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에는 솥이 둘이었는데, 전갈을 맡은 사람은 하나라고 말했다.
백쉰여섯째 아침, 수현은 빈 탁자 건너의 두 손을 보았다. 한 손에는 종이가, 다른 손에는 천으로 감싼 작은 나무패가 있었다. 손님은 짐을 운반하는 도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일에게 글 읽는 품을 묻던 사람이 오늘은 직접 와 있었다.
조일은 곧장 종이를 받지 않았다. 주문을 낸 사람이 이 자리에서 보여도 된다고 한 범위부터 물었다. 도안은 접은 쪽에는 집과 사람의 이름이 있어 펴지 않고, 물건 이름과 받는 곳을 적은 아래만 보이겠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 범위라면 먼저 문의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오늘도 손끝이 천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손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바깥 수레 소리와 겹치면 말끝이 흩어졌다. 그는 중요한 답은 조일이 다시 읽어 주는 것을 듣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수현의 귀를 향해 더 큰 목소리로 겨루지 않았다.
도안이 내놓은 것은 수리 의뢰가 아니었다. 장터의 그릇가게에서 나루 창고로 가져갈 주문을 읽고, 실제 받을 물건과 말이 맞는지 물을 문장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조일은 물건을 대신 고르거나 짐의 안전을 보증하는 일은 맡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글을 읽어요. 솥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솥한테도 안 물어봤고요.”
도안이 처음 웃었다. 수현도 웃었다가 귀가 울려 잠깐 눈을 감았다. 조일은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 오늘 여기서 정할 일과 내일 실제 가게에서 확인할 일을 나눴다. 웃는 사이에 계약까지 끝난 것으로 적지는 않았다.
종이에 쓰인 물건은 손잡이 없는 작은 솥 둘이었다. 도안은 하나를 들었다고 했다. 말한 사람은 그릇가게 주인이 아니라 주인에게 말을 들었다는 창고의 심부름꾼이었다. 조일은 그 길을 종이 옆에 짧게 그렸다. 주문자에서 도안까지 말이 두 번 건너왔다.
수현은 손잡이 없는 솥이라는 말에 며칠 전 죽집 여자를 떠올렸다. 그러나 같은 물건인지 묻지 않았다. 그 여자가 오늘 주문에 관계됐다는 근거는 없었다. 세상에는 손잡이가 빠진 솥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손님 이야기를 다른 손님의 빈칸에 넣을 이유도 없었다.
조일은 도안이 가져온 나무패를 가리켰다. 패의 한 면에는 먹줄 둘이 있었다. 견습은 이것이 솥의 수인지, 짐꾼의 차례인지 지금 알 수 없다고 했다. 도안은 줄 둘을 보고 물건 둘일 줄 알았다가, 말로는 하나라고 들어 자신이 잘못 읽었나 싶었다고 답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수현이 말했다. 조일이 그를 봤다. 그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패의 줄과 주문의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셀 수 있었다. 도안은 그럼 둘을 맞추려고 하나를 지우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지금 지울 사람이 자기들은 아니라고 답했다.
도안은 주문서 위에 엄지를 올렸다가 뗐다. 접힌 종이 아래에 붓으로 문질러 흐린 부분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어제 둘을 하나로 고쳐 보려 했다고 말했다. 선뜻 종이를 내놓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조일은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더 문지르지 않았다.
남아 있는 글자는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원래 숫자가 그대로 보존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견습은 현재 보이는 획과 도안의 설명을 따로 적었다. 누가 처음 무슨 뜻으로 썼는지는 주문을 낸 사람에게 물어야 했다. 종이의 흠이 곧 거짓말의 증거가 되지는 않았다.
도안이 얼굴을 숙였다. “괜히 일을 키웠군.”
“지금 맡기는 일의 크기를 정하는 중이오.” 수현은 말했다. “사람 크기를 재는 중은 아니고.”
조일은 붓을 들다 말고 쌀자루를 재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수현은 그러니 오늘 쌀값과도 섞지 말라고 답했다. 견습은 도안에게 자기가 할 읽기와 질문의 품을 말했다. 그 값에는 주문 내용을 새로 결정하는 권한이나 양쪽의 분쟁을 끝내는 값이 들어 있지 않았다.
도안은 내일 그릇가게에 같이 가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조일은 가게 쪽에서 남의 주문을 보여 줄 수 있는지와 가능한 때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수현은 견습 대신 백가를 비울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오늘 접수가 끝난 뒤 조일과 실제 자리를 맞추면 됐다.
견습은 현재 보여 준 아래쪽을 별도 종이에 옮겨도 되는지 물었다. 도안은 허락했고, 접힌 이름 부분은 베끼지 않았다. 옮긴 글 옆에는 읽은 때와 문지른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남겼다. 새 종이를 원본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나무패도 그림으로만 구분했다.
수현은 그 작은 그림이 모루 밑의 오래된 자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익숙한 도구가 눈앞의 답을 대신해 주기를 바란 적이 많았다. 오늘은 새 자를 꺼내지 않았다. 도안의 종이에 필요한 것은 금속의 진동이 아니라 물건을 실제 내줄 사람의 답이었다.
도안이 두 번째로 돌아왔을 때 조일은 종이 놓을 자리를 바꾸었다. 열린 문 가까이에서는 접힌 위쪽이 바람에 들릴 수 있었다. 가게 안쪽의 작은 나무 눌개를 써도 되는지 물은 뒤 아래만 드러나게 얹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말 대신 어느 쪽을 가렸는지 실제로 남길 수 있었다.
