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완은 빈칸을 고치러 왔다가 이준의 대답을 멈췄다.
“제가 거절하면 선생님이 가시는 거예요?”
강이준은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참이었다. 태오와 짧게 만났던 날로부터 사흘 뒤 오후, 새로 정한 두 시간의 유급 교육이었다. 창구 참관 뒤 지완이 골라 온 연습지를 보고 있었다. 실물 설비도 시민의 개인 기록도 없는 작은 교육실에서 그는 벌써 현장으로 걸어 나갈 답을 하려 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자기가 여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사람의 몫을 받는다고 해 놓으면 교육 뒤에는 같은 문장이 작동하지 않았다. 윤단은 바로 정답을 알려 주지 않고 물병을 열었다. 세 사람 사이에 잠깐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지완은 빈칸을 가리지 않았다.
오늘 연습에는 작은 손전등 하나가 있었다. 전원과 실제 작업에서 분리한 교육용 물품이었다. 빛을 켜거나 고치는 수업은 아니었다. 태오 대신 자료를 맡은 직원이 가져와 인계했고 사용을 끝내면 정해진 칸으로 돌려주면 됐다. 사람의 몸이나 밤의 금을 대신 흉내 내지 않아도 질문할 물건은 있었다.
지완은 연습지에 손전등을 받는 사람 이름을 썼다. 그다음에는 돌려줄 사람을 적다가 멈췄다. 오늘 가져온 직원의 근무가 수업보다 먼저 끝난다는 것을 알았다. 이준은 그러니 더 빨리 돌려주자고 하려다 자기가 또 같은 쪽으로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봤다.
윤단이 지금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느냐고 했다. 자료 담당은 미리 알려 둔 현재 보관 창구를 설명했다. 직원 개인이 기다리지 않아도 실제 받을 사람이 있었다. 지완은 종이의 다음 칸을 채웠다. 손전등은 아직 탁자 위였고 돌려받는 사람의 말은 실제로 도착했다.
“이것만 먼저 끝내면 되는 줄 알았어요.”
이준이 말했다. 신입이 자기도 그랬다고 답했다. 둘은 손전등을 보며 잠깐 웃었다. 빨리 끝내는 사람이 늘 같은 사람이 되는 교실에서는 거절을 연습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남은 질문을 듣는 쪽에 이준의 이름이 있었다.
첫 연습은 접수 내용을 들은 뒤 맡을지 말하는 것이었다. 지완은 원인을 아직 모르지만 안전 안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몸이 어려우면 확인한 뒤에도 봉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은 그 말을 길게 고쳐 읽지 않고 실제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신입은 이번에는 이준에게 같은 상황을 읽어 줬다. ‘다들 선생님이 오시면 빨리 끝난다고 합니다.’ 종이의 문장은 평범했지만 이준의 어깨가 조금 올라갔다. 지완이 자기 반응을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은 몸 상태를 보고 맡을 일을 답하겠다고 말했다.
지완은 그럼 다른 사람이 불편해할 거라고 연습 문장을 이었다. 이준은 그러면 안 된다고 설명하고 싶어졌다. 대신 무엇이 지금 위험하고 누가 현재 받는지 묻는 짧은 문장을 골랐다. 자기 기분이 상한 사실과 요청의 실제 상태를 나눠 듣는 데 시간이 걸렸다.
윤단은 그 시간까지 교육 안에 남겨 뒀다. 대답을 빨리 못 한 사람을 다음 문제로 밀지 않았다. 지완이 물을 마시자 이준도 컵을 들었다. 자기 말이 어떻게 들렸냐고 신입에게 물었더니, 아직 좀 미안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준은 그 말이 맞는지 자기 목소리를 떠올렸다.
“미안한 채로 안 가는 연습도 해요?”
지완이 물었다. 이준은 그 질문을 자기 수첩에 적어도 되느냐고 했다. 신입은 그러라고 답했다. 정답을 가르쳐야 할 종이 위에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 윤단이 웃으면서 교육실을 예약한 시간이 넉넉해 다행이라고 했다.
