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본의 같은 서명은 빛을 겹치자 어긋났다.
유리는 투명한 대조판을 받침에 놓았다. 자기 손으로 계속 들지 않고 기록 담당이 모서리를 맞췄다. 나벤이 제출한 종이에서는 이름의 끝이 조금 위로 올라가 있었다. 글씨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름 둘레의 여백이 달랐다.
열여덟째 날 오전, 정식 조사 뒤 첫 대조였다. 유리는 아침에 수정된 닷새 노동 계약에 서명하고 첫날 선지급을 받았다. 야간 한 교대와 다음 날 늦은 시작, 별도 기록 노동의 값까지 읽었다. 그 뒤 정해진 수레를 타고 출장소에 왔다.
오늘 탁자에는 나벤의 보관 사본과 다온이 제출한 사본이 따로 놓였다. 둘 다 옛 계약 전체의 원본은 아니었다. 대표 확인지의 일부를 포함한 관련 사본이었다. 심사관은 어느 쪽이 먼저라고 제목에 쓰지 않았다.
“이 문장을 제 쪽에서 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나벤이 말했다. 그는 어제 답한 대로 자기 사본에는 신청인이 인용한 줄이 없다고 했다. 유리는 그렇다면 어디에서 차이가 생겼는지 보자고 답했다. 그 말이 곧 그의 결백을 인정한 것도, 은폐를 입증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잘림처럼 보였다. 다온의 사본에는 창고 사용 조건의 참조 문장이 있었고 나벤의 것에는 제목과 서명 부분이 가까이 붙었다. 종이 아래가 잘려 나갔다면 설명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가운데의 짧은 가로선이 두 번 찍혀 있었다.
유리는 판을 조금 옮겨 달라고 했다. 오른손으로 가리키는 대신 위치를 불렀다. 선의 굵기가 바뀌는 자리에서 서명 아래의 얼룩도 한 번 끊겼다가 같은 모양으로 다시 나타났다.
심사관이 확대 대조를 맡은 기록 담당에게 같은 자리를 확인하도록 했다. 유리의 눈에만 보이는 서리가 아니었다. 마른 종이에 복제된 검은 자국이었다. 옆에서 보던 리넷도 그 줄을 찾았다.
“둘을 이어 붙여 놓은 거예요?”
그녀가 물었다. 담당자는 현재 보이는 흔적만 설명했다. 한 번에 같은 면을 복사한 모습과 다르며, 다른 위치의 부분을 모아 다시 복제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느 사람이 언제 했는지는 이 사본만으로 정할 수 없었다.
유리는 원본 접합과 복제 단계의 편집을 나눠 적어 달라고 했다. 지금 종이 자체의 뒷면에 풀 자국이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이전 단계에서 붙은 경계가 복사되어 남았을 수 있었다. 원래 서명자가 본 문장은 여전히 대조해야 했다.
나벤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가 다시 앉았다.
“이 사본은 당시 중개 자료철에서 인수한 것입니다. 제가 직접 복제했다고 말씀드린 바는 없습니다.”
심사관은 그 설명을 기록했다. 보관 사본의 인수 경위를 증빙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남겼다. 나벤이 쓴 것처럼 보인다는 이쪽의 기대가 그의 실제 행위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다온이 자기 사본을 봤다. 그쪽에는 같은 끊김이 없었지만 위쪽의 참조 번호 일부가 흐렸다. 유리는 더 깨끗한 사본이라고 원본에 가깝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래 보관된 종이는 다른 방식으로도 틀릴 수 있었다.
대조 담당자가 판의 축척을 바꿨다. 두 사본에서 서명과 패인 인영의 간격은 거의 맞았지만 주위 문장의 줄 간격은 달랐다. 서명 묶음과 본문이 같은 방식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다시 복제한 단계가 적어도 하나 필요해 보였다.
유리는 리넷의 어머니 공책에 남은 수령 표식을 떠올렸다. 같은 모양을 쓰는 확인 인장군은 있었고 그 패임도 앞서 목록에서 보았다. 지금 이것만으로 탑의 인장을 누가 꺼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복사 도구를 다룬 사람의 경로를 더 봐야 했다.
나벤이 물었다.
