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은 지난번에 못 읽은 제목을 찾지 못했다.
2월 21일 늦은 오후, 그녀는 도운과 정한 서점 입구에서 만났다. 현재 운영 안내를 보고 각자 자기 길로 온 개인 약속이었다. 큰 창에는 다른 책들이 놓여 있었다. 서린이 제목이 바뀌었다고 말하자 도운은 우리가 너무 늦어서가 아니라 진열도 일을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녀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에는 사람이 둘 있었다. 둘은 나란히 몸을 붙여 걷지 않고 한 사람씩 지나갔다. 서린이 앞의 낮은 서가에서 멈추자 도운은 반대쪽을 보겠다고 말했다. 같이 왔다고 같은 책 앞에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책의 등에는 서로 다른 색이 있었다. 서린은 예전 건물 사진이 있는 표지를 꺼내려다 옆의 얇은 산문집을 먼저 보았다. 누군가가 매일 다른 길을 걸으며 쓴 책이라는 짧은 소개였다. 정확한 길 안내가 아니라 걷다 본 물건과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목차를 읽었다. 첫 번째 제목을 보면 끝의 내용까지 알 것 같았지만 실제 문장은 달랐다. 서린은 한 단락을 읽고 덮었다. 무엇이 근거이고 무엇이 추정인지 구분하려는 눈이 잠깐 멈췄다. 작가가 보았다는 저녁의 색은 그녀가 대신 검증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책을 돌려놓을 때 등끼리 닿아 작은 소리가 났다. 옆의 얇은 책이 조금 기울어 서린은 손가락으로 받쳤다. 책을 꽂는 높이가 예상보다 낮았다. 그녀는 자기 무릎을 굽혀 맞췄다. 오래 앉아 읽을 수 있는 작은 의자는 바로 그 아래에 있었다.
서린은 앞서 책을 보던 두 사람이 이제 다른 통로로 간 것을 보았다. 누구를 찾으러 온 장소가 아니어서 그들의 다음 길은 몰라도 됐다. 익숙하게 출구와 통행 간격부터 보는 자기 눈이 조금 느려졌다. 그녀는 책의 등에서 제목 하나를 더 읽었다.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음 것으로 옮길 수 있는 오후였다. 그 사소한 자유가 생각보다 편했다.
도운은 반대쪽에서 작은 목공 책을 보고 있었다. 서린이 가까이 가자 그는 손을 보이듯 책을 조금 들었다. 무슨 일을 새로 하느냐는 질문을 예상한 것 같아 그녀는 웃었다. 그냥 무엇이 궁금한지 물으려던 참이었다. 그는 나무가 만나는 모서리를 한번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 책을 고르며 새로운 취미를 바로 시작해야 할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도운은 자기도 책을 들면 그만큼 성실해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아직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고, 그러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열린 면을 조금 더 읽었다.
서린은 그 옆의 작은 의자에 잠깐 앉을 수 있는지 안내를 봤다. 열람용으로 표시된 자리였다. 그녀가 앉자 도운이 바로 옆에 서 있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서린은 같이 한 면을 보고 싶다고 답했다. 목재의 결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그는 설명을 끝까지 읽다가 모르는 용어가 있다고 말했다. 서린도 몰랐다. 둘은 근처 직원에게 긴 기술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책의 앞쪽에 기본 모양이 정리되어 있어 그쪽을 함께 봤다. 한 가지 모양이 이해됐다고 집에 가서 바로 같은 힘을 견디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책장을 망가뜨릴 위험은 없겠네요.”
도운이 말했다. 서린은 자기 방 책장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그가 아직 방문도 안 했는데 미리 제한을 받았다고 웃었다. 그녀도 웃다가 자기 방이라는 말을 조금 천천히 들었다. 두 사람은 아직 각자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이 서운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요즘 말하다 보면 다음 장면이 너무 빨리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도운은 자기에게도 그럴 때가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지금 함께 사는 일정을 정하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책을 무릎 위에 놓고 그를 보았다.
그가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도 동료와 개인 약속이라고만 말하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은 그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그녀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어떤 말이 편한지 알고 싶다는 질문이었다.
서린은 입술을 한번 다물었다. 질문의 대답은 쉽게 떠올랐지만 말로 내놓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도운은 책의 모서리를 만지며 기다렸다. 그가 손을 떨거나 괴로워하는지 살피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 마음을 고를 수 있었다.
“저는 연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둘이 그렇게 만나기로 한다면요.”
그녀가 말했다. 도운이 고개를 들었다. 자기도 그렇다고 답했다. 서린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 회신을 받았다는 농담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문장을 정확히 설명하는 사람보다 그냥 기뻐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는 그러면 같은 서가 앞에서도 각자 책을 보면 되느냐고 물었다. 서린은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느냐고 웃었다. 도운도 웃었다. 새로운 말이 붙었다고 두 사람의 몸이 한 덩어리로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를 부를 말이 생긴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서린은 회사 동료에게 필요한 때 그 정도 관계를 말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도운도 동의했다. 모든 사람에게 바로 알려야 하는 일정은 없었다. 자료 접근이나 업무 배정을 함께 요구하는 뜻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 구분을 길게 읽어 주지 않고 그가 아는지 한 번만 물었다.
