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완의 마지막 질문은 수업 계획서보다 짧았다.
강이준은 그 문장을 교육 담당에게 보냈다. 이름이 들어간 개인 대화를 통째로 넘기지 않고, 설명 역할의 보수도 정해야 한다는 본인의 문의만 전달해도 좋다는 답을 먼저 받았다. 작업표를 접는 연습을 했던 다음 날 낮이었다. 새로 설명할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은 아직 새 수업이 생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담당은 지난 교육의 남은 시간에 조금만 말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지난 시간은 실제로 끝났다고 답했다. 그때 배운 사람의 품삯도 지급됐다. 끝난 시간을 종이 위에서 다시 펴면 이번에는 준비하는 사람의 저녁이 먼저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럼 얼마짜리 설명인지 알아야 하네요.”
담당이 말했다. 이준은 자기도 처음 강사 제안을 받았을 때 길이만 물었다고 했다. 얼마나 오래 말하는가보다 무엇을 맡고 어디서 멈추는가가 먼저였다. 지완이 고친 짧은 연습 하나를 설명하는 일과 새 수리자를 책임지고 가르치는 일은 같은 칸에 쓸 수 없었다.
윤단은 현재 가능한 교육안을 가져왔다. 실제 시민 자료를 쓰지 않는 짧은 연습, 준비 시간과 설명 시간, 질문을 받는 범위를 각각 적었다. 지완에게 자기 과거 작업이나 잘못된 채무 안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항목은 없었다. 그가 배우면서 고친 종이를 보여 줄지는 그가 다시 고를 일이었다.
이준은 보수 항목 옆의 빈 줄을 봤다. 새 참여자 모집도 아직이었다. 현재 담당은 가능한 장소와 비용 안에서 제안서를 주겠다고 했다. 그는 해 보겠다는 말을 대신 보내지 않았다. 질문을 잘했다고 칭찬한 뒤 그 사람의 답까지 채우는 것도 빠른 방식의 대리 서명이었다.
지완에게는 현재 상태만 전했다. 본 조건을 받으면 자기가 읽고 답하고 싶다는 회신이 왔다. 자료는 어떤 부분을 쓰고 싶은지 직접 고르겠다고도 했다. 이준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작은 장갑을 떠올렸다가, 설명하는 손에는 그 장갑이 필요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오후에는 효선의 세탁소에 갔다. 전날 정한 개인 방문이었다. 센터의 현장표도 물품 점검 제안도 받지 않았다. 가게 앞 의자는 생각보다 말끔했다. 버릴까 한다던 물건은 안쪽에 있었고 효선은 그걸 가리키기 전에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시겠다고 답하고 빈 탁자에 가방을 놓았다. 효선은 옛 작업복을 받아 갔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자기 집에 있고 세탁표도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언제 맡겼던 것인지 기억한다고 했다가 날짜를 보고 말하겠다고 고쳤다. 두 사람은 오래된 종이 한 장의 기억부터 같이 틀릴 수 있었다.
가게 안쪽 의자의 천에는 네모난 수선 자국이 있었다. 효선이 앉으라고 했지만 이준은 먼저 상태를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손을 내저었다. 실제로 계속 쓰던 의자였고 오늘 그에게 안전 확인을 맡긴 게 아니었다. 그는 직업이 자기 엉덩이보다 먼저 앉는다고 농담했다.
“그러니까 먼저 앉아. 말은 그다음에 하고.”
의자는 낮았다. 이준은 무릎을 조금 폈다. 바깥의 버스가 지나갈 때 진열장의 작은 고리가 울렸다. 효선은 수선 자국 중 하나가 자기 손이 아니라고 말했다. 예전 일하던 사람이 한 것이고, 그 사람은 지금 다른 동네에 있었다. 오빠의 옷에서 시작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뜻밖에 낯선 사람의 바느질로 갔다.