수현은 눌개가 검을 받치던 도구였다는 것을 알아봤다. 금속을 만지지 않아도 그 물건에는 오늘 할 일이 있었다. 그는 예전 감정대의 것이라며 특별히 아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손님이 돌아간 뒤 조일이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고, 종이를 덮던 면에는 먹이 묻지 않았다.
견습은 나중에 자기 붓집에도 이름을 작게 쓸 생각이라고 했다. 수현은 남에게 빌려 줄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일은 잃어버렸을 때 돌려받을 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기 물건에 이름을 적는 것과 남의 주문자 이름을 가리는 일이 같은 오후에 있었다. 수현은 둘을 모순으로 보지 않았다.
점심 전에 도안이 떠났다. 내일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돈도 오가지 않았다. 조일은 종이를 따로 두고 자기 장부를 덮었다. 수현은 견습에게 이번 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일은 글자가 아니라 상대가 빨리 안심하고 싶어 하는 얼굴이라고 답했다.
그 말은 수현에게도 익숙했다. 그는 모른다고 쓰면 손님의 얼굴이 가라앉는 것을 보아 왔다. 그렇다고 아직 받지 않은 답을 가진 척하면 다음 사람의 손에서 물건이 달라졌다. 수현은 자기 경험을 길게 말하지 않고, 내일도 그 질문을 물을 시간을 품에 넣으라고 했다.
조일은 읽은 획의 수로 값을 정하면 기다린 값이 사라지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렇다고 모든 기다림을 남에게 청구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정한 때 안에서 물어보고 답이 안 오면 끝을 다시 정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 범위로 실제 비울 때를 맞췄다.
오후에는 수현의 몸을 확인하는 정한 곳에서 짧은 답이 왔다. 이번에도 감정 재개를 허락하는 답은 아니었다. 다음에 현재 상태를 다시 볼 때와 그동안 새로 불편해진 것이 있는지 전할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쁜 소식인 척 조일을 부르지 않았다.
확인할 때를 정한 뒤 천 위의 손을 봤다. 오늘 떨림은 아침과 비슷했다. 그는 어제 윤초와 잡았던 손의 온도를 떠올렸다. 따뜻했으니 일을 해도 된다는 추론은 만들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을 좋아하는 것과 자기 손을 일에 쓰는 판단 사이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이 맡을 일이 있었다.
조일은 붓집을 골랐다고 말했다. 비싼 쪽도 가장 싼 쪽도 아니었다. 먹이 손에 덜 묻는 것을 실제로 열어 보고 샀다고 했다. 수현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먼저 말하는 대신 써 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견습은 아직 붓을 넣지 않았으니 오늘 저녁에 알겠다고 답했다.
그때 도안이 돌아왔다. 수현은 같은 종이가 또 나온 것을 보고 일이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러나 손님은 그릇가게에서 답을 받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주인은 내일 짧게 물건 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주문자의 이름이 있는 위쪽은 가린 채 보여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조일은 그 답도 도안이 전한 말로 적었다. 직접 도착해서 주인에게 다시 확인해야 했다. 내일 아침의 가능한 때와 읽기 품을 맞췄다. 도안은 오늘 미리 끝낸 읽기까지 전부 무료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일은 오늘 실제로 맡기로 정한 일이 없었으니 상담 범위였다고 답했다.
수현은 그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들었다. 견습은 남의 시간을 헐값에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결정한 짧은 문의를 빚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내일의 품에는 실제 무엇이 포함되는지 양쪽이 들었다. 도안은 원래 주문을 바꾸지 않고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 뒤에 손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자신이 문지른 숫자 때문에 물건값까지 모두 물어야 하겠느냐는 말이었다. 조일은 그런 판단은 자기가 맡을 수 없다고 답했다. 수현도 답을 더하지 않았다. 실제 손해와 누가 맡은 책임인지 알기 전이었다.
도안이 나간 뒤 가게는 저녁빛으로 얕아졌다. 조일은 내일 원본 위에 표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별도 종이를 챙겼다. 수현은 물건이 하나일 수도 둘일 수도 있는 채로 자도 되느냐고 물었다. 견습은 도안이 그대로 잠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밤새 숫자를 지키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해결하려는 마음이 잠까지 함께 운반할 수는 없었다. 수현은 먼저 자기 확인 날짜를 천천히 적었다. 글자가 조금 기울었다. 그 기울기를 펴기 위해 종이를 여러 장 버리지 않고 현재 읽을 수 있는 곳에 놓았다.
가게 문을 닫을 때 윤초에게서 짧은 종이가 왔다. 오늘 맛있었던 국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함께 먹자는 날짜도 무사히 귀가했다는 보고도 없었다. 수현은 읽고 웃었다. 전날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 편지 소리가 실제로 문밖에 와 있었다.
그는 답장에 자기 점심이 조금 짰다고 썼다. 도안의 문의와 조일의 일은 옮기지 않았다. 대신 문을 닫을 때 이제 손잡이를 덜 찾게 됐다고 적었다. 그것이 가게가 전부 나았다는 뜻으로 읽힐까 걱정되어 설명을 덧붙이려다 멈췄다. 윤초에게 지금 모든 오해의 답을 미리 써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밤에 그는 남은 쌀을 보았다. 문 보수비 뒤의 돈으로 이번 주에 살 수 있는 양은 작아졌다. 조일의 내일 품을 그 부족한 양에 더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 몫의 지출 하나를 미루기로 했다. 새 숫자가 생겼다고 오늘의 주머니가 늘지는 않았다.
위층으로 오르기 전 견습이 불렀다. 도안의 나무패 그림을 그리다 뒷면에도 글씨가 있다고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는 말이었다. 아직 직접 뒤집어 본 적은 없었다. 수현은 내일 실제 패가 있는 자리에서 물으라고 답했다. 종이에 없는 뒷면이 내일 첫 질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