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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전체 이용가 170화

선이 남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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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다래는 공동 작업실에서 온 접이식 자의 관절에 끼인 푸른 조각을 빼지 않은 채 보관했다.

소유자 도겸은 의도적으로 펴 둔 물건이라고 설명하고 다음 날 직접 인수할 시간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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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은 긴 자를 보고 반갑다고 말했다. 사람을 만나는 말 같아서 다래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한 인사도 맞다고 덧붙였다. 임시 인계 백아흔다섯째, 예약보다 조금 먼저 온 사람의 두 손은 비어 있었다. 접수대의 물건을 무리해서 안고 돌아갈 준비가 아니라 정한 받침과 함께 이동할 준비를 해 온 손이었다.

동행한 작업실 담당이 현재 이동 경로와 받침을 확인했다. 회전환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방향이 바뀌고, 길게 편 물건은 모서리보다 먼저 닿을 수 있었다. 출입구를 통과하는 자세와 정해진 운반 지점이 필요했다. 다래는 길이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위험물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조건을 맞춘 뒤 실제 인수할 수 있는 생활 물건이었다.

도겸은 푸른 조각을 빼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다래는 외형 관찰과 고정 띠 확인 외에 관절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가 받침 쪽을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의 뒤에 꿰맨 천 고리와 끝마디의 흰 얼룩을 자기 물건의 특징으로 짚었다. 전날 제공된 반입 자료와 오늘 물건 앞의 대답이 맞았다.

“그 틈에 들어간 건 종이가 아니에요. 얇은 덮개 조각이에요.”

그가 설명했다. 원래 있던 잠금 부품을 대신하는 정식 수리품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방에서 장식처럼 세워 둘 때 관절이 저절로 굽지 않게 넣었다고 했다. 다래는 그 설명을 듣고도 운반 중 안전한 결속을 대신한다고 쓰지는 않았다. 오늘은 정한 받침이 따로 물건을 붙잡고 있었다.

담당이 현재 취급 조건을 확인한 뒤 도겸에게 받침의 아래를 보여 줬다. 긴 자의 맨 아래 마디가 완충재 안에서 조금 떠 있었다. 도겸은 아래쪽에 줄을 세게 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필선이 있는 면이 닳을 수 있었다. 다래는 필요한 고정력은 유지하면서 어느 면이 받침에 닿을지 담당에게 다시 물었다.

그들은 물건을 풀어 공중에서 돌리지 않았다. 정한 작업 범위 안에서 받침의 방향과 덮개 위치를 바꿨다. 담당은 물건을 잡는 면이 달라져도 이동 중 고정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했다. 도겸이 자기 손가락으로 연필선을 문지르려다 멈췄다. 다래가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자기 손에도 가루가 묻을 수 있다고 웃었다.

자는 처음부터 높이를 재는 도구로 팔린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쓰던 접이식 길이 자였고, 나중에 한쪽 모서리를 바닥에 대고 가족의 키를 그었다고 했다. 여기서 보이는 모든 선이 정확한 계측값은 아니었다. 다른 바닥과 다른 자세에서 남긴 날도 있었다. 도겸은 수치보다 그날 거기 서 있었던 사람이 생각난다고 했다.

다래는 이름 옆 작은 날짜를 읽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반환에 필요한 특징은 이미 맞았고 이야기의 남은 부분은 그의 선택이었다. 도겸은 가장 아래 선을 손가락을 띄운 채 가리켰다. 아이가 직접 그려서 실제 머리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 선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 아이도 성인이 되어 다른 곳에서 산다고 했다.

“그럼 이 선은 틀린 건가요?”

그가 먼저 물었다. 다래는 자로 다시 키를 재려면 기준이 필요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어느 날 누가 그었다는 흔적까지 틀린 숫자로 지울 필요가 있는지는 자기가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도겸은 그날의 팔이 생각보다 길었다고 웃었다. 그 말은 계측 설명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이었다.

