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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공기

본문 5,323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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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보관소에서 가장 자주 잃어버리는 건 분실물 담당자의 펜이었다.

연다래는 천장에 붙은 펜을 올려다봤다.

손이 닿지 않았다. 조금 전 파일을 넘기며 내려놓은 펜이었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축 구역에는 물건이 내려갈 바닥이 없었다.

다래는 작업대의 고정 띠를 발등에 걸고 몸을 늘였다. 손끝이 펜에 닿는 순간 펜은 손바닥 반대쪽으로 느리게 떠났다.

“오늘도 탈주냐.”

그녀는 쫓아가지 않고 벽에 붙은 집게 막대를 꺼냈다. 물건 하나 잡겠다고 몸 전체를 날리는 사람은 분실물보다 처리하기 어려웠다.

오늘 첫 반납 물품은 양말 한 짝이었다. 라온 거주환 세탁소에서 축 화물구까지 혼자 여행한 양말은, 뒤꿈치에 달린 이름표 덕분에 주인을 찾았다. 다래는 연락 온 사람에게 양말이 돌아갈 통로와 시간을 알려 줬다.

“착불인가요?”

수신자가 진지하게 물었다.

“통근하시다가 가져가시면 돼요. 양말보다 운송비가 더 나와요.”

“그럼 내일이요. 왼쪽 애가 기다린다고 전해 주세요.”

다래는 분실물 비고 칸에 '내일 직접 수령'만 적었다. 양말의 가족관계까지 쓰기에는 칸이 좁았다.

창문을 가로지르던 햇빛이 작업대 오른쪽으로 옮겨갔다. 정거장 반대편에 붙은 태양전지판이 천천히 각도를 바꾸는 게 보였다. 금속 경첩마다 빛이 한 번씩 맺혔다가 사라졌다. 창밖에는 아래도 위도 없었지만, 다래는 그 익숙한 움직임으로 점심이 지났음을 알았다.

회전 거주환에서 가져온 보리차는 뚜껑 달린 주머니에 담겨 있었다. 다래는 한 모금 마시고 주머니도 벽에 고정했다. 목이 마를 때마다 차를 잡으러 우주 유영을 할 수는 없었다.

펜을 되찾았을 때 화물구 문이 세 번 울렸다.

똑. 똑. 똑.

접수 신호였다.

“지금 열어요.”

다래는 펜을 손목 고리에 연결한 뒤 문을 열었다. 운송 인계 로봇이 레일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낮고 납작한 몸통에 회색 상자가 하나 고정돼 있었다.

작업대 옆 화면에 인계 목록이 떴다.

7-B. 압수 대기 화물. 소유권 확인 중.

반환 또는 폐기 판정까지 36시간.

다래는 자동 분류기 '목록'에 물었다.

“위험물 표시 있어?”

화면에 답이 나타났다.

등록된 위험물 표식 없음. 수동 상태 확인 요청 1건.

등록이 없다는 말은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다래는 겉면부터 훑었다. 찌그러진 모서리, 두 겹의 봉인띠, 손바닥만 한 노란 카드.

카드에는 글씨가 세 줄 적혀 있었다.

기울이지 않아도 됩니다.

열지 않은 채 버리지 말아 주세요.

안이 따뜻하면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래는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목록. 생물 화물 표시도 없어?”

등록 없음.

상자는 사람이 들어갈 크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은 동물이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래는 로봇을 돌려보내지 않고 인계 보류를 눌렀다.

벽에 붙은 적외선 온도계를 꺼냈다.

상자 표면 31.4도.

보관소는 22도였다.

그녀가 장갑을 끼는 동안 상자가 아주 작게 울렸다. 멀리서 유리잔을 손톱으로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살아 있는 거야?”

다래가 묻고는 자기 말에 웃지 못했다.

상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래는 당직 안전실에 연락했다. 화물번호, 표면 온도, 소리, 표식 상태를 알렸다. 화면 너머의 직원은 상자를 격리 레일에 고정하고 팽창이나 누출 흔적이 있는지 보라고 했다.

없었다.

인계 로봇의 계측값도 포장 때의 질량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직원은 인계 문서에 포함된 안전 점검 개봉 권한을 확인한 뒤, 밀봉 용기는 열지 말고 외포장만 확인하도록 승인했다.

