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전체 이용가 1화

지도에 없는 종소리

본문 5,341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글자 크기20px회차 목록 ☰

세라는 지우개를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지막 등대에 배치됐다.

정확히는, 지워야 할 선을 지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해도원의 선임 지도사는 세라의 지도에서 붉은 점 일곱 개를 찾아냈다. 모두 공식 항로 밖에서 목격된 암초였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지도에 넣지 않는다.”

“그래서 붉게 찍었습니다.”

“빨갛게 틀리면 덜 틀리나?”

그 말에 대답했다면 배치가 취소됐을지도 몰랐다.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고, 대신 로안행 배의 가장 싼 자리를 받았다.

선실 밖, 밧줄 더미 옆이었다.

“토할 거면 왼쪽.”

선장 누메가 말했다.

“오른쪽은 바람이 되돌려 줘. 친절하지.”

세라는 주머니 속 마른 빵을 포기했다. 배가 파도를 넘어설 때마다 배 속도 함께 넘어갔다. 바다 지도는 수없이 그렸지만 지도 위의 물결은 이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등대가 보이나?” 누메가 물었다.

“아직요.”

“그럼 토하는 건 참아. 처음 보는 순간은 놓치기 아깝거든.”

세라는 젖은 난간을 잡고 일어섰다.

안개가 갈라졌다.

절벽 위에서 빛이 한 줄 내려왔다. 낮이라 밝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빛이 닿은 바다는 다른 곳보다 평평했다. 그 양쪽에서 파도가 비스듬하게 꺾였다. 보이지 않는 길이 물 위에 놓인 것 같았다.

배가 그 길에 올라타자 흔들림이 줄었다.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지도에는 그저 두 줄로 그렸던 항로였다.

실제로는 물을 붙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등대야.”

누메가 돛줄을 당겼다.

“다른 데는 문 닫거나, 돌이 죽거나, 사람이 떠났지. 여긴 아직 저녁밥을 먹어.”

절벽 아래 작은 부두가 보였다. 부두 끝에서는 새하얀 날개를 지닌 바다짐승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새인 줄 알았는데 날개 아래에 짧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었다.

배가 가까워지자 짐승은 날개를 접고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물 위에 납작한 껍질 같은 등만 남았다.

“소금날개.” 누메가 말했다. “귀엽다고 먹이 주지 마. 밧줄 씹어 먹어.”

“동물도요?”

“밧줄에 묻은 소금을 좋아하거든. 부두에서 내 작업이 가장 짜.”

부두에는 소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망치를 든 손을 흔들다가 세라의 짐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책이야?”

“종이랑 자.”

“아, 더 무거운 거.”

그는 자기 이름이 티오라고 했다. 견습 목수이며 등대지기를 돕고 있었다. 바다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땅에서 볼 때는 좋아한다고 답했다.

누메가 세라의 짐 상자를 내렸다.

“해 지기 전에 다시 떠나. 네가 놓고 온 게 있으면 지금 말해.”

“없어요.”

세라는 배를 돌아보았다. 항구로 돌아가는 유일한 배였다. 로안에서는 필요한 것을 가지러 잠깐 나갔다 올 수 없었다.

절벽 계단은 생각보다 길었다.

세라는 스물아홉 번째 층계에서 처음 쉬었다. 티오는 마흔까지는 세지 말라고 했다. 다음 굽이를 돌면 더 많기 때문이었다.

등대 문 안에는 뿔이 긴 염소 한 마리가 있었다.

염소는 세라의 지도를 씹으려 했다.

“안 돼.”

세라가 종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

“제가 먹을 것도 못 챙겨 왔어요.”

안쪽에서 낮은 웃음이 났다.

“염소한테 사정을 설명하는 지도사는 처음이군.”

바렌은 창가 의자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짚었다. 오른쪽 다리가 굳은 듯 움직임이 느렸다. 그러나 세라가 내민 배치 서류는 두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오차 기록 담당?”

“견습 지도사입니다.”

“오차를 남겨서 여기로 보냈다던데.”

세라의 귀가 달아올랐다. 서류에는 그 문장이 없을 터였다.

바렌이 접힌 편지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해도원에서 먼저 보낸 인계 편지였다. 세라는 자기 평판이 배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사실이 싫었다.

