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안의 합계는 종이 맨 아래에 있었다.
다래는 그 위의 빈 줄부터 보았다. 공간 사용과 운송 시간에는 배정 범위가 적혀 있었다. 정비 점검, 문서 작성, 교대 연락에는 주민 자율이라는 말이 한 번씩 반복됐다. 같은 말이 세 번 나오자 비용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1차 구조를 마친 일주일 뒤, 라온 운영조합의 협의 자리였다. 스물세 주민은 여전히 임시 지원을 받고 있었고 본체와 S-6의 재입주 허가는 나지 않았다. 오늘 지원안을 고른다고 내일 비행하거나 그 집으로 돌아가는 회의는 아니었다.
“예산 한도 안에서 기존 공간과 일정을 나누는 안입니다.”
운영 담당자가 설명했다.
“주민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더 빨리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래는 어제 만난 기술자의 기운 장갑을 떠올렸다. 세오는 실제로 쓴 두 시간과 남은 검토 항목을 제출했다. 해성도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별도로 조사해 왔다. 다만 서로 다른 장기 선택을 한 사람들을 하나의 노동 명부로 만들지는 않았다.
“자율로 하겠다는 사람은 몇 분입니까?”
다래가 물었다.
해성은 손으로 쓴 표를 열었다.
“오늘 확인한 성인 두 분이요. 각자 하루 두 시간, 사흘의 자료 확인과 설명 협의까지입니다. 실제 시설 정비와 야간 대기는 동의한 적 없습니다.”
다래는 지원안에 적힌 필요 시간을 옆에 놓았다. 준비 작업은 성인 기술 담당 두 명이 하루 네 시간씩 사흘 참여하는 조건이었다. 하루 여덟 사람시간, 사흘이면 스물네 사람시간이었다. 주민들이 제안한 범위는 하루 넷, 사흘 열둘이었다.
절반이 비었다.
운영 담당자가 표를 보았다. 다래는 그 숫자가 실제로 일할 사람의 자격과 동시 작업 조건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같은 열두 시간이라도 서로 다른 날 한 시간씩 모으면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할 검토를 대신하지 못할 수 있었다.
“그럼 하루 네 시간을 더 모집하면 됩니까?”
담당자가 물었다.
세오가 대답했다.
“업무별로 필요한 숙련과 책임이 다릅니다. 질문을 적는 일과 실제 부품 상태를 승인하는 시간을 한데 채우면 안 됩니다.”
그는 어제 만든 일반 점검 안내를 꺼냈다. 공개된 것은 중지 기준과 연락 경로 같은 제한된 원칙이었다. 장비별 실제 작업 초안에는 검증 대기가 남아 있었다. 글이 생겼다는 이유로 아무나 정비를 맡을 수는 없었다.
다래는 지원안의 첫 이름을 고쳤다. 즉시 복구 지원이 아니라 복구 가능성 검토였다. 운영 담당자는 원래 취지도 그랬다고 말했지만 주민에게 전달된 앞면에는 복구라는 말만 크게 있었다. 새 제목이 인쇄 안내에도 반영되기로 했다.
해성이 손을 들었다.
“돌아갈 수 있는지 보자는 데는 저도 참여합니다. 그런데 돌아가기 싫은 분이 이 작업을 해야 임시 지원을 받는 것처럼 읽히면 안 됩니다.”
지원 담당자가 임시 체류와 조사 참여가 별개라고 설명했다. 다래는 그 말을 회의 안에서만 확인하지 않고 주민용 안내에도 넣어 달라고 했다. 일부 사람만 듣고 돌아가면 다음 식사 자리에서 다른 말이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안은 라온과 연계 거주환의 이주 상담을 먼저 확대하는 것이었다. 임시 공간, 개인 물품 보관, 이동 안내의 조건이 있었다. 이쪽도 비용이 영인 안은 아니었다. 상담 담당과 물품 인계에 쓸 시간이 필요했고, 어떤 곳에 얼마 동안 머물 수 있는지는 개별 검토였다.
