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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전체 이용가 93화

나란히 앉는 각도

본문 5,135자 ·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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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유리는 자기 비용과 몸에 맞춘 실제 이동으로 백일흔아홉째 로델에 도착해 독립된 숙소에서 쉬었어요.

도착 알림을 주고받은 뒤 현재 길과 쉬는 자리를 확인하고, 백여든하루째 오후 세온과 만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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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온은 종이보다 먼저 유리를 봤다.

백여든하루째 오후, 정한 공개 만남 자리에서 그녀가 가방의 그림을 꺼내려 하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유리는 잠깐 멈췄다. 편지로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정작 자기가 와 있다는 사실을 맨 뒤에 놓을 뻔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그녀가 물었다. 세온은 방금 왔다고 답했다. 그 대답 뒤에는 익숙한 짧은 침묵이 있었다. 유리는 그 사이에 다음 질문을 밀어 넣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정말 반갑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가방의 단추를 다시 닫았다.

오늘 만남은 그의 정한 일이 끝난 뒤 개인 시간이었다. 유리도 오늘의 당사자 설명을 오전에 따로 받았다. 첫 사용과 별도 두 시간 사용의 현재 상태는 그 창구에 남았다. 둘이 만나 웃는다고 물건의 반환이나 판정이 여기 식탁으로 옮겨 오지는 않았다.

세온이 지금 걷고 싶은지 물었다. 유리는 짧게 걷고 앉고 싶다고 답했다. 오른손은 여전히 오래 쓰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현재 열린 길을 설명했다. 손을 보여 달라고 하거나 낫지 않은 이유를 대신 찾으려 하지 않았다.

길의 처음은 그녀가 기억하는 쪽과 달랐다. 예전에는 수문으로 갈 때 보지 않던 낮은 담을 끼고 걸었다. 세온은 현재 통행이 가능한 방향을 골랐다고 했다. 유리는 그가 아는 길을 자기 기억에 맞춰 바꾸지 않고 따라 걸었다.

걸음은 느렸다. 그가 자꾸 뒤를 돌아보자 유리는 옆으로 한 걸음 가까이 갔다. 뒤에서 따라오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세온은 잠깐 멈춰 자기 보폭을 줄였다. 둘이 나란히 서자 담의 낮은 틈으로 같은 물이 보였다.

“이쪽이면 저도 같이 보이겠네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이 그녀를 봤다. 그는 물만 보며 걸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유리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들었다. 편지에서 읽던 말과 같은 뜻인데 실제 목소리로 들으니 발끝까지 닿는 시간이 달랐다.

그녀는 왼손을 조금 폈다. 손을 잡아도 되는지 물었다. 세온은 좋다고 답하고 그녀가 내민 손을 받았다. 오른손을 반대로 감춰야 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유리는 불편한 쪽을 편히 두고 손을 잡은 쪽으로 자기 속도를 전할 수 있었다.

통로가 좁아지는 곳에서는 먼저 손을 놓았다. 앞에서 오는 사람이 지나간 뒤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세온이 손을 내밀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봤다. 유리는 이번에도 좋다고 답했다. 아까의 동의가 길 전체를 묶는 매듭이 되지 않았다.

의자는 편지에서 상상한 것보다 낮았다. 물을 비스듬히 보는 방향이라는 말은 맞았다. 세온이 어느 쪽에 앉고 싶은지 묻자 유리는 바람이 덜 닿는 쪽을 골랐다. 그는 남은 쪽에 앉았다. 같은 풍경을 보려고 같은 자리를 다툴 필요는 없었다.

앉자마자 손을 놓고 가방을 자기 무릎에 뒀다. 오른손을 오래 쥐지 않으니 편했다. 세온은 같이 앉아 있을 때도 사람 쪽을 본다는 편지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그래서 오늘 어디를 보시는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그가 웃으며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리는 크게 웃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기 기대를 너무 쉽게 맞혀 준 것 같아 부끄러웠다. 세온은 그것이 오늘 내내 한쪽만 보겠다는 약속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면 목이 아플 거라고 답했다. 둘은 나란히 물을 봤다.

가까운 물 위에는 잎 두 장이 돌고 있었다. 어느 것이 먼저 지나갈지 정하지 않은 채 둘 다 잠깐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유리는 그것에 계약의 비유를 붙이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물 위에서 도는 잎이었다. 세온의 소매가 자기 소매에 가볍게 닿았다.

그녀가 작업대 그림을 꺼냈다. 두 줄 지운 자리를 가리키며 실제 의자에서는 무릎이 서랍에 걸렸다고 말했다. 세온은 종이를 돌려 봐도 되는지 물었다. 유리는 좋다고 답했다. 종이 위의 미래가 그의 무릎 가까이로 갔다.

그는 높이를 새로 그리겠다고 하지 않았다. 여기 앉는 사람은 일을 할 때 어느 손이 편하냐고 물었다. 유리는 현재 왼손이 편하고 오른손은 오래 쓰기 어렵다고 답했다. 흙을 놓을 자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싶지만 다른 작업자의 길도 남겨야 한다고 했다.

말하다가 그녀는 자기 목소리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영주 대행의 조언을 듣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잘 설명하고 싶었다. 유리는 잠깐 숨을 고르고 모르는 부분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세온은 문 앞 의자를 조금 멀리 두면 어떠냐고 물었다. 유리는 처음에는 그렇겠다고 답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거기는 다른 작업자가 지나갈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를 다시 보고 자기가 앉을 자리부터 봤다고 답했다. 유리는 그 정정이 빨라서 좋았다.

그녀도 자기 그림의 한쪽을 가리켰다. 종자를 놓을 곳을 창 가까이 두고 싶지만 그러면 오래 서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기에게 맞는 답도 고르지 못한 문제였다. 세온은 둘이 여기서 오늘 다 정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유리는 아니라고 답하고 웃었다.

