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오기 전에 말이 먼저 끊길 예정이었다.
다래는 합동 준비표의 회색 칸을 보았다. 옆에 있는 궤도 그림에서는 본체가 지구의 어두운 쪽으로 들어갔다. 두 그림을 포개자 같은 일처럼 보였다. 통신 담당은 종이를 벌리고, 회색 칸은 중계 장비의 예정 점검이라고 말했다.
스물세 명 전원의 라온 임시 인계를 마친 날로부터 스물두 날 뒤 오전이었다. 전날 발견한 접근 준비와 중계 차단의 중첩을 다시 보는 자리였다. 나래와 견인선 두 척은 아직 출항하지 않았다. 오늘 정할 것은 최종 견인창이 아니라 그 창을 고를 수 있을 통신 조건이었다.
“지구 뒤로 가서 안 들리는 게 아닙니까?”
다래가 물었다.
“이 칸은 점검입니다. 지구 그림자는 태양빛의 문제고 가시선 차단은 또 다릅니다. 겹칠 수는 있어도 같은 표시가 아닙니다.”
담당은 설명을 마치고 실제 경로 세 개를 켰다. 선박끼리 직접 보이는 구간, 라온과의 연결, 기존 운송망 중계 예약이었다. 같은 곳에 있는 전화 세 대처럼 언제든 한 회의에 들어오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첫 견인선의 접근 준비가 점검 차단의 앞부분과 겹쳤다. 둘째는 그때 중계 없이 나래에 닿을 수 있는 가시선 후보가 있었지만 실제 품질을 검증한 것은 아니었다. 나래가 두 배의 모든 말을 대신 전달하면 자기 관측과 운항 통신 자원이 부족해졌다.
무진은 나래의 역할표 위에 손을 놓았다.
“저희 배를 전화선으로 쓰는 동안 누가 접근을 보죠?”
아무도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래는 화물 인계표의 나래 수신이라는 말을 보았다. 그 칸에 들어간 것은 화물 인수 확인뿐 아니라 구조 상태와 다른 선박의 대기 응답까지 있었다. 한 줄의 수신자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통신 담당은 중계 점검을 취소해 달라는 첫 제안을 보류했다. 다른 구간의 안전 운항과 유지 작업이 묶여 있었다. 사이의 집이 급하다는 사실로 보이지 않는 다른 배의 통신을 지울 수는 없었다. 변경 가능 범위는 해당 운영자가 실제로 확인해야 했다.
기완은 앞당긴 창에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안전실은 아직 최종 독립 관측과 운항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통신이 잘 되는 시간을 골랐다고 물체의 위치와 상대운동까지 맞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래는 일정표 맨 위의 출항 가능이라는 제목을 후보 조건으로 바꿨다.
첫 재설계는 접근 준비를 차단 뒤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러자 견인선 하나의 기존 귀환 포트와 겹쳤다. 포트 담당은 빈칸처럼 보이던 시간이 실제 선박 인수와 장비 점검을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 시간도 누가 쓰고 있었다.
다래는 자기 보관소의 반납 예약을 떠올렸다. 손님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접수대가 빈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약속을 지운 뒤에야 빨라지는 계획이라면 그 사람에게 먼저 실제 변경을 물어야 했다.
두 번째 재설계에서는 첫 견인선만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합동 시험 상황표를 놓자 실패가 바로 드러났다. 첫 배가 접근 보류를 요청했는데 둘째 배는 그 이유를 받지 못한 채 다음 대기 구역으로 옮기려 했다. 지난번 맞춘 중단 문장은 같아도 말을 전달할 경로가 비어 있었다.
무진이 자석을 붙인 손을 뗐다.
“연락이 없으면 알아서 멈춘다는 말은 어느 자리에서 멈추는지도 있어야 합니다.”
각 선박의 안전 대기 상태는 전문 담당이 정했다. 모든 배가 현재 위치에 가만히 머무르면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궤도에서 기다리는 것 역시 움직이는 계획이었다. 다래는 멈춤이라는 단어 아래 실제로 유지할 단계와 다음 확인을 받아 적었다.
