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26화

감독관의 서명

본문 5,296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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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은 서명할 곳을 비워 두고 신발부터 벗었다.

젖은 장화에서 모래가 한 줌 떨어졌다. 세라는 처음 만난 날 보았던 양말 구멍을 떠올렸다. 오늘은 다른 양말이었지만 뒤축이 얇았다. 감독관이 돌아올 수 있는 육로 확인에 동행하느라 아침 일찍 나전 쪽을 다녀왔다고 했다.

폐쇄 통지를 받은 지 열하루가 지난 날이었다. 남은 날은 아홉이었다. 세라는 나전 발판의 기록을 감독관 앞에 폈다. 지난 두 번의 불일치와 시간계 비교, 그 뒤 공통 기준으로 보정한 관측이 차례대로 붙었다. 잘 맞은 한 장만 위에 올리면 가벼웠을 묶음이었다.

리브는 원장을 자기 옆에 놓았다. 오늘 열람하기로 한 부분만 펼쳤다. 에딘은 그것을 해도원 문서함으로 밀어 넣지 않았다. 원본이 누구에게 남고 허락된 사본이 어디에 접수되는지 먼저 대조했다. 세라는 이제 그 기다림을 곧바로 불신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감독관 앞으로 온 문서에는 질문 셋이 있었다. 정식 관측자 번호가 없는 기록을 어떤 근거로 받았는지, 다른 시간계의 오차를 누가 확인했는지, 실패한 비교가 현재 운항에 사용됐는지. 마지막 질문 아래에는 책임 담당자 확인란이 있었다.

세라는 세 번째 질문에 먼저 아니라고 답했다. 에딘은 그녀의 말을 적지 않고 실제 출항 기록과 예비 돌 사용표를 가져오라고 했다. 자기들이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데도 바렌과 누메가 남긴 기록이 필요했다.

“아무 배도 안 나갔어요.”

“세라 씨가 알고 있는 배만 말한 것입니까, 이 시험을 근거로 운항을 요청한 기록까지 확인한 것입니까?”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에딘은 혼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며칠 전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던 질문이 오늘 자기 지도 아래에 왔다. 세라는 실제 출항과 요청 범위를 나눠 적겠다고 했다.

누메는 로안의 정해진 운항표를 가져왔다. 자기 배의 보수와 현장 대조 일정이 들어 있었다. 오목호가 내린섬에 다녀온 것은 기존 연안 노선이었다. 새 시험의 실패를 지우려고 그 배까지 없었던 항해로 만들 수는 없었다.

세라는 해당 항차에 선을 그어 구분했다. 예비 돌 둘은 여전히 맑았고 비교 기간에 점등하지 않았다. 평상시 부두 표지 운용은 별도였다. 에딘은 빈 돌 사용 칸과 실제 운항표가 어긋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첫째 질문은 리브에게 닿았다. 번호 없는 사람이 두 번째 관측점에서 실제로 보았음을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세라는 자기 옆에 있었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서로 떨어진 두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둘의 관측이 필요했다.

리브는 현지 보관인이 확인한 장소와 눈높이, 시작판의 시각, 본인이 쓴 원장의 각 줄을 내놨다. 자격을 달라는 신청서로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도 다시 말했다. 에딘은 그 조건을 현재 실험 접수 범위에 적었다.

“그런데 사본을 받아 놓고, 나중에 참고라고만 쓰면요?”

리브의 질문에 감독관의 붓이 멎었다. 세라는 지난 지도의 뒷면을 떠올렸다. 누가 어느 자리에서 보았는지 없는 참고는 다시 찾을 수 없는 방이었다.

에딘은 새 접수표에 원장 소유자와 허락된 열람 범위를 적었다. 사본은 원본의 해당 면과 연결되고, 정정 요청이 오면 어떤 기록에 반영할지 번호를 붙였다. 리브는 한 줄을 고쳤다. 제공이라고 적힌 말을 동의한 부분의 사본으로 바꾸었다.

감독관은 그 수정을 받아 적었다. 자기 서명보다 남의 작은 정정을 먼저 넣는 손이었다. 세라는 그 모습을 보고 오늘은 쉽게 끝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다음 문장을 들으며 곧 접혔다.