다래는 첫 봉인띠를 잘랐다. 잘린 조각은 떠나지 않도록 투명 주머니에 넣었다. 두 번째 띠 아래에서 작은 스프링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손을 뻗기 전에 스프링은 상자 위를 넘어갔다.

운송 로봇이 경고음을 냈다.

“알아. 이물질 수거 중.”

다래는 집게 막대로 스프링을 붙잡았다. 아주 작은 물건이 환기구에 들어가면, 정거장은 값비싼 방법으로 기침을 했다.

뚜껑이 열렸다.

안에는 은빛 원통이 있었다.

원통 둘레에 접힌 냉각판, 기계식 압력 표시, 닳은 손잡이. 투명 보호캡 아래에는 흰색 카트리지가 들어 있었다. 다래의 팔뚝보다 길었다.

한쪽에는 소형 점검기가 연결돼 있었다. 일정 간격으로 짧은 소리를 내는 건 그 점검기였다. 배터리는 아직 남아 있었다.

작은 화면이 깜빡였다.

반응층 회복 불가.

교환 카트리지 필요.

다래는 안전실에 화면을 보여 줬다. 직원은 생명유지 정비사를 연결하겠다고 했다. 다래는 그때까지 보호캡에 손대지 않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유세오예요. 압력 표시부터 보여 주세요.”

젊은 목소리가 통신기에 들어왔다.

다래는 점검기를 돌리지 않고 자기 몸을 옆으로 옮겼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돌아가는 쪽이 쉬울 때가 많았다.

“녹색 아래쪽이요.”

“좋아요. 봉인 캡은 그대로 두세요. 그거 산소통 아니에요.”

“저도 산소통으로는 안 봤어요.”

“다들 공기라고 쓰인 것만 보면 산소라고 하셔서요. 이건 이산화탄소를 잡는 쪽이에요. 재생식 장치에 끼우는 카트리지.”

다래는 화면의 '회복 불가'를 다시 읽었다.

“그럼 지금 못 쓰는 물건이네요.”

“네. 다만 왜 따뜻한지는 알아야겠어요. 재생하다 멈췄거나, 직전에 반응 중이었거나. 점검기 기록 볼 수 있죠?”

“읽기 전용 포트 있어요.”

다래는 연결선을 가져왔다. 낯선 장비를 보관소 주전산망에 바로 꽂지 않고, 물품 점검용 독립 단말에 연결했다. 세오가 화면을 함께 봤다.

마지막 정상 운전은 다섯 시간 전.

부하 초과. 재생 실패. 예비 계통 전환.

그리고 같은 문장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교환 카트리지 필요.

교환 카트리지 필요.

다래는 원통에 손을 댔다가 뗐다. 두꺼운 장갑 너머로도 남은 온기가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방 안의 공기였던 열이었다.

보관소 창밖으로 지구의 가장자리가 지나갔다.

둥근 표면 위에 흰 구름이 납작하게 붙어 있었고, 그 뒤로 푸른 선이 가늘게 빛났다. 다래는 처음 정거장에 왔을 때 저 선이 생각보다 얇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뒤로는 바빠서 자주 보지 못했다.

오늘은 작은 원통 하나가 그 선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오 씨. 이걸 보낸 사람은 지금 뭘 쓰고 있을까요?”

통신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예비 계통이 있겠죠. 얼마나 버티는지는 이 기록만으로 몰라요.”

“사람 수는요?”

“처리 부하로 대략 짐작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몇 명인지 단정하면 안 돼요. 운전 모드나 누출 상태를 모르니까.”

다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에 적힌 숫자보다 적히지 않은 것이 많았다.

상자 바깥의 완충재는 제각각이었다. 새로 산 규격 포장이 아니라, 남은 단열재를 자르고 접어 손으로 맞춘 것이었다. 모서리 한쪽은 음식 포장에 쓰는 얇은 반사막으로 덧대어져 있었다. 다래는 그 조각의 인쇄면을 봤다. 토마토 수프라는 글씨가 반쯤 잘렸다.

누군가는 저녁을 싸던 포장을 아껴 두었다가 이 원통을 감쌌다. 물건을 아끼는 사람이었거나, 아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다래는 어느 쪽인지 아직 몰랐다. 다만 뜯은 완충재를 쓰레기통으로 보내지 않고, 상자 옆에 따로 묶어 두었다.

상자 옆면에는 반송 주소가 붙어 있었다.

