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두 개를 붙여 놓자 먼저 온 여자가 하나를 떼었다.
“그분하고 같이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제가 기억 안 나는 날짜를 잘 아세요.”
서린은 떨어진 의자를 보았다. 두 사람을 따로 만나기로 한 것은 서로의 말을 따라가게 하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당사자는 혼자 말하는 일이 더 두려울 수 있었다.
“처음 설명은 같이 들으셔도 됩니다. 각자 직접 겪은 부분은 한 분씩 확인하고, 원하시면 지원 담당자가 옆에 있을게요.”
여자는 알았다고 답하고 의자를 조금 가까이 당겼다. 완전히 붙이지는 않았다.
31일 오전, 구청이 아니라 지원기관의 외부 상담실이었다. 은담생활관으로 다시 오게 하지 않고 교통과 이동 지원이 가능한 곳을 골랐다. 서린은 회사에서 맡은 건물 사용 이력 대조 범위를 설명했다. 보상 지급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사를 대신할 권한은 없었다.
“오늘 답하지 않으셔도 지원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 어디까지 업무 자료로 남겨도 되는지 먼저 정하겠습니다.”
첫 번째 여자는 녹음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자기 말을 자꾸 잊으니 녹음해도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전 요약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서린은 같은 동의서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두 사람 모두에게 적용하지 않았다.
도운은 장비를 펼치다 첫 번째 자리 앞에서는 녹음기를 치웠다. 질문지를 읽는 동안에도 빨간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을 여자가 직접 보게 했다. 서린은 기억할 자신이 있다는 이유로 몰래 음성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름은 같았다.
이정희.
옛 입주 안내의 이름도 같았고 이전 접수 확인서의 인쇄 글자도 같았다. 서린은 이름 옆에 생년이나 사는 곳을 먼저 크게 붙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고른 구분 방식부터 물었다.
“저는 큰 창 있는 방이라고 하세요.”
첫 번째 여자가 말했다.
“그럼 저는 작은 창이네요. 성까지 같은 줄은 여기 와서 알았어요.”
두 번째 여자가 작게 웃었다.
상담 기록에는 개인별 접수 부호가 따로 붙었다. 큰 창과 작은 창은 오늘 대화를 편하게 할 호칭이었고 공식 신원을 대신하는 번호는 아니었다. 서린은 옛 사진의 창 크기만으로 방을 특정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은은 집에서 연결된 화면으로 어머니가 설명한 옛 배치를 보여 주었다. 발목은 받침 위에 있었고 옆에는 오늘 받을 택배 목록이 붙었다. 그녀는 서린이 소개하기 전 먼저 말했다.
“제가 직접 본 것과 엄마한테 들은 것을 나눠 적었어요. 틀린 방을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아서요.”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에 나온 그림에는 빈칸이 많았다. 그 빈칸을 오늘 사람들이 채울 수 있겠지만 모두의 기억이 맞아야 같은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큰 창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옛 하층을 처음부터 방 번호로 부르지 않았다. 빨래 건조대가 보이는 모퉁이, 아침이면 창틀에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던 자리, 물을 받으러 두 번 꺾어 가던 길이었다.
서린은 그 길을 도면 위에 바로 그리지 않고 빈 종이에 순서대로 적었다.
“동관 계단 네 칸 아래였나요?”
물으려다 말을 고쳤다.
“계단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기억나세요?”
그녀가 숫자를 먼저 주면 기억이 그쪽으로 붙을 수 있었다. 여자는 낮은 참으로 내려갔던 것은 기억하지만 칸 수는 모르겠다고 했다. 서린은 자기 질문의 수정도 남겼다. 알맞은 답을 받기 위해 질문을 고친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말할 수 있게 고친 것이었다.
큰 창은 옛 입주 안내 원본을 투명 봉투 안에서 꺼내 보였다. 원본은 가져갈 예정이었다. 서린에게 허용된 사본에는 관련 날짜와 주소, 본인이 확인한 수신자 부분만 남겼다.
“여기서는 나갔다고 돼 있네요.”