“신청인 사본에도 이후에 설명을 붙였을 가능성은 배제됩니까?”
리넷의 입술이 벌어졌다. 유리는 그보다 먼저 고개를 저었다.
“배제할 자료를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양쪽 출처를 같이 봐야 해요.”
말한 뒤 유리는 다온을 보았다. 찻방 주인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들이 가진 종이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는 것과 실제로 듣는 일은 달랐다.
심사관은 양쪽에 같은 보관 경위 질문을 했다. 누가 받았고 어떤 묶음에 넣었는지. 이전 인계 목록의 장수와 첨부 명세는 무엇인지. 다온은 기억만으로 답하지 않고 공동회가 가진 목록의 해당 부분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유리는 자신이 상대에게 바랐던 답을 자기 편에서도 듣고 있었다. 오늘 불편한 자리의 방향이 여러 번 바뀌었다.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답이 나올 때만 멈추면 조사라는 이름이 맞지 않을 것이었다.
잠깐 쉬는 동안 기록 담당이 작은 시험 종이를 가져왔다. 실제 증거에 손대지 않고, 글자 없는 칸과 선을 따로 복제해 어떤 경계가 남는지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원본 위조를 재현하는 비법이 아니라 오늘 본 자국의 의미를 설명하는 빈 견본이었다.
리넷은 판을 받쳐 빛의 방향을 바꿨다. 종이가 조금 기울면 경계가 가려졌다. 몸을 반 걸음 옮기자 다시 보였다. 유리는 같은 관찰 위치를 표시하도록 부탁했다. 보고 싶은 자리를 찾는 것과 남도 같은 것을 볼 자리를 남기는 것은 달랐다.
그녀는 판을 내려놓고 손을 폈다. 세온이 쉬는 시간을 묻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물을 마시는 동안 그는 관찰을 대신 요약하지 않았다. 유리가 자기 말로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은 어느 쪽도 편해지지 않네요.”
세온이 말했다.
“그래도 서로 다른 종이를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아도 돼요.”
유리는 답했다. 그가 물잔을 내려놓았다. 손잡이는 유리가 고른 쪽이었다. 사소한 방향 하나만은 오늘도 복잡한 대조를 거치지 않아도 됐다.
오후에는 접근 범위 목록이 왔다. 심사관이 전날 요청한 복제·보관 경로의 현행 관리 자료였다. 일곱 해 전 명단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나벤의 직무, 중개 자료 인수 담당, 사본 정리 담당, 확인판 관리 담당이 각각 다른 범위를 가졌다.
모든 출장소 직원이 같은 도구를 쓰는 구조는 아니었다. 일부는 봉함된 묶음을 운반할 뿐이었다. 앞서 역참에서 확인한 것처럼 종이를 옮긴 사람이 문장을 고친 사람인 것은 아니었다.
유리는 서명 묶음을 다시 복제할 수 있었던 경로와 단순 수령 경로를 나눴다. 후보가 줄었지만 빈칸은 남았다. 당시 임시 대행자와 다른 기관으로 나갔던 확인 자료의 경로는 추가 회신이 필요했다.
보관 인장 출납 대장은 별도 보관품이었다. 오늘의 사본 대조와 같은 권한으로 곧바로 열 수는 없었다. 심사관이 정식으로 원본 보존과 해당 범위 열람을 요청했다. 유리는 나벤의 이름을 그 대장 속에 미리 쓰지 않았다.
나벤은 최근 탑 개방의 관리 확인서도 자기에게 보여 달라고 했다. 유리는 공개 가능한 범위가 이미 목록에 있음을 설명하고 심사관에게 전달 범위를 확인했다. 그가 지금 반박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질문이 부당해지지는 않았다.
다온은 늦은 오후에 찻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음 보관 경위 제출은 내일 가능한 시간으로 잡았다. 심사관은 오늘 더 붙들어 두지 않았다. 유리는 수레 귀환 시각에 맞춰 관찰 설명을 마쳤다.
나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불완전한 사본의 문제와 원래 차용 의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혼동되지 않아야 합니다.”
유리는 종이를 봉투에 넣었다.
“네. 실제 받은 계절의 값도 봐야 해요. 그 의무를 누구에게 얼마나 옮겼는지도요.”
