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서린의 전갈에는 검 그림이 없었다. 수현은 그 점부터 확인했다. 종이를 펴자 낡은 사본의 위치와 다시 읽고 싶은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스승이 물건 이름을 쓰지 않은 칸을 지금의 기술로 메워 달라는 부탁은 아니었다.
백예순여섯째 오전이었다. 어제 윤초와 국을 먹고 돌아온 손은 오늘도 조금 떨렸다. 조일이 끝낸 안내 품과 새 문의는 견습의 서랍에 따로 있었다. 수현은 그 일을 자기 감정 재개의 근거로 삼지 않고 함서린의 말부터 다시 읽었다.
요청한 것은 백가에 남은 대조 사본의 현재 모양이었다. 공개된 장의 아래 줄에서 물건 이름 앞에 놓인 짧은 표시가 다른 사본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함서린은 그 표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실제로 같은 줄이 있는지만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수현은 금세 답하고 싶었다. 스승의 필체를 아는 사람이 자기라는 생각이 먼저 왔다. 그러나 전갈에는 누구의 글인지 확정한 말도 없었다. 백가에 보관했다고 모든 글자가 백진석의 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제가 꺼내 놓을까요?”
조일이 물었다. 수현은 어떤 장인지 먼저 맞추자고 답했다. 보관함 안에는 여러 시기의 대조지가 있었다. 제목이 비슷하다고 가장 위의 것을 들면 같은 사본인지부터 달라졌다. 견습은 요청 위치를 자기 목록과 대조했다.
함은 안쪽 선반에 있었다. 감정품을 봉인한 함이 아니라 백가가 보관한 공개 사본의 보관함이었다. 수현은 손을 대기 전에 현재 묶음의 표지를 보았다. 원본과 대조 사본, 나중에 적은 설명지가 각각 다른 끈으로 묶여 있었다.
그가 손을 뻗자 떨림이 커졌다. 끈 끝을 잡으려 두 번 손가락을 모았다. 조일은 기다리다가 자신이 매듭을 풀어도 되는지 물었다. 수현은 목록을 확인한 묶음만 부탁했다. 견습의 손이 대신 움직였다고 지금 문서 전체를 맡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종이는 생각보다 얇았다. 한 장씩 들면 가장자리가 휘었다. 조일이 아래에 빈 판을 놓고 묶음을 통째로 받쳤다. 수현은 그 판이 견습 개인 것인지 가게 것인지 물었다. 조일은 오늘은 가게의 빈 판이라고 답했다. 문탁에게 가져갔던 판과는 달랐다.
첫 장에는 옛 날짜와 품목 수가 있었다. 문제의 줄은 뒤쪽 아래에 있었다. 수현은 한 번에 모두 읽지 않고 요청한 장의 위치까지만 확인했다. 오래된 숫자가 눈에 들어오자 전에 보던 표와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 묻지 않은 합계는 그대로 두었다.
이름 칸 앞에는 작은 꺾임 같은 먹 자국이 있었다. 그다음 칸은 비어 있었다. 아래에는 받침 둘을 보냈다는 짧은 설명이 있었으나 무엇을 받친 물건인지는 없었다. 수현은 그 글만으로 칼을 고정한 도구라고 부를 수 없었다.
조일은 같은 장의 끝이 조금 접혀 있다고 말했다. 그곳을 펴면 이름이 더 나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수현은 종이 끝을 봤다. 접힌 자리에 먹이 보이기는 했지만 요청한 줄과 같은 높이는 아니었다. 그는 마른 종이를 억지로 눌러 펴지 말자고 했다.
결청을 쓰면 알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종이 속 과거를 손끝으로 듣는 능력은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정밀 감정을 맡지 않는 때였다. 수현은 그 두 이유를 따로 생각했다. 몸이 돌아오더라도 못 하는 일은 있었다.
