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은 날짜를 읽어 주기 전에 종이를 접었다.
작은 창이 허락한 생년월일 부분만 남기고 다른 칸은 안으로 넣었다. 상담실에는 지원 담당자와 서린뿐이었다. 도운은 복도에서 자료 가방을 지키고 있었고, 통화는 당사자가 원한 음성 방식으로 연결돼 있었다.
“안내문에 적힌 날짜를 본인 것과 대조하신 거죠?”
“네. 제 생일은 제가 알아요. 나이를 다르게 말한 적도 없고요.”
작은 창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짧았다. 서린은 그 말을 의심받은 사람이 방어하는 태도로 해석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을 하루 사이 여러 번 들었을 수도 있었다.
“다른 분의 날짜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본인 것과 다르다는 점을 남길게요.”
11월 1일 오전이었다. 전날 연락을 마친 뒤 업무 시간을 다시 잡았다. 은담의 해체 보류는 유지 중이었고 현장 위험 관리는 담당자가 맡았다. 서린은 건물 안으로 가지 않아도 오늘의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아직 조금 낯설었다.
작은 창은 지급 안내를 받은 경위를 설명했다. 이전 접수 뒤 문의를 반복하자 이미 처리됐다는 답과 함께 보내온 문서였다. 그때는 이름만 확인하고 더 읽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뭘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설명하러 또 오라 그럴 것 같았어요. 가려면 일을 빼야 해서요.”
서린은 왜 바로 이의 신청을 안 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문서를 가졌다는 것과 문서를 이해하고 다툴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달랐다. 대신 언제 어떤 경로로 받았는지, 원래 파일을 보존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본인은 관련 내용을 정식 창구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서린은 휴대전화 대화를 통째로 받지 않고 해당 발송본과 문의 부분을 담당자에게 보존하는 절차를 연결했다. 상담 요약은 통화 뒤 당사자가 다시 읽을 수 있게 보냈다.
도운이 복도 문을 두드렸다. 커피를 가져왔다는 말이었다. 서린은 잠깐 통화를 멈추고 컵을 받았다. 그는 종이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민감한 거면 저는 바깥에서 식겠습니다.”
“커피가요?”
“둘 다 빨리 식는 편입니다.”
서린은 웃은 뒤 문을 닫았다. 웃음이 끝나자 작은 창도 수화기에서 한 번 웃었다. 상담실 안의 모든 소리가 조사 질문일 필요는 없었다.
다음 통화는 큰 창이었다. 서린은 다른 사람의 생년월일을 먼저 읽어 맞는지 묻지 않았다. 큰 창이 본인 정보 대조를 허용한 자료를 지원 담당자에게 별도로 제출했고, 해당 날짜가 어제의 지급 안내에 쓰인 날짜와 같다는 결과를 받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이름과 다른 사람의 날짜가 한 문서에 들어갔다.
“제가 받은 돈을 그분이 받았다는 뜻인가요?”
큰 창이 물었다.
“아직 그렇게 볼 수 없어요. 지급 대상과 실제 수령 계좌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일부 이사비를 받은 적은 있어요. 그걸 지금 다시 돌려 달라는 건 아니죠?”
“오늘 제가 반환 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본인에게 어떤 지급이 있었는지 해당 창구에서 대조할 겁니다.”
서린은 한 사람의 불일치를 확인하려다 다른 사람의 돈을 전부 부정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큰 창의 실제 수령 기억과 별도 지급 내역을 다른 줄에 적었다. 같은 이름 때문에 합쳐진 자료를 바로잡으면서 다시 같은 이름 때문에 모든 지급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모두 동의한 대조 요청은 지원기관을 통해 지급 담당 창구로 들어갔다. 서린의 회사는 건물 사용 이력과 연결되는 문서 열람 범위만 요청했다. 은행 계좌에 접근하거나 지급 서버를 열어 볼 수는 없었다.
