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의 의자 앞에는 손을 넣을 자리가 없었다.
사건 마흔셋째 아침, 대조대의 받침은 허담과 문택 쪽으로 놓였다. 수현은 그 배치를 자기가 요구했다는 사실까지 시험표에 남겼다. 기존 관찰을 설명할 사람과 오늘 쇠를 시험할 사람은 같은 칸에 앉지 않았다.
조일은 빈 손님 의자에 앉으려다 서린에게 불려 갔다. 오늘 견습의 일은 결과를 빨리 알아맞히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받는 순서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는 유급 기록 시간이 끝나 가게로 돌아갈 시각도 함께 적었다. 늦게까지 남는 열성을 시험 조건으로 팔지는 않았다.
새 시험용 쇠는 전날 목록대로였다. 같은 장인이 마련한 묶음 안에서 겉모양을 비슷하게 다듬었고, 안쪽 이음 상태를 달리 만든 것은 제작자가 별도 봉함지에 적었다. 옛 납품 검과 같은 세월을 살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젖은 보관을 그대로 되살렸다고 이름 붙이지도 않았다.
문택은 번호를 가린다고 모든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만든 사람이 알아볼 흠이 있을 수 있었다. 서린은 제작자를 시행 자리에서 떨어뜨리고, 두 장인이 먼저 겉에서 알아볼 표식을 따로 적게 했다. 알아본 것이 있다면 못 알아본 척할 이유도 없었다.
수현은 자기 예상표를 접어 넘겼다. 어느 묶음이 먼저 벌어질지, 어느 받침에서 결과가 달라질지 쓴 종이였다. 아직 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옆에 남았다. 문택은 그 종이가 나중에 결과를 맞췄다는 훈장으로만 읽히지 않게 실패 예상도 함께 보관하자고 했다.
첫 물건은 허담이 맡았다. 성인 작업자가 다가가지 않을 선과 가림을 확인한 뒤 힘을 더하는 장치를 움직였다. 수현은 손을 뻗지 않았다. 검을 실제로 쓰는 동작을 흉내 낸 시험이 아니라, 정해 둔 방향의 힘에 새 쇠가 어떻게 버티는지를 보는 비교였다.
쇠는 예상보다 늦게 휘었다. 마당 뒤에서 누군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어떤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냐에 따라 같은 소리가 승리로 들릴 수 있었다. 허담은 멈춘 자리와 남은 휨을 적고 물건을 별도 받침에 내려놓았다.
둘째 물건에서는 작은 이음이 먼저 벌어졌다. 큰 파열음은 없었다. 조일이 먹을 찍은 붓을 세게 눌러 첫 글자를 번지게 했다. 서린은 새 종이를 주지 않고 번진 면의 번호를 남긴 뒤 아래에 다시 쓰게 했다. 오늘의 결함은 쇠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문택은 같은 힘이었는지 물었다. 수현은 장치에 적힌 시작값을 가리키려다가 손을 내렸다. 시행자가 자기 원기록으로 답해야 했다. 허담은 시작 자리와 멈춤을 읽었고, 장치 담당은 자기 눈금표를 따로 내놓았다. 두 사람이 같은 숫자를 적었다고 수현의 손끝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셋째 물건은 반대로 움직였다. 겉으로는 둘째와 비슷했으나 벌어지는 대신 받침에서 조금 돌아갔다. 문택이 중지를 청했다. 장치 담당이 멈추고 가림을 유지했다. 누군가 실패라고 말하자 수현은 아직 무엇이 실패했는지부터 적어 달라고 했다.
받침의 접촉면 한쪽에 작은 부스러기가 끼어 있었다. 시험 전에 확인한 뒤 새로 생긴 것인지, 놓을 때 밀려든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자리와 물건의 방향을 먼저 그렸다. 치운 뒤 이어 하면 결과가 깔끔해질 것이었으나 첫 시도는 그대로 끝난 것으로 남겼다.
문택은 그런 문제가 있으면 앞의 두 결과도 못 믿겠다고 했다. 허담은 앞의 시작 기록과 끝의 접촉 흔적은 따로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린이 둘에게 어느 물건의 어느 관찰을 취소하자는지 물었다. 두 장인은 서로 다른 줄을 가리켰다.