“일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밥 먹은 뒤에 해. 배에서 내린 사람은 뭐든 할 수 있다고 하거든. 배를 다시 탈 수 있다고도 하지.”

그는 계단 옆 작은 방을 가리켰다.

침대 하나, 창 하나, 바닥에 고정된 책상 하나가 있었다. 세라는 상자를 내려놓고 창을 열었다. 부두가 까마득하게 아래 보였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 다른 것은 없었다.

자기가 그리는 지도의 가장자리에 직접 떨어진 기분이었다.

상자를 열자 작은 화분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항구에서 함께 지내던 방 주인이 쥐여 준 바람풀이다. 바닷물 한 방울에도 말라 죽는다면서 굳이 바다로 가는 사람에게 줬다. 세라는 잎에 묻은 흙을 털고 창 안쪽에 놓았다.

티오가 문밖에서 물었다.

“그건 먹는 거야?”

“살려 놓는 거.”

“여기서는 어려운 일인데.”

그는 나갔다가 바닥이 넓은 나무 접시를 가져왔다. 배가 흔들려도 안 넘어지는 그릇이라고 했다. 세라는 화분을 접시 안에 넣었다. 바닥이 흔들리지 않는 방에서도 그런 그릇이 필요하다는 게 이상하게 위안이 됐다. 짐 상자 맨 밑에는 예전 배치 희망표가 있었다. 그녀는 항구 근무라는 글자를 접어 보이지 않게 하고, 그 뒷면을 오늘의 기록지로 썼다.

점심은 짠 수프와 검은 빵이었다. 염소에게 빵을 주지 말라는 말을 두 번 들었다. 이름은 촛대라고 했다. 예전에 빛실에 올라가 촛농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등대 일은 세 가지다.” 바렌이 말했다.

“빛돌을 돌보고, 길을 보고, 사람을 돌려보낸다.”

세라는 숟가락을 멈췄다.

“새 길을 여는 건요?”

“그건 혼자 못 해.”

바렌은 접시에 남은 빵 부스러기 둘을 떨어뜨렸다. 서로 떨어진 점 두 개였다. 하나는 등대, 다른 하나는 섬이라고 했다.

“한쪽만 보면 거리가 흔들린다. 두 곳에서 같은 걸 보고 같은 시각을 적어야 해. 바다가 양쪽의 눈을 받아들이면 사이가 잠깐 고정되지.”

“항로 고정 원리는 배웠습니다.”

“그럼 잠깐이 얼마나 짧은지도 배웠겠군.”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교본에는 조석과 빛돌 상태에 따른다고 적혀 있었다. 그것은 실제 배가 돌아올 시간을 계산해 주지 않았다.

식사 뒤 바렌은 그녀를 빛실로 데려갔다. 세라는 숟가락을 씻고 따라갔다. 새 자리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다만 그 쓸모를 증명하다가 아직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천천히 올라야 했다. 바렌의 걸음에 맞춰 계단을 하나씩 밟자, 세라는 탑 벽에 난 가는 흠들을 보았다. 해와 날짜,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읽으려 하자 바렌이 말했다.

“올라갈 때는 발을 봐.”

빛실 가운데 둥근 돌이 떠 있었다.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였다. 투명한 표면 안에 낮의 바다가 갇힌 듯 작은 파문이 돌았다. 빛은 돌에서 나와 커다란 유리판을 지나 바다로 뻗었다.

유리판 하나는 금이 가 있었다. 금을 가린 천이 낮은 소리로 펄럭였다.

“예비 돌은 둘.” 바렌이 말했다.

선반의 나무 상자에 맑은 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탁해지면 사흘 햇볕을 받아야 한다. 구름 속에선 더 걸려. 밤새 썼다고 내일 아침 또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세라는 돌을 만지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럼 오늘은 뭘 하면 되나요?”

바렌은 창가의 작은 탁자를 가리켰다. 오래된 항로도가 눌림돌 네 개에 고정돼 있었다.

“배가 떠나기 전까지 남쪽 물목을 확인해. 선장에게 바람이 달라졌다고 전하고.”

그녀는 기다리던 일을 받았다.