쉬는 시간에 지완은 창가로 갔다. 밖에서는 물품차가 센터 마당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오늘도 자기들보다 바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바쁜 차가 보인다는 이유로 여기서 정한 휴게를 반납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입은 창을 조금 닫고 의자에 앉았다. 책상 아래로 발을 길게 뻗었다가 이준과 부딪칠까 봐 다시 당겼다. 이준은 자기 의자를 옆으로 옮겼다.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었다. 손전등은 그 사이 굴러가지 않게 받침 안에 놓였다.
복도에서 직원 한 명이 문을 두드렸다. 교육용 물품을 받던 창구가 다른 방으로 잠깐 이동했다는 안내였다. 당장 돌려달라는 요청은 아니었다. 지완은 아까 적은 이름이 벌써 틀렸다며 웃었다. 이준은 실제로 바뀐 위치를 현재 담당에게 확인하고 두 칸을 나눠 고쳤다.
원래 보관의 책임과 오늘 받을 장소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새 방으로 가는 동선도 수업이 끝난 뒤 사용할 수 있었다. 지완은 지도처럼 크게 그리지 않고 자기 연습지 뒷면에 짧은 길을 그렸다. 지금 들은 말만큼의 길이었다. 문을 나간 뒤 실제 표지가 맞는지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지난 교육의 잘못된 위치를 다시 읽었다. 지완이 집에서 고른 질문은 ‘어느 문인가요’였다. 이준은 그 앞에 현재 계신 곳을 계속 말해도 괜찮은지 묻자고 했다. 신입은 연습 상대에게 같은 말을 해 봤다. 정한 짧은 자료의 위치가 이번에는 다른 문과 갈라졌다.
지완이 손전등을 이준 쪽으로 밀었다. 이제 설명을 끝내고 넘기는 연습이었다. 이준은 받았다고 말한 뒤 물건을 집으려 했다. 신입이 손을 멈췄다. 이 연습에서는 이준이 다음 일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조건이었다. 그는 그 조건을 듣고도 물건부터 받으려 했다는 것을 알았다.
탁자 한가운데 손전등이 남았다. 누구도 들지 않는 작은 물건이 몇 초 동안 무거워졌다. 윤단이 연습의 현재 담당을 불렀다. 자료 직원이 ‘다음 담당 확인 중’이라는 상태를 받아 실제 창구에 요청했다. 빈칸을 보관하지 않는 것과 물건을 버리는 것은 달랐다.
답은 금방 왔다. 보관 창구는 수업이 끝날 때 현재 직원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완은 물건을 다시 받침에 놓았다. 연습에서 생긴 상태와 실제 반환 시각을 혼동하지 않도록 종이도 나눴다. 이준은 그 짧은 순서를 보고 자기 오늘의 동작을 기억했다.
수업 끝을 앞두고 윤단에게 일반 현장 연락이 왔다. 가까운 물품 대기실에서 수레가 통로를 좁힌다는 문의였다. 이준은 이름을 듣고 어느 문인지 떠올렸다. 그러나 오늘 현장 상태는 몰랐다. 반장은 현재 인수를 확인했고 실제 가까운 일반 담당이 받았다고 답했다.
지완은 장갑을 집지 않았다. 이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윤단은 통화를 마친 뒤 두 사람을 봤다. 왜 안 갔는지 설명하라는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반장이 먼저 지금은 받은 답을 듣고 수업을 끝내면 된다고 말했다. 신입은 자기가 참은 것을 점수로 적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 말에 이준은 웃었다. 현장에 가지 않는 선택도 매번 칭찬받아야 하면 다른 시험이 될 수 있었다. 지완은 오늘은 그저 여기 하기로 했던 일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나오는 동안 창밖의 물품차는 자기 담당의 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각자 오늘 잘못 짐작한 것을 하나 읽었다. 지완은 물품을 가져온 사람이 끝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준은 자기가 있으니 대신 가면 된다고 먼저 답할 뻔했다고 말했다. 윤단은 두 사람을 보고만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갈 줄 알았다고 했다.
