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15세 이용가 24화

숫자 없는 승강기

본문 5,377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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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있던 자리는 손바닥보다 차가웠다.

강이준은 철판에서 손을 뗐다. 밤 열한 시가 지났는데도 숫자 영이 나타나지 않았다. 작업표에는 선재의 상태 확인 시각이 남아 있었다. 문을 열지 못하는 약속도 시각은 정확했다.

출입 제한 첫날 밤이었다. 그날 새벽 통지를 받은 뒤 낮 동안 윤단이 문의했지만 대체 경로의 회신은 오지 않았다. 이준은 집에서 자고 나와 저녁을 먹었다. 급하다는 이유로 낮잠을 취소하지 않은 것이 지금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로비 당직자가 안내를 다시 읽어 줬다. 승강기와 뒤편 설비 통로 모두 제한 대상이었다. 안전 점검을 위한 조치이며 개인을 겨냥한 출입 금지는 아니라는 답이었다.

“그 안의 사람 확인은 누가 합니까?”

윤단이 물었다. 당직자는 별도 연락 담당을 불렀다.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지 않는 것부터 오늘의 일이 시작됐다.

이준은 주머니 속 흰 천을 만졌다. 효선이 낮에 봉투째 맡긴 이름천이었다. 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고, 붙일 곳은 오빠에게 물으라고 했다. 아직 이름을 보여 줄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태오는 센터에서 받은 답을 전화로 전했다. 상태 확인 담당의 통신은 유지됐고 물품 지원도 끊기지 않았다. 선재는 저녁에 직접 대답했다. 다만 예정된 대면 확인은 제한 통로를 지나야 했다.

이준은 그제야 철판에서 눈을 돌렸다. 문이 안 열린다는 사실이 곧 사람이 버려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화가 된다는 이유로 계속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

“오늘 접촉을 꼭 해야 하는 사유와, 내일로 미룰 수 있는 물건을 나눠 달랍니다.”

태오가 말했다.

이준은 이름천 봉투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천을 전하고 싶은 자기 마음이 방문의 유일한 긴급 사유가 될 수는 없었다. 윤단은 기존 건강 지원 담당에게 대면 확인의 필요와 가능한 대안을 직접 물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의 청소 기계가 지나갔다. 이준은 안내판을 조금 옮겨 길을 내주려다 당직자에게 위치부터 물었다. 제한된 문 앞이라고 평범한 통행까지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계가 지나간 자리에 물기가 남았다. 당직자는 미끄럼 표지를 놓았다. 이준은 자신이 보고 싶은 문만 보느라 그 물기를 밟을 뻔했다는 것을 알았다.

“옛 반납창구는요?”

그가 물었다. 윤단은 낮에 받은 사진을 보여 줬다. 배관 증설로 막힌 중간은 그대로였다. 수선표의 파란 선은 벽을 뚫는 표시가 아니었다.

“저쪽을 쓰려면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해. 오늘 대체 통로라고 적을 수 없어.”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 둔 길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대고 있었다. 오래된 종이를 믿는 것과 현재 발 디딜 곳을 확인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시설 관리 담당자가 서류철을 들고 왔다. 그는 출입 제한의 근거와 오늘 점검한 구간을 보여 줬다. 승강기 주변의 설비 교체 때문에 기존 접근선을 닫았다고 했다. 도겸의 보복이라고 확인된 내용은 없었다.

윤단은 그 말을 기록한 뒤 건물의 다른 피난·점검 동선을 물었다. 담당자는 평면도에서 옆 계단을 짚었다. 물품 창고 반대편의 관리 복도였다. 중앙 연결구까지 곧바로 닿는 길은 아니고 정산소 앞 대기 구역으로 이어졌다.

“문은 있습니다. 오늘 일반 시설 점검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야간 열람 동행은 이 표의 허용 구역이 아니네요.”

담당자가 작업표를 돌려줬다. 이준은 손목을 내려다봤다. 흰 선만으로 건물의 출입 권한까지 생기지는 않았다. 손에 있는 열쇠와 허락받은 방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미서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안쪽 창구에서 받을 수 있으나 새 경로를 본인 판단만으로 열 수는 없다고 했다. 기존 열람 목적과 건강 지원 동행을 연결한 접근 범위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면 오늘 안에 못 가는 겁니까?”