수현은 그 틈에서 자기 편을 고르고 싶었다. 받침은 자기가 고치자고 한 것이었다. 받침에 문제가 남으면 어제의 준비도 부족해졌다. 그는 셋째 결과를 해석에서 빼고, 앞선 두 물건의 접촉 흔적도 다른 시행자가 다시 읽도록 요청했다. 자기 체면은 새 비교 조건이 될 수 없었다.
점심 전에 새 받침과 남은 시험물을 대조했다. 허담은 쉬러 나갔고 문택이 별도로 정한 순서를 받았다. 앞선 번호를 그대로 베끼지 않았으며 제작 봉함지는 아직 열지 않았다. 수현은 설명할 말이 줄자 오른손의 가는 떨림을 더 선명하게 느꼈다.
“아무것도 안 하시니 더 힘들어 보여요.”
조일이 말했다. 수현은 자기가 안 하는 것을 남이 제대로 하는지 보는 일도 익숙하지 않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럼 가게에서도 자꾸 뒤에 서 있지 말라고 했다. 서린이 웃다가 두 사람의 잡담이 어느 시험물 위로도 넘어가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문택의 첫 비교에서도 이음이 약한 묶음은 더 이르게 벌어졌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잘 버텼다는 뜻으로 쓸 수 없었다. 휜 뒤 남은 모양과 이음의 시작 위치를 각각 확인했다. 같은 순서로 부러져야만 재현이라고 부르는 좁은 목표부터 바꾸어야 했다.
서린은 제작 봉함지를 열었다. 두 시행자가 남긴 경향과 제작자의 구분이 정한 범위에서 맞았다. 받침 문제로 멈춘 한 번은 그 경향에 끼워 넣지 않았다. 오늘 확인한 것은 다른 시행자도 같은 비교로 약한 이음의 영향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허담은 이제 옛 파검도 같은 이유로 부러졌다고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파검이 받은 모든 힘과 젖은 기간은 새 쇠에 되돌아오지 않았다. 제작 때 생긴 빈틈이 이후의 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늘었지, 그날의 칼잡이와 모든 순간이 재현된 것은 아니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수현은 자신이 방금 가장 기다렸던 큰 결론을 줄인 줄 알았다. 문택은 그 정도의 결과라면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허담도 뜻을 확인하고 서명했다. 같은 결론이 아니라 같은 한계까지 읽은 이름 둘이 종이 아래에 생겼다.
수현 이름은 시행자 칸에 들어가지 않았다. 처음 파단면 관찰과 수정한 가설의 설명자로 남았다. 자격 정지 통지를 거두는 절차는 없었다. 위원 하나가 사람들 앞에서 자격을 돌려주자고 하자 서린은 그 판단도 정한 질문과 통지가 먼저라고 답했다.
오후에는 시험에 쓰지 않은 물건을 따로 세었다. 남은 쇠, 휜 쇠, 벌어진 쇠, 받침 문제로 멈춘 쇠에 서로 다른 표가 달렸다. 원래 파검의 두 조각은 회랑 창고에 그대로였다. 오늘 성공을 얻었다고 그 봉인을 열 이유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다.
공개 열람 자리에서는 상단 반론인이 읽을 수 있는 거리부터 다투었다. 앞줄 사람만 작은 눈금을 볼 수 있었다. 서린은 구경꾼을 더 끌어들이는 대신 각 시행자가 적은 원기록을 정한 자리에서 순서대로 열람하게 했다. 보지 못한 사람에게 봤다고 서명시키지 않았다.
한 장에는 끝 눈금의 숫자가 겹쳐 있었다. 허담은 먼저 쓴 숫자 위에 덧댄 획을 자기 수정이라고 밝혔다. 수현은 아는 장인의 말이면 충분하다고 할 뻔했다. 수정 시각과 사유를 옆에 넣고 장치 담당의 별도 면을 대조하자, 그 숫자를 결과의 전부로 삼을 필요가 없었다.
상단 반론인은 작은 묶음 몇 개로 수백 자루 전체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수현은 맞다고 답했다. 오늘 보고의 대상과 다른 납품 물건에 적용할 조건을 나누었다. 아직 보지 않은 검까지 불량이라고 표시하면 처음 검을 보지 않고 이상 없다고 적던 쪽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됐다.
