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구역의 승강기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강이준은 다섯 층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문이 열릴 때마다 안내음이 고르게 났다. 문턱에 바퀴가 걸리지도 않았다. 어제 세탁소에서 만난 여자가 짐 나르기 편해졌다고 한 말은 맞았다.
승강기 옆에는 고장률 영 퍼센트라는 판이 붙어 있었다.
“이건 어느 기간입니까?”
윤단이 물었다. 안내를 맡은 시설 직원이 이번 달의 시범 운영 기간이라고 대답했다. 태오는 출력물의 기준일과 판의 날짜를 맞췄다. 이준은 맨 아래 작은 글씨를 읽었다. 서비스 중단을 동반한 설비 장애. 설명은 구체적이었고, 그래서 빠진 것도 구체적으로 보였다.
“이용자가 없을 때 정비한 시간은 안 들어가네요.”
“운영 중단이 아니니까요.”
직원은 숨기지 않았다. 야간 정비는 따로 관리하며 요청하면 해당 부서에 문의해 주겠다고 했다. 백도겸은 옆에서 기다렸다. 자신이 초대한 견학인데도 먼저 좋은 곳을 더 보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어제 안내 뒤 하루가 지났다. 이준은 밤을 온전히 쉬고 낮에 이곳에 왔다. 손목에는 새 대가가 없었다. 정류장과 배송장에서 쓴 세 건도 이제 모두 이십사 시간 범위 밖이었다. 그렇다고 몸까지 새것은 아니었다. 윤단은 계단을 오르자는 그의 말에 승강기 버튼부터 눌렀다.
복도 끝에서는 여자가 아이의 외투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예전에는 고장 때문에 유모차를 계단으로 들었다고 했다. 아이가 먼저 타겠다고 뛰자 여자가 후드를 붙잡았다. 이준은 문 앞을 비켜 줬다.
“앞으로도 이랬으면 좋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도겸이 고개를 숙였다.
“유지하는 쪽이 저희 일입니다.”
그 문장 뒤에서 승강기 문이 닫혔다. 이준은 자기 수첩에 정상 운행이라고 적었다. 의심하는 것이 있어도 좋은 결과를 빼면 안 됐다. 대신 그 옆에 유지한 사람의 기록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썼다.
지하 관리실로 내려가는 길은 밝았다. 바닥에는 전날 물청소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벽의 작업표에는 정비가 여섯 번 표시돼 있었다. 모두 서비스 시작 전에 끝났다.
태오가 자기 사본을 꺼내려다 도겸을 봤다.
“시설 번호가 하나 같습니다. 지난달 센터 지원 건이요.”
“대조하셔도 됩니다.”
도겸이 말했다. 안내 직원은 작업 종료 보고를 펼쳤다. 이준은 금속 서랍을 여는 직원의 왼손을 봤다. 손가락 두 개에 살색 보호대를 하고 있었다. 서랍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다시 잡았다.
“손 다치셨어요?”
직원은 잠깐 멈췄다.
“조금요. 요즘 일은 할 만합니다.”
“이 현장에서요?”
그는 도겸보다 자기 작업표를 먼저 봤다. 이준은 곧바로 펜을 내려놓았다. 대답을 받아 적겠다는 손이 먼저 나오면 모르는 사람의 말이 업무 보고가 될 수 있었다.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사고 기록을 보는 중이라서요.”
직원은 보호대를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중단 전환 때요. 기계 사고는 아니고 운반하다가. 진료는 받았습니다.”
윤단이 열람 안내서를 다시 폈다. 안전 사고 현황 별도 소관이라는 문구가 가운데 있었다. 그는 직원에게 자세한 진료 내용을 묻지 않았다. 대신 안내 담당자에게 기록의 보관 부서를 물었다.
도겸이 한 발 다가왔다.
“오늘 범위는 운영 자료입니다. 개인 사고는 본인 동의가 우선이고요.”
“그래서 이분께 더 묻지 않았습니다.”
윤단의 대답은 고르게 나갔다.
“운영 성과를 설명하는 판에 무사고라고 쓴 근거를 묻는 겁니다.”