이준의 질문이 짧아졌다. 윤단이 물병을 건넸다. 그는 받지 않으려다 목이 마른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사람이 답할 시간을 자기 불안으로 줄일 수는 없었다.

미서는 안쪽 담당과 실제 문 위치를 맞추겠다고 했다. 시설 담당자는 물리 복도의 점검 결과를, 윤단은 현장조의 동행 인원과 복귀 계획을 보냈다. 태오는 기존 열람 등록번호를 찾아 서로 다른 요청에 연결했다.

이준의 몫은 선재에게 오늘 방문이 지연된 이유를 전하는 일이었다. 미서가 전화를 넘겨 줬다. 배관 소리 뒤로 느린 숨이 들렸다.

“부품이 안 왔나?”

“길의 확인이 늦습니다. 물건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길부터 봐. 기다리는 건 여기서 할 테니까.”

노인은 기다린다고 해서 괜찮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과 피곤한 상태를 짧게 말했다. 이준은 더 말하게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그 내용을 넘겼다.

통화 끝에 선재가 먼저 물었다. 효선이 천을 보냈느냐고. 미서에게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이준은 가지고 있으며 오늘 못 전하면 다음 허가된 전달편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지. 네 주머니에 오래 넣으면 네 이름까지 묻겠다.”

이준은 작게 웃었다. 노인의 농담을 듣고도 서둘러 문을 밀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마음의 주어가 자기라는 것을 이제 알 수 있었다.

열한 시 사십오 분, 접근 범위의 확인이 왔다. 오늘 지정된 관리 복도에서 정산소 대기 구역까지, 이준의 기존 열람 목적과 윤단의 지원 동행을 적은 보충 작업표였다. 바뀐 것은 바깥 접근선뿐이었다. 창구에서 중앙 연결구 앞 선재의 기존 안전 자리까지 잇는 건강 지원 경로는 별도로 재확인했고, 안쪽 동행은 미서가 맡았다.

시설 담당자는 복도 끝까지 직접 동행하기로 했다. 태오는 밖에서 복귀 연락을 받았다. 처음 들어간 문으로 돌아온다는 조건과 통신이 끊길 때 멈출 위치를 같이 확인했다. 익숙한 별관에서 다시 처음처럼 준비하는 밤이었다.

옆 계단은 승강기보다 길었다. 이준은 몇 계단을 내려갔다가 평평한 복도를 돌아야 했다. 같은 건물의 반 층 높이를 돌아가는 동안 창문 너머로 로비의 불빛이 보였다. 어디론가 순식간에 옮겨진 것이 아니었다.

복도를 돌자 빈 운반대가 벽에서 비스듬히 나와 있었다. 들어갈 때는 몸을 돌려 지나갈 수 있었지만 돌아올 때 사람을 부축하면 어깨가 걸릴 너비였다. 이준이 멈추자 시설 담당자도 뒤를 봤다. 낮 점검 뒤 반납된 물건이라고 했다.

“지나갈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이준의 혀끝까지 왔다. 그는 대신 윤단에게 두 사람이 나란히 서 보자고 했다. 반장의 팔꿈치가 운반대에 닿았다. 이번에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담당자는 물품 보관자에게 확인하고 운반대를 지정 자리로 옮겼다. 이준은 반대편에서도 돌아서 걸어 봤다. 빈손으로 들어갈 길과 지친 사람을 데리고 나올 길의 폭이 달랐다. 선재를 당장 데리고 나갈 허가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오늘 자기 동료가 쓰러지면 어디에서 멈출지는 알게 됐다.

벽에는 새 배관 표찰이 붙어 있었다. 시설 담당자는 확인한 곳과 아직 통제 중인 분기를 가리켰다. 이준은 노란 선이 가지 않는 쪽까지 모두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눈에 선이 없다는 것은 검사 결과가 아니었다.

복도 끝 금속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일반 열쇠로 열린 바깥문 너머에는 빈 대기 공간이 있었다. 작업표의 보충 번호를 대고 손목을 가까이하자 안쪽 벽에 희미한 창구 불빛이 비쳤다.

숫자는 없었다. 대신 접수 목적과 복귀 문이 표시됐다.

이준은 문구를 윤단에게 읽어 줬다. 미서가 안쪽에서 인원과 보충 번호를 되읽었다. 담당자가 확인한 실제 통로 위에 밤의 등록이 겹친 것이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문을 넘지 못했다.

