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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114화

돌아갈 곳이 적힌 상자

본문 5,122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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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이준은 준비실의 실제 인수 경로를 고친 뒤 백열엿새째 밤 열한 시 이십육 분에 경계 한 건을 잠정 봉합했다.

새 복도 점선은 별도 미해결 범위로 남았고, 백열이레째 귀가한 그는 사십 분의 빚을 아직 갚지 않은 채 잠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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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첫 번째로 들린 것은 종이 아니라 냉장고가 멎는 소리였다.

백열이레째 오전 열 시 십 분이었다. 이준은 새벽 한 시 반에 잠들었고 중간에 깬 기억은 없었다. 실제 잔 여덟 시간 사십 분과 아직 무거운 어깨를 따로 확인했다. 어젯밤 한 건의 봉합이 가져간 사십 분은 이번 수면에서 갚았다. 몸에 남은 피로까지 영이 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가장자리에 앉았다. 먼저 씻고 먹을 생각이었다. 휴대전화에는 윤단의 짧은 연락이 있었다. 오늘 현장 배정은 없고, 낮 담당이 작은 인수실의 현재 쓰임을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답을 재촉하는 말은 없었다. 이준은 일어났다고만 보내고 물을 마셨다.

어젯밤 들은 중앙 연결구라는 이름은 아침에도 컸다. 그러나 이름이 크다고 방까지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준비실 밖으로 나가는 점선 하나였다. 어느 작업과 닿는지, 지금 누가 받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는 종이에 그릴 대신 어제 접어 둔 요리책을 폈다.

냉장고 안에는 책이 요구하는 재료가 하나 모자랐다. 없으면 다른 것으로 바꿔도 된다는 줄이 바로 아래 있었다. 이준은 왜 그 줄을 어제 못 봤는지 잠깐 웃었다. 한 가지 빠졌다고 나머지를 전부 기다리게 할 필요는 없었다. 늦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창을 열었다.

오후에 미서와 정한 짧은 통화가 있었다. 그녀는 사십 분의 상환을 본인이 보고한 실제 수면과 대조해 기록했다고 말했다. 백열엿새째 밤 열한 시 이십육 분의 사용은 아직 이십사 시간 안에 한 건이었다. 이준은 오늘 다시 쓰려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미서는 그래서 더 정확히 남긴다고 했다.

“안 쓸 날에도 숫자가 있어야 다음에 덜 헷갈리니까요.”

그녀의 말이었다. 이준은 그 정도 장부면 자기 냉장고에도 필요하겠다고 했다. 미서는 식료품 유효기간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답했다. 건조한 목소리여서 웃음이 한 박자 늦게 났다. 통화는 정한 범위에서 끝났고 새 현장 접수는 붙지 않았다.

그날 그는 효선의 세탁소에 가지 않았다. 선재의 상자가 잘 정리됐는지 궁금했지만 궁금함은 방문 약속이 아니었다. 동네를 조금 걷다가 빵집에서 내일 먹을 것을 샀다. 작업복을 입지 않은 몸에도 주머니는 있었다. 그는 거스름돈을 넣다가 수선한 소매가 오늘 집에 걸려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백열여드레째 오전, 센터에서 새 범위를 받았다. 작은 인수실의 현재 물건 이동을 낮에 따라가 보는 유급 업무였다. 밤의 표식을 찾는 일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시설 담당과 현재 운영자가 같이 오기로 했다. 이준은 몸 상태와 오늘 끝낼 시간을 말하고 그 범위로 수락했다.

인수실은 중앙 연결구의 입구가 아니었다. 예전에 그 시설에서 오는 소형 물품을 받아 두던 방이었다. 관리 범위가 나뉜 뒤에는 센터의 반송 물건을 잠깐 놓는 곳으로 쓰였다. 중앙 연결구의 실제 설비와 지금 이 방 사이에 통로가 열려 있다는 확인은 없었다. 윤단은 설명을 듣고 방 이름 옆에 현재 쓰임을 적었다.

문 안은 뜻밖에 밝았다. 위쪽 창에서 들어온 빛이 낮은 선반에 닿았다. 바닥의 벗겨진 부분은 일반 시설 담당이 먼저 살폈다. 이준은 허락받은 자리에서 물건 세 개를 봤다. 빈 바구니, 끈으로 묶은 작은 상자, 아직 쓰는 손수레였다. 바구니는 앞서 준비실에서 받은 것과 다른 물건이었다.

