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스릴러 15세 이용가 14화

버퍼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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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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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서의 맨 끝에는 도운의 이름보다 작은 숫자가 있었다.

영상 연속성 지원, 추가 장치 한 대. 금액 이십팔만 원. 그 아래 인수 확인자 곽도운. 서린은 금액을 읽은 뒤 날짜부터 다시 보았다. 장비를 설치한 날보다 닷새 뒤였다.

10월 29일 오전 아홉 시 십 분. 관리실 프린터가 마지막 장을 뱉었다. 도운은 종이를 받지 않고 손을 허공에 멈췄다.

“제가 그날 여기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받은 자료 전체가 이건가요?”

서린이 납품업체 담당자에게 물었다. 통화는 도운이 요청한 장비 건에 한정해 연결돼 있었다. 담당자는 네 장이라고 답했다. 품목 두 장, 인수표 한 장, 첨부 목록 한 장이었다. 미리보기에는 없던 마지막 장이 책상에 놓였다.

서린은 종이 네 모서리를 차례로 보았다. 인수표 오른쪽 아래만 회색이었다. 흰 종이에 서명을 쓰고 스캔한 모양이라기에는, 이름 둘레의 직사각형이 너무 작았다.

“이 서명은 현장에서 받았나요?”

“저희 납품 기사가 직접 받은 건 아닙니다. 현장 쪽에서 회신한 파일이에요.”

“종이 원본 보관자는요?”

“저희에게는 파일만 있습니다.”

도운이 의자를 당겼다.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에 서린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앉지 않고 의자 등만 붙잡았다.

“제가 안 썼다는 말을 지금 하면 변명처럼 들리겠죠.”

“말씀하실 수 있어요. 무엇과 대조할지는 따로 적겠습니다.”

도운은 자기가 인수 서명을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날짜를 보고 없던 기억을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서린은 그 두 문장을 나누어 썼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에서 바로 도용이라는 결론으로 건너가지 않았다.

전화 속 담당자가 처음 발송한 장비 명세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서린은 지금 받은 파일을 다시 저장해 덮지 말고 최초 발송본과 이후 회신을 각각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공할 수 있는 관련 부분만 받았다. 사적인 거래 내역을 통째로 열 필요는 없었다.

첫 품목표에는 중계 지원 장치라고 적혔다. 둘째에는 영상 지연 기능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같은 관리 번호였고, 도운의 당시 작업일지에 적힌 번호와 일치했다.

“기능이 있는 건 맞았네요.”

도운이 말했다.

“알았는지는 다른 질문이에요.”

“안 읽은 설명서는 제 몫이고요.”

그는 이번에는 서린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서린은 그가 스스로 인정한 과실을, 그가 하지 않았을 수 있는 서명의 대가로 바꾸지 않았다. 두 일이 서로 지워 주지는 않았다.

납품서에는 지연 시간을 고르는 칸도 있었다. 선택 가능 범위만 인쇄돼 있었고 실제 설정값은 비어 있었다. 780이라는 숫자는 없었다. 서린은 빈칸을 손전등으로 비춰 보지 않았다. 없는 값을 찾으려 종이에 가까이 얼굴을 대는 자신이 우스웠다.

“기능이 포함된 가격이지, 열세 분을 주문한 값은 아니군요.”

“적어도 이 명세는 그렇습니다.”

도운이 대답했다.

창밖에서 장비차가 후진 경고음을 냈다. 출입 담당자가 차를 멈추게 했다. 해체 작업은 여전히 업체의 임시 대기와 구역 제한 아래 있었고, 건물 전체에 대한 공식 중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종이 네 장을 오래 보고 있는 동안에도 일정표는 앞으로 가고 있었다.

서린은 회사에 자료 수신 사실과 남은 구조 점검 항목을 보냈다. 납품서 때문에 오늘의 위험 확인을 취소하지 않았다. 윤재가 확인 가능한 외부 구간을 조정하는 동안, 그녀는 도운이 가져온 원래 작업일지를 펼쳤다. 원본을 고치지 않고 보호판 위에서 보았다.

설치일 인수칸에는 그가 직접 쓴 서명이 있었다.

