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29화

마지막 이사

본문 5,269자 · 공백 포함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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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가릴 종이보다 돌려받을 봉투를 먼저 골랐다.

꽃무늬가 거의 지워진 봉투였다. 하은이 화면 옆으로 밀어 놓자 어머니의 손이 따라왔다. 접힌 입구를 두 번 쓸어 편 뒤, 그 안에서 고지서 한 장을 꺼냈다. 서린은 촬영 단추에 손을 대지 않았다.

11월 12일 오전, 지원기관 상담실이었다. 서린과 자료 담당은 이곳에 있었고 하은과 어머니는 집에서 통화했다. 하은의 발목 받침과 목발 끝만 화면 아래에 보였다. 오늘은 가족의 마지막 이사를 설명할 종이를 보는 날이었다. 집 안을 보여 달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앞면 말고 뒤에요.”

어머니가 종이를 돌렸다. 고지서 뒷면에 작은 글씨가 줄을 벗어나 있었다. 짐 옮김, 열쇠 맡김, 그릇 넷. 마지막 줄에는 날짜가 있었다. 서린은 읽은 숫자를 말하기 전에 어떤 날인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거기서 나온 날입니다. 저는 그렇게 써 놨어요. 딸은 물건 찾으러 나중에 다시 갔고요.”

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 생활 터전을 옮긴 날과 하은이 파란 문에 갇힌 날은 같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 뒤의 모든 출입을 없애지는 않았다.

“짐을 전부 가져오신 날인가요?”

“아뇨. 그래서 그릇 넷이라고 썼죠. 넷을 두고 왔다고요.”

서린은 질문지의 이사 완료라는 말을 지웠다. 사람은 나왔고 일부 물건은 남았다. 다른 가족의 이동까지 어머니 한 사람이 확인했다고 쓰지도 않았다. 하은은 자기 이동에 관한 설명은 따로 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담당이 빈 안내 세 장을 보여 주었다. 지정 조사 창구에 제출할 부분, 관련 업무 담당이 볼 부분, 밖으로 공개할 요약에 쓸 부분이었다. 어머니는 처음 두 장을 보다가 셋째를 화면에서 빼 달라고 했다.

“이걸 주면 소설처럼 다 써 놓는 겁니까?”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셔도 제출은 따로 정하실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답했다. 서린은 입증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부터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두려워하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

“뒤에 적힌 돈은 병원비입니다. 거기서 살았다는 걸 말하려고 그것까지 사람들한테 보여 줘야 합니까?”

서린은 화면을 보다가 눈을 내렸다. 접힌 선 옆에 금액처럼 보이는 글씨가 있었지만 읽지는 못했다. 알아보려고 확대하면 질문의 답을 받기도 전에 그 선을 넘을 수 있었다.

“이사 날짜와 남긴 물품 부분만 따로 확인할 방법부터 보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어머니는 종이 가운데를 빈 봉투로 덮었다. 이제 날짜까지 가려졌다. 하은이 옆에서 봉투를 조금 당기려 하자 어머니가 손을 거두었다. 두 사람의 손이 잠깐 겹쳤다가 떨어졌다.

“엄마, 이 줄은 있어야 날짜를 봐요.”

“네가 보여 준다고 내 것도 다 보여 주는 줄 알잖아.”

하은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린은 가족끼리 먼저 합의하고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삼켰다. 그 말은 이 방에서 끝내야 할 어려움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될 수 있었다.

담당자는 통화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안내했다. 어머니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딸이 화면 밖에 있어도 본인이 설명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은은 목발을 찾다가 앉은 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려 누구도 바로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혼자 보이는 화면에서 봉투를 들었다.

“애는 남기고 싶어 합니다. 저는 종이를 갖고 있고 싶고요.”