그는 함서린에게 먼저 질문을 보냈다. 공개된 범위가 이 묶음의 어느 장까지인지, 현재 모양을 기록하는 일이 기술 판단 없이 끝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오늘 찾은 줄의 내용을 자세히 옮기지는 않았다. 요청을 읽었다는 답과 맡았다는 답은 달랐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묶음을 그대로 열어 두지 않았다. 조일이 판 위에 덮개를 놓고 먼지가 앉지 않게 했다. 수현은 새 종이에 문제의 글자를 베끼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한 획을 덜 쓰면 그게 옛 글자의 다른 모습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점심에는 밥과 남은 국을 먹었다. 어제 먹은 가게 국과 같은 이름은 아니었다. 조일이 맛이 다르냐고 물었다. 수현은 다른 재료라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오늘도 이름부터 감정한 것이냐며 웃었다. 그는 오늘은 그릇이 자기 것이라는 점만 확실하다고 했다.
식탁을 치운 뒤 손이 피곤했다. 수현은 사본을 다시 꺼내지 않고 쉬었다. 종이 한 장을 본 것도 몸에는 현재의 일이었다. 검을 두드리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셈은 맞지 않았다. 그는 오늘 들은 소리와 손을 쓴 때를 짧게 남겼다.
오후에 함서린의 답이 왔다. 그 묶음의 해당 장은 현재 공개된 범위였고, 같은 줄의 유무와 현재 종이 모양만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물건의 용도나 작성자를 새로 판단할 필요는 없었다. 설명이 어려우면 정한 때에 서기가 직접 올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수현은 직접 오는 편을 골랐다. 예전 같으면 자기가 가져갔을 종이였다. 오늘은 이동 중 귀에 남을 나루 소리와 종이의 얇은 끝을 같이 보았다. 자기 손이 아니어도 안전하게 옮길 수 있겠지만 아예 옮기지 않고 볼 길도 있었다.
조일은 방문 때 가게 일을 맡아야 하는지 물었다. 수현은 짧은 확인을 돕는 범위를 먼저 정하자고 했다. 견습이 새 영업 안내 문의를 읽기로 한 때와 겹치지 않아야 했다. 조일은 오늘 늦은 낮이면 가능하지만 내일 오전에는 자기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현은 늦은 낮의 짧은 때를 제안했다. 함서린은 가능하다는 답을 보냈다. 이 방문이 기술 자격 확인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서로 맞췄다. 서기를 만난 사실만으로 가게가 다시 검사를 받는다는 소문이 생길 수 있었다. 문 앞 안내는 그대로였다.
방문 전에 탁자 위를 비웠다. 원래 감정대를 쓰면 익숙한 자세로 팔을 내밀 것 같았다. 그는 낮은 식탁 옆 판을 골랐고 조일이 종이를 받쳤다. 뜨거운 물잔은 다른 쪽에 놓았다. 사본 한 줄에 밥 냄새가 배어도 되는지 시험할 필요는 없었다.
함서린은 약속한 때에 왔다. 손에는 다른 대조 사본의 허용된 해당 부분을 옮긴 종이가 있었다. 원본은 회랑 창고에서 정한 절차대로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수현은 그것을 원본처럼 만지지 않았다. 오늘 탁자에는 사본과 확인용 옮김이 있었다.
서기는 백가 사본의 현재 모서리와 끈을 먼저 기록했다. 수현은 너무 형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서 어떤 장을 봤는지 없으면 나중에는 물건 이름만 남고 종이의 차이가 사라졌다. 조일이 자기 목록의 장 번호를 읽었다.
함서린은 요청한 줄을 가리키며 소리 내어 읽어도 되는지 물었다. 수현은 짧게 읽는 것은 괜찮다고 답했다. 서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귀가 피곤해지면 멈추겠다는 말도 먼저 했다. 듣는 범위를 말하는 데 새 자격은 필요하지 않았다.
두 종이의 아래 줄은 비슷했지만 위치가 조금 달랐다. 백가 사본에는 꺾인 자국이 있었고 서기가 가져온 옮김에는 없었다. 함서린은 그 자리 자체가 공란이었다고 설명했다. 옮긴 사람이 빼먹었는지는 원래 확인 기록과 다시 맞춰야 했다.