문턱을 넘자 늘 보던 주전자 소리가 들렸다. 이준은 그 소리에 뜻밖에 안도했다. 새 경로라고 다른 정산소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창구의 장부 자리만 여전히 비어 있었다.

“돌아갈 문은 이쪽입니다.”

미서가 말했다. 이준은 뒤의 금속문을 보고 현재 시각을 적었다. 들어온 곳이 바뀌었으니 전에 쓰던 계단으로 나가려는 습관도 버려야 했다.

미서와 창구 뒤 문과 계단을 걸어 선재의 같은 자리로 갔다. 중앙 잠금은 그대로였다. 선재의 상태 확인은 길게 잡지 않았다. 지원 담당의 확인을 먼저 마친 뒤, 노인이 가족 물품을 받을지 물었다. 선재는 자기 이름을 소리 내 듣고 봉투를 달라고 했다.

이준은 의자 옆 안정된 받침에 그것을 놓았다. 흰 천에는 세 글자가 조금 크게 적혀 있었다. 선재가 손가락으로 글씨 바깥의 여백을 만졌다.

“작게 해 달라고 했는데.”

“가까이 가서 읽을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효선의 말이었다. 선재는 웃으려다가 기침했다. 물을 마신 뒤 천을 다시 폈다. 이름을 되찾은 사람의 손에, 가족이 쓴 같은 이름이 놓였다.

“지금 옷에 붙일까요?”

이준이 물었다. 노인은 벽에 걸린 새 작업복을 봤다. 한동안 생각한 뒤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접지 않고 복원 사본 옆에 두겠다고 했다. 밖에 나가 입을 옷을 오늘 여기서 입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이준은 천 아래에 마른 판만 받쳤다. 마음대로 바늘을 찾지 않았다. 전하는 일에도 끝이 있었고, 그다음은 받은 사람의 것이었다.

선재는 오늘 돌아갈 길이 정말 열렸는지 물었다. 윤단이 접근한 계단과 복귀 연락을 설명했다. 노인은 머릿속에서 길을 따라가듯 허공에 작은 모서리를 그렸다. 옛 반납창구와 다른 길임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들어오는 표하고 나가는 표가 같은 손에 있네.”

그 말에 이준은 처음 좁아지던 문을 떠올렸다. 오늘은 봉합을 하지 않았다. 원인도 모르는 벽을 붙여 통과하지 않았다. 세 사람의 확인과 걸어온 계단이 문을 지켰다.

돌아갈 시각이 됐다. 선재는 이름천을 만지다가 이준을 다시 불렀다. 무릎 위 수건을 천천히 접고 나서 입을 열었다.

“찾아볼 종이가 하나 더 있어. 내 이름이 제대로 있는 종이야.”

“어떤 기록입니까?”

“내가 남겠다고 쓴 것.”

이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이 이어서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옷을 돌려보낸 날보다 앞이야. 남이 쓴 것부터 찾으면 내가 쓴 건 자꾸 뒤로 가. 이제 그 순서를 바꿔야겠어.”

미서가 기록 여부를 물었다. 선재는 내일 본인 자료 열람을 신청하고 싶다고 했다. 기억을 맞추려고 오늘 밤 더 말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은 원하는 질문을 서둘러 꺼내지 않았다.

노인이 이름천 옆에 빈손을 놓았다. 그 손이 썼을 글자를 이준은 아직 보지 못했다. 선재가 자발적으로 남은 날과 지금 못 나오는 날 사이에는, 돌아가는 복도보다 긴 길이 있을 것 같았다.

같은 금속문으로 나온 뒤 윤단이 복귀 두 사람을 확인했다. 바깥 담당자는 문을 잠그기 전 안쪽의 응답을 받았다. 오늘 쓴 보충표는 오늘 범위로 닫혔고 다음 방문은 다시 확인해야 했다.

태오에게 결과를 전하던 이준은 파일의 맨 앞에 새 요청을 적었다. 선재 본인이 청한 연장 기록 열람. 그 아래에서 펜이 멈췄다.

노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돌아왔다.

“내가 남겠다고 한 건 맞아. 그런데 그 종이에 남의 잠도 받아도 된다고 적었는지는, 나도 다시 봐야 해.”

2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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