나뭇잎 통의 여자는 이 안에 밑줄을 그었다. 여전히 개인 물품 목록만 제출한 사람이었다. 다래는 그녀가 그은 선을 이주 확정으로 적지 않았다.
“제가 상담을 받으면 지금 자리에서 먼저 나가야 합니까?”
그녀가 물었다.
“상담만으로 퇴실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 제안과 당사자 결정을 확인합니다.”
지원 담당이 답했다.
여자는 밑줄 옆에 상담이라고 적었다. 크게 그은 선 하나에도 누군가는 나중의 선택을 미리 읽어 붙일 수 있었다. 다래는 회의록 담당에게 오늘 의견과 확정 신청을 다른 칸에 두는지 확인했다.
무진은 운송 시간을 설명하러 왔다. 무인 상태 관측과 향후 점검 항해 후보에 쓰일 수 있는 슬롯이 있었지만, 아직 출항 승인과 기동 계획은 없었다. 가까운 시설이라는 이유로 운송 시간이 짧게 고정되지는 않았다.
“갔다 오는 연료와 실패했을 때 돌아올 여유를 같이 넣습니다. 한 번 접근 비용으로 여러 번 붙을 수 있다고 적으면 안 됩니다.”
그가 말했다.
운영 담당자는 지원 슬롯을 확정 항차처럼 읽힐 수 있는 문장을 바꾸었다. 다래는 운송 견적의 일부가 미확인이라는 표시를 지우지 않았다. 빈 비용 칸을 영으로 더하면 싼 안이 될 뿐이었다.
배기완은 통신으로 참여했다. 연접운송이 제공할 수 있는 자료와 선박 일정의 조건을 말했다. 과거 정산 자료에 대한 질의는 별도 제출 경로가 유지됐다. 오늘 협의는 새 지원의 범위였고 과거 회수 비용 청구를 결론내는 자리가 아니었다.
“기존 계약에서 이미 처리된 범위와 새로 필요한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기완이 말했다.
“그래서 과거 정산 자료 전체를 요청했습니다. 오늘은 제공 가능한 새 작업 조건을 각각 써 주십시오.”
담당자가 답했다.
다래는 그의 말에서 이미 청구했다고 확정해 읽지 않았다. 계약상 처리와 실제 정산은 다른 자료로 확인할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그 질문을 영영 예산표 뒤에 숨기지도 않았다. 별도 담당과 다음 회신 시각이 기록됐다.
휴식 때 운영 담당자는 컵을 내려놓고 작게 말했다. 지원해 보겠다고 가져온 안인데 빈칸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말이었다. 다래는 자기도 현장에 가기 전에는 카트리지를 제대로 보내면 끝날 줄 알았다고 답했다.
“질문이 많으면 안 되는 안처럼 보이잖아요.”
담당자가 말했다.
“지금 고칠 수 있으면 더 쓸 수 있는 안이 됩니다.”
다래는 책상 위의 두 종이를 나란히 돌렸다. 하나를 이기게 하려는 표가 아니었다. 돌아갈 가능성을 보려는 사람과 떠날 조건을 알고 싶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듣고 각자 결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녀는 임시 지원 기간과 다음 상담, 개인 물품 보관을 두 안의 공통 조건으로 옮겼다. 복구 검토를 선택한 사람만 오늘 침상을 받는 구조가 아니었다. 운영 담당은 현재 보장된 범위와 이후 연장 검토를 분리해 설명했다.
세오는 필요한 노동을 다시 나눴다. 주민이 원해서 제공할 수 있는 기록 설명, 라온 정비실이 맡을 전문 검토, 별도 승인과 보수가 필요한 실제 작업. 준비 사흘 이후의 관측·통신·시설 유지 인력은 아직 산정 중이었다. 사흘치 표가 장기 운영비를 대신하지 않았다.
다래는 그 마지막 줄을 굵게 표시했다. 집을 고칠 수 있다는 답이 나와도 매일 누가 지킬지 없으면 같은 위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문제를 미성년 통신 담당의 손 빠름으로 덮지 않았다. 마루의 이름은 전문 근무표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 주민이 자기 소지품 운반을 직접 맡겠다고 했다. 다래는 그 일을 무료 운송으로 적기 전에 어느 단계까지 가능한지 물었다. 남자는 라온 안에서 자기 가방을 옮기는 뜻이었다. 별도 궤도의 본체에 들어가 남의 상자까지 가져오겠다는 제안은 아니었다.