수현은 그 꺾임이 스승의 표시처럼 보인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함서린이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 기억에 닮았으나 지금 작성자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서기는 그 구분을 그대로 적었다. 닮았다는 말은 이름을 채울 근거가 아니었다.
조일은 줄의 처음과 끝을 한 번에 보려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접힌 귀퉁이 아래에서 작은 점 하나가 보였다. 수현도 보았으나 접힘을 펴지 않았다. 서기는 보이는 범위의 점과 가려진 범위를 따로 남기겠다고 했다.
오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종이를 더 상하게 하지 않고 현재 차이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함서린은 원래 줄의 길이를 비교할 수 있게 판 위에 두 사본을 평행하게 놓았다. 조일은 종이 자체에 줄을 긋지 않고 판의 모서리를 기준으로 맞췄다.
그렇게 놓자 꺾인 자국이 이름 칸의 앞선이 아니라 위쪽 줄의 끝과 가까웠다. 수현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칸 이름을 붙여 읽었던 것을 알았다. 실제 위치는 아직 자를 대어 확정하지 않았고, 기울어진 종이가 눈의 답을 바꿨다.
함서린은 오늘 그 위치가 다르게 보였다는 점까지만 기록했다. 자국의 뜻은 쓰지 않았다. 수현은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손과 귀가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여기까지 하자고 말했다. 질문 하나가 더 생겼다고 정한 때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서기는 다음에는 기존 공개 기록의 줄 배치를 먼저 맞춰 보겠다고 했다. 새 기술 감정을 수현에게 요청하지 않았다. 백가 사본을 다시 볼 필요가 있으면 범위를 전갈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오늘 묶음은 가게에 남았다.
조일이 덮개를 올리고 끈을 묶었다. 매듭은 처음처럼 너무 세게 조이지 않았다. 수현은 묶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함서린은 현재 확인만 마쳤다는 짧은 수신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 수현의 손에 검도 판정서도 없었다.
문이 닫힌 뒤 조일이 받침 둘은 무엇을 받쳤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 수현은 자기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받침은 공방에만 있지 않았고 배에도 밥상에도 쓰였다. 견습은 그러면 이름 없는 물건이 아주 바쁜 셈이라고 했다.
수현은 웃었다. 무언가를 모르겠다고 말한 뒤 웃을 수 있는 날도 있었다. 스승이 비운 칸은 제자의 솜씨를 기다리는 수수께끼가 아닐 수 있었다. 단순히 덜 적힌 종이일 수도 있었다. 그는 그 가능성을 서운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윤초에게 전갈을 보낼 때 오늘 함서린이 왔다는 사실만 짧게 적었다. 공개 사본의 줄 모양을 확인했고 새 감정은 아니었다. 자기 손은 피곤하지만 쉬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그녀에게 오래된 받침의 이름을 추측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저녁의 가게는 조용했다. 조일은 자기 새 문의의 본문을 읽고 있었고 수현은 남은 쌀을 확인했다. 오늘 사본을 열어 본 일로 대금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 시간을 가게 지출의 구멍으로 숨기지 않고 현재 쓴 때로 남겼다.
잠깐 뒤 윤초의 답이 왔다. 모르는 물건 이야기를 안 해도 오늘 피곤하다는 말은 들었다고 했다. 수현은 자기가 자꾸 사건부터 쓰는 버릇을 알아차리고 웃었다. 그녀는 내일 자기 일정이 길어 답이 늦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 읽으면 된다고 답했다.
밤에 사본 보관함을 봤다. 닫힌 뚜껑 아래 이름 없는 칸도 그대로 있었다. 오늘 고친 것은 옛 글자가 아니라 자기가 처음 보았던 위치의 확신이었다. 수현은 그 차이를 새 종이에 남기고 붓을 놓았다.
불을 줄이기 전 함서린의 짧은 추가 전갈이 왔다. 공개 기록에 줄 끝의 접힘을 옮긴 표기가 따로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같은 표시인지 대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현은 내일 볼 때를 바로 약속하지 않고 제목만 확인했다. 이번에는 물건의 이름보다 종이가 접힌 순서가 먼저 물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