“닮았다고 같은 건 아닙니다.”

그가 먼저 말하자 태오가 웃었다. 자기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했다. 이준은 자기한테 하는 말이라고 답했다. 밤에 봤던 선을 낮의 모든 사각형에 겹쳐 놓고 싶지는 않았다. 일반 카메라는 평범한 선반과 상자를 찍었다. 사진에는 노란 점선이 없었다.

현재 보관 담당이 상자를 가리켰다. 반송된 빈 안내판이 들어 있다고 했다. 작업을 마친 뒤 원래 보관 장소로 돌아가야 했는데 수신처가 옛 부서 이름이라 다시 왔다. 상자가 처음 온 날과 다시 온 날이 달랐다. 태오는 주소를 고치면 되겠다고 말했다가 담당의 다음 설명을 기다렸다.

주소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보내는 쪽에서는 실제 판을 받았고 빈 상자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이 방에서는 상자 안의 판을 아직 보관 중이라고 알고 있었다. 담당은 상자를 흔들지 않았다. 지금 개봉할 수 있는 조건을 확인하고 실제 소유자와 연결했다. 이준은 빈손으로 기다렸다.

끈을 푼 것은 현재 권한과 인수를 받은 담당이었다. 안에는 안내판이 없었다. 접힌 천과 나무 쐐기 두 개가 나왔다. 판을 고정하는 받침이었다. 누군가 판만 가져가고 받침은 그 판의 물건으로 남겨 둔 셈이었다. 방의 장부가 틀린 것과 물건이 없어진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이준은 쐐기 끝을 봤다. 작은 닳음이 있었다. 어느 판을 받쳤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기술자가 현재 쓰이는 받침과 모양을 대조하겠다고 했다. 안전한 빈 견본에서만 볼 일이었다. 실제 안내판을 갑자기 빼서 확인하는 일은 없었다. 그 사이 운영 담당이 지금 이 받침을 누가 맡을지 물었다.

보내는 쪽은 자기들이 쓸 물건이 아니라고 했다. 받는 쪽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구도 훔친 것은 아니었고 누구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 이준은 앞선 봉합에서 벽의 네모가 닫힌 뒤 남은 점선을 떠올렸다. 아직 연결을 입증할 것은 없었다. 다만 실제로 돌아갈 곳 없는 물건이 여기 있었다.

윤단이 물었다. 지금 당장 위험한 물건인지, 통행과 보관에 문제가 있는지. 담당들이 각각 답했다. 긴급 대피 사유는 없었다. 상자는 정한 선반에 둘 수 있었다. 그러면 오늘 모두의 퇴근을 붙잡을 일도 아니었다. 원소유와 사용 경과를 다음 근무에 대조할 범위가 생겼다.

태오가 상자에 새 이름을 붙이려 했다. 이준은 먼저 담당에게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다. 담당은 현재 확인된 그대로 받침 두 개와 천 한 장이라고 말했다. 주인 없는 상자라는 이름은 쓰지 않았다. 주인을 지금 모르는 것과 아무도 주인이 아닌 것은 달랐다. 태오는 세 물건을 또박또박 적었다.

점심에는 셋이 센터 근처에서 국수를 먹었다. 태오는 자기가 빈 상자라는 말을 얼마나 쉽게 믿었는지 말했다. 이준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말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장은 그 사람도 자기 인수 때는 열어 보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잘못을 나눠 먹으러 온 점심은 아니었다.

국수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이준이 말하다 입을 다물자 태오가 사실 확인부터 하라며 자기 물을 밀었다. 그는 그건 확인이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세 사람은 잠깐 웃었다. 물건의 받는 자리를 찾는 날에도 사람 입안의 작은 화상까지 장부로 고칠 수는 없었다.