“원본을 본인이 계속 보관하는 방법과, 담당에게 맡기고 돌려받는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서린은 원본을 반드시 영구히 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정 창구에서 필요한 확인 방식과 반환 가능 시점을 안내받아 고를 일이었다. 오늘 상담에서 스캔한 종이가 그 원본의 모든 조건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료 담당에게만 해당 원본을 보여 주고, 조사 창구에는 필요한 면의 확인 사본과 자신의 설명을 내고 싶다고 했다. 다른 가족의 병원 일과 연락처는 빼고 싶었다. 담당자는 그 범위를 적은 뒤 실제 접수 기관이 원본 대조를 더 요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도 새 요청의 이유와 범위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긴 게 있다고 해 주세요. 다 버리고 도망온 것처럼은 안 썼으면 합니다.”

서린은 그 말을 공개 인용문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제출 설명의 마지막에 물품 일부 잔류라고 넣었다. 네 묶음의 반환 표시를 검토하는 일과 가족의 이동 날짜는 자료 번호를 나누어 연결했다. 봉투 하나에서 나왔다고 같은 사실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고지서 옆에서 작은 사진도 꺼냈다. 이삿짐이 아니라 식탁 모서리만 찍힌 사진이었다. 하은이 돌아와 그 사진은 마지막 날이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 날에는 식탁을 이미 접었다는 설명이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려 했다. 서린은 어느 쪽이 더 또렷이 기억하는지 묻지 않고, 사진에서 식탁이 펴져 있는지부터 같이 보자고 했다. 모서리 아래로 다리 하나가 보였다. 어머니는 그날 그릇을 포장하다 모서리에 손을 부딪쳐 사진을 찍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은은 자기 메모를 잠깐 화면 밖으로 옮겼다.

“그럼 제가 마지막 날 사진이라고 쓴 건 고쳐야겠네요.”

“이사 날짜의 근거로 쓰지 않고, 사진 설명을 오늘 정정했다고 남길 수 있습니다.”

서린이 답했다. 어머니는 사진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담당은 사진 원본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늘 대화에서 잘못 붙인 설명을 정정한 사실만 당사자가 허락한 메모에 남겼다.

하은은 어머니에게 사진을 다시 넣어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이 다르게 기억한 것이 마지막 이사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다. 서린은 딸의 긴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가족의 기억을 하나로 다듬는 일이 오늘의 입증은 아니었다.

다시 화면에 들어온 하은은 자기 설명의 공개 요약을 원했다. 실명을 더 내놓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사람이 실제로 살았던 기간과 물건을 찾으러 간 일이 구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머니는 자기 종이의 날짜를 공개 요약에 넣는 데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 제 말도 못 쓰나요?”

하은이 물었다.

“본인이 겪은 일을 정한 범위에서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어머님 자료를 함께 공개하는 것과는 따로예요.”

서린은 두 답을 한 가족 동의라는 칸에 합치지 않았다. 같은 집의 기억이 꼭 같은 크기로 밖에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통화를 끊은 뒤 자료 담당이 원본 대조 방문 시각을 정했다. 어머니가 원한 지원 동행 아래 외부 상담실에서 종이의 해당 부분을 확인하기로 했다. 오늘 오전 화면만 보고 원본 대조 완료라고 적지 않았다. 서린은 오후 업무를 조정하고 회사에 열람 범위를 알렸다.

도운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무릎에는 작은 종이 상자가 있었다. 하은의 어머니에게 돌려줄 차 통을 담았다고 했다. 이번 자료를 받으러 집에 들르는 길이 아니라, 기존 지원 창구를 통해 돌려줄 물품이었다.

“뚜껑은 어디에 뒀습니까?”

서린이 물었다.

“통 안에요.”

“찾아도 안 보이겠네요.”

그는 상자를 열어 뚜껑을 통 위에 씌웠다. 서린은 아주 짧게 웃었다. 오늘 내내 무언가를 가리는 방법만 생각했는데, 돌아가는 물건에는 제대로 덮어 주는 일이 필요했다.

오후 대조는 약속한 외부 상담실에서 이루어졌다. 이동 지원을 받은 어머니가 혼자 왔고 하은은 집에 남았다. 담당은 봉투의 앞뒤와 고지서의 발행 부분, 뒷면 메모가 같은 종이에 있다는 점을 허락된 범위에서 확인했다. 서린은 이동 날짜와 현장 사용 기간을 대조할 부분만 들었다.

