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는 누군가의 거짓말을 뜻하지 않았다.
서른아홉째 아침, 합의회 마당에는 연익을 위한 자리도 없었다. 관아는 그의 공개 출석을 확정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표국 쪽에서 증인이 약속을 어겼다는 말을 전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마당 한쪽을 봤다. 수현은 자기가 그 시선을 따라 빈 곳을 찾는 것을 멈췄다.
서린이 일정표를 읽었다. 오늘 예정된 것은 이미 공개를 허락받은 자료의 대조였고, 추가 증인 참여는 본인과 관아가 방법을 정한 뒤 알릴 항목이었다. 이름을 먼저 내건 표지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표국 심부름꾼이 가져온 구두 소식을 공식 통지로 옮긴 안내 한 장이 입구에 붙어 있었다.
수현은 그걸 찢지 않았다. 누가 언제 무엇을 듣고 적었는지 남긴 뒤 잘못된 출석 안내라는 정정문을 옆에 붙였다. 이름을 읽고 온 사람에게는 당사자가 올 의무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늘 말하지 않은 증언을 대신 요약해 주지도 않았다.
상단 반론인은 공개 질문을 받지 않는 사람의 말은 빼야 한다고 했다. 수현은 그 질문 자체를 막을 수 없었다. 한쪽 방에서 받아 온 이야기만 읽고 검증을 끝내는 일은 자기에게도 편했다. 증인을 보호하는 조건과 반대 질문을 받을 조건을 함께 만들어야 했다.
관아 기록인은 당사자가 허락한 짧은 범위만 전했다. 연익은 어제 면담 뒤 누군가 자기 가족의 거처를 안다는 말을 했다고 신고했다. 실제 발언자와 전달 경위는 확인 중이었다. 그 사람이 표국 간부의 지시를 받았는지, 소문을 듣고 겁을 주었는지는 아직 판별되지 않았다.
“그럼 추상록이 보낸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까?”
누군가 묻자 기록인은 그것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수현은 협박을 주장하는 말이 상대의 유죄를 자동으로 보태는 길이 되지 않게 했다. 다만 위협 우려 때문에 공개 출석을 중단한 사람에게 출석하지 않았으니 거짓말이라는 결론을 붙일 수도 없었다.
그는 오늘 읽을 종이를 다시 접었다. 새 이름과 물건의 이동을 한 마당에서 설명할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았다. 손에 힘을 주자 오른쪽 엄지가 가늘게 흔들렸다. 조일이 종이 아래에 받침을 밀어 넣었다. 말 대신 받침 하나가 필요할 때도 있었다.
점심 전 서린과 관아 담당이 대체 문답안을 협의했다. 첫 안은 연익의 서면을 대신 읽는 것이었다. 상단과 표국은 질문을 되돌려 보낼 수 없으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현은 그 반대를 듣고 자기 초안의 마지막 칸을 봤다. 답변을 확인할 사람이 비어 있었다.
두 번째 안은 장소를 감추고 서린이 모든 질문을 받아 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질문이 빠지거나 말이 바뀌었을 때 누구에게 물을지 불분명했다. 연익의 안전을 위해 수현과 반론인이 거처를 몰라도 되지만, 관아 기록인까지 없는 곳에서 수현의 서기가 혼자 진술을 완성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역할부터 나눴다. 관아가 안전한 면담 장소와 입회인을 정한다. 양측은 질문을 같은 기한에 낸다. 질문을 고른 이유와 제외한 항목은 남기고, 주소와 가족 이동 같은 보호 정보를 묻는 문항은 공개 심리 쟁점과 나누어 관아가 판단한다. 답변의 낭독과 당사자 정정도 기록한다.
상대가 답을 보고 추가로 물을 기회는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다만 바로 같은 방에 모여 서로의 말투를 흉내 내게 하지는 않았다. 새 모순이 생기면 관련 원자료와 함께 다시 질문할 수 있었다. 증인의 이름을 보호하는 범위와 진술 전체를 아무도 확인하지 못하게 숨기는 범위는 달랐다.
