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15세 이용가 1화

깨진 쪽이 말한다

본문 5,392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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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부러졌는데 손님은 웃었다.

백수현은 그 웃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은 검이 부러져도 웃는 사람은 대개 수리비를 내지 않았다.

“붙이면 얼마나 들지?”

젊은 여자가 긴 쪽과 짧은 쪽을 모루 위에 놓았다. 긴 쪽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짧은 쪽은 손가락 두 마디쯤 됐다. 둘을 맞추면 칼날 하나가 될 터였다.

“어디에 쓰실 겁니까?”

“다시 쓰려고.”

“장식이면 붙입니다. 사람 막는 데 쓸 거면 안 붙입니다.”

여자의 웃음이 사라졌다.

“돈이 문제가 아니란 소린가.”

“돈은 늘 문제입니다. 다만 목숨은 외상으로 못 받아서요.”

수현은 숯불 위의 주전자를 내렸다. 오늘 들어온 손님은 셋. 낫을 찾아간 농부, 못을 빌리러 온 목수, 그리고 이 여자였다. 장부에 적힌 수입은 동전 여섯 닢이었다.

뒤쪽에서 조일이 쌀독 뚜껑을 일부러 크게 닫았다.

“외상은 안 된다고 쓰셨으면 입구에 걸어 두세요. 손님 올 때마다 말로 하면 기운만 들어요.”

“글씨를 모르는 손님도 있지.”

“쌀독 바닥은 누구나 알아보는데.”

여자는 그 말을 듣고 품에서 은전 하나를 꺼냈다. 돈을 놓는 왼손은 멀쩡했다. 오른손은 소매에 감춘 채였다. 소맷단 아래로 붕대가 조금 보였다.

은전 한 냥이면 밀린 숯값을 내고 쌀도 살 수 있었다.

수현은 은전을 집지 않았다.

“너무 많습니다.”

“검값이 아니야. 내일 정오까지 이 검을 봐 주는 값이지.”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여자의 시선이 문으로 움직였다. 소리는 수리점 앞을 지나 나루 쪽으로 멀어졌다.

수현은 집게를 내려놓았다.

“누구십니까?”

“칠목표국 윤초.”

조일이 뚜껑을 놓쳤다.

나무 뚜껑이 바닥을 두 번 튀었다. 사흘 전 버들나루의 짐꾼이 죽었다. 함께 있던 표사가 달아났고, 관아는 그 표사의 이름을 성문에 붙였다. 조일이 아침에 읽어 준 이름이었다.

윤초.

수현은 문을 닫지 않았다. 문을 닫으면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공범처럼 보일 터였다.

“관아에 가셔야겠습니다.”

“가면 이 검은 녹여질 거야.”

“그건 손님 생각이고요.”

“검을 가져오라는 건 관아가 아니었어. 장명상단이었지. 관아로 가는 동안 맡아 두겠다고 했어.”

장명상단.

수리점 숯값을 대납해 주겠다며 반년짜리 독점 수리 계약을 내밀었던 곳이다. 수현은 계약을 거절했고, 그 뒤로 표국의 수리 의뢰가 끊겼다. 그렇다고 상단 이름만으로 여자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죽은 사람을 베었습니까?”

윤초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칼을 겨눴어. 그 사람을 향해선 아니었지만.”

“누구에게요?”

“얼굴 가린 자. 나루 창고에서 짐을 빼고 있었어. 검이 한 번 맞부딪쳤고 내 검이 부러졌지. 정신을 차렸을 땐 짐꾼이 쓰러져 있었어.”

“그걸 본 사람은?”

“달아났어.”

수현은 모루의 검을 보았다. 날은 싸구려가 아니었다. 손잡이의 가죽은 오른손 엄지가 닿는 곳만 유난히 닳아 있었다. 자주 연습한 사람의 검이었다.

그는 두꺼운 헝겊을 깔고 파편 둘을 옮겼다.

“제가 볼 수 있는 건 쇠뿐입니다. 그날 누가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그것만 봐 줘.”

수현은 먼저 작은 솔로 먼지를 걷었다. 피처럼 보이는 검붉은 얼룩은 긁지 않았다. 얼룩이 무엇인지 자기는 판단할 수 없었다. 향로도 끄라고 했다. 연기가 파단면을 더럽힐 수 있었다.

조일이 창을 열었다.

수현은 손가락을 검의 넓은 면에 댔다.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힘을 아주 조금 흘렸다.