“제가 짐 든다고 배를 몰 수는 없지요.”
그가 말했다.
짧은 웃음이 돌았다. 다래는 그 농담 옆에 라온 내부 개인 이동이라고 적었다. 자발적인 도움은 구체적으로 쓰면 작아질 때가 있었다. 작아진 그 도움을 실제로 쓸 수 있었다.
다른 주민은 상담 시각을 낮으로만 잡으면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온에서 허용된 일자리를 알아보는 시간과 겹쳤다. 지원 담당은 가능한 다른 시간을 확인했다. 다래는 낮에 올 수 없는 사람을 관심 없음으로 표시한 첫 목록을 바로잡았다.
한 보호자는 아이 돌봄이 필요한 때 두 시간의 정비 설명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사정은 공용 예산표에 이름과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참여 지원 항목으로 담당자에게 연결됐다. 빈 시간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른 것들을 비워야 생겼다. 다래는 확보되지 않은 돌봄과 상담 대기 시간을 영으로 더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협의 끝에 운영 담당은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전문 검토의 부족 시간을 기존 지원 예산 안에서 담당 인력과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주민의 한정 참여는 원하는 범위만 반영한다. 지원 한도를 넘는 지출이나 신규 운항은 이 자리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두 번째 안도 상담 인력과 물품 보관 가능 범위, 장기 비용의 미확인 부분을 더 받기로 했다. 오늘은 두 경로를 동시에 열어 두었다. 스물세 사람이 같은 집으로 돌아가야만 지원이 성립하는 안은 빠졌다.
해성은 표 맨 아래를 오래 보았다. 처음에는 한 시설의 합계를 읽었는데, 수정된 표에는 주민 개별 문의 창구가 붙어 있었다. 그는 복구 검토가 늦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래는 빨라질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늦어지는 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낼지도 같이 확인합니다.”
그녀가 답했다.
해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설명하는 것과 남에게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다래는 그가 두 안의 안내를 각각 챙기는 것을 보았다.
회의 뒤 보관소에 돌아오니 작은 상자가 접수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긴급 생명유지 화물이 아니라 수리한 시계였다. 보관소에서 주인을 찾는 동안 수선 담당이 점검을 마친 물품이었다. 다래는 실제 인수 범위와 수선 기록을 읽고 소유자 연락 창구에 보냈다.
세오는 오늘 사용한 시간표를 인계했다. 회의 참석뿐 아니라 표를 다시 쓴 시간과 주민용 안내를 고친 시간까지 있었다. 다래도 자기 업무 시간을 적었다. 열심히 도왔다는 말은 그 시간을 대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예산표의 주민 자율이라는 빈칸을 떠올렸다. 자율은 값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먼저 할지 말지 고를 수 있어야 하는 말이었다. 누군가 거절하면 무너지는 계획을, 모두가 원해서 하는 일로 적을 수는 없었다.
안전실의 정기 회신이 왔다. 본체와 S-6은 별도로 추적 중이었고 주민 재입주는 미승인이었다. 지원물은 지정 상태로 보존됐다. 다래는 지원안이 진전됐다는 이유로 실제 물체의 위치를 바꾸어 적지 않았다.
저녁에 나뭇잎 통의 여자가 연락을 요청했다. 회의에서 들은 두 번째 안내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대표를 거치지 않고 본인 창구로 온 질문이었다.
다래는 두 안을 같은 크기로 인쇄한 자료를 준비했다. 여자는 통을 무릎에 올려놓고 빈 상담 의자를 보았다.
“제가 여기서 다른 곳으로 가는 안부터 물어봐도 됩니까?”
그녀가 말했다.
다래는 복구 검토표를 접지 않았다. 그 옆에 다른 안내를 놓았다. 같은 구조를 마친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 말고도 물어볼 길이 남아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