측각기를 창틀에 걸고 등대의 고정점과 남쪽 바위를 맞췄다. 바다 건너 항구 방향은 안개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바위 세 개의 위치는 교본에서 외운 것과 같았다.

세라는 숫자를 적었다.

첫 관측에는 손이 떨렸다. 두 번째는 나았다. 세 번째로 확인했을 때 가장 먼 바위가 조금 왼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녀는 눈을 비볐다.

바위가 걸어 다니는 바다는 처음이었다.

종이 위에 점을 찍었다. 검은색 대신 붉은색. 바렌의 시선을 느꼈지만 지우지 않았다.

“왜 다른 색이지?”

“반복해서 맞지 않았습니다.”

“틀린 걸 숨기지 않는 건 좋다. 틀렸다는 이유도 너무 빨리 정하지는 마.”

바렌은 측각기의 다리 하나를 눌렀다. 창틀의 나무가 습기로 부풀어 기구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바렌은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옆에 기구 오차라고 쓰게 했다.

다시 고정한 뒤에는 가장 먼 바위도 제자리에 있었다. 세라는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때 종소리가 들렸다.

낮고 길었다.

세라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바렌도 창밖을 보았다. 소리는 남쪽 항구가 아니라 동쪽에서 왔다. 바람이 실어 왔다기에는 너무 낮았다. 발바닥을 통해 탑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한 번.

잠깐 쉼.

두 번.

바렌이 세라의 기록지를 가져갔다.

“시각.”

“해시계로 오후 네 번째 눈금 지났습니다.”

“정확히.”

세라는 모래시계를 확인하고 남은 모래 높이를 적었다. 티오가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들었어요? 부두 바닥까지 울렸어요.”

바렌은 탁자 서랍에서 해도를 꺼냈다. 동쪽의 섬 하나가 굵은 선으로 지워져 있었다. 마루섬. 사흘 전 항로 폐기.

세라도 배운 이름이었다. 마지막 주민이 떠나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종은 다시 울렸다.

사람이 당기는 구조 신호였다.

바렌은 천으로 덮인 작은 원형 반사판을 꺼냈다. 창밖으로 햇빛을 두 번 돌렸다. 긴 빛 하나, 짧은 빛 둘.

바다 건너에서 아주 작은 반짝임이 돌아왔다.

티오가 숨을 삼켰다.

“아직 사람이 있네.”

세라는 마루섬 위치에 붉은 점을 찍었다. 틀릴 수도 있는 점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바렌이 아래 부두를 가리켰다.

“선장 불러 와. 배를 묶어 둬야 해.”

티오가 뛰어나갔다.

세라는 측각기를 동쪽으로 돌렸다. 바다 위에 얇은 은빛 띠가 떠 있었다. 처음에는 햇빛인 줄 알았다. 그러나 햇빛은 한 곳에 이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띠의 끝에서 마루섬 바위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던 바닷새가 휙 꺾였다.

새의 날갯짓은 그대로인데 몸이 반대쪽으로 밀려났다. 두 번째 새도 같은 지점에서 방향을 잃었다. 물결이 바람을 거슬러 층층이 포개졌다.

접힘.

교본에서 붉은색 한 줄로 표시했던 현상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세라는 본능적으로 남쪽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종이에 고정된 항로 기호는 등대의 빛을 받아 얇게 빛나고 있었다.

그중 한 줄이 끊어졌다.

잉크가 아니라 빛이 사라졌다. 남쪽 항구로 이어지는 노선 가운데가 하얗게 비었다.

부두에서 누메의 고함이 올라왔다.

“바렌! 남쪽 물길이 닫혀!”

세라는 펜을 쥔 채 창으로 뛰어갔다. 등대에서 뻗은 빛이 중간에서 휘고 있었다. 부두에 묶인 배가 밧줄을 팽팽하게 당겼다. 누메가 돛을 내리는 것이 보였다.

배는 돌아갈 수 없었다.

마루섬에서는 종이 계속 울렸다.

바렌이 예비 빛돌 상자를 열었다.

“지도사.”

처음으로 견습이라는 말을 빼고 불렀다.

“모르는 길을 그릴 준비가 됐나?”

세라는 붉은 펜을 더 세게 쥐었다.

“돌아올 길도 그려야 해요.”

바렌이 맑은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래. 그게 더 어려워.”

1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