곽의 마지막 획이 아래로 빠졌고, 운의 둥근 선은 닫히지 않았다. 그런데 새 인수표에서도 그 둥근 선이 같은 방향으로 벌어져 있었다. 이름 옆의 작은 점까지 닮았다.

서린은 닮았다는 말을 먼저 했다.

“복사한 것 같다는 뜻이죠?”

도운이 물었다.

“지금은 같은 흔적이 보여요. 원래 이미지 파일과 전송 이력을 대조해야 합니다.”

도운은 자기 이름을 오래 보았다. 서린은 그에게 종이를 가까이 밀어 주지 않았다. 이름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거리와, 그것을 견디는 데 필요한 거리가 다를 수도 있었다.

담당자는 메일로 받은 최초 인수 회신을 보존 담당 창구에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 회신에 붙은 서명 부분은 일지의 서명과 같은 비율로 늘어나 있었다. 사각형 테두리 안쪽에 종이 구멍 그림자처럼 둥근 얼룩도 보였다.

원래 일지의 서명 바로 옆에는 철한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을 이름과 함께 잘랐다면 생길 만한 자리였다. 서린은 곧장 도용이라고 쓰려다 펜을 멈췄다. 누가 언제 어떤 허락을 받고 붙였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도운이 현장에서 직접 새로 쓴 인수 서명이라는 설명과는 맞지 않는 흔적이었다.

그녀는 보존 담당자에게 두 자료의 출처와 현재 보관자를 읽어 주었다. 자기 전화 화면에서 확대해 찍은 두 번째 사진만 남기지 않고, 받은 파일 자체와 원본 열람 경로를 연결했다.

“제 서명도 저런 식일 수 있겠네요.”

서린이 말하자 도운이 고개를 들었다.

“그쪽은 아직 원본을 못 찾았잖아요.”

“네. 제 것은 아직입니다.”

대답하고 나서야 서린은 자기가 두 서명을 같은 사건으로 묶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닮은 방법이 같은 행위자를 뜻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 이름이 든 확인서를 별도 봉투에 두었다.

점심 무렵 모은경이 들어왔다. 그녀는 보존 요청 수신 확인과 다음 날 해체 인원 대기표를 가져왔다. 서린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추가 구조 점검 결과부터 접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납품서에 이상이 있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예전 서명을 편의상 넣었을 수도 있어요.”

은경은 도운이 아니라 문서를 보며 말했다.

“그 편의를 누가 요청했나요?”

“현재 확인 중입니다.”

“직접 인수했다는 근거로 이 서명을 쓸 수 있는지도 함께 답해 주세요.”

은경은 잠깐 종이 끝을 맞췄다. 대답 대신 처음 발주할 때의 전달 목록을 받아 보겠다고 했다. 서린은 약속을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답을 받을 창구와 시각을 적었다.

도운은 바깥으로 나가 자기 차의 장비 인계 기록을 확인했다. 서린도 출입 확인을 받고 함께 갔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자 종이에서 올라오던 먼지 냄새가 사라졌다. 도운은 열린 짐칸에서 빈 공구 칸 하나를 보여 주었다.

“예전 부품 상자입니다. 그때 회수해 갔어요. 누가 받았는지 기록은 있어야 합니다.”

차 안에는 수선한 장갑과 찌그러진 보온병이 있었다. 서린은 남의 차에 남은 생활을 오래 보지 않았다. 다만 도운이 작업을 전부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 잊으려고 여기저기 적어 둔 사람이라는 것은 보였다.

그가 단말에서 찾은 인계 사진에는 상자 두 개가 있었다. 중계기 빈 포장과 옛 저장 장치 보관함. 서린은 두 번째 글자를 다시 읽었다.

저장 장치.

“이것도 같은 날 나갔어요?”

“사진 날짜는 그래요. 제가 직접 차에 싣는 건 못 봤습니다. 일을 마친 뒤 정리 담당이 보낸 거예요.”

사진 뒤편에 은색 운반차 뒷문이 작게 잡혔다. 번호 전체는 잘렸지만 한쪽 뒷등에 검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서린은 손가락으로 차량을 확대하기 전에 사진 원본 보관 여부부터 물었다.