수신: 라온 분실물 보관소 4번.

발신: 사이.

다래는 정거장 내부 지도를 열었다.

식당, 거주환, 정비환, 북쪽 견인 포트. 라온에 사이란 구역은 없었다.

우편 주소 목록에도 없었다.

다래는 '목록'에게 물었다.

“사이라는 시설 찾아 줘.”

일치 항목 없음.

“폐기된 이름, 옛 구역명까지.”

검색 권한 내 일치 항목 없음.

이번에는 표현이 조금 달랐다. 다래는 그 차이를 기록했다. 모든 것을 모르는 것과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달랐다.

통로 문이 열렸다.

회색 작업복 차림의 오진경 등록관이 들어왔다. 은색 머리핀이 공기 흐름에 흔들렸고, 손에는 봉인 확인기가 들려 있었다.

“7-B 개봉하셨습니까?”

다래는 안전실 승인번호를 화면에 띄웠다.

“외포장만요. 내부 밀봉은 유지했습니다.”

진경은 승인번호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문책하러 온 사람처럼 굴지 않는 건 좋았다.

“소유자 확인이 안 된 화물입니다. 열어 본 물건도 반납 결정 전에는 반출하지 마세요.”

“소유자를 찾으려고요. 보내는 곳이 사이인데, 지도에 없어요.”

진경의 손가락이 확인기 위에서 멈췄다.

잠깐이었다.

“동일한 이름을 쓰는 소형 선박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럼 선박 목록을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퇴역 기록까지는 못 봐요.”

“접수번호를 보내 주세요.”

다래는 노란 수동 확인 카드를 뒤집었다.

뒷면에도 글씨가 있었다.

검은 글자는 매끄럽지 않았다. 장갑 낀 손으로 굵은 펜을 눌러 쓴 것 같았다.

주인이 없다고 지우지 마세요.

아래에는 번호 하나가 적혀 있었다.

L-204.

다래는 그 번호를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든 번호를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L로 시작하는 것은 보관소가 직접 처리했던 이전 접수였다. 숫자 네 자리로 바뀌기 전, 석 달 전까지 썼던 짧은 번호였다.

그녀는 접수 기록을 열었다.

L-204. 퇴역 공사 모듈 회수 물품.

처리 완료. 수신처 확인. 반납.

반납된 물품 목록에는 공구, 침구, 식기, 식물 재배용 매트가 적혀 있었다. 보관소 직원 연다래가 직접 인계했다.

다래는 손목에 연결된 펜을 잡았다.

펜 끝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L로 시작하던 번호를 쓰던 때에도 같은 펜이었다. 영구적으로 간직할 줄 알았던 물건은 자주 사라졌고, 한 번 지나갈 줄 알았던 사람의 얼굴은 뜻밖의 순간에 다시 찾아왔다.

이 물건들을 가져간 사람을 기억했다. 상자보다 자기 화분을 먼저 챙기던 중년 남자였다. 회전환에서 키우던 잎이라 축 구역으로 오면 흙이 빠져나갈까 봐, 화분 입구를 천으로 묶었다고 했다.

그는 새 일터로 간다고 했다.

그곳에 우편 주소가 생기면 알려 주겠다고도 했다.

“그때 이삿짐이었네요.”

다래가 혼잣말했다.

화면 한쪽에 작은 알림이 떴다. 연결된 점검기에 수동 데이터 카드가 삽입되어 있다는 안내였다. 다래가 덮개를 확인하자 투명 테이프 아래로 카드 끝이 보였다.

세오는 점검기와 분리된 저장 카드라고 설명했다. 다래는 안전실의 확인을 받아 카드만 독립 단말에서 읽었다.

내용은 파일 하나였다.

글이 아니었다.

좁은 창 앞에서 찍은 짧은 영상이었다. 창 너머에 지구가 있었고, 창틀 안쪽에는 작은 푸른 잎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화면이 흔들렸다. 누군가 촬영기를 잡으며 말했다.

“받는 분이 계시면, 이걸 반납하려는 게 아니에요.”

어린 목소리였다.

“저희한테 돌아올 길을 찾아 달라는 거예요.”

화면이 기울며 창 아래의 벽이 드러났다.

벽에는 스물세 개의 손바닥 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주소 대신 다래의 접수번호가 붙어 있었다.

1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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