이준은 고개를 들었다. 승강기 앞에는 고장률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관리실의 설명 자료에는 무사고 운영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같은 영이 다른 말 밑으로 옮겨 가 있었다.
안내 직원은 두 자료를 번갈아 보더니 인쇄 시기가 다르다고 했다. 도겸이 자료를 받아 읽었다. 한참 뒤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만 하고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는 제목을 펜으로 표시하고 정정 검토 접수번호를 받았다.
그러나 직원의 손은 여전히 주머니 속에 있었다.
이준은 관리실 벽의 빈 고리를 봤다. 안전 장갑을 걸어 두는 자리인 듯했다. 한쪽 장갑만 남아 있었다. 어젯밤 자기가 무릎에 얹었던 손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은 끝난 것으로 남고 손은 아직 회복 중이었다.
“작업자 사고를 설비 고장에 합치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같은 영으로 말하면, 저쪽은 없는 일이 됩니다.”
도겸은 이준을 보았다. 잠깐 뒤 서류철을 닫지 않은 채 대답했다.
“표현은 바로잡겠습니다. 사업 자체를 중단할 근거인지는 별개입니다. 여기 승강기가 다시 서면 곤란한 주민들도 있습니다.”
이준은 그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방금 자기 손으로 정상 운행을 적었다. 주민의 편리함을 거짓이라고 하면 쉬웠다. 그러나 편리함은 실제였고, 그것을 유지하다 다친 사람도 실제였다.
“둘 다 적자는 겁니다.”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낮의 견학은 예정된 시간에 끝났다. 윤단은 직원에게 개인 연락처를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다. 센터의 확인 창구와 열람 목적이 적힌 종이를 남기고, 본인이 원할 때 연락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준은 문을 나서기 전 장갑 고리를 다시 봤다.
직원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 종이를 접었다.
밖에는 빵을 파는 작은 차가 서 있었다. 태오가 세 개를 샀다가 이준의 눈을 보고 하나를 더 주문했다. 견학 안내를 해 준 직원에게 주려던 것이라고 했다. 윤단은 빵보다 먼저 그에게 물었다.
“받는 조건 붙일 거야?”
“아뇨.”
태오는 잠깐 서 있다가 네 번째 빵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지금 건네면 무슨 뜻으로 읽힐지 모른다고 했다. 이준은 이미 식은 첫 번째 빵을 베어 물었다. 잘하려고 하는 일에도 기다려야 할 때가 있었다.
도겸은 다음 일정으로 떠났다. 차량이 출발하기 전에 운영 자료 사본을 남겼다. 개인정보가 없는 범위는 가져가도 좋다는 확인이 붙어 있었다. 이준은 그 종이의 영을 손가락으로 가렸다가 다시 드러냈다.
태오가 말했다.
“숫자를 고칠 곳은 있네요.”
“사람 기록은 다른 곳이고.”
윤단이 덧붙였다. 이준은 빵 봉투를 접었다. 오늘 확인한 것은 통계의 범위였다. 누가 고의로 사고를 지우라고 했는지는 아직 아니었다. 선재의 시민 장부와 같은 원인인지도 몰랐다.
센터에 돌아와 태오는 세 가지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고장률 영 퍼센트 판의 사진, 무사고 운영 설명 자료, 야간 정비 여섯 건의 목록. 서로 다른 문서를 한 장처럼 다루지 않도록 모서리에 색 없는 번호만 붙였다.
이준은 안내 직원의 말을 익명 메모로 옮겼다. 운반 중 손 부상, 진료 받음, 추가 진술 동의 받지 않음. 날짜와 사고 원인을 확정하지 않았다. 직원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이유도 적지 않았다. 자기에게 보인 것은 동작뿐이었다.
그날 저녁, 직원에게서 센터 대표 번호로 연락이 왔다. 태오는 통화 목적과 기록 여부부터 물었다. 이준은 스피커 옆에 앉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상대는 낮의 시설 번호를 말하고 자기 사고 접수번호를 불렀다.
“그거 보시면 진료 내용은 빼 주세요. 다친 걸 숨기려던 건 아닙니다.”
“네. 허락하신 범위만 확인하겠습니다.”