도운은 안다고 답했다. 자기 과거의 선로 작업을 둘 사이의 일로 덮자는 뜻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린은 그 말을 들어도 오늘의 기쁨을 바로 접지는 않았다. 책임을 묻는 절차가 남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녀가 그 절차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쪽에서 불편한 일이 있으면 실제로 말하겠다고 했다. 도운도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제부터 모든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서린은 무릎에 놓인 책을 다시 들어 한 페이지를 넘겼다. 손끝에 닿는 종이가 조금 마르게 느껴졌다.
도운이 물을 마시러 나갈지 물었다. 서린은 책을 원래 자리에 놓고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 책은 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연인이 되기로 했다고 반드시 같은 종류의 선물을 주고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자기 몫을 자기 비용으로 계산했다.
서린은 아까 산문집을 다시 들었다. 살 생각으로 든 것은 아니었는데 한 문장을 더 읽고 싶었다. 그녀는 정한 열람 범위에서 읽은 뒤 원래 자리에 놓았다. 다음에 와도 같은 자리에 있을지는 몰랐다. 그래도 오늘 다 읽지 못한 것이 벌써 잃어버린 일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도운은 책이 든 작은 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다. 서린이 손을 잡고 싶다고 하자 그는 가방을 반대쪽으로 옮겼다. 둘은 넓은 보도를 잠깐 걸었다. 지난번보다 같은 걸음에 익숙했지만 사람을 피해 비키는 순간에는 각각 손을 느슨하게 했다.
가까운 음수 자리가 있는 공용 휴식 구역에서 멈췄다. 각자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서린은 도운의 책에 자기가 손을 얹지 않도록 자기 잔을 다른 쪽에 뒀다. 그가 책은 보호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래도 본인이 산 첫날부터 물을 먹이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도운이 우리가 같이 나온 뒤 산 첫 책이라고 말했다. 서린은 자기는 안 샀으니 절반만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함께 고른 시간에 관한 말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러면 맞다고 웃었다. 같은 물건이 두 사람의 기억에 다른 소유권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연인이라는 말을 다시 혼잣말처럼 해 보았다. 도운이 들었다고 말하자 귀가 뜨거워졌다. 서린은 못 들은 척해도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기도 들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웃음을 참지 않고 그를 봤다. 오늘은 둘 다 같은 단어를 좋아했다.
서린은 그가 목공 책에서 본 어떤 물건이 가장 만들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큰 가구보다 작은 받침부터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 받침이 완성되면 무조건 자기에게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먼저 농담했다. 도운은 일단 자기 컵이 살아남는지부터 보겠다고 했다.
대화가 가벼워지자 시간도 빨리 갔다. 서린은 자기 귀가 시간을 보고 조금 뒤에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운도 정한 시간이 있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그가 책을 산 것으로 오늘의 다른 일정까지 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남은 물을 마셨다.
공용 잔은 정한 곳으로 돌려주었다. 서린이 가방 끈을 고치는 동안 도운은 자기 짐을 챙겼다. 그가 먼저 자기를 보자 그녀가 웃으며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오늘 한번 더 입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서린은 지금 가까운 통행 밖에서 짧게라면 좋다고 답했다.
둘은 벽 가까이 비켜 서서 짧게 입맞췄다. 서린은 이번에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도운이 웃는 얼굴을 보니 자기 얼굴도 같은 모양일 것 같았다. 그녀는 굳이 창에 비춰 확인하지 않았다. 좋았다고 말했고 그도 좋다고 답했다.
그녀는 다음 약속 날짜는 오늘 다 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운도 그렇다고 했다. 책을 조금 읽고 자기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만나고 싶었다. 서로를 좋아하는 일에 혼자 있는 시간이 방해물로만 남지 않았으면 했다. 그 말은 둘이 새로 고른 가까움과 함께 있었다.
갈림길에서 손을 놓았다. 도운은 책을 든 쪽 손을 가볍게 들었다. 서린은 책을 흔들면 안 된다고 농담하려다가 그냥 손을 들었다. 상대가 아끼는 물건을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좋은 말 끝에 주의를 하나씩 붙일 필요는 없었다.
집에 도착한 뒤 그녀는 오늘도 빈손으로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서점에서 고른 말은 남아 있었다. 연인. 서린은 그 단어를 다른 자료의 제목처럼 저장하지 않았다. 도운에게 실제 귀환과 오늘 좋았다는 말을 보냈다. 그의 답에도 같은 말이 있었다.
그는 책을 펴기 전에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 서린도 배가 고팠다. 두 사람은 통화를 길게 이어 가지 않고 각자 자기 음식을 준비했다. 오늘 가까워졌다고 모든 순간을 서로에게 설명해야만 그 가까움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따뜻한 물을 받아 밥을 먹었다.
잠들기 전 다음 근무 안내를 읽었다. 22일에는 은담의 기존 전달 경로에서 정한 수신 담당의 보충이 올 예정이었다. 요약을 받은 사람이 원래 두 줄을 언제 알았는지, 자기 말로 구별한 설명이었다. 아직 실제 내용은 받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에서 읽을 질문만 짧게 골랐다.
오늘 도운과 고른 관계의 말이 그 답을 바꾸지는 않았다. 내일 업무에서 그의 과거 행동에 관한 질문이 다시 오면 그 역할대로 받을 수 있었다. 서린은 자기 알람을 맞추고 책이 없는 책상 한쪽을 봤다. 빈자리를 지금 채울 필요는 없었다. 어떤 대답은 사람에게서 듣고, 어떤 책은 다음에 펼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