서린이 이전 확인서의 날짜를 짚었다.
“그날 나간 건 짐 일부예요. 사람까지 나간 줄로 적혔으면 틀렸습니다.”
여자는 손가방에서 버스표가 든 봉투를 찾다가 멈췄다. 날짜를 증명할 물건을 모두 가져오라는 뜻으로 들은 모양이었다. 서린은 지금 기억을 듣고,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제출 범위를 나중에 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제야 가방 지퍼가 닫혔다.
“날짜까지 틀리면 거짓말 되는 줄 알았어요.”
“확실한 날짜와 대략 기억하는 때를 나눕니다. 지금 맞춰 주실 필요 없어요.”
큰 창은 자기 진술의 요약을 읽고 한 줄을 고쳤다. 매일 생활관에서 잔 것이 아니라 일이 늦은 날에 돌아왔다고 했다. 서린은 계속 거주라는 단어를 지우고 실제로 말한 사용 방식을 적었다. 그 차이가 나중 보상 자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지금 정하지 않았다.
작은 창은 따로 면담했다. 큰 창이 복도 대기석에서 쉬는 동안 지원 담당자가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서류를 대신 펼쳐 보이지 않았다.
작은 창은 이전 접수표에 찍힌 자기 이름을 보더니 웃지 않았다.
“이건 제가 받은 번호예요. 그런데 저쪽 분이 이 번호로 연락받으셨대요.”
서린은 두 번호를 다른 종이에 옮겨 비교했다. 문서 끝자리까지 같았다. 잘못 들은 번호라고 하기에는 종이가 각각 있었다. 접수표의 출력 날짜는 달랐다.
“처음 접수할 때 다른 분의 번호라고 설명을 들었나요?”
“아뇨. 먼저 낸 서류가 있으니까 새로 만들지 않는다고만 했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신청이 된 줄 알았지요.”
그 말은 누가 이름을 합쳤다는 결론보다 먼저 남아야 했다. 서린은 어떤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물었다. 작은 창은 직원 얼굴을 특정할 자신은 없지만 자신이 보낸 문의와 돌아온 답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보여 준 관련 문의에는 두 사람이 다른 방을 썼다는 설명이 이미 있었다. 회신은 짧았다. 동명이름 중복으로 기존 접수에 통합, 별도 접수 불필요.
서린은 화면의 글자를 읽고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 누가 전달한 답인지, 최초 작성자인지 중간 전달자인지는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름이 같아서 기계가 우연히 겹친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장이었다.
“이 답변을 관련 부분만 보존해도 될까요?”
작은 창은 잠깐 지원 담당자를 봤다. 함께 범위를 확인한 뒤 동의했다. 연락처와 무관한 대화는 가져오지 않았다. 파일 자체는 지정된 창구로 제출했고 서린은 열람한 자료 번호만 연결했다.
도운이 문밖에서 회의실 사용 종료 시각을 알렸다. 상담실은 계속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서린은 다음 사람을 급하게 불러 이 방에 더 넣지 않았다. 남은 확인은 회사에 정식 접수번호 대조를 요청한 뒤 다음 면담으로 나누기로 했다.
두 여자는 복도에서 다시 만났다. 큰 창이 작은 창에게 귤을 내밀었다. 지원기관에서 제공한 간식이었다. 작은 창은 귤을 받다 자기 가방 손잡이를 놓칠 뻔했다. 도운이 문을 잡아 주었다.
“같은 이름으로 접수하면 간식도 하나만 주는 줄 알았네요.”
큰 창이 말했다.
작은 창은 그제야 조금 웃었다. 서린은 그 농담을 진술서에 옮기지 않았다. 웃음은 증거라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지금 같은 복도에 서 있어서 들리는 소리였다.
점심 뒤 회사가 확보한 열람 가능 자료가 도착했다. 지원기관이 제출 범위를 조율한 초기 접수 대조표였다. 다른 주민 정보는 가려져 있었다. 두 개의 제출일과 서로 다른 연락 끝자리, 다른 옛 방 위치가 남아 있었다.
