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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가을

본문 5,48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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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표 위에 빵 부스러기 하나가 떨어졌다.

다온은 손끝으로 그것을 집어 빈 접시에 놓았다. 곧바로 다음 줄을 짚었다. 이미 쓴 볕을 갚을 몫, 씨앗을 더 깨울 때 늘어날 몫, 다음 수확 전까지 먹을 양. 유리는 그 손가락이 마지막 줄에 오래 머무는 것을 봤다.

온실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흘 계약의 둘째 날 저녁이었다. 수문 조정 뒤 잎맥 서리는 느려졌고 숲의 뿌리도 더 마르지 않았다. 이제 봄을 다시 열 수 있을지 묻는다면, 아침보다는 좋은 답을 할 수 있었다.

그 답이 먹을 것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이쪽은 사흘을 전부 쓴 경우예요?”

유리가 물었다. 다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의 가장 큰 수는 청구서가 아니라 마을이 감당할 최악의 범위였다. 모르는 사이 빚이 커지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먼저 그려 두는 테두리였다.

유리는 봉인된 병을 가리켰다. 일곱 개는 아직 열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은 볕까지 돌려줄 결실로 세지는 않는다. 중단하기 전 사용한 분량은 온실 기록과 남은 열량을 확인해 따로 잡아야 했다.

“그러면 덜 갚을 수 있겠네요.”

리넷이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덜 썼으니 덜 갚는 거예요. 빚을 깎은 건 아니고요.”

리넷은 표에 그어 놓은 큰 선을 지우지 않고 옆에 새 칸을 만들었다. 유리는 아직 확정할 수 없는 양을 범위로 적었다. 누구도 보지 않은 다음 수확을 이미 있는 곡식처럼 쓸 수는 없었다.

다온은 어두워진 창밖을 보고 찻방에 돌아가자고 했다. 씨앗도 그쪽에 있었다. 세온이 병이 든 상자를 덮었다. 담보 시계는 안쪽의 별도 홈에 두고, 공급 중단 상태와 확인 담당을 맞췄다. 아무도 급하다는 이유로 두 번째 마개를 열지 않았다.

찻방 저장실에는 흙 냄새가 났다. 상자마다 밭의 표찰이 붙어 있었다. 낮에 새로 묶은 끈 끝이 깨끗했다. 유리는 발아를 시작한 은빛콩과 아직 잠든 짧은밀을 나눠 살폈다. 같은 보온 아래 있다고 같은 상태는 아니었다.

리넷이 작은 싹 하나를 가리켰다.

“얘는 어제보다 길어졌어요.”

정말 그랬다. 빌린 봄은 멈췄는데 안에서 시작한 생명은 자기 속도로 자랐다. 유리는 손가락을 싹 곁에 두고 그림자의 길이를 봤다. 지금 다시 차갑게 돌려놓으면 잠든 씨앗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그녀는 리넷에게 마른 상자 하나를 더 가져와 달라고 했다. 잠든 종자는 적절한 보관으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깨어난 쪽에는 온기가 더 필요했다. 모든 씨앗을 한꺼번에 깨워야 한다는 처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좋은 애들만 남기는 거예요?”

리넷의 물음에 유리는 손을 멈췄다.

“잘 자란 것만 고르는 게 아니에요. 지금 필요한 돌봄이 다른 거예요. 잠든 쪽도 버리지 않아요.”

그녀는 말한 대로 표찰을 모두 남겼다. 꽃 한 송이를 잃은 아침 뒤라,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 리넷에게 더 날카롭게 들릴 수 있었다. 유리는 빈 상자도 바로 치우지 않았다. 빠진 것이 있는지 마지막에 같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탁자에는 표 두 장과 씨앗 상자 하나가 놓였다. 상자는 보는 용도였고 따뜻한 자리에서 오래 떼어 놓지 않기로 했다. 다온은 방금 끓인 수프를 작은 그릇에 나눠 줬다. 말하다가 저녁을 놓치면 다음 날 장작을 들 힘도 모자라다고 했다.

유리는 숟가락을 받아 쥐었다. 식량을 이야기하면서 먹는 것이 민망했지만, 그 민망함 때문에 굶으면 표가 맞는 것은 아니었다. 세온도 자기 몫을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작은 그릇으로 바꾸려다 다온의 눈을 보고 그대로 들었다.

