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3화

불 속에 남은 이름

본문 5,365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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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가 먼저 문으로 달려갔다.

왼쪽 어깨가 문판을 때렸다. 나무가 크게 울렸지만 열리지는 않았다. 오른손을 쓰지 못하니 몸을 틀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안에 사람 있어!”

수현은 문고리를 잡지 않았다. 손잡이 바로 위로 검은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는 윤초를 밀어내고 곁의 물동이를 발로 걷어찼다. 물이 문 아래로 쏟아졌다.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조금 옅어졌다.

창고 안에서 기침이 들렸다.

조금 전 종이를 묶던 노인이었다.

서린은 마당 끝의 심부름꾼에게 종을 치라고 했다. 물을 길어 올 사람, 관아에 알릴 사람을 각각 불렀다. 도문결은 뒤로 물러나 자기 짐꾼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었다.

“열쇠!” 윤초가 외쳤다.

창고지기가 허리에서 열쇠 꾸러미를 뽑았다. 문 자물쇠는 열렸다. 그러나 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빗장은 바깥에 있었다.

누군가 양 문고리 사이로 굵은 쇠막대를 밀어 넣고, 끝을 담의 고리에 걸었다. 간단한 장치였다. 손으로 빼려면 문 쪽으로 반 뼘 밀어야 했고, 문 안에서는 그 반 뼘을 만들 수 없었다.

수현은 문과 담 사이의 틈을 보았다.

“지렛대가 필요합니다. 길고 단단한 것.”

“내 검은 안에 있어.” 윤초가 말했다.

도문결이 허리의 짧은 검을 뽑았다.

“이걸 쓰십시오.”

수현은 칼날을 보다가 손잡이만 받았다. 검을 칼집에 넣고 그대로 문고리 밑에 끼웠다. 날을 세우면 부러질 각도였다. 힘을 넓게 받는 칼집 쪽으로 비틀어야 했다.

“윤 표사. 제가 밀면 고리 쪽을 들어 주십시오. 손목 말고 팔꿈치로.”

“명령을 잘하는군.”

“값비싼 도구를 빌렸습니다.”

그는 체중을 실었다. 손바닥에 칼집 장식이 박혔다. 쇠막대가 조금 움직였다. 윤초가 팔을 밑으로 넣어 고리에서 끝을 들어 올렸다.

불과 몇 호흡.

수현에게는 낫 백 자루를 두드리는 시간 같았다.

쇠막대가 돌바닥에 떨어졌다.

문을 당기자 연기가 먼저 쏟아졌다. 윤초가 들어가려는 걸 수현이 잡았다. 마당의 물에 헝겊 둘을 적셔 하나를 건넸다.

“앞이 안 보이면 바로 나옵니다. 종이는 두고 사람부터.”

윤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허리를 낮췄다. 바닥 가까이에도 매운 기운이 있었으나 위쪽보다는 숨을 쉴 만했다. 수현은 아까 본 서가 위치를 떠올렸다. 문에서 열 걸음, 왼쪽 칸.

그는 벽을 짚고 움직였다.

노인은 세 번째 서가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종이 묶음이 다리 위로 흩어져 있었다. 윤초가 왼팔을 노인의 겨드랑이 밑으로 넣었다.

수현은 반대쪽을 들었다.

무거웠다.

사람을 구한다는 말은 쉽게 했는데 사람 하나를 옮기는 일은 모루를 옮길 때보다 어려웠다. 노인의 발이 바닥을 긁었다. 수현은 자기 발끝으로 종이를 밀어내며 뒤로 걸었다.

그때 노인이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

“밑에…….”

“밖에서 말씀하세요.”

“내 다리 밑에.”

수현은 보지 않았다. 노인을 문턱 밖으로 끌어낸 뒤에야 손을 놓았다. 밖에는 물통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린이 노인을 담 아래 앉히고 젖은 천을 받아 얼굴을 닦았다.

윤초가 기침했다. 붕대 위에 검은 자국이 번졌다.

“다시 들어가지 마.”

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불길은 안쪽 서가 하나에서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다. 물을 나르는 이들이 문에 붙었지만 창고 안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노인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검사표. 내가 빼놨어. 나무함 밑.”

