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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답하지 않을 말

본문 5,401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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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늦게 일어나 자기 찻잔의 손잡이를 돌렸다.

왼쪽으로 놓인 손잡이는 잘 맞았다. 누군가 기억해 줘서 편했던 자리를 오늘은 스스로 만들었다. 스무째 날 아침, 약속한 늦은 업무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밤에 탑에서 돌아온 뒤 그녀는 보고를 더 쓰지 않고 잤다. 아침 관측과 저장실 교대는 이미 다른 사람이 맡았다. 유리는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을 확인한 뒤 다시 닫았다. 탑의 같은 어둠 속에서 기다리던 사람의 질문이 생각났다.

개인적인 말을 들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말이 무엇일지 몇 번이나 짐작했다. 짐작이 맞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직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함께 있었다. 둘 중 하나를 먼저 지워야만 오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빵을 먹고 손을 녹였다. 오른손은 전날 판을 오래 잡지 않았는데도 조금 뻐근했다. 무사히 근무를 끝냈다는 것이 완치의 이름은 아니었다. 긴 필기와 무거운 짐을 줄이는 방식은 오늘도 유지해야 했다.

방의 상자에는 미사용 볕 일곱 병과 빈 병 하나가 있었다. 처음 빌린 봄의 사용분은 가을의 반환 몫으로 남았다. 서류의 주어를 고치는 일이 진행돼도 계절이 새로 생기거나 오래된 비용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유리는 가방의 안쪽 칸을 열었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했던 미발송 편지가 손끝에 닿았다. 여섯째 날 보낸 세 질문의 답은 아직 받지 못했다. 오늘 오후에 무슨 말을 듣더라도 스승의 편지에서 정답을 찾아올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봉투를 꺼내지 않고 다시 닫았다. 예전에 자기 마음을 전부 잘못으로 적었던 사람과 오늘의 자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느 질문이 누구의 것인지는 조금 더 나눌 수 있었다.

업무는 정해진 늦은 시각에 시작했다. 전날 탑 관측에서 실제 결정과 반사 무늬를 구분한 기록을 검토했다. 등불 위치가 바뀌었던 보고에는 같은 위치에서 다시 확인할 질문을 붙였다. 관측하지 않은 다른 밤까지 모두 반사였다고 정리하지 않았다.

보관인에게 넘긴 인계는 수령 확인이 왔다. 새 교대자가 표시한 자리에 불을 놓아 봤으나 바깥 날씨와 빛이 달라 같은 무늬는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 유리는 그 답을 실패로 바꾸지 않았다. 재확인할 조건이 남았다.

리넷은 사본 대조의 빈 견본을 가져왔다. 어머니 공책의 날짜를 바로잡은 뒤 다른 기록에서도 주어와 날짜를 나눠 적고 있다고 했다. 유리는 그녀가 새로 쓴 부분을 보고 질문 하나만 했다.

“이건 본 사람이 당신이에요, 전해 들은 사람이 당신이에요?”

리넷이 웃다가 선을 고쳤다. 직접 본 것은 자기 그림이었고 탑의 추가 관측은 전해 들은 소식이었다. 견습은 성급함을 한 번에 다 고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 자기 펜이 멈춰야 할 곳을 조금 알았다.

유리는 그 표를 돌려주고 손을 쉬었다. 리넷은 더 물어보지 않고 저장실 교대에 갔다. 오늘도 은빛콩과 서늘한 선반의 두 주머니는 다른 돌봄을 받았다. 숲의 덮개와 뿌리를 보는 인력도 비어 있지 않았다.

세온은 오후 대행실에서 돌아왔다. 그는 관측 질문을 확인한 뒤 내일 예정된 출납 대장 열람 안내를 보여 줬다. 심사관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탑 보관인의 인수 확인과 함께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직 그 대장을 실제로 펼친 것은 아니었다.