쇠가 울었다.

귀로 들은 소리는 아니었다. 손톱 아래쪽에 가느다란 실이 걸리는 감각. 건강한 쇠에서는 매끈하게 이어지는 울림이 이 검에서는 세 군데서 끊겼다.

첫 번째는 부러진 자리였다.

두 번째는 칼등 가까이 난 눈에 안 보이는 금.

세 번째는 손잡이에 묻힌 뿌리 쪽이었다.

수현이 손을 뗐다.

“막 갈았습니까?”

“사건 이틀 전. 표국에서 일괄 정비했어.”

수현은 빛을 비스듬히 받게 검을 들었다. 긴 파편의 깨진 면은 두 색이었다. 한쪽은 반짝였고 다른 한쪽은 숯가루를 얇게 문지른 듯 흐렸다.

방금 부러진 쇠가 한꺼번에 저렇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망가뜨렸다는 건가?”

“아직 모릅니다. 잘못 만든 걸 수도 있습니다.”

“차이가 있나?”

“배상받을 사람과 잡아야 할 사람이 달라집니다.”

수현은 흰 종이에 파단면 모양을 그렸다. 오래 노출됐다고 의심되는 부분에는 빗금을 넣었다. 종이 아래에는 의심이라고 적었다.

윤초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검이 먼저 망가져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이것 하나로는 어렵습니다. 같은 곳에서 만든 다른 검이 있으면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럼 표국으로 가자.”

“성문에 이름 붙은 분과 표국으로요?”

윤초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자신이 물러설 길을 모두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조일이 여자 앞에 물잔을 놓았다. 은전을 보고 놓은 건지, 손 떨림을 보고 놓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표국에 안 가도 같은 검이 있지 않아요?”

수현이 돌아보았다.

“상단 검사 끝난 검은 합의회가 시편 하나씩 보관하잖아요. 숙부님 계실 때 형이 가져다줬고.”

맞았다.

장명상단은 거래 보증을 위해 매번 검 한 자루를 합의회에 맡겼다. 그 자루를 멀쩡하게 만들어 보냈다면 비교해도 소용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규격인지 확인할 수는 있었다.

“서린 서기가 아직 거기 있나?”

“지난달에도 장부 읽어 달라던데요.”

수현은 가게 문 쪽을 보았다. 오후 햇빛이 문턱을 반쯤 넘고 있었다. 지금 보내면 합의회 문이 닫히기 전에 닿을 수 있었다.

그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감정 입회 요청. 검 두 파편. 의뢰인 윤초. 추정 사실과 소유 경위 미확인.’

조일이 어깨 너머로 읽었다.

“이름까지 쓰면 바로 잡으러 오겠는데요.”

“잡는 건 관아가 판단할 일이고, 검을 없애지 못하게 하는 건 우리가 할 수 있지.”

윤초가 은전을 밀었다.

“내 이름은 빼.”

수현은 붓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못 맡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모루가 놓여 있었다.

윤초의 왼손이 은전을 덮었다. 손등 힘줄이 섰다. 수현은 여자의 오른손이 얼마나 다쳤는지 몰랐다. 만약 왼손으로도 자기 목을 꺾을 수 있다면, 은전 한 냥은 형편없는 장사였다.

그러나 윤초는 손을 거두었다.

“붙여 보내.”

조일이 쪽지를 받아 들었다. 수현은 뒤문이 아니라 앞문으로 나가라고 했다. 숨기는 일을 한 가지 줄여 두고 싶었다.

윤초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나?”

“모릅니다.”

“내 검은 믿으면서?”

“검도 다 믿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손댔으니까요.”

처음으로 윤초가 제대로 웃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수현은 깨진 면을 만지지 않도록 파편 사이에 작은 나무토막을 끼웠다. 막 붙인 자국이 없는지 손잡이도 살폈다. 검 뿌리에 작게 새겨진 납품 글자가 보였다. 장명의 장 자 아래 점 셋.

그 점이 낯익었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자기가 수리한 검에서 본 건 아니었다. 눈앞의 손님을 내버려 두고 기억을 좇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다.

“검을 마지막으로 닦은 건 언제입니까?”

“사건 전날 밤.”

“기름은?”

“표국에서 나눠 준 것.”

수현은 대답을 전부 적었다. 윤초는 같은 질문을 두 번 받자 얼굴을 찡그렸지만 말은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 운반한 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서 시선을 내렸다.

“봉인 짐이야. 열지 않는 조건이었어.”