주소를 빼는 문항을 두고 표국 쪽이 반대했다. 그 사람이 실제 당직자였는지 알려면 거처부터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관아 기록인은 신원을 확인할 자료와 공개할 거처는 같지 않다고 했다. 근무 확인과 당시 작성 기록은 관련 범위로 질문할 수 있었다. 가족이 지금 어디에 누웠는지는 검의 이동을 대조하는 데 필요하지 않았다.
수현은 자기에게도 연익의 주소를 알려 주지 않는 조건인지 다시 물었다. 기록인이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편의 보호를 이유로 상대만 모르는 정보를 혼자 갖는다면, 다음에 질문을 되돌려 받을 때 설명할 수 없었다. 서린은 양측에 같은 조건을 읽고 동의한 범위를 각각 표시했다.
수현은 자기 질문에도 같은 제한을 받았다. 추상록이 살인범인 것을 보았느냐는 첫 문항을 지웠다. 어제 연익은 살인 장면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창고 통로에서 직접 본 사람의 얼굴과 말, 들고 있던 물건, 자기가 이동한 경로를 각각 묻도록 바꿨다.
서린은 삭제한 문항을 폐기하지 않았다. 초안의 질문이 답을 미리 품고 있었다는 이유를 적었다. 수현은 그 종이가 공개되면 자기도 꾸중을 듣겠다고 생각했다. 곧 증인에게 틀린 답을 만들지 않으려면 질문한 사람도 자기 질문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허담은 오늘 물성 관찰 시간을 저녁까지 늘릴 수 없다고 했다. 문택도 내일 정한 대조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을 증인 보호 회의가 끝날 때까지 마당에 묶어 둘 수는 없었다. 서린은 오늘 못 쓴 감정 시간을 실제 작업 여부에 맞게 정산하고 다음 필요한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수현은 그 사이 가게에 다녀왔다. 조일이 손님에게 자격 정지와 사적 수리 범위를 설명하느라 같은 말을 세 번 했다고 했다. 안내판의 글씨가 너무 작았다. 그는 사건 감정 증서 발급 중단을 위에 놓고, 치수 확인과 분담 수리 접수 가능 시간을 그 아래 크게 적었다.
새 손님은 낫을 내밀었다가 큰 수리는 언제 되느냐고 물었다. 수현은 현재 손 상태로 자기가 날을 갈지 못하며 다른 공방의 가능한 시각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손님은 오늘 필요하다며 다른 곳으로 갔다. 그 선택도 안내가 실제로 작동한 결과였다.
“글씨를 키웠더니 손님이 줄었네요.”
조일이 말했다. 수현은 할 수 없는 일을 줄인 만큼 기다리게 할 사람도 줄었다고 답했다. 견습은 그 말로 쌀이 늘지는 않겠다고 했다. 수현은 맞다고 하고, 오늘 팔 수 있는 치수 확인과 수리 연결의 값을 다시 계산했다. 옳은 안내가 생계를 저절로 메우지는 않았다.
오후 관아가 정한 연락 창구로 면담 조건의 답이 왔다. 연익은 자기 거처를 양측에 공개하지 않는 별도 문답에 동의했다. 오늘은 안전 확인과 질문 방식만 결정했고 실제 추가 진술은 내일 오전이었다. 수현은 종이에 내일 답변 완료라고 적지 않았다.
그는 직접 보호 장소를 찾아가겠다는 제안도 거뒀다. 얼굴을 다시 보면 진심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 어제 보았던 귀 뒤의 흰 머리로는 오늘의 위협을 없애지 못했다. 정한 입회인과 경로를 지키는 일이 자기 선의를 보이려는 방문보다 나았다.
한편 표국에서 반론 문서가 왔다. 추상록은 사건 당일 운반 순서를 정한 일은 인정하되, 검을 임시로 가져간 것은 재지급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나루 통로에서는 자기 직무에 따라 인계가 끝났음을 알렸으며 사람을 해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서린은 그 문서를 대조표 옆에 붙였다. 반론이 구체적이라는 사실은 결백의 증명이 아니었다. 그래도 연익이 낸 부분 중 무엇을 부인하고 무엇을 인정하는지 나뉘었다. 표국 간부가 그날 통로에 갈 수 없었다는 주장으로 덮지는 못하게 됐다.