접수 담당자는 당장 답을 약속하지 않았다. 확인할 자료와 당사자 동의가 맞는지 검토한 뒤 관련 행만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서린은 기다리는 동안 해체 보류 이후 현장 인계 회신을 읽었다. 옆문 출입 운영은 지정 담당이 맡고 있었고, 물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외부 연락 창구에서 일정을 잡았다.
기준은 짧은 음성을 남겼다. 오늘은 한 분을 혼자 들여보내지 않았고 물건 위치만 담당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서린은 그 말을 새 사람을 숨겼다는 의심으로 읽지 않았다. 바뀐 운영이 실제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한 항목이었다.
점심 뒤 지급 창구가 관련 자료를 대조하는 통화를 잡았다. 두 당사자에게 각각 설명했고 지원 담당자가 동석했다. 서린에게 돌아온 열람본에는 주민의 현재 주소와 계좌 숫자가 가려져 있었다. 대신 신청인, 지급 대상 부호, 계좌 예금주 이름의 필요한 부분, 지급 구분과 처리 상태가 남았다.
서린은 첫 장에서 멈췄다.
신청인 칸은 이정희였다. 수령 계좌 예금주 칸에는 다른 성과 이름이 있었다. 두 당사자 모두 본인의 계좌가 아니라고 확인했다. 큰 창이 따로 받았다는 이사비 항목과도 다른 지급 구분이었다.
“대리 수령일 수 있나요?”
서린이 물었다.
지급 담당자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위임 자료를 대조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제공된 묶음에는 해당 위임장이 없었다. 없다는 것과 원래 없었다는 것은 달랐다. 다른 보관처에 있을 수 있고, 잘못 연결됐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름과 실제 수령 명의가 일치하지 않는 지급 행은 있었다.
서린은 그 범위를 요약문 첫 줄에 썼다. 두 사람에게 돈이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쓰지 않았다. 실제 지급 완료 표시는 무엇을 뜻하는지, 송금 취소나 반환이 있었는지도 담당 창구에서 별도로 확인할 일이었다.
작은 창은 음성 통화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면 제가 받은 것으로 적힌 걸 제가 안 받았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거죠?”
“그렇게 진술하실 수 있어요. 오늘 자료에는 다른 명의 계좌가 연결돼 있다는 것도 남습니다.”
“그 말부터 주세요. 제가 자꾸 뭘 잊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요.”
서린은 요청한 범위의 확인 요약을 지원 담당자와 함께 읽어 주었다. 생년월일 불일치, 계좌 명의 불일치, 당사자의 수령 부인, 위임 및 변경 이력 추가 확인. 문장은 짧았고 어느 쪽의 범죄도 결론내리지 않았다.
작은 창은 마지막 항목을 듣고 물었다.
“그럼 제가 다시 증명하러 생활관 가야 해요?”
“현재 제한 구역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필요한 자료 제출은 이 창구로 이어집니다.”
서린은 대답하며 처음 만난 하은이 발목을 붙잡고 있던 계단참을 떠올렸다. 자기 이름이 있던 곳을 증명하려 위험한 건물에 직접 들어가야 했던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오후에 모은경의 회신이 왔다. 회사가 받은 지급 대조 요청과 관련된 설명이었다. 일부 항목은 현장 정산을 묶어 지급했을 수 있고, 별도 업체 직원이 대행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설명에 해당하는 원래 지시와 당사자 동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나요?”
서린은 전화로 물었다.
“자료가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계좌 이름만 보고 오해하시면 직원들이 협조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불일치와 추가 확인 항목으로 적었습니다. 원본 보존을 함께 요청드립니다.”
은경은 잠깐 숨을 골랐다. 서린은 상대의 숨에 죄를 붙이지 않았다. 대신 자료를 찾을 담당과 회신 가능한 시각을 확인했다. 원래 위임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를 받아야 했다. 없다면 왜 없는지를 해당 책임자가 설명해야 했다.
통화를 마친 뒤 도운은 공개할 수 있는 비식별 요약만 읽었다. 그는 두 문서의 줄을 보다가 자기 손등을 문질렀다.
“사람 하나를 다른 사람하고 합치면, 이름이 아니라 책임까지 섞이네요.”