유리는 최근 함 개방 확인서와 다음 열람 목록을 맞췄다. 관리 점검으로 문을 연 기록, 그 안에서 무엇을 꺼냈는지에 관한 기록, 열쇠를 누가 받았는지는 각각이었다. 나벤의 사본에서 복제 흔적을 찾았다고 그 세 줄이 한 사람의 행위로 저절로 모이지는 않았다.

세온도 목록의 질문에 서명했다. 자기 시계를 다시 맡기는 절차는 없었다. 본체를 열지 않고 고리만 고친 멈춘 시계는 여전히 그의 주머니에 있었다. 그 시간이 오늘 두 사람에게 답을 대신해 줄 물건이 아닌 것이 유리는 다행스러웠다.

일과가 끝날 때 다온이 인계 묶음을 받았다. 계약은 스물둘째 날 일몰까지였고 남은 날짜가 있었다. 유리는 오늘 맡은 범위의 종료를 확인한 뒤 펜을 가방에 넣었다. 매일 끝을 만든다고 전체 조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었다.

세온은 자료를 들고 먼저 나갔다. 유리는 그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대행실 인계를 끝내고 온 그의 손에는 서류가 없었다. 작은 찻주전자와 잔 두 개가 받침 위에 있었다.

“아직 괜찮으십니까?”

그가 물었다. 유리는 창밖의 낮은 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짧게 듣고 싶어요. 손도 좀 쉬고요.”

세온은 서문으로 가자고 하지 않았다. 찻방 뒤의 작은 방에 의자 두 개가 있었고 문은 닫지 않아도 됐다. 유리는 그 자리를 골랐다. 추운 밖에 오래 서 있는 것으로 진심을 더 크게 들을 필요는 없었다.

다온은 탁자를 닦아 주고 자기 일을 하러 갔다. 특별히 웃거나 눈짓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 평범함이 고마웠다. 아직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축하부터 받아야 하는 자리는 원하지 않았다.

세온은 잔을 놓고 손잡이를 돌리기 전에 물었다. 유리는 오늘도 왼쪽이라고 답했다. 그녀가 직접 잔을 들어 마신 뒤 그도 자기 차를 마셨다. 말이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이 다 같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어제 탑에서 바로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다음 교대와 돌아갈 길을 같이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당신이 지금은 듣기 싫다고 해도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자리에서 부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리는 잔을 내려놨다. 그 말이 고마워서 다음 대답까지 빨리 내고 싶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마움과 자기 마음은 같은 속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놓고 기다렸다.

세온도 숨을 한 번 골랐다. 시곗줄이나 계약서의 모서리를 만지지 않았다.

“일이 끝난 뒤에도 당신과 함께 있을 시간을 원합니다. 관측이 필요해서 부르는 시간이 아니라, 같이 차를 마시거나 걷고 싶어서 묻는 시간입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다. 유리는 그 문장이 부탁으로 끝날 때까지 듣고 있었다.

“좋아합니다. 당신이 로델에서 일해 줘서 고맙다는 뜻과 따로요.”

찻방 부엌에서 그릇 쌓는 소리가 났다. 유리는 그 작은 소리를 들었다. 말이 바뀌었다고 방 안의 모든 것이 멈추지는 않았다. 차는 여전히 따뜻했고 자기 오른손은 조금 뻐근했다.

그녀는 그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처음의 온실과 다음 조사, 오늘의 관측에도 필요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필요라는 말로 남겨 두지 않은 마음이 탁자 위에 놓였다.

유리는 시선을 들었다. 세온이 대답을 기다리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무언가를 돌려줘야 할 것처럼 느꼈다. 그 습관은 혼자 알아차려야 했다.

“지금은 답하지 않을게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했다. 세온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조사가 끝난 뒤에 제 마음을 제 말로 정하고 싶어요. 우리가 확인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요. 제 보수와 일의 결과가 당신의 마음에 대한 대답처럼 들리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유리는 한 번 말을 멈췄다. 조사와 마음이 완전히 서로 모르는 것이 될 수는 없었다. 그를 아끼는 마음 때문에 더 묻기 어려웠던 날도 있었고, 어려운 질문을 함께 견뎌서 더 가까워진 날도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까지 없는 척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천천히 답하고 싶어요.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지금 받아 두려는 말도 아니에요.”