함께 보는 사람이 생겼다고 모든 줄을 바로 완성할 의무는 없었다. 그녀는 종이를 돌려 자기 쪽에서 다시 봤다. 두 사람이 같은 그림을 보면서 다른 자리를 먼저 찾았다. 그 차이를 지운다면 함께 일한다는 말도 자기 상상 하나를 두 번 읽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유리는 그림을 보여 준 뒤에도 자기 것으로 남는다는 감각이 좋았다. 세온이 곁에 앉았다고 작업대의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자리가 없는 그림도 아니었다. 아직 그리지 않은 선 옆으로 오늘의 질문이 놓였다. 그녀는 다음에도 같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온은 지운 자리가 좋다고 했다. 유리가 이유를 묻자 실제로 앉아 본 흔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예쁘다고 해 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쁜 것도 맞지만 지금 그 종이를 자기가 제대로 읽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유리는 손끝에 힘을 주지 않고 종이를 받았다.

그녀는 망설이던 질문을 했다. 앉아서 일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면 안쓰럽지 않으냐고 물었다. 세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어지자 유리는 자기가 상대의 마음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아 입술을 눌렀다. 그래도 질문을 없던 것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불편하신 날은 걱정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앉아 계신 것만으로 슬프지는 않습니다.”

유리는 그 대답을 듣고 물을 봤다. 한 번의 말로 자기 걱정이 다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가 불편과 불행을 같은 모습으로 읽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 그 말을 듣고 싶었다고 답했다.

세온은 자기 일도 말했다. 다음 주의 정한 업무와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일, 어떤 날에는 물가에 와도 오래 앉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유리는 그가 자신을 만나려고 모든 일을 한 번에 끝냈다는 말을 듣지 않아 좋았다. 그러면서도 오늘 시간을 골라 낸 것이 기뻤다.

그녀는 그를 보고 싶어서 왔으며 지금도 조합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둘이 같은 장소에 있으면 그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세온은 오늘 산책에 그 선택을 담보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리는 그 말의 주어가 분명한 것이 좋았다.

바람이 차가워지자 세온은 더 머물지 물었다. 유리는 실내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으나 물을 더 볼 필요는 없었다. 그는 그림을 가방에 넣는 동안 기다렸다. 그녀는 자기 왼손으로 단추를 채운 뒤 일어났다.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었다. 현재 열린 방향에서 벗어나 옛 온실 쪽으로 가자는 제안은 없었다. 유리는 자기 발이 느려진 것을 느끼고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온은 속도를 맞췄다. 말할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길은 계속됐다.

실내 찻자리에서는 각자 마실 것을 골랐다. 유리는 뚜껑 있는 작은 주전자를 보고 부탁했고, 잔은 왼손 가까이에 뒀다. 세온이 작은 빵을 주문하려 하자 그녀가 웃었다. 그는 주인에게 부드러운지부터 물었다. 빵은 실제로 부드러웠고 잘라져 나왔다.

“이번에는 크기로 이겼네요.”

유리가 말하자 세온은 주인의 설명으로 이긴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둘만 알아들을 농담이었지만 가게 주인의 일을 지우는 농담이 되지는 않았다. 유리는 한 조각을 먹고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세온이 자기 잔을 잘못 잡아 손잡이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유리는 그 작은 서투름을 보며 안심하는 자신을 느꼈다. 누군가의 완벽함에 기대어 오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차가 식는 속도와 잔의 방향을 함께 고르는 오후였다.

그녀는 그림을 보여 준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세온은 보러 와 준 것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림과 사람의 순서가 다시 바뀌었다. 유리는 잠깐 그를 보다가 지금 가까이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좋다고 답하고 자기 의자를 조금 옮겼다.

그녀는 먼저 그의 손등 가까이에 왼손을 뒀다. 세온이 손을 편 뒤에야 가볍게 잡았다. 유리는 입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그렇다고 답했다. 둘은 잠깐 가까워졌고 짧은 입맞춤 뒤 서로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생각보다 많이 웃고 있었다.

오른손은 여전히 불편했다. 멈춘 시계도 그 자리에 있었고 돌아받을 계절의 경과는 남았다. 유리는 그것들이 사라진 듯한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자기 옆에 세온이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것을 모두 문밖에 세워 두지 않고도 함께 기쁠 수 있었다.

해가 낮아지자 돌아갈 시간을 골랐다. 세온이 숙소 근처의 공개 길까지 같이 걸어도 되는지 물었다. 유리는 좋다고 답했다. 그가 자기 방까지 따라와야 오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한 문 앞에서 그녀는 스스로 가방을 고쳐 메고 그의 얼굴을 봤다.

내일도 로델에 있을 것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세온은 자기 오전 일이 끝난 뒤 짧게 만날 여유가 있는지 물었다. 유리는 낮은 작업대를 파는 공개 가게를 같이 보고 싶다고 답했다. 구매나 일터를 정하자는 제안은 아니었다. 둘이 실제 의자에 앉아 보고 싶었다.

현재 열려 있는 가게의 운영 시각을 확인한 뒤 다음 날 낮을 골랐다. 그날 몸이나 일의 조건이 바뀌면 먼저 말하기로 했다. 유리는 그의 답을 듣고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손을 놓았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오늘 끝나는 시간을 없애지는 않았다.

자기 방에 돌아와 실제 도착을 개인 경로로 알렸다. 세온도 자기 쪽 귀환을 알렸다. 유리는 가방에서 그림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지운 두 줄은 그대로였다. 내일 새 줄을 꼭 그려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늘 그 종이를 두 사람이 같이 봤다는 사실이 먼저 남았다.

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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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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