“이 접수를 제가 맡으면, 제 이전 요약 기록도 감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에딘은 문서를 평평하게 눌렀다. 특정 주민 기록을 지웠다는 오늘의 자백은 아니었다. 같은 지침으로 근거를 줄여 적은 업무가 있었고, 이번 자료는 그 방식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묻는 기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받지 않으실 건가요?”

세라가 묻자 리브가 그녀를 봤다. 세라는 자기 목소리가 다시 시험하는 사람의 것이 됐음을 알았다. 서명해 주는 사람이 옳은 사람이고 안 하는 사람은 틀린 사람이라고 나누고 싶은 질문이었다.

에딘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이 맞다는 보증과 기록을 사라지지 않게 접수하는 책임은 다르다고 말했다. 자기가 후자를 맡는 이유도 별도로 남겨야 했다. 세라는 그 말이 피하는 문장인지 기다리는 문장인지 알 수 없어 손가락을 셌다.

점심 종이 울렸다. 감독관은 식사 뒤에 다시 읽자고 했다. 세라는 지금 멈추면 결심이 식을까 봐 불안했다. 에딘은 물을 마시고 신발을 신었다. 리브는 원장을 접었다. 서명을 기다린다고 사람의 점심까지 붙들 수는 없었다.

부두에서 누메가 배 밑을 살피고 있었다. 새로 댄 널판의 안쪽이 젖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세라는 아무것도 도와달라는 말이 없는데 옆에 서 있었다. 선장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종이에서 막혔으면 못 하나라도 박고 싶지?”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메는 웃으며 빈 물통을 내밀었다. 마른 통인지 확인하고 선원에게 돌려주는 일이었다. 무릎을 구부려 배 밑에 들어가는 일도, 망치질도 아니었다.

세라는 통 속 냄새를 맡고 바닥의 물기를 살폈다. 하나는 전날 씻은 뒤 덜 말랐다. 선원은 따로 세워 두겠다고 했다. 작은 구별을 마치자 그녀는 자기가 서명 하나로 바다를 통째로 고치려 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누메가 물었다. 에딘이 접수하면 내일 당장 배를 보내려는 것이냐고. 세라는 아니라고 답했다. 공통 시각을 맞춘 육상 결과와 기구·바닥 상태만으로는 선폭도 귀항도 시험하지 못했다. 선장은 그럼 그 문장을 먼저 크게 쓰라고 했다.

“내 배가 네 서명란의 빈칸을 채우는 연필은 아니니까.”

세라는 웃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말 덕에 돌아갈 문장이 생겼다. 리브와 약속한 협업도 선장의 허가를 대신하지 않았다. 세라는 점심을 다 먹고 관측실로 돌아갔다.

오후에 에딘은 두 번째 질문을 다시 읽었다. 오차를 누가 확인했느냐는 것이었다. 세라는 자기 계산표를 내놓았다. 리브는 시간계의 실제 걸림과 각 구간 대조를 덧붙였다. 티오는 시작판이 돌아간 때를 따로 세었다고 말했다.

감독관은 세라의 표를 자기 손으로 따라 계산했다. 세 번째 구간에서 한 획을 잘못 읽어 다른 답이 나왔다. 세라는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감독관이 먼저 원본을 다시 보자고 했다. 모호한 획을 확인하고 자기가 잘못 옮긴 줄을 고쳤다.

티오는 작게 웃었다. 에딘은 소년을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자기 수정이 기록에 남는지 확인했다. 세라는 권한 있는 사람이 한 번 틀린 것을 숨기면 자기들이 만든 표도 그 아래에서 다시 구부러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접수 문서의 제목은 안전 항로 승인이 아니었다. 나전 후보점과 시간계 보정 실험 기록이었다. 실패 두 건과 조건부로 가까워진 비교 한 건, 자료를 옮길 수 없는 구간이 함께 들어갔다. 내린섬 자료는 현지·선박의 대조 근거가 있는 해당 날에 한해 붙었다.

세라는 자기 첫 계산표도 넣어 달라고 했다. 일정 비율로 바꾸려다 구간별 차이를 놓친 면이었다. 티오는 그걸 왜 또 보내냐고 물었다. 세라는 다음 지도사가 같은 시간계를 보면 그 비율을 다시 쓰고 싶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네 실패값도 짐값이 드네.”