오후에는 현재 담당 둘의 설명이 맞닿았다. 큰 안내판은 공간을 옮길 때 다른 받침을 달았고 옛 받침은 별도 회수 대상이었다. 회수할 사람이 바뀌면서 이름 대신 방이 남았다. 상자는 세 번 오갔지만 그 세 번이 모두 같은 잘못은 아니었다. 실제 이동을 각각 맡은 사람들의 확인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이동 하나는 실물 확인이 없었다. 옛 인수실에서 나간 것으로만 적혀 있었고 수신자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선반에 있는 물건이 그때부터 계속 있었는지 중간에 돌아온 것인지도 아직 몰랐다. 태오는 날짜를 겹쳐 보고 입을 다물었다. 빈칸은 한 칸이었지만 설명을 많이 요구했다.

이준은 그 날짜를 찍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필요한 원본은 현재 기록 담당이 정한 경로에서 찾을 일이었다. 윤단이 오늘 받은 범위를 닫기 전에 두 사람의 다른 말을 그대로 남겼다. 보냈다고 한 말과 못 받았다고 한 말이었다. 어느 쪽을 먼저 거짓으로 정하지 않으니 다음에 물을 것이 분명해졌다.

기술자가 방 안의 작은 반송구를 가리켰다. 지금은 쓰지 않는 구멍이었고 덮개는 닫혀 있었다. 옛 물품이 이곳을 통해 나가던 동선이 도면에 있었다. 일반 시설상 현재 열어야 할 이유는 아직 없었다. 이준은 앞선 관찰의 점선 방향과 일치하는지 여기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보이지 않는 낮이었다.

“오늘 확인한 건 상자네요.”

그가 말했다. 윤단이 상자 안도 확인했다고 바로잡았다. 이준은 그건 큰 진전이라고 답했다. 태오는 오늘 국수도 안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가 반장의 표정을 보고 물을 마셨다. 웃음은 짧았다. 반송구 너머가 내일의 방이 되려면 오늘보다 더 많은 실제 준비가 필요했다.

닫힌 덮개 옆에는 누군가 연필로 남긴 짧은 금이 있었다. 일반 시설 담당은 이전 정비 때 붙였던 위치 표시일 수 있다고 했다. 이준은 그 금을 밤의 것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손전등을 비추자 흑연의 번들거림이 보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적에도 만든 사람과 때를 확인할 일은 남았다.

태오가 자기 기록에도 이준의 말과 담당의 말을 나란히 두었다. 둘 중 하나를 지우면 훨씬 간단해 보였지만, 그러면 나중에는 누가 무엇을 보고 말했는지 없어졌다. 이준은 자기가 밤에 본 선을 틀리게 기억했을 가능성도 적어도 좋다고 말했다. 태오는 그 말이 자신 없는 뜻이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이 확인할 자리 남기는 뜻이죠.”

이준이 답했다. 종종 정확해지고 싶다는 마음과 틀리면 안 된다는 마음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전자는 질문을 만들었고 후자는 자꾸 설명을 더하게 했다. 오늘 이 방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직 있었다. 그에게도 그 정도 크기의 방을 남겨 둘 수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가방에 넣었다. 맨손으로 닫을 것이 없는 낮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아무것도 만지지 않은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 전에 원소유 쪽에서 새 답이 왔다. 받침을 회수할 수 있는 담당이 백열아흐레째에 올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밤 관찰과 같은 날이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준은 우선 실제 회수가 성립하는지 보자고 했다. 아직 그 담당이 여기 와서 상자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종이 위 다음 날짜는 빈 선반을 미리 만들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전날 사 둔 빵이 있었다. 그는 잠깐 물건의 돌아갈 곳을 찾았다는 말로 오늘을 정리하려다 멈췄다. 찾은 것은 돌아갈 곳을 확인할 사람과 날짜였다. 실제 물건은 아직 그 방에 있었다. 대신 오늘 자기 몸은 집에 돌아왔고 오늘 저녁을 받을 그릇은 여기 있었다.

그릇을 꺼낼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태오였다. 옛 기록의 마지막 이동에 붙은 표시 하나를 현재 담당과 찾았다고 했다. 반송이 아니라 거절 후 재전달이었다. 받을 사람이 없었던 것과, 누군가 받지 않겠다고 했던 것은 달랐다. 이준은 답을 다 듣고 내일 설명을 받겠다고 말했다. 아직 덮개를 연 사람은 없었다.

1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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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않겠다는 표시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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