최종표에서는 한 줄만 남았다.
옆의 처리란에 수기로 체크된 항목이 있었다. 동명 중복 통합. 그 아래 별도 이력 삭제 대신 이전 접수 참조라는 문장이 붙었다. 완전히 사라진 줄을 보려면 참조표를 따로 열어야 하는 구조였다.
서린은 종이를 책상 한가운데 놓았다. 도운은 두 초기 접수 행을 각각 가리켰다.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자료가 먼저 들어와 있었네요.”
“네. 이 상태에서 통합한 처리 기록이 있습니다.”
“실수로 잘못 눌렀을 수도 있잖아요.”
“작업한 선택은 보입니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누가 승인했는지는 더 확인해야 해요.”
서린은 의도적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나누었다. 버튼을 누른 행위가 선택이었다는 것과 사람을 빼려는 악의가 있었다는 것은 같은 범위가 아니었다. 두 초기 자료를 보고도 한 줄로 만들도록 처리한 정황은 남았다. 담당자의 설명과 원본 이력을 요구할 이유가 생겼다.
그녀는 회사에 오류 정정만 요청하지 말고 변경 전후 이력을 보존해 달라는 항목을 붙였다. 지금 두 줄로 고친 표만 받으면 왜 한 줄이 됐는지는 다시 사라질 수 있었다. 접수 담당자는 검토 창구를 안내했고 당사자별 이의를 별도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린은 두 사람의 연락을 한 대표에게 몰아주지 않았다. 큰 창은 전화로, 작은 창은 지원 담당자와 함께 문자로 결과를 받겠다고 했다. 같은 이름을 분리하는 일은 글자를 두 번 쓰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갔다.
하은에게도 오늘 바뀐 내용을 전했다. 어머니의 기억으로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두 사람의 신원을 보증하는 역할까지 맡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은은 화면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이제 자기 얘기부터 제대로 쓰고 싶대요. 다른 분들 날짜까지 다 기억해야 하는 줄 알고 잠을 못 주무셨어요.”
서린은 다음 질문 목록에서 어머니를 거쳐 확인하려던 항목 두 개를 빼고 당사자 확인으로 옮겼다. 연락을 이어 준 사람을 모든 빈칸의 주인으로 만들 뻔했다. 하은은 통화를 끝내기 전 병원에서 받은 운동 설명서를 보여 주며 오늘은 이것만 하겠다고 말했다. 서린은 그 계획에 새 질문을 얹지 않았다.
오후 네 시, 작은 창이 요약문의 한 문장을 고쳐 달라고 연락했다.
지원금을 못 받았다는 문장이었다.
“아직 못 받았다고 한 게 아니에요.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 저는 그걸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어요. 그 차이를 써 주세요.”
서린은 자기 질문지를 다시 보았다. 오늘 면담에서는 지급 이야기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약을 급하게 만들며 미지급으로 줄여 쓴 줄이 있었다. 그녀는 그 줄을 정정하고 수정 이유를 당사자에게 읽어 주었다.
작은 창은 자기가 받은 지급 안내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기관에 보여 줄지 생각해 보고 답하겠다고 했다. 서린은 지금 보내 달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자기 이름이 두 번 나오는 종이를 본 사람에게, 다음 서류를 내놓는 일은 작은 일이 아닐 수 있었다.
도운이 빈 녹음기 주머니를 접었다.
“오늘은 안 켠 장비가 일을 했네요.”
“안 켠 덕분에 들은 말도 있겠죠.”
서린은 처음 떼어 놓았던 의자 두 개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책상 아래에는 귤 껍질 한 조각이 남았다. 두 사람이 떠난 뒤에도 둘의 하루는 사소한 흔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저녁 무렵 작은 창의 동의가 도착했다. 지급 안내에서 본인 이름과 대조할 생년월일, 지급 대상과 수령 확인란만 열람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계좌 전체와 현재 주소는 가려진 사본이었다.
이름은 맞았다.
본인이 확인한 생년월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