나벤은 더 답하지 않고 자기 외투를 들었다. 유리는 이 대화에서 이겼다는 기분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사본에도 조작을 의심할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을 같은 탁자에서 확인했다. 이제는 어느 한쪽의 설명만으로 종이의 길을 정할 수 없었다.
돌아오는 수레에서 리넷은 빈 견본만 들여다봤다. 조사 자료는 맡은 보관 경로로 갔고 당사자에게 허용된 사본도 별도로 나뉘었다. 리넷이 눈으로 따라가는 선은 다른 사람의 서명이 아니었다.
“똑같이 찍혔으면 믿기 쉬운데, 똑같아서 더 봐야 하네요.”
그녀가 말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기록을 지키는 사람이 닮은 자국의 차이를 알아보는 일을 배웠다. 그 배움이 자기 엄마는 틀리지 않았다는 선언으로 돌아가지 않아 좋았다.
마을에 도착하자 다온은 부엌에서 낡은 천 덮개 하나를 꺼내고 있었다. 난로에 닿은 것이 아니라 볕이 드는 창가에 너무 오래 둬 삭은 천이라고 했다. 유리는 자기 가방 속 사본의 모서리를 생각하다가 새 천의 크기를 묻는 다온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찻방의 물병 아래 받침으로 쓰려던 물건이었다. 리넷이 잎을 그려 준 작은 병이 기울었다. 유리는 판을 바로잡는 대신 다온에게 남는 조각을 잘라도 되는지 물었다. 허락받은 천을 접어 병 밑에 놓자 물이 더는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다.
세온이 장작을 내려놓고 그 병을 보았다. 마른 가지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그는 바로 세우지 않고 유리에게 지금 모양이 좋은지 물었다. 유리는 잠깐 웃으며 그대로 두자고 했다. 세상의 모든 어긋남이 대조할 증거는 아니었다.
저녁에는 흰종 탑의 방문 확인이 왔다. 내일 야간 한 교대를 기존 보관 인력과 함께 관측할 수 있었다. 함을 열거나 종을 울릴 권한은 없고, 실제 담당의 인수 뒤에만 지정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는 허가였다. 보수와 귀환편, 다음 날 늦은 시작은 아침 계약의 별도 항목과 맞았다.
유리는 참여 인력과 수면 시간을 읽었다. 세온은 같은 교대를 맡을 수 있으나 대행 업무가 생기면 정해진 지원 담당이 대신하기로 했다. 둘이서 밤을 지켜야만 일이 성립하는 계획은 아니었다.
교대용 등불은 마을에서 먼저 확인했다. 유리는 손잡이를 쥐었다가 오른손을 내려놨다. 걷는 동안 계속 들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기로 했다. 세온이 자기 것을 건네려 하자 그녀는 받침에 놓고 쓰는 쪽을 고르겠다고 했다. 이동할 때는 지원 담당이 맡고 관측 자리에서는 판과 떨어져 둘 수 있었다.
세온은 남는 두꺼운 외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는 자기 옷 위에 겹쳐 입어 보고 싶다고 답했다. 소매가 손끝을 덮어 판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는 그 옷이면 충분하다고 권하지 않고 다른 크기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유리는 옷깃을 내주며 웃었다. 마음을 알아맞히려는 선물보다 몸에 맞는 것을 같이 고르는 일이 오늘은 더 가까웠다. 내일의 추위를 좋아하는 사람이 대신 받는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일곱 병은 방의 상자에 봉인돼 있었다. 내일도 가져갈 봄은 없었다. 씨앗 인장으로 남의 보관함을 여는 일도 없었다. 유리는 자기 판과 관측지를 가방에 넣고 손을 쉬었다.
잠들기 전 탑의 안내에서 짧은 줄을 발견했다. 낮의 점검 때는 보이지 않던 경계가 저녁 교대 직전에 다른 벽면으로 비쳤다는 보고였다. 관측한 사람과 못 본 사람이 나뉘어 있었다.
유리는 새 질문을 접어 가방 맨 앞에 넣었다. 내일은 종이를 비출 빛이 아니라, 빛이 사라진 뒤의 경계를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