고지서 발행일이 곧 이사일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뒷면에 메모한 날이 별도였고, 그날 실제로 이동했다는 설명에는 지원 차량을 예약한 관련 회신이 붙었다. 어머니는 그 회신의 연락처를 가린 뒤 보여 주었다. 담당자는 보관 주체의 해당 운행 확인도 정식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글씨만 제 거면 안 됩니까?”

어머니가 물었다.

“본인 기록으로 남습니다. 다른 기록과 맞는 범위도 따로 확인하는 겁니다.”

서린이 답했다.

어머니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자기 글씨를 믿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 것 같았다. 서린은 날짜를 다시 말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방금 쓴 요약을 어머니 쪽으로 돌렸다. 본인이 직접 기록하고 설명한 날짜라는 첫 줄이 보였다. 그 아래 확인 요청 중인 외부 자료가 다른 줄에 있었다.

어머니는 첫 줄을 손끝으로 짚었다.

“이건 지우지 마세요.”

“네. 더 확인한다고 먼저 말씀하신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본을 만드는 동안 어머니는 꽃무늬 봉투를 접지 않고 기다렸다. 자료 담당이 가림 처리를 한 출력물을 가져왔다. 빈 부분이 많아 종이가 새것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날짜 아래의 그릇 넷을 찾았다. 한 글자가 가려져 있었다.

“여기는 남겨 주세요. 물건이 아직 안 왔다는 뜻이라서.”

담당은 원본을 바꾸지 않고 허용 사본의 가림 범위를 고쳤다. 어머니가 다시 확인한 뒤에만 제출용으로 지정했다. 화면에서 봉투를 조금 당기려던 손이 오후에는 본인 의사에 따라 종이의 경계를 정했다.

서린은 그릇을 곧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반출 경로와 현재 보관 상태는 별도 확인 중이었다. 어머니도 오늘은 그 약속을 요구하지 않았다. 가져온 원본이 자기 봉투에 다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외투 단추를 잠갔다.

나가기 전 어머니는 도운이 보낸 통을 받았다. 뚜껑을 열어 안을 보더니 집에서 씻어 왔느냐고 물었다. 서린은 그렇다고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자기가 확인하지 않은 통의 상태까지 보증하지 않으려는 말이 너무 딱딱했는지 어머니가 웃었다.

“설거지는 조사 안 하셔도 됩니다.”

서린도 웃었다. 봉투와 차 통이 같은 가방에 들어갔다. 자료를 남기는 하루 끝에, 그 사람의 물건은 그 사람과 함께 돌아갔다.

저녁에 차량 지원 담당의 회신이 도착했다. 허락받은 해당 운행의 승차 확인과 하차 인계는 어머니 메모 날짜와 맞았다. 이동한 사람과 운반한 물품의 범위는 가족이 각각 설명한 내용 안에서만 대조됐다. 그 한 번의 운행으로 모든 주민의 마지막 날을 정하지 않았다.

서린은 완료표 뒤에도 가족의 실제 이동과 미반환 물품이 따로 남았다는 요약을 접수했다. 공개용 파일에는 어머니의 날짜와 집안 금액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은은 자기 공개 요약의 문장을 다시 받고, 아직 게시 전이라는 상태를 확인했다.

책상을 치우는데 지정 조사 창구에서 내일 열람 안내가 왔다. 장비창고에서 인수한 두 봉인물의 전문 확인 결과 가운데, 회사 업무와 관계되는 부분을 설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린은 첨부 목록을 읽었다. 재생 영상 목록 뒤에 예상하지 못한 항목이 하나 있었다.

읽을 수 없는 구간의 범위.

그녀는 어머니가 날짜를 지우지 말아 달라던 손끝을 떠올렸다. 이제는 보여 주지 않기로 고른 빈칸과, 읽고 싶어도 읽히지 않는 빈칸을 나누어야 했다.

29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