다래는 왜 접지 않은 채 작업실에 가져갔는지 물었다. 그가 현재 요청한 인수 방법과 이어지는 질문이었다. 도겸은 자를 세워 놓을 낮은 받침을 만들려고 실제 길이와 고정할 면을 보러 왔다고 했다. 만들던 받침은 담당 작업대에 따로 두었고, 자를 챙긴 줄 알고 나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둘이 한 물건처럼 붙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작업실 담당은 반제품 받침이 현재 자기 보관 자리에 있다고 확인했다. 그것을 분실물로 새로 접수할 필요는 없었다. 도겸이 해당 인수를 마치고 가져갈 수 있었다. 다래는 긴 자의 반환과 받침 제작 완료를 합치지 않았다. 아직 받침으로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는 작업실의 실제 점검 뒤에 고를 일이었다.

도겸은 천 고리가 바깥으로 나오게 해 달라고 했다. 받침에서 꺼낼 때 물건을 찾기 쉬운 부분이었다. 다래는 그 고리를 운반 손잡이로 써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매달아 두는 표시일 뿐 힘을 받을 곳은 아니라고 답했다. 겉으로 잡기 좋아 보이는 작은 고리에 물건 전체의 무게를 맡기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소담이 완료 안내를 준비하다가 화면의 접이식 자를 보고 길이 자로 바꿀지 물었다. 다래는 접을 수 있는 형식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답했다. 의도적으로 편 상태와 임시 조각을 별도로 남기면 됐다. 도겸은 자기 물건의 이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길이는 처음 왔을 때부터 길었다고 답했다.

반환 확인에는 실제 인수자와 물건의 현재 상태가 들어갔다. 도겸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내용을 다시 읽었다. 그가 다음에는 바로 접수 안내를 보겠다고 약속하려다, 다음에 또 잃어버릴 계획은 없다고 고쳤다. 다래는 계획 없이 오는 물건이 더 많다고 말했다. 보관소에서만 성립하는 덜 다행한 농담이었다.

물건은 긴 받침에 고정된 채 담당에게 이어졌다. 다래는 손잡이 두 곳을 잡는 순서와 띠의 표시를 함께 봤다. 도겸 혼자 억지로 들고 가는 장면은 없었다. 출입구 앞에서 막대 끝이 문턱 위의 안내선을 벗어나자 담당이 자세를 멈췄다. 정해 둔 방향으로 다시 맞춘 뒤 물건과 사람이 함께 통과했다.

다래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회전환 도착과 해당 인수의 실제 확인을 받을 경로가 있었다. 접수대에는 다음 물건이 왔다. 작은 손수건이 같은 긴 자리에 놓이자 자리가 갑자기 넓어 보였다. 그녀는 원래 넓이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한 물건에 익숙해진 눈이 먼저 크기를 바꿨다.

도착 확인은 점심 전에 왔다. 긴 자는 지정된 작업실 자리에 놓였고 도겸이 받았다고 했다. 사용 중인 운반 받침은 정해진 반납 경로로 이어졌다. 그가 개인 그림을 보내거나 완성된 장식 사진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다래에게 필요한 수신은 이미 있었다. 자의 다음 쓰임까지 보고 나서 반환을 닫을 필요가 없었다.

오후에는 소담과 접수대의 긴 칸을 다시 정리했다. 가람이 쓰기 편하게 받침 식별을 앞으로 옮기는 작은 변경이었다. 물건 하나를 받았다는 이유로 규칙을 전부 새로 만들지는 않았다. 기존 조건 중 찾기 어려웠던 표지만 같은 자리에 보이게 했다. 다음 교대가 실제로 읽을 수 있는지 소담이 자기 자리에서 확인했다.

그가 숫자보다 선을 지키는 물건도 있네요, 하고 말했다. 다래는 눈금으로 쓰려는 사람에게는 숫자가 먼저일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자라도 맡긴 이유에 따라 물을 질문이 달랐다. 그녀는 접힌 관절을 펴 주는 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했던 오전을 떠올렸다. 상대가 원하는 모양을 듣기 전까지 손을 한 번 늦추는 일도 필요했다.

은새에게서 그림 모임의 준비 안내가 왔다. 연필과 종이, 놓고 그릴 작은 생활 물건이면 됐다. 자기 물건만 가져올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만질 때는 따로 물어야 했다. 다래는 컵을 또 가져갈까 생각했다. 물건이 바뀌어야 새 그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에는 다른 모서리를 보고 싶었다.