“지금도 자기 것부터 줄이려고 하시네요.”

유리가 낮게 말했다. 세온은 그릇을 보았다.

“습관입니다.”

“그럼 오늘은 습관보다 먼저 드세요.”

그는 숟가락을 들었다. 유리도 자기 것을 먹었다. 서로가 먹는 것을 확인하느라 식사가 늦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그 생각에 조금 웃었다가, 탁자에 앉은 사람들의 질문을 들었다.

한 농부는 은빛콩을 더 살려야 한다고 했다. 자기 밭을 다시 시작하려면 남은 종자가 그것뿐이라고 했다. 다른 집은 짧은밀을 먼저 지켜야 가을에 먹을 곡식이 생긴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이유가 있었다.

다온은 어느 쪽도 욕심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유리에게 각 상태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어떤 종자가 이미 깼고 무엇은 조금 더 보관할 수 있는지 말했지만, 그것이 누구의 밭을 우선하라는 결론까지 대신하지는 않았다.

세온이 자기 몫의 저장 식량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온은 고맙다는 말보다 그 양이 어디에 속하는지 먼저 물었다. 영주의 개인분인지 대행실 운영분인지, 이미 구호에 배정된 것인지.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 침묵을 지켜봤다. 얼마든지 있다는 말로 덮어 버리면 오늘 밤 사람들은 잠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창고의 바닥은 그 말만큼 깊어지지 않았다.

“제가 바로 약속할 수 있는 개인분은 많지 않습니다. 다른 용도로 잡힌 것은 다시 결정해야 합니다.”

세온이 말했다. 그는 대행실에서 확인할 항목만 적었다. 누구의 저녁을 대신 내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가 작게 말한 많지 않다는 답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농부가 상자 안의 싹을 봤다.

“그럼 살려도 못 심는 것 아닙니까. 가을 건 돌려주고 나면 겨울을 못 넘기는데.”

이 질문에는 계약의 정확한 문구만으로 답할 수 없었다. 실제 사용한 봄의 값이 공정해도, 갚고 남는 식량이 모자라면 계획은 성립하지 않았다. 유리는 빈칸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가져온 것은 따뜻한 사흘이었는데, 탁자에는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이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봄을 더 적게 쓰는 안을 설명했다. 잠든 종자는 물리 보관을 유지하고, 이미 깬 종자를 온실 첫 동 안의 보온이 잘되는 자리로 모은다. 계약 범위를 다른 동으로 넓히지 않는다. 남은 볕을 언제 얼마나 쓸지는 경계와 생육을 다시 보고 정한다.

온실 한 동을 데우는 기본 손실까지 씨앗 수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유리는 그 한계도 같이 말했다. 상자를 절반 옮긴다고 빚이 절반 되는 마법은 없었다. 리넷은 적다가 고개를 들었다. 손쉽게 줄일 수 있을 것 같던 몫이 다시 조금 커졌다.

“그러면 안 살리는 씨앗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아까 숲 교대를 맡은 노인이 말했다.

“네. 보관으로 버티는 것 중 일부가 약해질 수도 있어요. 반대로 다 깨우면 지금 가진 봄과 장작을 다 써도 갚을 계획이 모자랄 수 있고요.”

말을 끝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일을 줄이는 안에도 잃을 것이 있었다.

다온이 수프 그릇을 치우지 말라고 했다. 아직 다 먹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말이 멎은 틈에 숟가락이 두어 번 그릇에 닿았다. 유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물을 마셨다. 오늘 이 자리에 없는 아이들도 같은 솥에서 먹을 것이었다.

리넷이 물었다. 다른 온실에 남은 종자를 구할 수는 없느냐고. 유리는 남쪽으로 오던 길에 본 온실들을 떠올렸다. 품종과 보관 상태가 맞을지는 따져야 했다. 무엇보다 다른 곳의 씨앗도 누군가 다음 봄에 심으려고 남긴 것이었다.

“그냥 달라고 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줄 것과 운반할 길이 있어야 해요.”

“돈은요?”

다온이 물었다.

