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첩은 문에서 떨어져도 어느 쪽이 닳았는지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서린은 투명 상자 바깥에서 금속 두 개를 보았다. 녹이 핀 부분과 손이 닿아 매끈해진 부분이 달랐다. 그렇다고 이것이 어느 문에 달렸는지 그녀 혼자 정할 수는 없었다.
“언제, 누가 이 상자에 넣었나요?”
현장 담당자가 상자에 붙은 재고표를 읽었다.
“문짝 보수 잔재. 날짜는 지난달입니다. 작성한 직원에게 확인 중이고요.”
“어제 떼어 낸 건 아니네요.”
도운이 말하자 서린은 상자 모서리의 봉인 상태를 촬영했다.
“표에는 그렇게 적혀 있어요. 우선 현재 문하고 옛 사진을 맞춰 보죠.”
밤새 자료 요청 회신이 몇 건 들어와 있었다. 공실 확인서의 열다섯 시는 각 방 방문 시각이 아니라 서식에 일괄 입력한 시각이라는 업무지원 설명이 서면으로 왔다. 원래 확인 내용은 짧은 메시지 두 줄이었다. 주요 구역 이상 없음. 오후 확인.
전 구역 영 명이라는 문장은 그 뒤 양식에서 생겼다.
기준은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주요 구역에 하층 안쪽을 포함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유보했다. 서린은 그 질문을 오늘도 남겨 두었다. 대답을 못 받은 채 문짝부터 보러 간다고 해서,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출입 허가 범위는 관리실에서 동관 계단을 거쳐 직원 대기 표시가 남은 방의 바깥까지였다. 파란 문의 연결부는 기존 경계를 유지했다. 윤재가 동행 인원과 돌아올 길을 확인하고 먼저 무전을 보냈다.
“확인 목적은 문 개폐와 도면 차이입니다. 원래 달린 부품은 분리하지 않습니다.”
서린은 작업 가방을 열어 작은 자와 손전등을 꺼냈다. 전날 받은 사진은 허락된 위치 부분만 단말에 띄웠다. 하은 어머니의 얼굴이나 주소 전체를 현장 사람들에게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문 옆 벽에는 의자 등이 오래 쓸어 만든 자국이 있었다. 현재 문은 안으로 열렸다. 자국 앞에 의자를 놓아도 문과 부딪치지 않을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밖으로 열려서 의자를 옮겼다고 했어요.”
서린이 말했다.
도운은 문짝 위쪽을 보았다.
“지금 경첩만 보면 원래부터 이쪽 같기도 합니다.”
그는 손을 뻗지 않고 손전등 빛으로 문틀 반대편을 가리켰다. 새 페인트 아래 네모난 단차가 있었다. 서린은 어제 사진에서 보았던 구멍 자국과 위치를 맞췄다. 위와 아래 두 쌍. 현재 경첩과 반대편이었다.
담당자가 전체와 가까운 사진을 차례로 찍었다. 서린은 자를 벽에 대기 전에 표면을 건드려도 되는 범위를 물었다. 자는 들고 있을 뿐 구멍에 끼우지 않았다. 틈을 벌려야 보이는 것은 오늘 확인에서 제외했다.
“문틀을 바꾼 흔적일 수도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문 방향이 바뀌었다고 보기엔 부족해요?”
윤재가 물었다.
“옛 사진의 경첩 위치와 바닥 멈춤쇠까지 같이 맞춰 봐야겠어요.”
도운이 현관 쪽을 가리켰다. 문턱 바깥 바닥에 둥근 금속 밑판이 남아 있었다. 현재 문이 닿지 않는 자리였다. 담당자는 밑판에 발을 얹지 않게 표시하고 사진을 찍었다.
서린은 단말을 돌려 옛 사진을 같은 방향으로 놓았다.
기울어진 창틀 모서리, 세로로 패인 벽 자국, 바닥 멈춤쇠. 셋이 맞았다. 사진 속 문은 복도로 열렸고 경첩은 현재의 반대편에 보였다. 방 위치는 후보에서 한 단계 좁혀졌다.
“이 방의 여닫는 방향이 바뀐 건 뒷받침됩니다. 언제 바꿨는지는 공사 기록을 봐야 하고요.”
그녀는 말한 뒤 문 옆 번호표를 보았다.