문서 끝에는 칼집을 바꾸었을 가능성이라는 말이 있었다. 수현은 상대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제 자신도 칼집과 검의 동일성을 분리했었다. 자기에게 불리하게 쓰인다고 없앨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기록으로 확인할지 빈칸을 달았다.
관아는 추상록의 관련 출입 기록과 개인 소지품을 보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체포나 압수 범위를 수현에게 전부 알려 준 것은 아니었다. 수현은 그 소식을 듣고 이미 범인이 붙잡혔다고 가게에 전하지 않았다. 조사 속도가 마당의 소문과 같은 속도로 보일 필요는 없었다.
저녁 문답 준비에서는 어제 연익에게 보여 주지 않았던 지급 장부를 어떻게 다룰지도 정했다. 먼저 자기 기억을 답하게 한 뒤 해당 면과의 차이를 묻는다. 질문의 출처와 본 순서가 기록에 남아야 했다. 장부를 보고 기억이 선명해졌다는 말을 원래 목격과 섞을 수는 없었다.
진오에게도 따로 질문이 갔다. 그는 두 줄 표의 칼집을 정비에서 받아 보관방에 올린 때와 그 뒤 자기 근무를 설명할 참이었다. 연익이 지목한 이름을 먼저 알려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표국의 같은 지붕 아래 살았어도 두 사람의 시야는 다른 칸이었다.
윤초에게는 오늘 공개 출석 안내가 잘못됐으며 본인 진술을 다시 묻는 절차가 생겼다고만 전했다. 그녀는 연익이 자기를 살릴 말을 해 줄 것이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 오른손목을 쓰는 동작을 답변 조건에 넣었느냐고 확인했다. 수현은 넣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방 한쪽에서 칼집을 받았던 자세를 왼손으로 가리켰다. 기록인이 동작을 강요하지 말라고 하자 윤초는 말로 해도 된다고 답했다. 수현은 손상된 몸을 더 선명한 증거로 바꾸려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아파하는 모습은 기억을 정확하게 만들지 않았다.
면담이 끝날 때 그녀가 물었다. 증인이 안 오면 내일도 기다리는 것이냐고. 수현은 답변 방법에 동의했지만 실제로 답할 수 있을지는 내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윤초는 그럼 기다리는 시간도 적으라고 말했다. 이미 자기 이름 아래 너무 많은 날이 묶였다는 말이었다.
그날 밤 가게의 기다린 시간은 조일이 셌다. 문고리집에서 보낸 사용 확인은 아직 오지 않았고, 모연의 동전 봉투는 배편 목록에 있었다. 새 감정료도 들어오지 않았다. 수현은 장부의 빈 수입 칸에 내일 있을 좋은 소식을 미리 넣지 않았다.
밖에서 비가 짧게 지나갔다. 문이 젖은 바람을 받아 조금 흔들렸으나 지난번처럼 바닥을 긁지는 않았다. 조일은 못 고친 것은 남겨 두고 고친 것도 그냥 세자고 했다. 수현은 문고리에 손을 얹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해결한 것은 살인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을 억지로 마당에 세우지 않고 질문을 잇는 길이었다.
잠들기 전 서린이 내일 입회 목록을 보냈다. 검과 지급 장부, 나루 운송 기록, 사람의 진술을 각각 확인할 네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같은 답을 네 번 베껴 읽지 않기 위해 원본과 질문 순서를 서로 달리 지킬 자리였다. 수현은 자기 이름이 그 네 자리의 주인이 아니라 기존 기록 설명자 칸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 쪽지에는 연익의 요청이 붙었다. 자기가 어제 못 본 칼날을 오늘 본 것처럼 말하게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수현은 내일 가져갈 그림에서 아직 봉인 안에 있는 검을 가렸다. 네 개의 길을 연결하려면, 먼저 각 길이 닿지 않는 곳을 남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