그 직원은 손님이 늘어나는 날이면 의자부터 뒤로 밀었다고 했다. 효선은 통로가 생겨 좋아하다가 어느 날 자신도 앉을 자리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때 다투었느냐고 이준이 물었다. 그녀는 그랬고 다음 날도 또 밀어 놓았다고 답했다. 한 번 말해서 오래 바뀌는 가게는 아니었다.
이준은 요즘 자기가 하는 교육의 이야기를 했다. 시민의 사연이나 지완의 개인 경과는 빼고, 설명하는 일을 새로 맡기려면 준비에도 시간이 든다는 이야기였다. 효선은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면 더 싸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겠다고 했다. 그는 그 생각을 막는 종이를 쓰는 중이라고 답했다.
“종이가 다 막아 주겠어?”
그녀가 물었다. 이준은 아니라고 했다. 오늘 지완이 질문하지 않았다면 자기 역시 그대로 넘어갔을 것 같았다. 효선은 의자 천을 한 번 두드렸다. 천도 먼저 터진 사람이 알아차려야 다른 사람이 꿰매러 온다고 했다. 이준은 그러면 자기 일은 바느질보다 오래 걸린다고 답했다.
효선은 버릴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높이가 맞지 않아 오래 앉으면 무릎이 불편했고, 의자 탓인지 자기 몸 탓인지 따지는 데 지쳤다고 했다. 이준은 높이를 고치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수리해서 남겨야 한다는 말은 지금 이 의자보다 그녀를 더 오래 붙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당장 버리지는 않고 안쪽에서 잠깐 앉는 용도로만 두겠다고 골랐다. 밖에 놓을 다른 의자는 직접 보고 정할 생각이었다. 이준에게 센터의 남는 것을 구해 달라는 부탁은 없었다. 그는 차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놓았다. 물건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는데 방문은 벌써 절반을 지나 있었다.
선재가 가게 뒤편 문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가벼운 종이봉투가 있었고 효선이 들어 주겠느냐고 묻자 자기가 들겠다고 했다. 이준은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다가 선재가 옆의 다른 의자를 고르는 것을 봤다. 누가 들어오면 먼저 자기 자리를 내주는 버릇도 가끔은 사람을 더 기다리게 했다.
선재는 오늘 짧게 바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얼마나 걸었는지 이준이 기록할 일은 아니었다. 봉투 안에는 본인이 산 빵이 있었다. 효선은 이미 집에 빵이 있다고 했고 선재는 자기 몫으로 먹고 싶었다고 답했다. 남매 사이에 잠깐 조용한 틈이 생겼다.
이준은 그 틈을 좋은 재회의 장면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효선이 자를 칼을 가져오는 동안 선재가 봉투를 접었다.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가 먼저 옛 작업복을 받았느냐고 물어 이준도 그렇다고 답했다. 서로의 옷은 각자 다른 집에 있었다.
선재는 자기 것은 아직 자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돌려받았다고 바로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준은 자기도 수선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효선이 두 사람에게 옷을 돌려주면 이제 옷 이야기가 끝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셋이 웃었고 빵은 생각보다 잘 잘렸다.
이준이 작은 조각을 집자 선재가 그걸 자기가 먹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을 멈췄다. 더 큰 것이 좋을 줄 알았다고 하자 선재는 오늘은 조금씩 먹고 싶다고 했다. 이준은 조각을 내려놓고 다른 것을 골랐다. 배려를 고치는 데에는 무거운 장부보다 접시가 가까울 때도 있었다.
가게 전화가 울렸다. 효선은 정한 주문 전화를 받으러 갔다. 선재와 둘만 남자 이준은 다음 개인 약속을 물어도 될지 생각했다. 선재가 먼저 낮에 문을 열고 앉아 있는 시간이 아직 낯설다고 말했다. 좋은 날인지 물으려던 이준은 그 말을 더 듣기로 했다.