현재는 창고라고 적혀 있었다. 어제 손지도에는 직원 대기. 하은의 기억에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곳. 같은 방이 바뀌는 동안 이름과 문 방향이 함께 바뀌었다. 누군가 기억을 틀리게 만들려 했다면 유용한 변화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보수가 그 목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서린은 그 가설을 종이 여백에 쓰고 동그라미 대신 물음표를 붙였다.
기준이 계단 위 지정 위치에서 불렀다.
“문이 사람을 치니까 바꾼 겁니다. 복도가 좁아서.”
“작업하신 걸 직접 봤나요?”
“날짜는 기억 안 납니다. 보수 뒤에 달라진 건 봤어요.”
“그럼 보수 전후를 보셨다는 설명으로 남길게요.”
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같았으면 말을 까다롭게 받는다고 느낄 수 있었겠지만, 서린은 오늘 그가 어떤 표정이어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다. 그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만 필요했다.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하은이 위치 확인 통화에 응할 수 있다는 답이었다. 서린은 현장에서 영상을 켜려다 멈췄다. 조사 중인 내부를 계속 보여 주기 전에 담당자에게 공개할 범위를 확인했다. 문 방향과 주변 고정 특징만 보이는 사진 두 장을 택했다.
서린은 관리실로 돌아가 전화를 걸었다. 하은은 집에 있었다. 목발이 벽에 기대 있고 발목 아래 쿠션이 받쳐져 있었다. 카메라 너머 친구가 물컵을 놓고 나갔다.
“사진 받으셨어요?”
“네. 제가 기억한 문하고 반대인데, 그럼 다른 방인 줄 알았거든요.”
“옛 사진과 주변 자국은 맞습니다. 문 여는 방향이 바뀐 흔적이 있어요. 어제 말씀하신 것 중에 직접 보신 때를 다시 나눠 주실 수 있나요?”
하은은 전화기 밖을 보았다. 곧 오래된 봉투를 가져왔다. 앉은 채 닿는 곳에 있었고, 서린은 이동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말했다.
“엄마 기다리던 건 예전이고요. 그제 갇히기 전에 이 앞에서 남색 옷 입은 사람을 봤어요. 제가 직원 대기실에서 나왔다고 했었나요?”
서린은 자기 메모를 확인했다. 정확한 문장을 읽어 주었다. 하은은 고개를 저었다.
“문이 움직인 쪽이 그쪽이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문 안에서 나오는 장면을 본 건 아니에요. 앞을 지나가는 걸 봤어요.”
목소리는 처음보다 길어졌다. 하은은 자기 설명이 어디까지 틀릴 수 있는지 한 번에 다 말하려는 것 같았다.
“방을 잘못 말했다고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옷은 봤어요. 봉투를 들어 보인 것도 맞고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방을 썼는지는 몰라요.”
“네. 그 부분을 나눌게요. 걸쇠를 내린 건 못 보셨다는 말은 그대로인가요?”
“네. 소리만 들었어요.”
서린은 먼저 진술과 오늘 정정의 차이를 읽어 주었다. 직원 대기실 출입 목격에서 문 앞 통행 목격으로 수정. 남색 옷의 관찰과 봉투를 보인 일, 걸쇠 소리의 기억은 유지. 하은이 맞다고 확인했다.
문 방향 하나를 바로잡자, 누군가 방에서 나왔다는 확신도 옆으로 움직였다. 서린은 정정이 수사의 후퇴처럼 느껴질까 봐 덧붙일 위로를 찾았다. 그러나 하은이 먼저 말했다.
“제 말은 이전 것도 남기세요. 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정확하게 말한 것처럼 만들지는 말고요.”
서린은 펜을 멈췄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담당자는 원래 진술을 지우지 않고 추가 설명으로 연결했다. 서린도 자기 메모에 줄을 긋고 날짜를 붙였다. 그녀가 하은의 처음 말을 요약하면서 출입처럼 적은 부분이 있었다. 그 요약 역시 따로 정정했다.
도운이 책상 건너에서 물었다.
“기억이 바뀌면 다 못 믿는다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서 무엇 때문에 바꿨는지도 남겨야 해요. 문이 바뀐 사실까지 없던 걸로 하면 더 틀려요.”