“상대가 받겠다는 방식에 달렸어요. 현물 교환이어도 공짜는 아니고요. 종자, 저장물, 운반비와 사람 시간을 같이 봐야 해요.”

세온이 종이를 자기 쪽으로 조금 당겼다. 무엇을 보내야 하느냐고 묻는 대신 현재 내놓을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하겠다고 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다른 온실에 묻기 전에 오늘 자기 창고부터 알아야 했다.

시간이 흘렀다. 한 집이 더 내놓겠다고 한 양을 다온이 다시 돌려줬다. 그 집의 아이가 다음 달에 돌아온다고 했다. 가구 수를 세다가 한 사람을 빼먹었던 것이다. 이곳에 없는 사람도 돌아올 자리를 남겨야 했다.

유리는 자기 표에서 칸 하나를 넓혔다. 숫자가 작아진다고 계획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숨겨진 사람이 줄어야 나아지는 표였다. 그녀는 방금 그 문장을 자기 일의 기준으로 삼고 싶었다.

공동회는 오늘 밤 새 공급을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미 깬 씨앗을 따뜻한 저장실에서 교대로 보고, 잠든 종자는 따로 보관했다. 온실의 물리 보온 상태와 경계 반응을 확인하며 다음 날 교환 가능성을 물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사흘 계약에 남은 시간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시간을 다 쓰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동의하지 못한 농부는 더 생각하겠다며 먼저 일어났다. 다온은 그가 가진 종자의 표찰을 그대로 두겠다고 말했다. 누구도 그의 상자를 몰래 줄이거나 자기 밭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았다. 유리는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긴 숨을 내쉬었다.

자리가 비어 간 뒤 세온이 씨앗 상자를 저장실로 옮겼다. 유리는 앞에서 문을 받쳤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왼쪽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문턱을 보면서 같은 높이로 상자를 들었다. 익숙해진 것 하나가, 해결하지 못한 많은 것 사이에서 작게 제 일을 했다.

상자를 내려놓은 뒤 유리는 손을 놓지 못했다. 따뜻한 흙 냄새가 났다. 아직 살아 있는 씨앗을 더 깨우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기도 했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마음은 단번에 따라오지 않았다.

세온은 문에서 기다렸다. 그녀가 돌아서자 빈 손을 보고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는 손을 비워 둘 시간도 필요했다.

“한 번 더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들었다. 세온은 찻방 바깥의 낮은 창을 가리켰다. 저장실의 빛이 눈 위로 길게 나와 있었다. 안에서는 리넷이 표찰을 읽으며 씨앗을 세고 있었다.

“지금은 저 안에 있습니다. 오늘 밤 봄을 더 열지 않더라도.”

유리는 한동안 창을 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부를 뻔했다. 그러나 저 안의 장작과 사람의 교대, 따뜻한 자리로 옮긴 상자도 모두 오늘의 일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한 번 눌렀다.

“그렇게 보고 계셨군요.”

세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잠깐 웃었다.

“같이 봐 주셔서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세온은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입김이 두 사람 사이에 한 번 흩어졌다.

“저도요.”

짧은 대답이었다. 유리는 다시 창 쪽을 봤다. 호감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아직 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빨리 와 버릴 것 같았다. 오늘은 같은 빛을 보는 것만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안으로 돌아오자 다온이 작은 교환 목록을 건넸다. 내놓을 수 있는 저장물과 남겨야 할 식량이 구분되어 있었다. 유리는 첫 줄부터 읽다가 멈췄다. 마을이 바라는 품종 하나는 자신이 속한 순회 온실조합의 보관 목록에서 본 적이 있었다.

연락할 길은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좋은 조건을 약속할 수는 없었다. 자기 조합과 마을 사이에 설 때 누구에게 무엇을 먼저 밝혀야 하는지도 정해야 했다.

리넷이 마지막 표찰을 달고 물었다.

“내일은 씨앗이 올까요?”

유리는 목록의 여백에 조합 이름을 적었다. 그 아래에는 운반 경로와 대가를 물을 자리를 남겼다.

“내일은 먼저, 서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볼 거예요.”

아직 열지 않은 봄 일곱 병이 온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유리 앞에는, 자기 이름도 빼놓을 수 없는 교환표가 놓였다.

8화 끝

현재 8화까지 공개했어요. 이후 공개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