도운은 자기 자료의 관련 사진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서린은 담당 창구로 보내 달라고 하고, 사진에서 읽히지 않는 번호를 상상해 적지 않았다. 상자표에는 기록 장치라는 말과 반출 대기라고 적힌 날짜가 함께 있었다.

관리실로 돌아오자 윤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외부 점검 중 연결부 바닥 지지 상태에 추가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 나왔다고 말했다. 지금 그곳으로 자료를 찾으러 들어가지는 않는다. 지정 담당이 표식을 두고 접근을 제한했다.

“문서 때문에 통로 확인을 늦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보고에 같이 넣겠습니다. 사람이 썼던 경로가 거기까지 이어집니다.”

서린은 납품서를 접다가 맨 아래 첨부 목록을 다시 보았다. 지연 장치 값은 이십팔만 원. 그 옆에 기존 기록 보관함 운반이 무상 항목으로 붙어 있었다. 작아 보이게 적힌 줄이었다.

“값이 없는 게 오히려 같이 움직였네요.”

도운이 말했다.

서린은 운반 항목을 동그라미로 묶지 않았다. 무상이라고 실제 없었던 일은 아니었다. 납품 기능과 사람의 서명, 기록을 담은 상자의 이동이 같은 종이에 들어온 것이 오늘의 진전이었다.

업체가 제공한 운반 목록의 관련 부분이 늦게 도착했다. 은경은 회신을 함께 보자고 했고 보존 담당자가 원본 발송자를 확인했다. 서린은 차종보다 먼저 수량을 봤다. 오전에는 빈 장비 포장 두 개, 오후에는 기록 보관함 두 개였다.

도운의 사진에는 두 종류 상자가 한꺼번에 보였다. 언제 각각 실렸는지는 사진 한 장으로 알 수 없었다. 서린은 운반 목록이 실제 반출을 다 적은 것인지부터 물었다.

업무지원은 차량 출입 영상을 확인하면 된다고 답했다. 해당 채널은 정문 외부 카메라였고, 처음 지연을 확인한 4번과는 다른 장치였다. 서린은 열세 분을 자동으로 빼지 않고 시각 기준을 담당자에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다리는 동안 도운은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서린에게 내밀던 손이 자기 이름이 있는 납품서 위에서 멈췄다. 그는 컵을 멀리 옮겨 놓았다.

“서명만 제 것이면 제가 받은 물건이 되는 줄 알았겠죠.”

“그렇게 처리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

“다른 현장에서도 이런 걸 보내 달라고 하면, 그냥 보내 줬습니다. 매번 가서 쓰기 귀찮다고요.”

서린은 그 말에 바로 질문하지 않았다. 도운은 잠깐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이번 장비 건의 인수에 쓰라고 허락한 기억은 없지만, 예전 업무 서명을 전달한 경로는 따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서린은 허락이 전혀 없었다는 문장을 지우고 그 설명을 붙였다. 닮은 이미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동의의 범위까지 알 수는 없었다.

도운은 수정된 줄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에게 유리한 말도 정확하지 않으면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 서린에게도 그에게도 조금 버거운 오후였다.

해가 낮아질 무렵 짧은 열람 영상이 도착했다. 원본 저장 장치는 관리 주체가 보존 중이었고, 서린에게 허용된 것은 차량 구간의 사본이었다. 화면에는 도운 사진과 같은 검은 테이프의 뒷등이 보였다.

차가 정문을 나갔다.

한 번.

서린은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 파일 뒤쪽에서 똑같이 테이프를 감은 등이 다시 문 안으로 들어왔다. 운전석 창은 반사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도운이 화면 옆에 자기 손을 놓았다가 거두었다.

“한 번 운반했다고 적혀 있죠?”

서린은 목록과 영상을 나란히 두었다. 출차 한 번이 빠진 것인지, 첫 차가 돌아왔는지는 더 봐야 했다. 하지만 같은 표시를 한 차량이 두 차례 지나간 것은 보였다.

두 번째 출차에서 차의 뒤가 조금 낮아져 있었다.

14화 끝

Written by Grapheme · Published by Aldus Libris

AI를 활용해 창작한 작품이에요