서린이 얼굴을 들었다.

“어느 나무함입니까?”

“문 가까운…… 큰 궤. 젖을까 봐.”

문 가까이에 궤짝이 있었다. 아까 감정품 함을 올려 두었던 받침이었다. 그 위의 검 함은 서린이 이미 마당으로 옮긴 뒤였다.

수현은 헝겊을 다시 적셨다.

이번에는 안쪽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그 사실을 입으로 확인했다. 문에서 세 걸음, 궤 아래, 돌아서 세 걸음. 불길이 통로에 닿으면 포기한다.

윤초가 그의 옷자락에 밧줄을 묶었다.

“네가 기침 안 하면 더 무서우니까, 안에서라도 소리 내.”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갔다.

궤짝 아래는 손이 들어갈 만큼 떠 있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팔을 뻗었다. 손가락에 종이 가장자리가 닿았다. 묶은 끈까지 잡으려면 어깨가 더 들어가야 했다.

머리 위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감아도 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종이를 끌어내는 순간 손바닥이 거친 나무 조각에 긁혔다. 아팠지만 끈을 놓치지는 않았다. 몸을 뒤로 빼자 허리의 밧줄이 팽팽해졌다.

윤초가 당기고 있었다.

수현은 종이를 가슴에 끼고 문턱을 굴러 나왔다. 조일이 물을 끼얹었다. 코와 입으로 물이 함께 들어와 수현은 한참 기침했다.

“불 끄려고 뿌린 거야, 날 끄려고 뿌린 거야?”

“둘 다요.”

조일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수현은 종이 묶음을 서린에게 내밀었다.

“어느 게 원본인지는 모릅니다. 안에서 읽지는 않았습니다.”

“말은 나중에 하십시오.”

그녀는 종이를 받되 곧바로 펼치지 않았다. 구조된 노인에게서 받은 경위, 수현이 꺼낸 위치를 먼저 적었다. 젖은 종이를 함부로 당기면 글씨까지 찢길 수 있었다.

나루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을 날랐다. 수현과 윤초는 더 들어가지 않았다. 천장 일부가 내려앉았고, 안쪽의 종이 서가는 끝내 검게 무너졌다.

검 두 파편은 마당에 있었다.

비교 시편도 있었다.

서린이 옮겨 놓지 않았더라면, 오늘 감정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을 터였다.

수현이 도문결을 찾았다.

상단 책임자는 마당 반대편에서 관아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가 내준 칼집에는 깊은 눌림이 생겼다. 윤초가 그것을 들고 있었다.

“저 사람도 불 낸 쪽이 아닌가?” 그녀가 낮게 말했다.

“모릅니다.”

“그 대답을 오늘 몇 번이나 듣는지 알아?”

“여기서 맞는 대답은 아직 그거뿐입니다.”

수현은 손바닥을 보았다. 상처가 길게 났다. 오늘 정밀 감정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손끝의 미세한 떨림과 통증을 구분하지 못할 터였다.

그때 마당 밖에서 소란이 났다.

젊은 짐꾼 하나가 담을 넘어 달아나려다 나루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한쪽 신발에 검은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다. 도문결과 함께 온 두 짐꾼 중 하나였다.

윤초가 일어섰다.

서린이 먼저 길을 막았다.

“관아에 넘깁니다.”

“물어볼 말이 있어.”

“그분도 있습니다.”

짐꾼은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불을 보자 피하려던 것뿐이라고 했다. 신발의 기름은 화물 운반 중 묻었다고 했다.

수현은 발자국을 보았다.

마당 흙바닥에 검은 흔적이 찍혀 있었다. 담 아래에서 시작해 창고 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는 자국. 누가 남긴 것인지, 서로 다른 자국이 섞였는지는 아직 몰랐다.

“밟지 마십시오.”

그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길에 빈 물통을 놓았다.

“이 줄은 남겨 주십시오. 문고리의 막대도 손대지 마시고요.”

곽두라는 나루 책임자가 물통을 하나 더 놓았다. 얼굴은 몰랐지만 수현의 가게에서 부러진 갈고리를 고친 적 있다고 했다.

“사람 둘 세워 둘까?”

“얼마나 듭니까?”

