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는 칼보다 먼저 왔다.
사건 마흔두째 아침, 상단 대리가 데려온 무인은 합의회 마당의 대조대를 비워 달라고 했다. 어제 봉함장에 적힌 시각대로 왔으니 자리를 준비하지 않은 쪽의 잘못이라는 말이었다. 수현은 대조대 위의 검 그림을 치우지 않았다. 그 자리를 결투장으로 내준 사람은 없었다.
무인은 검을 뽑지 않았다. 이름과 소속을 밝힌 뒤 자신은 정당한 도전을 전달받았으며 살상 없이 승패를 가릴 수 있다고 했다. 수현은 그가 반드시 비열한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를 거뒀다. 잘못된 조건도 예의를 갖추어 전달될 수 있었다.
서린이 봉함장을 양측에 읽었다. 수현의 기술과 주장에 대한 의혹을 무예로 씻고, 응하지 않으면 기존 감정 소견을 철회한 것으로 알겠다는 내용이었다. 소견 제출자는 수현 혼자도 아니었다. 허담과 문택, 지방 장인의 기록이 서로 다른 면 번호로 붙어 있었다.
“내가 지면 형이 사과해야 합니까?”
조일이 수현 옆에서 물었다. 수현은 견습에게 나가라는 뜻으로 듣고 잠깐 굳었다. 소년은 자기는 검술을 못하니 진 것을 세려면 아주 빠르겠다고 덧붙였다. 대리가 웃지 않자 조일도 더 농담하지 않았다. 웃음이 닿지 않는 조건이 이미 종이에 있었다.
수현은 무인을 향해 자기 실력을 설명하지 않았다. 상대는 다친 손을 쓰지 않는 짧은 대련으로 바꿀 수 있고, 대신 싸울 사람을 내도 된다고 했다. 그것이 배려일 수는 있었다. 그래도 대리인이 이기면 처음 파검의 결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윤초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마당 뒤에 있었다. 표사가 직접 나서면 누가 믿을 만한지 알 수 있다는 말이었다. 수현은 관아 통제 아래 있는 부상자를 마당의 기대에 맞춰 부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녀가 검을 잘 쓰는지와 어느 날 실제 무엇을 했는지는 다른 질문이었다.
상단 대리는 긴 심리 때문에 장사가 멎는다고 말했다. 검 한 번 겨루면 사람들이 답을 받아들이고 거래가 돌아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수현은 그 사람의 말을 거짓으로만 듣지 않았다. 자기 가게도 거래가 끊겨 쌀을 세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빨리 끝내자는 제안이 위험하게 편했다.
그는 봉함장 끝에 적힌 수락 표시 칸을 봤다. 거기에 도장을 찍으면 사람들은 다친 수리공이 용감하다고 할지 몰랐다. 지면 무능한 감정인이 되고 이기면 강한 감정인이 될 터였다. 어느 쪽에도 실제 검의 이음과 지급 장부를 묻는 칸은 없었다.
“저보다 검을 잘 쓰시는 것은 오늘 증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현이 말했다. 무인의 턱이 조금 들렸다. 그는 모욕을 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수현은 아니라고 답했다. 자신이 새 사건 감정 증서를 낼 수 없는 상태이고 몸도 상했음을 숨기지 않되, 그 한계가 남의 기록을 철회하는 권한은 아니라고 했다.
서린은 공개 심리에서 합의한 조건을 가져왔다. 반대 감정권, 시편 선택 이의, 실패 결과 보존, 원본 인계, 증인 질문 방식이 적혀 있었다. 도전장을 받으면 그 조건이 사라진다는 항목은 없었다. 상단이 원하는 반박은 정한 방식으로 낼 수 있었다.
대리는 수현이 강호의 명예를 피해 종이 뒤에 숨는다고 했다. 수현은 화가 나서 일어설 뻔했다. 오른손이 떨리는 것을 보이면 겁이 나서 그런 것이라고 웃을 터였다. 그는 떨리는 손을 감추지 않고 받침 위에 놓았다. 겁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겁이 있다는 이유로 소견을 거두지는 않았다.
문택이 앞으로 나왔다. 수현은 상대 전문가가 대신 싸우려는 줄 알고 입을 열었다. 장인은 자기 소견도 수현의 결투 승패로 철회할 수 없다는 뜻으로 왔다고 말했다. 상단의 여비를 받는 조건에 그 항목은 없었다. 필요하면 이미 한 일의 품삯과 남은 시간을 따로 정산하겠다고 했다.