그녀는 자기 방에 있는 작은 상자를 떠올렸다. 오래된 일의 봉인이나 남의 물건이 아니라 집에서 연필을 넣는 평범한 상자였다. 뚜껑을 닫으면 한 면이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다래는 그 특징을 고쳐야만 모임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동 중 열리지 않도록 정한 띠를 챙기기로 했다.

퇴근 후에는 혼자 상자를 비웠다. 짧은 연필 둘과 지우개를 책상 위의 접시에 놓고, 상자 안의 가루를 부드러운 천으로 털었다. 업무의 표면 관찰과 달리 자기 물건은 필요하면 직접 만질 수 있었다. 그 자유가 모든 손길을 옳게 만들어 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 허락을 물어야 할지 헷갈리지는 않았다.

무진은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알렸다. 다래는 알겠다고 답하고 혼자 먹을 것을 준비했다. 모임에서 그릴 상자를 고르다가 밥을 늦추지는 않았다. 둘이 만나지 않는 날도 저녁에는 할 일이 있었다. 그녀는 국을 데우고 작은 식탁에 앉았다. 마주 앉을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임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은 뒤 상자를 세 방향으로 돌려 봤다. 앞면이 익숙해서 다른 면의 작은 흠집을 못 보고 있었다. 그 흠집이 언제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래는 나름의 사연을 붙이지 않고 지금 보이는 자리에 연필점을 찍었다. 모든 선에 특별한 날을 붙여야 그림의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그린 상자는 뚜껑이 너무 두꺼웠다. 다래는 컵과 달리 여기서는 네 모서리가 서로 싸운다고 혼잣말했다. 자기 말에 웃음이 났다. 상대가 없는데 농담을 하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상자가 대답하지 않아도 그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를 가져다 대는 대신 한쪽 선의 기울기를 눈으로 다시 골랐다.

무진이 늦게 짧은 음성 인사를 보냈다. 다래는 바로 답할 수 있었지만 그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무리한 뒤 듣고 답하겠다는 메시지 하나만 보냈다. 그가 좋다고 했다. 곧바로 반응하지 않은 시간이 두 사람 사이의 빈칸으로 벌어지지는 않았다. 지금 보고 싶은 물건을 끝까지 보는 시간도 그녀에게 있었다.

도겸이 자의 선을 설명하던 목소리가 잠깐 떠올랐다. 다래는 그 사람의 가족을 그림에 넣지 않았다. 자기 상자 옆에 빈 공간을 남기고 모서리를 한 번 더 그었다. 어떤 물건은 숫자를 덜 믿어야 남은 흔적을 볼 수 있었고, 어떤 상자는 기울기 하나를 더 정확히 봐야 덜 낯설어졌다. 둘 다 오늘의 눈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림을 마친 뒤 무진의 인사를 들었다. 그는 오늘 책장을 조금도 못 넘겼고 내일은 어디부터 읽던 중인지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래는 책에도 분실물 창구가 필요하겠다고 답했다. 그가 자기가 잃어버린 것은 책이 아니라 읽던 자리라고 했다. 그녀는 제목보다 실제 잃어버린 것이 중요하다는 농담을 돌려줬다.

상자를 모임 가방에 넣기 전 내용물은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빈 상자가 이동 중 흔들려도 연필이 빠질 일은 없었다. 그림 한 장을 꺼내 보여 주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준비는 가져갈 물건을 고르는 것으로 충분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자신까지 미리 챙겨야 하는 가방은 아니었다.

불을 끄기 전 책상에 놓인 연필을 봤다. 길이가 서로 다른 두 자루가 나란히 있었다. 다래는 짧은 연필을 버리지 않고 긴 연필의 옆에 그대로 뒀다. 아직 잡을 수 있고 쓸 수도 있었다. 오늘 돌려준 자의 긴 선은 이제 남의 방으로 갔다. 그녀의 방에는 자기가 조금 잘못 그린 상자가 남았고, 그 선도 지워지지 않은 채 밤을 맞았다.

17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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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걸이의 무게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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