오전 끝에 세 번째 안이 나왔다. 필수 지시와 화물·영상 송신을 나누고, 차단 구간 앞에서는 새 접근 단계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연결 복구 뒤 각 선박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가는 방식이었다. 긴 영상을 한꺼번에 보내는 다래의 인계 계획은 뒤로 밀렸다.
“사진이 없으면 물건을 받았는지요?”
그녀가 물었다.
전문 담당은 필수 식별과 고정 확인에 필요한 자료부터 구분하자고 했다. 전부 보내는 것과 필요한 확인을 끝내는 것은 같지 않았다. 다래는 포장 사진 중 같은 면을 반복한 것 두 장을 참고 자료로 돌리고 봉인·식별·고정 상태가 보이는 필수 면을 남겼다.
원본 사진은 삭제하지 않았다. 선박의 제한된 통신창으로 보내는 순서만 바꿨다. 받는 담당에게 실제로 그 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읽어 달라고 했다. 첫 답은 부족했다. 고정 띠의 반대편 체결점이 안 보였다.
다래는 카메라를 가져오려다 물품이 아직 전문 보관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직접 덮개를 열어 새로 찍지 않았다. 담당에게 필요한 면을 요청하고 기존 검사 사진에서 확인 가능한지 먼저 물었다. 관련 면이 연결돼 재촬영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생략한 두 장을 다시 전부 보내는 답도 아니었다.
점심 자리에서 세오는 자기 식사 팩의 설명 그림을 반으로 접었다. 접힌 쪽에 개봉 위치가 숨어 있었다. 다래가 웃자 그는 다시 폈다.
“짧게 보내려다 먹는 방법부터 없어질 수 있겠네요.”
“오늘은 안 드시는 걸로 처리할 뻔했습니다.”
다래는 자기 팩을 고정했다. 시험용 자석을 쫓던 손으로 식사를 시작하지 않게 손잡이를 먼저 잡았다. 준비를 더 잘하려고 점심을 지우면 오후의 확인이 더 정확해질 것 같지는 않았다.
오후에는 중계 운영자의 실제 회신이 왔다. 예정 점검의 전체 취소는 불가능했지만 앞뒤 예약의 일부를 조정할 수 있었다. 다른 화물 항차 하나가 자료 송신을 늦추는 데 동의했고 지정 담당이 변경 수신을 확인했다. 비용과 인력 시간은 운영조합 검토표에 실제 항목으로 올라갔다.
다래는 누구도 타지 않은 배를 일정 때문에 빈 배라고 부르지 않았다. 기존 화물의 도착 안내도 바뀌었다. 담당은 그 고객에게 정해진 경로로 새 시각을 통보했고 수신 여부를 확인했다. 사이의 작업표만 새로 저장하면 끝나는 변경이 아니었다.
변경 안내를 받은 첫 견인선에서 다시 질의가 왔다. 자기 화면에는 여전히 앞당긴 접근 준비가 보인다고 했다. 다래는 누군가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쓰지 않고 어떤 표를 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받은 첨부가 아니라 이전 회의에서 인쇄한 요약이었다. 새 예약표의 관련 면은 수신됐지만 운항 준비 받침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담당은 옛 요약을 버리지 않고 변경 이력으로 돌렸다. 실제 준비에 쓰는 표를 교체하고, 그 표의 단계 번호를 소리 내어 읽었다. 나래와 둘째 배도 자기 받침의 현재 면을 확인했다. 변경된 파일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세 배가 같은 시간에 들어선 것은 아니었다.
다래는 화물 인계표에도 같은 대기 조건이 붙는지 봤다. 한 줄은 아직 예전 도착 순서였다. 그 줄을 바로잡고 인수 담당의 확인을 받자 자료 전송과 실제 적재 확인이 같은 순서로 돌아왔다. 짧은 재대조 때문에 연습 시작이 늦어졌고 다음 회의실 예약을 줄여야 했다. 대신 실제 운항에서 서로 다른 종이를 들고 같은 명령을 기다릴 위험 하나를 지금 발견했다.
새 안의 시험에서는 차단 직전 추가 자료 요청을 넣었다. 나래는 다음 단계로 가지 않고 정해진 대기로 전환했다. 둘째 배는 응답을 한 번 놓쳤다. 통신 담당은 그것을 시험 오류로 지우지 않고 복구 뒤 상태 재확인에 포함했다.
