하겠다고 했다. 만약 못 나오면 짧은 연락으로 인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자기 출발 인수와 시간을 아침에 먼저 확인해 주겠다고 답했다.

길에서 에다를 만났다. 그는 두 사람에게 인사한 뒤 자기 갈 길로 가려 했다. 유리가 내일 세온이 떠날 예정이라고 말하자 에다는 길이 편하길 바란다고 했다. 둘이 얼마나 가까운지 설명해 달라는 눈치는 없었다. 유리는 그 짧은 인사가 고마웠다. 이 마을에 자기 말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늘어 있었다.

에다가 떠난 뒤 세온이 유리가 이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좋아지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미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도 보관도 조건을 계속 받아야 했다. 세온은 그 답을 듣고 자기 쪽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유리는 자기가 어디에 있든 그가 보고 싶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으로 골랐다.

그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길을 막지 않는 자리에 둘이 섰다. 유리는 가까이 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입맞춤 뒤 그녀는 왼손으로 그의 외투 소매를 잠깐 잡았다. 이별을 견디는 대가로 받는 입맞춤이 아니었다. 오늘 이 사람이 좋아서 지금 닿고 싶었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다가 세온이 먼저 웃었다. 바람에 외투가 자꾸 유리의 신발 쪽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녀는 그 물건까지 붙잡을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손이 소매에서 떨어졌다. 둘은 다시 걸었고 각자 숙소로 갈 모퉁이에서 멈췄다. 오늘 만남의 끝도 실제 길 위에 있었다.

유리는 방에 돌아와 오른손을 쉬게 했다. 저녁이 좋았지만 팔과 어깨에는 피로가 있었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책상 위에는 보관 다음 조건을 받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백열흘째까지 현재 인수는 유지됐고 이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일을 오늘 밤 급히 앞당기지 않았다.

유리는 내일 입을 옷을 오늘 미리 모두 펴 두지 않았다. 아침에 몸을 보고 나갈지 정한다는 말을 스스로도 믿고 싶었다. 다만 갈 수 있다면 쓰고 싶은 작은 가방을 의자에 뒀다. 준비가 약속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오지 못하면 보내려던 첫 문장도 마음속에 남겼다. 잘 다녀오세요. 그 말은 문 앞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창을 닫기 전 같은 마을의 불빛을 한 번 봤다. 세온이 실제 숙소에 돌아와 쉬겠다는 연락이 왔다. 유리는 자신도 그렇다고 답했다. 오늘 나눈 아쉬움을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말의 앞뒤를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물을 마시고 침대에 앉았다. 내일 떠날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오늘 자신이 잠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함께 남았다.

그녀는 창가의 컵을 물리고 탁자 위에 놓았다. 내일 아침 차를 마실지는 아직 몰랐다. 그래도 깨끗한 컵 하나를 남겨 둘 수는 있었다. 떠날 사람을 생각하는 준비와 남을 자신의 아침 준비가 같은 손에서 나왔다. 유리는 그 작은 자리가 마음에 들어 컵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 뒀다.

불을 끄자 식당의 수프 냄새가 옷깃에서 아주 조금 났다. 유리는 내일 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을 영원히 옷에 남겨 둘 필요는 없었다. 그가 들려준 다리의 그림자는 아직 자기 눈으로 본 적이 없었다. 다음에 보고 싶다는 바람은 그 빈자리를 닫지 않은 채, 오히려 조금 선명해졌다.

1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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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 112화

떠나는 쪽의 아침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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