그는 바깥으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도 누가 교대를 받아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새 배정이 온다는 말은 아니었다. 이준은 오늘 가게 앞 의자에 앉으려다 상태부터 보겠다고 한 이야기를 했다. 선재는 그럼 의자가 기다렸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준이 웃었다.
누구도 그 버릇이 오늘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효선이 돌아오자 선재는 빵을 자기가 보관할 자리를 물었다. 그녀는 정한 선반의 빈칸을 가리켰다. 이준은 오늘 방문에서 묻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보상과 건강, 미서의 정정, 옛날에 남은 말들은 차 한 잔에 들어갈 만큼 작아지지 않았다.
약속한 시간이 끝날 무렵 그는 일어났다. 효선은 다음에 올 때 옷을 가져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수선이 필요하면 따로 물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준은 빈손으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기억해 두겠다고 답했다. 그녀는 오늘도 가방은 들고 왔다며 웃었다.
센터로 돌아가는 길에 교육 담당의 제안서가 도착했다. 설명 역할은 유급으로 분리됐고 준비도 정한 시간 안에 포함됐다. 실제 수락은 지완에게 남았다. 이준은 자기 지도 시간이 늘어난 만큼 다른 업무를 줄일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새 역할 하나가 생길 때 이전 역할을 전부 등에 매달고 갈 수는 없었다.
태오는 현재 공개 가능한 교육 자료의 보관 경로를 설명했다. 수정된 계약의 새 업무는 정한 시작일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본인이 짧게 말했다. 이준은 석 달 뒤의 계획까지 묻지 않았다. 오늘 확인할 종이는 현재 담당의 손에 있었고 다른 개인 상담은 그 사람에게 남았다.
다음 날 오전 지완의 답이 왔다. 정한 범위라면 해 보고 싶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강의하는 배치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 연습지를 그대로 복사하는 대신 틀렸던 답을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말도 있었다. 이준은 그 말이 교육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담당에게 함께 물었다.
참여를 제안받은 성인 시설보조 한 명이 질문을 보냈다. 자신은 밤의 금을 보지 못하는데 같은 수업에 있어도 되는지였다. 이준은 곧바로 상관없다고 쓰려다가 멈췄다. 금을 보는 사람을 위해 만든 종이에서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찾을 자리가 있는지 먼저 읽어야 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같은 역할을 연습시킬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 지완은 자기에게 온 봉합 요청을 거절한 뒤 어디에 남길지 배웠다. 새 참여자는 요청을 받을 사람에게 현재 위험과 일반 조치의 상태를 전해야 했다. 서로 다른 질문을 같은 답안으로 고르면 한쪽이 늘 늦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교육 담당은 첫 제안에서 역할을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준도 그 종이를 미리 읽고 놓친 사람이었다. 그는 자료를 전부 새로 만들자는 말 대신 한 장의 질문을 두 방향으로 읽어 보자고 했다. 현재 담당은 추가 준비 시간이 늘면 다시 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완은 자기가 설명할 부분도 바뀌느냐고 물었다. 이준은 바뀔 수 있으니 본인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까지의 수락으로 아직 받지 않은 내용을 맡겼다고 쓰지는 않았다. 신입은 먼저 제안한 사람도 새 조건을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답했다.
이준은 그 회신을 읽고 효선의 의자를 떠올렸다. 같은 자리에 오래 있었다고 용도가 영원히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종이를 접었다 펴는 사이에도 누군가의 준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오늘의 수정이 언제 끝나고 누구에게 실제로 가는지 담당과 맞췄다.
새 봉합은 없었고 미상환도 없었다. 그는 낮의 책상에서 손목을 가리지도 드러내지도 않은 채 연습지를 폈다. 설명하는 사람의 값을 적은 다음에는, 설명을 듣는 사람에게 무엇을 맡길지 물을 차례였다. 첫 장의 제목은 여전히 ‘수리자의 거절’이었다. 지완은 그 앞에서 수리자가 아닌 사람의 빈 의자를 발견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