윤단이 대답했다.
직원은 무사고 자료가 나온 날에도 보호대를 했다고 했다. 회의에서 손은 어떠냐는 인사를 여러 번 받았으니 모르는 사고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은 시범 사업 인원이 아니라 야간 보조 인력으로 분류됐다고 했다.
“밖에서 온 사람이라고요. 우리 업체만 따로 적는다고 했습니다.”
태오의 펜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이준은 그 이유를 알았다. 배송장에서도 일괄 퇴근 처리 때문에 실제 사람이 집계 밖에 남았다. 이번에는 날짜가 아니라 소속이 사람을 밀어냈다.
“사고 처리 신청은 남아 있습니까?”
윤단이 물었다.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필요한 처리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라며 한 번 더 구분했다. 그래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준은 그 말을 지우지 않았다.
“그런데 제 손을 보고 고생했다던 사람들이, 다음 날 사람 안 다친 사업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그 뒤에는 잠깐 침묵이 왔다. 전화 너머에서 철제 문 닫는 소리가 났다. 아직 현장인 모양이었다. 이준은 돌아가면서도 승강기가 멎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 시간에 이 사람은 자기 부상을 어느 칸에 넣어야 하는지 몰랐다.
윤단은 통화 메모를 본인에게 읽어 주고, 사고 접수번호와 분류만 업무 대조에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했다. 직원은 이름 공개나 다른 직원에 대한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통화는 거기서 끝났다.
태오는 문서 보관 부서에 대조 요청을 넣었다. 한 장은 정상적으로 조회됐고, 집계 대상 확인표는 첨부가 없었다. 접수는 존재했다. 분류 결과도 있었다. 둘 사이에서 누가 어디로 보냈는지만 비었다.
“또 다음 담당이 없어요?”
이준이 물었다.
태오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빈칸이 아니라고 했다. 조회 화면의 마지막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참조 별지 일 번. 집계 제외 인력 범위.
“있었다는 목록은 있어요. 그런데 원문이 안 붙어 있습니다.”
윤단은 태오가 내일 담당자에게 확인할 항목을 정리했다. 정식 보존 요청과 누락 사유 질의. 도겸이 오늘 받은 제목 정정 요청은 별도로 둔다. 서로 다른 일을 한 번에 해결했다고 쓰지 않는다.
이준은 그 옆에 자기 질문을 한 줄 보탰다. 이 표의 영을 만들려면 누가 빠져야 했는가.
휴대폰이 울렸다. 별관의 미서였다. 선재의 상태 확인은 정해진 연락대로 진행됐고, 건강 지원을 위한 방문 시간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준은 당장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밤은 점검 인력이 예정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선재 씨가 전할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가 수첩을 폈다. 전화 너머 목소리는 미서가 읽는 선재의 짧은 문장이었다.
새 사람이 오면 장갑 크기를 먼저 물어라.
이준은 뜻을 묻다가 멈췄다. 미서도 더 들은 말은 없다고 했다. 경고인지 옛 기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 문장에 물음표를 붙였다. 봉합을 하지 않은 하루에도 알아야 할 것이 늘고 있었다.
태오의 모니터에 새 알림이 떴다. 요청 부서에서 자동 회신한 이관 목록이었다. 집계 제외 별지의 보관처가 센터의 오래된 문서함으로 표시돼 있었다. 다음 날 정리 이관 예정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태오는 의자에서 일어나 문서함의 보관표를 보러 갔다. 윤단과 이준도 따라갔다. 자물쇠는 잠겨 있었고 봉인은 멀쩡했다. 태오는 열쇠를 가지러 서두르지 않았다. 자신이 열람할 수 있는 범위와 내일 이관 책임자를 먼저 확인했다.
그가 보관표를 읽는 동안 책상 위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화면이 켜져 이준에게도 첫 줄이 보였다.
계약 연장 면담. 기록물 업무 적합성 검토 포함.
태오가 돌아와 그 알림을 보았다. 잠깐 손이 멈췄다. 문서함 속에서 빠진 한 줄을 찾기도 전에, 그의 다음 달 자리가 먼저 질문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