신입이 웃으며 그건 자기도 알겠다고 말했다. 이준은 자기 수첩을 덮었다. 이제 수업 내용을 집에서 더 완성하는 과제는 없었다. 지완은 확인본을 받고 유급 교육의 종료와 지급을 담당에게 확인했다. 이준의 강사 시간도 같은 시각에 닫혔다.
손전등은 교육실을 나설 때 지완이 들지 않았다. 오늘 자료의 실제 반환은 정해진 직원이 맡았다. 신입은 자기 종이와 가방만 챙겼다. 복도에서 그는 반납 장소의 표지가 실제로 맞는지 잠깐 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함께 가는 길의 허용된 바깥 위치에서 읽을 수 있었다.
새 방의 문 앞에는 작게 화살표가 있었다. 직원은 손전등을 현재 보관자에게 실제로 넘겼다. 지완은 뒤에서 그 수신을 들었다. 방 안 물건을 구경하러 들어가지는 않았다. 자기 연습지의 선은 문 앞에서 끝났고 그 다음의 보관은 받은 사람에게 있었다.
이준에게는 개인 물품을 받을 약속이 하나 남아 있었다. 점검실에서 확인했던 옛 작업복이었다. 업무가 끝난 뒤 정한 수령 창구에 갔다. 지완은 함께 가도 되느냐고 묻지 않고 정문에서 먼저 인사했다. 다음 문의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 보내겠다고 했다.
반환 담당은 이준의 옷을 접어 내놨다. 다른 사람의 장갑은 들어 있지 않았고 주머니의 세탁표는 그대로였다. 그는 직접 대상과 상태를 보고 받았다. 따로 준비한 마른 가방에 넣으니 생각보다 부피가 작았다. 오래 남겨 둔 시간만큼 옷이 커지지는 않았다.
효선의 가게에는 그날 들르지 않았다. 서로 다음 오후에 짧게 앉기로 했고 오늘은 각자 일이 있었다. 그는 옷을 자기 집에 먼저 가져갔다. 수선할지 쉬는 날 입을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돌려받는 일 하나가 다음 일을 곧바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집에서 옷을 펴자 어깨의 닳은 자리가 보였다. 가슴 주머니에는 연필이 없었다. 이준은 빈자리를 보고 선재의 옷과 똑같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넣어 둔 것은 애초에 세탁표뿐이었다. 그는 그 종이의 날짜를 보고 자기 물건의 시간을 기억해 냈다.
처음 야간조에 들어가기 전 달이었다. 그때는 흰 선도 없었고 고장을 빨리 끝내면 야간 일이 줄어들 줄 알았다. 지금도 빨리 끝내고 싶은 일은 많았다. 오늘 교육에서 손전등을 받으려던 손도 그때의 손과 달라진 모양은 없었다. 바뀐 것은 그 손을 멈추게 할 질문을 들을 수 있다는 쪽이었다.
저녁을 먹고 그는 내일 개인 일정을 봤다. 밤을 새울 현장은 잡혀 있지 않았다. 계단 봉합의 대가는 이미 실제 잠으로 정산했고 그 뒤 새 봉합도 없었다. 과거 시각을 지운 것이 아니라 오늘 자기 시간을 쓸 수 있는 상태였다. 이준은 수첩에 효선과 만날 시각만 적었다.
창구의 현장 결과는 현재 담당에게 갔고 그에게 개인 알림이 오지는 않았다. 그는 수업 중 들은 수레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다 그만뒀다.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이 일을 끝내는 밤도 있었다. 작업표를 접고 나서 수첩까지 같이 덮을 수 있었다.
지완의 문의가 온 것은 다음 날 낮이었다. 새 봉합을 받아 보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다음 교육에서 자기가 고친 연습 한 부분을 다른 참여자에게 설명해 보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아직 누구에게 어떤 자료를 보여 줄지, 참여자가 있는지도 정해진 것은 없었다.
이준은 가능한 경로를 안내하려다 마지막 줄을 읽었다. ‘설명하는 시간에도 배우는 사람 품삯만 받나요?’ 그는 웃음이 나다가 천천히 멈췄다. 다음 수리자를 가르친다고 부르던 자기 일이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이 되려면, 다음에는 그 질문부터 함께 읽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