소년이 말했다. 누메가 문에서 지나가다 가벼운 종이라 다행이라고 답했다. 세라는 처음으로 웃었다. 틀린 줄을 보내는 무게는 여전히 컸지만 혼자 들고 가지는 않았다.

서명하기 전 감독관은 세라에게 한 가지를 요청했다. 훗날 자기에게 질문이 돌아오면, 오늘 본 내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줄여 말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세라는 당연하다고 대답하려다 멈췄다. 자기를 도운 사람이 곤란해지는 자리에서 똑같이 말할 수 있을지 아직 살아 보지 않은 약속이었다.

“본 기록과 제가 한 일을 그대로 설명할게요. 모르는 심사는 모른다고 하고요.”

그녀가 답하자 에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도 자기 원장과 오늘 대조한 범위를 다시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감독관이 자리를 잃지 않게 지켜 주겠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세라에게는 그 약속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명의 무게로 남았다.

티오는 접수 묶음의 끈이 풀리지 않게 판을 맞췄다. 아픈 손으로 잡아당기려다 누메에게 끝을 건넸다. 소년이 맡은 작은 판과 감독관이 맡을 큰 이름은 같은 무게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빼도 이 묶음은 제 모양으로 떠날 수 없었다.

에딘은 마지막 책임란을 읽었다. 관측자들의 본문을 자신이 대신 보았다고 쓰지 않았다. 자기가 확인한 원본 대조와 접수 범위, 현재 운항 자료로 배포하지 않았음을 적었다. 이전 지침과 충돌하는 문제를 상위 확인에 넘기는 담당자 이름도 자기 것이었다.

그는 붓에 먹을 묻혔다.

세라는 무심코 숨을 멈췄다. 한 이름이 내려앉는 동안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에딘은 눈썹을 찌푸리며 먹이 너무 진하다고 했다. 붓 끝을 덜고 자기 이름을 썼다. 사람의 이름은 생각보다 천천히 말랐다.

“이제 없어지지 않나요?” 티오가 물었다.

“접수된 기록을 찾아갈 곳이 생겼습니다.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감독관이 답했다. 세라는 그 작은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명 한 번으로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이번 묶음을 못 받았다고 말하려면 이제 어느 번호와 누구의 손을 지나왔는지 다시 답해야 했다.

리브는 자기 원장을 챙겼다. 에딘이 건넨 접수 사본의 장소와 면수를 읽고 나서야 보자기를 묶었다. 고맙다는 말을 했으나 신뢰가 모두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았다. 감독관도 그런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해가 낮아질 때 전달 선원이 묶음을 받았다. 기존 연안편의 정해진 운송물로 접수했고 별도의 위험 항해를 시키지 않았다. 세라는 배가 떠날 때까지 바다를 보려다 바렌의 지팡이 소리를 들었다. 그는 관측실 안쪽에서 자기 서랍을 보고 있었다.

바렌은 하루 종일 질문에 필요한 기록을 내줬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새 진술을 하지는 않았다. 세라는 서명을 마쳤으니 이제 그를 재촉할 권리가 생긴 것처럼 느꼈다. 그 생각이 들자 잠깐 발을 멈췄다. 남의 결심을 다음 사람에게 강요하는 자로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저녁상을 닦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렌이 먼저 불렀다. 손에는 오래된 공동망 사본 한 장이 있었다. 사적인 편지 봉투는 아직 서랍 안에 그대로였다.

“내일, 이 줄을 같이 봐야겠다.”

세라는 가까이 갔다. 두 관측 시각 가운데 하나에 가는 줄이 그어져 있었다. 바렌이 지팡이를 의자에 기대고 말했다.

“이 사본의 지운 이름은 내가 한 게 아니야. 하지만 안 맞았던 시각을 맞았다고 받아 적은 날은 있다.”

세라는 오늘 말린 감독관의 이름을 돌아봤다. 그 옆에 또 다른 손이 자기 흔적을 내놓고 있었다. 내일은 권한 없는 관측자의 오차가 아니라, 오래 등대를 지킨 사람이 덮어 둔 시간을 읽어야 했다.

26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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