연결이 돌아온 뒤 세 배는 앞서 받은 마지막 명령과 현재 단계를 각각 되읽었다. 한 선박의 표에는 이전 단계 표시가 남아 있었다. 운항 담당이 그 차이를 바로잡고 나서야 합동 진행 허가 요청을 보냈다. 초 단위 속도보다 같은 단계를 읽는 일이 먼저였다.
무진은 시험 결과에 제한 통과라고 썼다. 방 안의 송수신 절차와 예약 조건이 맞았다는 뜻이었다. 현지 전파 품질이나 최종 운항 안전이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 출항 전 확인과 연결 실패 시 중단 조건이 그대로 붙었다.
해성은 주민이 이 공백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다래는 성인 지원 당직이 정해진 요약을 받고, 긴급 항해 통신을 주민에게 대신 지키게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마루의 빠른 자료 읽기는 빈 당직 칸에 들어가지 않았다.
마루는 보호자와 함께 낮의 교육 시간에 들렀다. 소년은 지구 그림자를 검은색, 중계 점검을 사선으로 나눠 그렸다. 담당은 좋은 그림이라고 한 뒤 실제 운항용 표에는 전문 범례를 그대로 유지했다. 배우기 위한 그림이 자동으로 선박의 항해 자료가 되지는 않았다.
“말이 끊기는 걸 미리 알면 덜 무섭나요?”
마루가 물었다.
무진은 언제 다시 확인할지, 답이 없으면 무엇을 안 할지 알면 할 일이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무섭지 않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소년은 정해진 시간이 되자 수첩을 닫았다. 밤의 통신창은 성인 전문 인력이 맡았다.
저녁에 다래는 변경된 일정의 관련 부분을 보관소 인계에 반영했다. 자료 송신 순서가 바뀌어도 고장품 7-B와 원본 카드·포장은 라온 4번 보관소에 있었다. S-6의 정상 메인통과 두 임시통, 라온의 냉각 펌프와 후보 카트리지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어댑터 모형은 여전히 시험용이었다. 오늘 새 일정이 맞았다고 그 모형이 운항 장비로 바뀌지는 않았다. 전문 정비실은 가용한 기존 접속 장비를 원설계 기준과 대조하며 다음 기밀·하중·해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래는 시험품과 운항 후보의 표찰을 별도 줄로 인계했다.
무진이 보관소 문 앞에 왔다. 그는 새 후보 시간표를 보여 주고 아직 출항 날짜를 주민에게 약속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래는 이미 같은 조건을 안내에 넣었다고 답했다. 둘은 같은 말을 확인한 뒤 더 길게 다짐하지 않았다.
당직자가 잃어버린 장갑 두 짝을 가져왔다. 둘 다 같은 사람 것으로 보였지만 한쪽은 정비실의 비치품이었다. 다래는 짝이 맞는 모양과 같은 주인을 구분했다. 오늘 세 선박의 빈 시간이 맞아 보여도 같은 가용 시간을 뜻하지 않았던 것처럼, 물건도 실제 이력을 읽어야 했다.
진경에게서 내일 공식 정정 자리의 안내가 왔다. 자신의 과거 완료 기록에 대한 정정과 직무 심사 접수가 예정돼 있었다. 다래는 그가 오늘 일정 조정에 협조한 사실을 과거 책임을 줄이는 근거로 붙이지 않았다. 지금 협조한 일과 그때 빠뜨린 일은 각자의 줄이 있었다.
새 통신표에는 회색 칸이 남아 있었다. 없애지 못한 공백이었다. 대신 그 앞에서 들어가지 않을 단계와, 그 뒤에 다시 읽을 말이 생겼다. 다래는 그 종이를 다음 담당에게 실제로 넘겨 수신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진경의 정정 예정 문서 제목을 읽었다. 회수 완료 기록의 정정. 그동안 끝내 하지 않았던 확인이 제목 안에 있었다. 내일은 누구의 말도 대신 중계할 수 없는 자리에서, 그가 자기 이름으로 완료가 아니었다고 말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