세온은 잔의 가장자리를 보았다. 바로 괜찮다고 웃지 않았다. 유리는 그가 무슨 표정을 해야 한다고 정해 주지 않고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오늘 말한 것이 당신에게 맡길 새 의무가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가 답했다. 긴 침묵 뒤 덧붙였다.

“제 마음이 그렇다는 것은 제가 알고 있겠습니다.”

유리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건네받았다고 지금부터 대신 보관하고 매일 확인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들은 말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잊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찻잔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식었다. 세온도 자기 잔을 들어 마셨다. 앞선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새 질문을 넣지 않았다.

“내일 자료에 불리한 것이 나오면, 저는 그대로 설명할 거예요.”

유리가 말했다. 이미 여러 번 합의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 새로 생긴 말 옆에서도 그대로인지 자기 입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세온이 답했다. 그는 자기 명령이 없는 자리에서도 같은 부탁을 했다. 유리는 그것을 마음에 대한 좋은 답으로 받아 적지 않았다. 내일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창문 밖에서는 아이들이 낮에 만든 눈 담을 허물고 있었다. 문을 너무 좁게 내 짐이 안 들어간다는 소리가 났다. 유리는 그쪽을 봤다. 세온도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다시 만드는 날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짧게 웃었다. 말의 큰 뜻을 붙이지 않는 웃음이었다. 아이들이 통로를 넓히고 눈덩이를 옆에 쌓는 동안 두 사람은 잠깐 같은 곳을 봤다.

유리는 지금 돌아가 쉬겠다고 말했다. 세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치웠다. 그녀의 가방을 들지 않았고, 방까지 같이 걸을지도 먼저 묻지 않았다. 갈림길까지는 같은 길이어서 나란히 걸었다.

바닥의 젖은 자국을 피할 때 유리가 한 발 옆으로 갔다. 세온도 길을 조금 비켰다.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넓어졌다가 다음 마른 판 위에서 다시 비슷해졌다. 손을 잡거나 답을 미리 보여 주는 몸짓은 없었다.

방 앞에서 유리는 외투의 단추를 풀었다. 탑에서 빌린 겉옷은 내일 정해진 반납처에 돌려줄 물건이었다. 세온의 마음을 받았으니 가져도 된다는 선물로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마른 옷걸이에 걸고 방 열쇠를 쥐었다.

“말해 주셔서 고마워요.”

유리가 말했다. 세온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그 뒤에 다른 답을 덧붙이지 않았다. 문을 닫은 뒤에도 숨이 조금 빨랐다.

유리는 의자에 앉아 손을 따뜻한 천으로 감쌌다. 등불 아래 가방의 편지 두께가 보였다. 스승에게 남을 조건을 묻던 날의 자신에게 오늘 이야기를 해 준다면, 아마 또 세 가지 질문이 돌아올 것 같았다.

그녀는 질문을 적지 않았다. 오늘은 자기 마음을 반드시 문서로 만들어야 할 밤이 아니었다. 잠들기 전 해야 할 일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다.

문밖에서 다온이 낮게 불렀다. 북부 출장소의 마지막 전달편이 왔다고 했다. 유리는 오늘 새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안내의 기한만 확인하겠다고 했다.

내일 출납 대장 대조에 보관인도 참석한다는 확정 안내였다. 열쇠 인수 확인과 함 개방 기록을 함께 읽어야 하며, 사본 목록에 없던 인수 쪽지가 한 장 더 붙는다고 했다. 서명자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차례였다.

유리는 내일 받을 질문을 가방 맨 앞에 넣었다. 오늘 들은 마음은 그 봉투에 넣지 않았다. 답을 미룬 채로도 내일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했다.

등불을 끄기 전 전달지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보관함을 연 사람과 열쇠를 돌려준 사람의 기록을 따로 대조할 것.

28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