허담은 반대편 자리에 자기 그림을 놓았다. 두 장인이 같은 쪽으로 줄을 맞춰 선 것은 아니었다. 문택은 허담의 마지막 파손 경로 해석에 아직 질문이 있다고 했다. 오늘 결투를 막는다고 그 질문을 접는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같은 편이라는 쉬운 말을 놓쳤다.
위원 하나가 무인이 칼만 조금 보여 주면 구경꾼을 돌려보낼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 무인이 대련용 빈 칼집을 들어 보였다. 그 동작만으로 사람들이 앞쪽으로 몰렸다. 대조대 옆의 보존 표지 끈이 한 번 당겨졌고 서린이 작업을 멈췄다.
수현은 모루 앞에서처럼 손을 뻗지 않았다. 관아 질서 담당이 통로를 비웠고 보관인이 봉함 물건을 안쪽 지정 자리로 옮겼다. 실제로 마당에 나온 것은 관찰용 받침과 사본이었지만, 사람이 밀리면 종이도 손도 다칠 수 있었다. 원래 파검은 창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무인은 칼집을 내렸다. 그는 준비된 시합이 아니라는 안내를 이제 직접 받았다며, 허락된 장소가 아니면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그 말을 동의한 범위 그대로 남겨 달라고 서린에게 부탁했다. 대리의 조건을 거절하는 데 무인의 악행을 만들어 보탤 필요는 없었다.
상단 대리는 어제 전달받을 때 왜 즉시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수령은 수락이 아니며 자기 답을 오늘 공개 기록으로 냈다고 했다. 서린은 전달 시각과 회신 경로를 확인했다. 다만 마당에 사람들이 모일 오해를 막는 안내가 더 빨랐어야 했다는 점도 남겼다.
수현은 그 지적을 받았다. 자신이 종이를 읽고 분노하는 동안 조일이 안내를 물었으나 아침에 하면 된다고 답했었다. 대조 시간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는 구경하러 온 사람이 생겼다. 도전의 조건이 잘못됐다는 말로 자기 쪽 늦은 통지를 없앨 수는 없었다.
그들은 오늘 마당의 용도와 현재 일정을 다시 크게 알렸다. 결투는 승인되지 않았고 제출 소견은 승패로 철회되지 않는다. 정한 심리와 원자료 확인은 계속한다. 사람이 몰린 탓에 오전 대조를 늦춘 시간과 담당자의 실제 대기 비용은 따로 셌다.
대리는 이 대기값을 수현에게 청구하겠다고 했다. 무인과 수행 인원의 왕복, 빌려 온 칼집, 마당 준비에 썼다는 비용이었다. 수현은 자기가 요청하지 않은 일의 청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대로 실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듣기도 전에 장부를 불태우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서린은 청구 주체와 의뢰한 사람, 합의한 범위를 적어 정식으로 내라고 했다. 수현에게 상단의 도전 비용을 넘길 계약이 있는지 먼저 물을 항목이었다. 마당 사용을 누가 허락했다고 들었는지도 남겼다. 상단의 허세를 웃음으로 갚기보다 돈이 누구의 말에서 출발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무인은 자기 품삯은 상단 대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수현이 져야 받을 돈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 조건을 확인하고 나서 마당을 떠났다. 뒤따르던 사람들도 나뉘어 흩어졌다. 수현은 아무 검도 부러뜨리지 않고 오전을 거의 다 썼다.
점심 자리에서 조일이 이겼다고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그러면 대결이 있었다고 남는다고 했다. 견습은 그럼 점심을 지켰다고 쓰자고 했다. 실제로는 밥도 늦었다. 허담이 식은 국그릇을 당기며 오늘은 가장 쉬운 결과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오후 합의회는 공개 규칙의 보충을 읽었다. 무예 시합과 사적 도전은 이 심리의 증거·자격·소견을 대체하지 못한다. 수락하지 않은 사람의 거절을 철회로 간주하는 문구는 접수된 반론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 위원회는 상단의 정식 반론 자료는 계속 받기로 했다.