원기록의 열람이 끝난 뒤 가림천을 걷었다. 천 아래에는 벌어질 때 나온 작은 쇳가루가 남아 있었다. 작업자가 쓸어 모으기 전에 보관 담당이 각 받침의 가루를 따로 받아 표를 붙였다. 나중에 가져온 가루를 옛 시편의 것과 섞지 않는 마지막 동작이었다.
새 받침도 누구 집으로 가져갈지 정해야 했다. 장치 소유자는 공방으로 돌려받고 싶다고 했으나 접촉면 문제의 자리는 확인이 남았다. 필요한 부분의 관찰과 그림을 마친 뒤 반환한다는 조건을 정했다. 수현은 남의 장치를 계속 묶어 놓는 비용도 시험값이라고 읽었다.
수현은 새 검사법의 이름을 묻는 사람에게 아직 함께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자기 집안 이름을 붙이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는 가게로 돌아갈 때 쌀값을 세야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 손에서 나온 결과를 자기 재주값으로만 돌릴 수는 없었다.
문택은 추가 시험을 오늘 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속한 마지막 비교 시간이 끝났고 자기 공방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수현은 결과가 좋으니 한 번만 더라는 말을 삼켰다. 함께 이름을 썼다는 사실이 다음 시간을 공짜로 빌리는 표는 아니었다.
실제 품삯와 장치 사용값을 확인하는 동안 조일은 가게로 먼저 돌아갔다. 기록 인수는 다른 성인이 맡았고 견습의 종이가 어디까지 완성됐는지 읽어 받았다. 수현도 늦게 남은 사람의 시간을 장부에 넣었다. 감정이 재현됐다는 말이 비용을 가볍게 만들지는 않았다.
해 질 무렵 관아의 허락된 면담에서 윤초에게 결과를 설명했다. 그녀는 자기 검을 부러뜨리지 않고도 물을 수 있는 것이 늘었다고 말했다. 수현은 그것이 오늘 가장 정확한 요약 같다고 답했다. 그녀의 오른손목은 여전히 받침에 놓여 있었다.
윤초는 자기가 칼을 쥔 힘까지 오늘 시험으로 정했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아니라고 했다. 관아가 묻는 위해 행위와 검의 내부 결함은 다른 질문이었다. 그녀는 그럼 자기 진술에서 불편한 대목도 남는다고 확인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고, 이번에는 둘 다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가게 문턱에는 문고리집 주인이 보낸 작은 표가 있었다. 며칠 써 보니 전처럼 바닥을 긁지 않으나 비가 온 뒤 한 번 더 보겠다는 답이었다. 수현은 완료 칸에 바로 동그라미를 치지 않았다. 박완의 조정 결과와 주인의 최종 사용 확인을 나눠 적었다.
조일은 시험이 끝난 날에도 기다리는 답이 늘었다고 투덜거렸다. 수현은 오늘은 손끝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했다. 견습은 그것으로 저녁밥을 사지는 못하지만 자기 일을 넘겨받을 사람을 찾기는 쉬워졌다고 답했다. 모루 옆에는 내일 유상 치수 확인 한 건이 잡혀 있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을 서린에게 보냈다. 내일 창고 열람이 생기면 오후만 가능했다. 서린은 같은 답을 양측에 돌리고 보관인 근무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사건이 커질 때마다 가게의 작은 시간을 먼저 버리던 습관에 금이 하나 생겼다.
밤에 오늘 시험표를 다시 읽었다. 자기 예상 중 맞은 것도 있고 받침 문제를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수현은 그 실패를 맨 뒤로 보내지 않았다. 다음 시행자가 처음 읽을 면에 중지 조건과 접촉면 확인을 함께 놓았다. 검사법은 재주를 물려주는 말보다 멈출 자리를 알려 주는 종이에 가까웠다.
그때 서린이 마지막 쪽지를 가져왔다. 상단이 다음 심리에 낼 최종 정리 보고서에는 최초 파검의 내부 이음은 끝부분 관찰만으로 추정됐다고 적혀 있었다. 수현은 그 말을 두 번 읽었다. 최초 그림의 짧은 파편과 긴 쪽을 이어 보인 면은 어디에도 첨부돼 있지 않았다.
그는 오늘 쓰지 않은 손을 펴 놓았다. 손가락 두 마디짜리 물건은 처음부터 함 안에 있었다. 내일 물어야 할 것은 그 파편이 새로 무슨 말을 할지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최종이라고 부르는 종이에서, 누가 그 작은 쪽을 빼고 읽었느냐는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