“짐 주인은요?”

“그건 검하고 관계없잖아.”

수현은 붓끝을 종이에서 들었다.

의뢰인은 자기에게 필요한 사실만 말했다. 늘 있는 일이었다. 금이 난 솥을 들고 와 떨어뜨린 적 없다고 하는 손님처럼. 다만 이번에는 빠진 말 하나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미확인으로 남깁니다.”

밖에서 걸음 둘이 멎었다.

수현은 고개를 들었다. 조일이 돌아왔고, 그 뒤에 회색 겉옷을 입은 함서린이 서 있었다. 서린은 문턱을 넘기 전에 안쪽을 한 번 둘러보았다.

“칼을 내려놓으십시오.”

윤초는 빈 허리춤을 보였다.

“없어.”

“백 수리공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수현은 손의 검을 헝겊 위에 놓았다.

서린이 들고 온 나무함에는 붉은 봉랍과 끈, 순서가 찍힌 봉인지가 있었다. 그녀는 먼저 윤초의 이름과 의뢰 경위를 확인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둔 채로 앉았다.

“관아에 소재를 알리겠습니다. 출석을 미루겠다는 판단을 제가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압류 전 감정품 보존 요청은 접수할 수 있습니다.”

윤초의 표정이 굳어졌다.

서린은 말을 이었다.

“상단에 맡기는 것과는 다릅니다. 두 파편 모두 목록에 적고, 백 수리공과 의뢰인 앞에서 봉인합니다. 내일 아침 회랑 창고에서 비교 시편과 대조하십시오.”

“검을 여기 두면 안 됩니까?” 수현이 물었다.

“원본을 없애지 않게 해 달라고 쓰셨지요. 그 원본을 계속 개인 가게에 두면 제가 무엇을 보증합니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수현은 자기가 그린 파단면 그림을 건넸다. 서린은 ‘의심’이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옆에 접수 시각을 적었다.

파편 둘이 나무함에 들어갔다. 끈 두 줄이 묶였다. 서린은 봉랍 위에 자기 인장을 찍고 수현에게도 인장을 찍어 달라고 했다.

수현은 서랍에서 작은 구리 도장을 꺼냈다. 수리점 이름이 새겨진 지금 도장이었다.

수현은 그걸 찍는 손이 무거웠다. 다음 달 숯값이 아니라, 오늘 한 말 전부에 값을 붙이는 기분이었다.

서린은 조일과 함께 먼저 관아 연락소로 향했다. 윤초는 동행하기로 했다. 수현은 내일 아침 출석해 감정 경위를 진술해야 했다.

여자가 문턱 앞에서 돌아보았다.

“살인한 검이 아니라고만 말해 주면 됐어.”

“제가 모르는 말은 못 합니다.”

“알아. 그래서 맡겼겠지.”

윤초가 나가고 가게가 조용해졌다. 은전은 모루 옆에 남아 있었다. 수현은 그것을 장부 사이에 넣고 선금이라고 적었다. 감정이 끝나면 실제 품삯을 제할 생각이었다.

이제 불을 꺼야 했다.

숯을 정리하려 모루 밑을 들여다본 순간, 낡은 쇠자 하나가 눈에 걸렸다. 숙부가 생전에 검사에 쓰던 자였다. 이사할 때 구석에 밀어 넣고 잊었던 물건.

수현은 쇠자를 꺼내 먼지를 털었다.

점 셋.

손잡이 쪽에 똑같은 납품 표식이 있었다.

그의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손끝을 쇠자에 댔다. 오늘 두 번째 결청이었다.

울림이 중간에서 끊겼다.

윤초의 검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자리, 같은 폭의 침묵이었다.

쇠자에 금이 갔다면 길이부터 달라진다. 숙부는 왜 버리지 않았을까. 수현은 검의 모양을 그린 종이 사본을 꺼내 쇠자 옆에 놓았다. 종이에 그은 빗금과 쇠자의 어두운 띠가 나란해졌다.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쇠라고 적어서는 안 됐다. 그는 새 종이에 비교 필요라고 쓰고, 쇠자를 천으로 감쌌다.

수현은 쇠자를 등불 가까이 들었다. 뒷면에 숙부의 글씨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장명 제칠차. 검사 불합격.’

그 아래 다른 누군가가 줄을 그어 글씨를 지웠다.

그리고 지운 자리 옆에 수현의 수리점 인장이 찍혀 있었다.

1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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