“그래서 어느 항목이 누구 것인지 다시 나누는 중이에요.”
“그걸 처음 나눈 사람이 누군지는요?”
“아직 전체 변경 이력이 안 왔습니다.”
서린은 모르는 답을 짧게 끝냈다. 점점 더 그럴듯한 이야기가 생기고 있었다. 공실 확인을 빨리 끝내고, 이름을 줄이고, 다른 계좌로 지급했다. 전부 한 사람이 계획한 일로 이어 쓰기는 쉬웠다. 하지만 날짜와 자료의 작성 주체가 서로 달랐다. 지금 연결된 것은 불일치의 경로였고 행위자 전체가 아니었다.
그녀는 벽에 붙인 옛 구조 도면을 떼지 않았다. 바뀐 문 방향을 놓쳤다가 하은의 진술을 잘못 요약한 일도 아직 기록에 있었다. 이번에는 종이의 문턱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큰 창에게서 따로 전화가 왔다. 작은 창의 지급이 잘못된 것이라면 자기에게 온 돈도 돌려줘야 할까 봐 가족에게 아직 말을 못 했다고 했다. 서린은 서로 다른 항목이라는 오늘의 확인을 다시 읽었다. 반환 판단을 대신 약속하지 않고 지급 담당에게 본인 항목의 별도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같은 이름 때문에 같이 혼날까 봐요.”
큰 창이 말했다.
서린은 함께 혼날 일이 아니라고 쉽게 답하고 싶었다. 아직 책임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자리에서 위로도 결과를 약속하는 문장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각자의 자료를 확인하고 자기 말로 이의를 낼 수 있게 접수도 따로 이어 간다고 설명했다. 큰 창은 그 설명을 가족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짧게 적어 달라고 했다. 서린은 지원 담당자와 확인한 문장을 보내고, 상대가 읽었다는 회신을 기다렸다. 종이의 숫자를 고치는 동안 그 숫자를 받은 사람이 잠을 못 자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작은 창이 요약문을 확인해 회신했다. 공개 보고에는 이름을 가리고 당사자 확인 창구에는 전체 정보를 남기는 데 동의했다. 큰 창은 가족에게 먼저 설명한 뒤 공개 범위를 답하겠다고 했다. 서린은 한 사람의 동의가 다른 사람의 공개까지 허락한다고 처리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 지급 담당이 추가 확인 항목을 보냈다. 해당 행의 대상자 정보는 중간 대조표를 거쳐 옮겨졌고, 승인 첨부는 외부에서 받은 일괄 확인서였다는 설명이었다. 그 문서가 실제 지급 근거 전체인지, 다른 첨부가 더 있는지는 아직 검토 중이었다.
서린은 첨부 제목을 읽었다.
잔류 위험 확인 및 인계 완료.
자기 업무와 너무 가까운 말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거기 자신의 서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 사본을 보기 전에는 제목만 있었다. 회사에 관련 제출 이력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제공되는 파일을 바꾸지 않은 상태로 보존해 달라고 덧붙였다.
도운이 벽시계를 봤다. 퇴근 시각을 넘기기 전이었다. 그는 오늘 더 확인할 수 없는 질문을 내일 목록으로 옮겼다. 서린도 무작정 전화기를 붙들지 않았다. 당사자들에게 다음 연락 창구가 유지된다는 회신을 마치고 자료를 잠갔다.
마지막 알림이 도착한 것은 가방을 들려던 순간이었다. 회사가 보관한 사전 검토서의 원본 열람이 승인됐다는 연락이었다. 공개 제출 경로와 원본 스캔을 함께 대조할 수 있었다.
서린은 관리실에서 봤던 사각 테두리를 떠올렸다. 내일 날짜의 칸에 먼저 와 있던 자기 이름. 그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제는 돌아가 볼 문서가 있었다.
전화를 내려놓기 전 지급 창구가 인계 완료서의 첫 페이지 사본을 보냈다.
확인자 칸의 서명 아래에, 익숙한 문장의 끝 몇 글자가 잘려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