도운은 자기 회상도를 꺼내 실제 확인한 선을 다른 색으로 덧그었다. 두 사람은 잠깐 각자의 틀린 선을 보았다. 건물은 그동안 가만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람만 틀린 기억을 갖고 온 것이 아니었다.
점심 전에 보수 재고표 작성자에게 답이 왔다. 지난달 문 방향 보수 뒤 남은 경첩을 모아 상자에 넣었다고 했다. 같은 날 두 방의 부품을 담아 어느 경첩이 어느 방 것인지는 구분하지 못했다. 사진이 남은 작업 일지에는 오늘 본 창고의 문틀 보수도 포함돼 있었다.
서린은 경첩 두 개를 이 방의 원래 부품이라고 쓰지 않았다. 상자 사진 번호 옆에 혼합 보관이라고 적었다. 문 방향의 변화는 옛 사진과 현재 자국으로 확인했고, 금속 두 조각은 그 변화의 시기 조사에 도움을 주는 자료였다.
은경이 일지를 보다가 말했다.
“안전 개선으로 한 공사네요.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방향을 바꾼 목적 설명은 받았어요. 현재 문이 안전한지는 별도로 보고 있습니다.”
서린은 좁아진 안쪽 통로를 찍은 사진을 열었다. 문이 복도를 치지 않게 된 대신 내부 보관물이 열리는 폭을 가릴 수 있었다. 지금은 보관물을 움직이지 않고 출입을 제한했다. 보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보수 뒤 모든 상태를 대신 확인해 주지는 않았다.
윤재는 필요한 접근 제한을 현장 담당에게 전달했다. 서린은 구조 위험 보고에 문 개폐 변경과 도면 미반영을 추가했다. 사람을 찾는 일과 본래 안전 조사가 같은 문 앞에서 만났다.
오전 열 시 반, 도운이 포장 김밥을 내려놓았다. 이른 점심이었다. 둘은 자료가 놓이지 않은 보조 탁자에서 먹었다. 서린이 손을 씻고 오자 도운은 종이 도면을 뒤집어 두었다.
“먹을 때도 문을 보면 김밥에서 경첩 맛 날 것 같아서요.”
“경첩은 두 개였어요.”
“맛은 하나만 나도 충분합니다.”
서린은 웃다가 턱이 뻐근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부터 이를 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밥을 씹는 동안 어느 방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끝내 두 번째 조각을 먹을 때는 다음 확인 동선이 떠올랐다.
옛 대기 공간과 현재 보관 공간의 관계를 확인하려면 반대쪽 통로까지 볼 필요가 있었다. 직접 이동 가능한 구간은 담당자가 안전을 확인한 뒤 정해야 했다. 서린은 전날처럼 지도에 선부터 긋지 않고 먼저 윤재에게 요청했다.
윤재는 접근 가능한 구간과 바닥 위험으로 제외할 구간을 나누었다. 계단 반 층을 건너가는 중간 창고 앞이 다음 확인의 첫 지점이 됐다. 출입 담당이 팀이 돌아와야 할 시각을 적었다.
서린은 동선표 맨 위에 참여자와 비상 연락 경로를 썼다. 어느 방을 볼지 알아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업체와 관리인에게도 해당 범위가 전달됐다. 불필요한 주민 자료와 제보자 연락처는 넣지 않았다.
곧 업체에서 회신이 왔다.
통로 정리 후 안내 예정.
서린은 그 문장을 읽고 윤재를 보았다. 그는 이미 전화를 들고 있었다.
“정리하지 말고 현재 상태를 유지해 달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위험물 제거가 필요하면 먼저 알리도록요.”
서린은 수신 확인을 기다리며 현장 사진 목록을 넘겼다. 어제 점심, 직원이 반대쪽 통로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동식 선반 하나가 벽을 가리고 있었다. 아래 칸에 작은 식권 상자가 보였다.
사진을 찍은 직원은 그곳이 당시 접근 제한선 바깥이었다고 확인했다. 그렇다고 오늘 마음대로 물품을 바꿔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린은 선반의 내용보다 먼저 어제와 오늘의 촬영 위치를 맞췄다.
동선표가 전달된 지 십 분 뒤, 새 사진이 도착했다.
업체는 안전 안내용 진행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벽 앞에, 선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