“밤배 짐 옮기는 게 늦어져. 그건 우리끼리 정할 일이고. 관아 올 때까진 서 있지.”

수현은 고개를 숙였다. 공짜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고마웠다.

붙잡힌 짐꾼이 관아 사람 손에 넘어가자 도문결이 다가왔다. 그는 윤초에게 칼집을 받았다. 눌린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지만 수리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상단 사람이라면 상단이 책임지겠습니다.”

서린이 답했다.

“소속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오늘 받은 지시도요.”

도문결의 손이 멎었다.

“제가 불을 내라고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시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수현은 그 말투를 기억해 두기로 했다. 분노와 단정 사이에 좁은 길이 있었다. 서린은 그 길로 걷고 있었다.

노인을 옮기기 전, 서린은 그가 궤짝 아래로 종이를 옮긴 때를 다시 물었다. 노인은 아침 해가 창턱에 닿기 전이라고 했다. 안쪽 선반에서 검사표를 찾던 남자가 종이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자기가 주워 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남자가 누구였습니까?”

“등을 봤소. 얼굴은 못 봤어.”

“옷이나 목소리는요?”

“회색이었나. 아니, 연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하는지도 모르지.”

서린은 더 묻지 않았다. 이름 하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에서 얻지 않았다. 수현은 노인에게 물을 내밀었다. 그는 손 떨림 때문에 그릇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수현이 바닥에 물잔을 내려놓고 기다리자, 노인은 두 손으로 감싸 천천히 마셨다.

감정은 합의회 앞방으로 옮겨졌다.

창고가 불탔다는 이유로 모든 증거를 한곳에 몰아넣지는 않았다. 검 함은 원래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별도 방에 뒀다. 젖은 종이는 마른 헝겊 위에 한 장씩 펼쳤다. 수현은 붓 대신 왼손으로 종이 모서리를 눌렀다.

윤초는 관아 출석을 미룰 수 없었다.

그녀가 일어서자 조일이 물었다.

“돌아오실 수 있어요?”

“내가 정하는 건 아니지.”

그 말이 조일을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수현은 자기 장부를 폈다. 윤초가 준 은전에서 오늘 쓴 헝겊과 끈값을 적었다. 불 속에 들어간 값을 적지는 않았다.

“아직 선금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끝날 때까지 의뢰는 계속됩니다.”

윤초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숨긴 게 있어도?”

“있으면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녀는 잠깐 입술을 눌렀다.

“운반 계약. 내가 서명했어. 짐을 열어 보는 사람이 있으면 막는 조건으로. 죽은 짐꾼도 알고 있었어.”

수현은 붓을 서린에게 건넸다.

도와 달라고 맡긴 검의 주인이 자기에게 불리한 말을 했다. 늦었지만, 그 말이 처음으로 검 옆에 놓일 수 있었다.

윤초는 관아 사람과 나갔다. 수현은 문이 닫힐 때까지 보았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일과 약속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그녀가 돌아온다고 말해 주지는 못해도, 남은 검을 아무에게나 넘기지 않겠다는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는 감정품 목록을 다시 확인했다.

해가 기울 무렵 종이가 펼쳐졌다. 대부분 가장자리가 젖었지만 안쪽 글자는 읽을 수 있었다. 제칠차 납품 검사표. 품목 열 자루. 검사 완료. 전량 합격.

수현은 자기 장부를 옆에 놓았다.

합격 여덟, 불합격 둘.

서로 다른 숫자였다.

서린이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검사자의 서명 옆에 인장이 선명했다. 백진석. 숙부의 도장과 같은 짧은 획이었다.

“이날은…….”

수현이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검사표에 적힌 날은 숙부 장례를 치르고 열이틀이 지난 날이었다.

죽은 사람은 검을 검사할 수 없었다.

서린이 종이 뒷면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젖은 먹이 비친 자리에 작은 접수 문장이 나타났다. 검사인 확인 대행.

그 아래에는 수현이 아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수현.

조일이 숨을 들이켰다.

수현은 자기 이름을 한참 보았다. 글씨는 낯설었지만 이름은 분명 자기 것이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제 장부도 봉인해 주십시오.”

3화 끝

현재 3화까지 공개했어요. 이후 공개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