상단은 문택의 비용이 자기에게서 나가니 소견을 낼 시각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택은 이미 수행한 범위의 자료와 자기 서명은 남으며, 추가 작업을 맡지 않으면 그 사실도 알리겠다고 답했다. 서린은 의뢰 철회와 기존 관찰 삭제를 다른 칸에 썼다. 돈을 낸 사람이 시간을 살 수 있어도 지나간 관찰까지 사들이지는 못했다.
수현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그가 허담의 품삯을 돕는다면 불리한 결과를 빼도 되느냐는 물음이었다. 수현은 안 된다고 답했다. 이미 한 번 실패한 시험을 숨기고 싶었던 사람이어서 그 대답이 얼마나 짧아질 수 있는지 알았다. 그는 실패 기록의 사본도 다음 대조에 같이 놓자고 했다.
오전의 지연 때문에 오늘 예정한 물성 재현 준비는 일부만 했다. 새로 고친 받침의 둥근 접촉면과 하중 방향을 두 장인이 각각 확인했다. 시험용 쇠의 출처와 만드는 순서는 목록에 있었지만 원래 파검과 같은 옛 보관을 되살린 물건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직 실제 하중을 더하지 않았다.
조일은 어느 시편이 잘 견딜 것인지 물었다. 수현은 지금 답을 적어 두되 시험 결과가 아니라 예상으로 구별하자고 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목표였다. 손끝이 돌아오는 날을 시험 일정으로 쓰지는 않았다.
서린은 다음날 확인할 사람과 비용을 다시 셌다. 문택은 이미 동의한 마지막 비교 시간까지는 참여하되 새 작업이 늘면 별도 답하겠다고 했다. 허담과 유란도 자기 공방의 예약을 남겨야 했다. 수현은 오늘 도전을 돌려보냈다고 모두의 내일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녁에는 관아에서 제한된 통지가 왔다. 추상록의 신병과 관련 자료 보존에 필요한 조치가 진행됐으며, 목수의 별도 문답과 반론 확인은 계속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 처분과 유죄 판단은 아직 확정 통지가 아니었다. 수현은 그 문장을 가족의 청구와 합의회 납품 책임에 곧장 붙이지 않았다.
윤초의 통제 역시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 자기 이름이 결투장으로 불렸다는 말을 허락된 면담에서 듣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오른손목을 쓰지 않았는데도 손목이 먼저 아픈 것 같다고 했다. 수현은 실제로 싸우지 않았다는 답보다 그녀를 대신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말했다.
“잘했군.”
윤초가 말하자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곧 그녀가 자기 칭찬으로 사건의 답을 대신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수현은 오늘 그 말을 들을 만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내일 어떤 시험을 하는지 물었다. 그는 자기가 만지지 않아도 남는 눈금부터 확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게에서는 들샘진과 버드리에서 각각 갱신 사본을 받았다는 답이 기다렸다. 주장 축소와 실패 결과가 함께 들어간 면 번호를 상대가 읽어 줬다. 오늘 새로 정리한 네 갈래 대조와 가족 정보는 그 묶음에 임의로 더하지 않았다. 공유한 사람마다 다음 열람 범위는 다시 정해야 했다.
모연의 동전 봉투도 정한 배편 인계자에게 실제 넘어갔다는 확인이 왔다. 모연 본인 수령은 아직 다음 답을 기다렸다. 조일은 보내짐과 받음을 두 칸으로 나누고 남은 보관 책임을 적었다. 오늘 대리의 청구서보다 그 작은 봉투의 길이 더 정확히 보였다.
수현은 내일 쓸 자를 받침에 놓았다. 숙부의 오래된 쇠자는 증거 목록에 남아 있어 꺼내 오지 않았다. 지금 손에 놓인 것은 공방에서 서로 대조한 평범한 자였다. 흔들리는 손을 그 위에 얹지 않아도 눈금은 남았다.
해가 완전히 진 뒤 조일이 새 시험표의 이름 칸을 보여 줬다. 수현 이름 옆에 시연자라고 적었다가 줄을 그어 놓은 자리였다. 그 대신 기존 관찰 설명자와 독립 시행자 둘의 칸이 생겼다. 수현은 내일 자기가 하지 않을 동작을 먼저 읽었다. 마지막 감정은 잃은 손끝을 되찾는 날이 아니라, 그 손끝이 없어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날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